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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41화 (241/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41화

-고, 고고고고공자님!“

“으억?!”

주안은 아스란 왕국의 왕궁에서 연락 온 마법 통신을 받았다가 유우나 공주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에 크게 놀란 채 귀를 틀어막고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곁에 있던 윌슨 마법사는 이미 자리를 피해 준 뒤인지라, 이런 고통을 느끼는 것은 주안 혼자였고 주안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은 유우나 공주가 재차 소리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으신 거예요?!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예? 대체 왜 그러시는 것입니까.”

-……공자님이 말씀해주신 남부 대밀림의 분들이 오셨어요.

“그렇습니까? 그러면 곧 황도로 출발을…… 응? 분들, 이요?”

-예. 분들이요.

“……혹시 거기에 문신이 많고 험악하게 생기고 입도 거친 분도 함께인 것입니까?”

-라쿰바라고 하시던 원주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메데아 대족장님에게 저는 분명 혼자 가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 그리고 라쿰바가 좀 입이 거칠긴 해도, 성격도 까칠하지만…… 주먹도 먼저 나가긴 해도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으면 괜찮으니 최대한 거리를 두십시오. 참고로 라쿰바는 랭크 7의 실력자이니, 최대한 조심하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지금 그런 분을 저희 쪽으로 보내셨단 말씀이세요?!

“제가 보낸 게 아닙니다.”

주안의 입장에서도 매우 억울했고, 주안이나 메데아 대족장이나 바람은 혼자 와서 유우나 공주 일행과 함께 가는 것이었지 그렇게 주렁주렁 혹을 달고 올 줄을 몰랐으니 말이다.

-아니, 그분도 그렇지만……. 대, 대체 왜 랭크 8이라는 그런 분을…….

“동행을 시키냐고요?”

통신용 수정구 너머로 당황한 유우나 공주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리고 이런 유우나 공주의 모습에 주안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아내느라 애썼다.

‘뭐,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서 알려드리지 않은 것이지만.’

처음 유우나 공주에게 메데아 대족장의 동행을 부탁했을 때, 남부 대밀림의 사람과 인연이 있다는 것에 그녀도 조금 놀라는 듯했다.

다만, 주안은 그런 그녀에게 서로와 연관된 사업과 관련된 인물로 소개하였고 이미 이러한 사업 이야기로 인해서 고민하던 그녀였기에 무슨 일인가, 상당히 고민하였지만 말이다.

“일단 처음 말씀을 드린 것처럼 남부 대밀림과 아스란 왕국, 저희 마르티네스 공작가와 연계된 사업 때문입니다.”

-정말로 남부 대밀림을 끌어들여, 사업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세요?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가 뭐하러 그분을 끌어들이겠습니까? 정확한 것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유우나 공주님이 함께 의논하여 결정하여야겠지만, 사업성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체 무슨 사업을 하시려고…….

“그건 오시면 말씀을 드리도록 하죠.

싱긋 웃으며 말하는 주안의 모습에 유우나 공주가 부루퉁해졌다.

이전 삶 속에서의 유우나 공주, 아니, 신왕조의 유우나 여왕과는 다른 굉장히 다양한 표정들인지라 주안도 조금 놀라는 한편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긴 합니다만…….”

-대체 뭘 얼마나 준비하시기에…….

주안의 실수로 일어난 일이긴 하나, 메데아 대족장의 남부 대밀림에게도 더 이상 귀찮게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또한 마르티네스 공작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메데아 대족장의 초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황제의 재가가 떨어진 정식 초대이기도 하였다.

어쨌든 메데아 대족장과 남부 대밀림의 달란트 부족을 바깥으로 조금 끌어내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메데아 대족장 역시 이러한 부분을 이해하고 주안의 말에 동의해준 것이니까.

그들 역시 더 이상 혼자 대밀림을 지키는 것이 버겁다는 것을 느꼈으며 바깥에서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강대한 세력, 마르티네스 공작가를 주안으로 인해서 선택하게 된 일이기도 하였다.

‘어떻게 보면 서로에게 좋은 일일 수도 있겠지.’

이로 인해서 마르티네스 공작가는 조금 더 편하게 달란트 부족이 바라는 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고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입장에선 이 강대한 세력을 끌어들이고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그 세력이 더욱 공고히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니 말이다.

“부가적으로 저희 가문에게도 득이 되는 부분이 많은 이유도 있고, 아스란 왕가……. 유우나 공주님에게도 득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되어 동행을 부탁한 것이니 너무 노여워하진 말아 주세요.”

-득이라는 말씀은…… 아. 그렇긴, 하겠네요.

“……단번에 파악하신 것입니까?”

-대충은요.

싱긋 웃는 그녀의 모습에 주안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말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지만, 주안과의 대화 속에서 그 이유를 알아낸 그녀도 참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제대로 말씀을 해주시지 않은 건 너무하셨어요.

“그 점은 사죄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써주신 점은 감사하지만.

“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 그런 것보다 선물은 대체 뭔가요.

“아하, 그거 말씀이십니까.”

유우나 공주의 말에 주안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단번에 파악한 채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귀족파를 제대로 압박할 선물이라 생각이 되었는데, 마음에 안 드셨나 봅니다.”

-……저희 왕국의 귀족들을 붙잡아서 주셨는데, 그것을 제가 마음에 들어야 하는 건가요?

“정확히 말해서 범죄자이죠.”

-범죄자라니요…….

황당하다는 듯 유우나 공주가 주안을 바라보았지만, 주안은 오히려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감히 허락도 없이 남부 대밀림의 달란트 부족의 땅을 침범하고, 저희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친우들에게 위해를 끼치려 한 것은 범죄입니다, 공주님.”

-공자님…….

“물론 이 일을 일으킨 것은 귀족파이긴 하나 귀족파 역시 사주를 받은 일일 것입니다. 더 위로 올라간다면, 결국 저희 제국과 연결되어 있겠지만 말이죠.”

모든 죄를 그들에게 덮어씌우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꽤 고생을 시키긴 하였지만, 엄한 처벌보다는 이것을 이용해 유우나 공주가 왕가에 반대되는 귀족파를 압박할 것으로 쓰면 어떨까 싶은 게 주안은 생각이었다.

더해서 자신들의 영역을 무장한 다수의 인간이 침범한 것에 대해 극단적인 처벌이 아닌, 이들의 국가에 넘기며 처벌을 바라는 남부 대밀림 원주민들, 달란트 부족의 모습을 보이며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귀족파라……. 이미 그들의 세는 많이 깎여 나간 상태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결정타가 되긴 하겠네요.

“완벽히 싹을 자르거나 밟아 놓으시면 안 됩니다. 필요악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아직 그들의 영향력이 많이 필요하니…….”

-그들의 세력을 온전히 흡수할 때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해야겠지요. 그렇죠?

“예, 그렇습니다.”

생긋 웃으며 하는 그녀의 말에 주안은 미소를 지어 주었다.

할 때는 하는 냉정한 그녀의 그 모습은 한때 주안에게 두려움을 주었지만, 지금의 유우나 공주는 매우 든든한 우군이었다.

“메데아 대족장님도 오셨으니, 이제 곧 출발을 하시겠지요?”

-네. 준비는 이미 끝나있는 상태였으니, 당장 오늘이라도 출발을 할 수 있답니다.

“그렇게까지 서두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할아버지도 출발하신 게 얼마 되지 않아서, 도착하시려면 아직 한참 남으셨거든요.”

-후훗. 그런가요.

“조금은 느긋하게 오셔도 괜찮습니다. 메데아 대족장님에게 유우나 공주님이 대밀림 바깥이 어떠한 곳인지,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말인가요?

“예. 그 부분은 부탁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주안은 메데아 대족장에게 대밀림 바깥의 세상이 어떤지, 주안이 살고 있는 이 대륙이 어떠한지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고, 그녀에게 바깥세상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다.

이미 주안으로 인해서 대밀림 바깥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안의 입을 통해, 그리고 그 행동을 통해 보인 것일 뿐 그녀가 직접 보고 겪고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주안은 그녀가 스스로 보고 겪고 느끼고 판단을 내린 뒤 황도로 와서 정식으로 자신의 가족들과 만나길 바랐다.

그녀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를 위한 선물이기도 하였다.

‘치열한 대밀림 안쪽에서 많은 이를 이끌고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 분이셨으니…… 가끔은 이러한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을 조금은 느껴줬으면 좋겠지만…….’

주안의 쓸데없는 배려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주안은 메데아 대족장에게 이러한 것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주안이 아닌 다른 사람이, 유우나 공주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었으면 하였다.

주안이 아는 유우나 공주는 적어도 편견이 없고 똑똑한 여성이었으니 말이다.

“메데아 대족장님은 분명 거대한 단체를 이끄시는 수장답게 보는 시각이 넓고 생각이 깊으신 분입니다. 하지만 대밀림 바깥은 전혀 모르시죠. 좋은 점과 나쁜 점, 배울 점과 배척할 점……. 그것을 그분이 황도로 오시면서 알아 갈 수 있도록, 유우나 공주님이 곁에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후훗. 랭크 8이나 되는 대단한 분에게 세상 공부를 시켜주는 게 제 역할이라는 말씀이신 거네요.

“뭐,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분 앞에서 이런 말을 하면 혼날 수가 있으니…….”

-저희 둘만의 비밀, 이라는 거죠?

“그렇긴 하죠.”

주안의 말에 유우나 공주의 표정이 조금 밝아지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서 돕도록 할게요.

“그리고 저도 가능하면 국경에서는 만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어머나? 마중을 나와주시려고요?

“제가 초대한 손님이니, 마중을 나가는 것이 예의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잠시 머뭇거리던 유우나 공주가 주안의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레 말했다.

-……공작부인께서 허락을 해주시겠어요?

“…….”

유우나 공주의 말에 주안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주안이 조심스레 말을 꺼내었다.

“……해, 해주실 것입니다. 금방 갔다 올 것이니까…….”

-목소리가 떨려요, 주안 공자님.

“으으음…….”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공작부인의 몸이 홑몸도 아니신데, 공자님이 곁을 지켜주셔야죠.

그리고 이런 주안을 위로하는 것인지, 아니면 놀리는 것인지 웃음을 억지로 참아내며 유우나 공주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작부인을 위해서 저희도 좋은 선물을 하나 준비해서 가도록 할게요. 순산을 기원하는 선물을 말이죠.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저는 이만 손님들을 제대로 맞이하러 그만 가보도록 할게요. 출발하기 전에 다시 한번 연락을 드려도 괜찮겠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공주님.”

-네, 주안 공자님. 그러면 다시 연락하도록 할게요.

“들어가십시오.”

밝은 표정으로 유우나 공주가 주안에게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하자, 주안 역시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그녀에게 인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통신이 끊어지고도 한동안 손을 흔들어주다, 윌슨 마법사가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고는 멋쩍은 듯 손을 내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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