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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39화 (239/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39화

소니아의 손바닥 위에서 일렁이는 빨간 불길은 어느 마법사라도 가능한 기초적인 마법이었다.

그것을 본 워랜은 조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게, 성과라고?”

“흐흥~. 정답. 너야 워낙 둔감하고 무식하게 검만 휘두르는 애니까 모르겠지만, 우리 민감한 도련님은 뭔지 아시겠죠?”

“…….”

워랜과는 달리 주안은 꽤 놀란 눈으로 소니아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주안, 자신은 마법이 뭔지 속성력이 뭔지 잘 알지 못하고, 그렇다고 검을 잘 아는 것도 아닌 그런 사람이긴 했다.

하지만 성흔으로 인하여, 그리고 신성력으로 인하여 이런 이질적인 힘에 대해서는 남다른 감각이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소니아의 손바닥 위에 펼쳐진 마법은 기존에 보던 마법과는 다름을 한 번에 파악하였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 누나는 그 덜렁거리는 성격만 고치면 역사에 남을 마법사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게 제 장점이거든요~”

히죽 웃으며 소니아가 마법을 지우자, 이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모르는 워랜이 재차 물었다.

“대체 저게 뭔데 그러는 거야?”

하지만 이런 워랜의 궁금증에 주안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소니아의 침대로 걸어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세 요정 꼬맹이들을 부드럽게 안아 들었고 소니아는 워랜을 보며 당당하게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비밀~!”

세상에 다시 나타난 룬 마법이 인간의 손에 다시 쥐어진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그것은 비밀일 수밖에 없었다.

* * *

“페트롤 대신관이 성도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다, 라…….”

제노폴 제국 황도의 일만으로도 바쁠 욕심 많은 대신관이 이 멀고도 먼 다예프의 대신전에 대해서 알아본다는 보고서를 받은 케들락 대신관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보고서를 책상 위에 놓았다.

하지만 이런 케들락 대신관의 모습과 그가 한 말을 듣던 하얀 법의를 걸친 신관들의 표정은 썩 좋지 못하였다.

“괜찮겠습니까? 페트롤 대신관뿐만이 아닙니다. 제노폴 제국 황도의 전대 대신관이었던 마누엘 전대 대신관 역시 다예프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그 두 인간이 왜…….”

다예프는 매우 폐쇄적이며 모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라디안과도 이제는 다른 땅과 국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나누어져 있는 상태였다.

다만 여전히 서로 이용이 가능하였기에 무라디안은 다예프를 북부의 성도이자 교단의 정점이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이용하였고 다예프 역시 이 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웬만해선 가장 가까운 무라디안과 다예프도 서로에 대해선 간섭 자체를 안 하였지만, 멀고 먼 제노폴 제국의 황도에서 손길을 뻗어 올 줄은 그들도 예상을 못 하였기에 조금 당황스러운 듯했다.

그리고 이러한 신관들 속에서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하던 한 여신관이 조용히 말했다.

“어쩌시겠습니까. 아무리 봐도 이건…….”

“누군가가 그 두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알아봐 달라, 요청을 하였겠지요.”

“지나치게 노골적인 것을 보면 확실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예프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연구를 하는 학자들과 신관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그들은 역사를 조사하고, 책을 살펴보며 신관들을 알아가고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뒤 다예프에 시선을 돌렸었다.

하지만 제노폴 제국의 황도 대신전의 대신관, 페트롤 대신관과 전대 대신관이었던 마누엘 전대 대신관은 처음부터 다예프를 목표로 잡고 조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현재 이곳에 있는 여러 신관에게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였다.

“설마 제노폴 제국 황제가 나선 것이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큰일입니다.”

제노폴 제국과 이곳, 북부에 위치한 무라디안의 성도 다예프의 거리는 굉장히 멀다.

하지만 그 먼 거리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제노폴 제국은 강대하다.

대암흑기로 인해 인류의 문명이 백지화에 가깝게 변하기 전에도 이처럼 강대한 국가는 몇 없었다.

많은 것이 소실되고 잃어버린 현재에서는, 적어도 서방 대륙 내에서 제노폴 제국을 제대로 제어할 국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현 황제가 확장정책을 펼치지 않고 제국의 내실을 다지는 현군이었고 그 이전의 황제들 역시 대륙의 균형을 유지하려던 인물들이었던지라 동방 대륙과는 달리 서방 대륙은 매우 평화로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짐승이라는 것이 이곳에 모인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제노폴 제국이 혹시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과 접점이 있는 페트롤 대신관과 마누엘 전대 대신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것이 무척 걱정되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는 달리 케들락 대신관은 그저 평소와 같은 모습을 한 채 조용히 이들에게 말했다.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정체를 알았다면 처음부터 무라디안을 위시한 북부의 국가들에 협조요청이나 통보를 하였겠지요.”

“하지만…….”

제노폴 제국의 힘이라면 일방적인 통보가 가능할 정도의 위치이긴 하였다.

물론 돌려서 협조라는 이름을 사용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페트롤 대신관은 제노폴 제국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이 우리에 대해서 조사를 한다면, 무언가를 알아내었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이곳, 성도 다예프에 기거하는 이들이 엘프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리고 이런 케들락 대신관의 차분한 말과는 달리 다른 신관들, 엘프들의 동요는 상당히 컸다.

“그러면 큰일이 아닙니까? 잘못하면 제노폴 제국뿐만이 아니라 저희를 비호하던 북부의 왕국들이…….”

“하지만 노골적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요란한 것도 아닙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미 사라졌다고 알려진 엘프에 대해서 무언가 알아차렸다면 이토록 조용할 리가 없지요.”

“그건 그렇긴 하지만…….”

대륙이 떠들썩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중요한 발견이자 인간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줄 일대의 사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케들락 대신관의 말도 맞았다.

“그렇다면 무엇입니까? 두 대신관이 나서서 이러는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 가지 있지요.”

“한 가지라니요?”

여신관의 물음에 케들락 대신관이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다가 말했다.

“엘 하임 아미엘.”

그리고 이곳에 모인 신관, 엘프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분이 관련되어 있겠지요.”

“자, 자, 잠시만요, 케들락 대신관님. 설마 지금 아미엘 님이 인간들을 사주해서 저희에 대한 조사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마도 그렇겠지요. 그리고 단체라기보다는 개인에게 한 부탁이겠지요.”

“인간들의 손에서 우리를 지켜준다는 이유로 우리를 억압했던 그분이 대체 어째서 인간의 손을……!”

그렇게 분개를 하던 이들도 이내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갸웃하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케들락 대신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를 알고…….”

“우리를 찾는 것이겠지요. 그분에게도 꽤 충격이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답을 아는 오크들은 멍청하여 아무것도 모를 것이니 말입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면 이 역시 큰일이 아니겠습니까.”

“무엇이 큰일이라는 말입니까?”

다른 한 신관이 조심스레 케들락 대신관에게 말했다.

“만약 그분을 쫓아낸 것이 우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그들은 아미엘에게 크게 반발하여 등을 돌렸지만, 그렇다 해서 아미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재앙과도 같은 이였다.

그런 그녀가 엘프들이 행한 그 죄를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간 사회에서 저희가 한 일들을 알게 된다면 아미엘 님뿐만이 아니라 인간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우리가 당하였던 그 불합리한 일들을 인간들에게 똑같이 해준 것. 그것이 어찌 잘못이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그렇긴 하지만…….”

“인간들은 무시하여도 괜찮습니다. 그러기 위해 공을 들인 교단이고 신앙입니다. 무지한 인간들 따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니 말입니다.”

그들이 괜히 교단을 세우고 신앙을 일으키고 기적을 행하며 선행을 쌓은 게 아니다.

북부에서의 교단이란 왕과 귀족들보다 더 높은 존재들이자 신앙이라는 것으로 묶인 거대한 단체였다.

비록 제노폴 제국에 비해 모자란다 하지만 이쪽은 민심을 쥐고 있었다.

그저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결국 요정들의 여왕.

한때 자신들의 보호자이자 드래곤들의 친구이며 숲의 수호자였던 아미엘 정도뿐이었다.

“그러면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렇게 우리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알려주도록 하지요. 만나고 싶다면 만나 주고 말입니다.”

“예?”

케들락 대신관의 말에 이곳에 모인 신관, 엘프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갸웃하였다.

그리고 이런 이들에게 케들락 대신관이 말하였다.

“성흔의 아이를 직접 만나러 가도록 하지요.”

“케들락 대신관님.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아이의 곁에 아미엘 님도 계실 터. 다시 한번, 그분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이 이곳을 벗어난 일은 거의 없다 보니, 케들락 대신관의 말처럼 직접 만나러 간다면 그 먼 곳까지 직접 가야 한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었다.

우물쭈물하는 그들의 모습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안다는 듯 케들락 대신관이 말했다.

“모두 함께 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인사차 갔다 올 생각이니, 이곳을 지켜주십시오.”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게는 더 편하고, 대처하기도 빠를 것이니 말입니다.”

다예프의 대신관만이 그의 직책은 아니다.

현재의 모든 엘프를 이끄는 존재이자 가장 오랜 삶을 살아가는 엘프였으니 말이다.

그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자는 존재하지 않으니, 그가 그렇게 말을 하였다면 이곳에 모인 모든 엘프가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캄 대족장님에게도 연락을 드릴까요?”

“제가 하도록 하지요.”

“예.”

이 일에 대해 그에게도 알려둘 필요가 있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아미엘 님이라…….”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후 모두가 돌아간 뒤, 혼자 남게 된 케들락 대신관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를 다시 보게 된다는 것에 대한 기대 반 우려 반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보다 케들락 대신관의 관심을 끄는 이가 있었다.

“주안 마르티네스……. 성흔의 주인……. 열쇠의 아이…….”

엘프들의 성흔, 자애의 성흔을 가진 존재이자 자신의 누이인 엘 하임 마를렌의 먼 후손.

그리고 아미엘을 불러들인 인물.

그렇기에 다른 그 무엇보다 그는 주안을 만나고 싶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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