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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38화 (238/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38화

황도의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저택에서 가장 느긋한 사람을 찾는다면 첫 번째로 워랜이 독보적인 일 등이 될 것이고 두 번째로 주안을 꼽을 것이다.

워랜이야 처음보다 조금 괜찮아졌다 해도 정해진 훈련 시간 외에는 예전처럼 느긋하게 보낼 때가 많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주안은 세계수를 오가거나 아미엘의 부탁으로 마를렌이라거나 다예프에 대한 것을 알아보기 위해 바깥 외출을 자주 하다 보니 빈둥거리는 모습으로 많이 보였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 그것을 포함해도 주안은 꽤 느긋한 일상을 보내고 있기는 하였으니까.

그리고 최근, 이런 두 사람보다 뭘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한 사람이 생겨나 집안사람들의 걱정이 매우 컸다.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집안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주안 역시 이에 대한 걱정이 남달라 그 상태가 궁금해서 혼자 몰래 찾아왔지만…….

“응? 워랜 경?”

주안은 저택 복도를 걷다, 한 방문 앞에서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노크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는 워랜의 모습에 갸웃하였다.

그리고 이런 주안이 다가 온 것을 알고는 워랜이 고개를 돌려 주안을 바라보다 슬쩍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흐응~ 흐으응~”

“…….”

이런 워랜의 모습에 주안이 냅다 달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워랜을 이리저리 살폈다.

“워랜 경도 걱정이 되어서 찾아오신 거예요?”

“딱히……. 그러는 주안 공자는?”

“저야 요 며칠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 소니아 누나가 걱정되어서 그렇죠. 워랜 경도 그래서 온 거 아니에요?”

“그야 뭐…….”

다름 아닌, 요 며칠 두문불출하고 있는 소니아로 인해서 주안이나 워랜 뿐만이 아니라 집안사람들과 가장 가깝고도 친했던 안젤라마저 큰 걱정을 끼치고 있었다.

마법사들이야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 늘 있던 일인지라 크게 별일 아니라고 치부를 했지만, 그런 마법사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이상한 성격의 소니아였기에 이러한 행동은 매우 수상쩍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뭘 하기에 이러는 건지……. 주안 공자는 뭐 아는 거 없어? 안젤라 님에게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

“음, 그게…….”

엄마인 안젤라 역시 소니아가 왜 이러는 것인지 이유를 몰라 걱정도 되었기에 직접 찾아가려던 것을 주안이 말리고 대신 온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주안은 대충 예상되는 것이 있었고, 그것을 말해 줄 수 없었기에 워랜에겐 그저 모호한 미소만을 지어 주었다.

이런 주안의 행동에 워랜이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뭔가 아는 게 있나 보네.”

“말씀드리기가 조금 곤란한 일이긴 해도, 큰일은 아닐 거예요. 뭐, 건강이나 그런 건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흠…….”

주안이 황도로 돌아온 뒤, 소니아는 한동안 워랜의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지만, 본격적으로 마법공부, 아니, 룬 마법에 대한 것을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바깥 외출을 극도로 자제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주안이 그렇게 예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집으로 돌아오면 룬 마법, 룬 문자를 배워 나가기로 했던 소니아였고 무엇보다…….

‘……세냐랑 마냐, 아냐도 안 보인단 말이지.’

한동안 자유롭게 집안 곳곳을 날아다니며 놀던 아이들도 소니아가 방에 콕 틀어박힌 뒤로는 그 모습을 보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렇다면 결국 답은 하나였고, 이에 대한 사실은 아무래도 비밀이기에 워랜에게도 알려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일단 소니아 누나가 무사한지 확인이나 해볼까요.”

밥이야 꼬박꼬박 하인들이 가져다주고, 빈 그릇이 나와 있는 것을 들었기에 먹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역시나 쉬지 않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한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웬만해선 먼저 움직이지 않는 워랜마저 움직인 것이니 말이다.

“누나. 안에 있어요? 소니아 누나.”

그리고 주안이 워랜을 대신해서 소니아의 방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며 소니아를 불렀다.

하지만 그런데도 방 안은 조용했었고, 주안이 재차 몇 번이나 노크를 한 뒤에야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조심스레 열리더니 한 사람이 열린 방문 틈으로 얼굴을 비췄다.

“…….”

그 얼굴을 마주한 주안이나 워랜이나, 커튼을 다 쳐놔서 그런지 깜깜한 방 안에 문틈으로 비친 빛으로 인해 오랜만에 그러한 빛을 맞은 것인지 잔뜩 찡그린 소니아나 서로 말없이 그 작은 문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소니아를 황망하게 바라보다 주안이 한 마디 툭 던졌다.

“……우리 집에 노숙자가 살고 있었어요?”

“노, 노숙자?!”

주안의 말에 소니아가 움찔 놀랐지만, 워랜은 주안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워랜의 행동에 소니아의 볼이 발갛게 물들었지만, 황급히 자신의 몸을 확인하며 당황한다.

“몸보다 얼굴이나 머리카락이 더 문제인데……”

“윽…….”

거울을 보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주안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의 표정만 봐도 어떤지 대충 예상은 할 수 있었기에 소니아가 황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실례되는 말을 왜 그렇게 하시는 건데요?!”

“……누나의 존재 자체가 집안의 실례가 되는 일인 것 같은데요.”

“말이 좀 심한데요?!”

소니아가 주안의 말에 발끈했지만, 주안은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방문을 벌컥 열었다.

“아욱?!”

“누나가 무슨 전설에 나오는 뱀파이어나 그런 건 줄 아세요?”

그리고 빛이 쏟아져 들어오자 눈이 부신 것인지, 아니면 따뜻한 태양에 녹아내리려는 것인지 움찔 놀란 소니아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잔뜩 움츠린다.

그 행동에 주안은 심히 안타깝다는 듯, 워랜은 한심하다는 듯 소니아를 흘겨보다 안으로 들어갔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너 씻지도 않았었어?”

“매일…… 자주 씻거든!”

매일이라고 하기에는 자신의 꼴이 말이 아님을 알기에 그래도 소니아는 자신에게 양심은 있는 듯 말을 바꾸었다.

“결국, 안 씻었다는 거잖아.”

“요 며칠 좀 바빠서 까먹은 것뿐이야!”

워랜의 말에 소니아가 투덜거렸지만, 그런데도 워랜은 이런 소니아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다 주안의 어깨를 톡톡 치며 주안을 불러 세웠다.

“왜 그러세요, 워랜 경?”

방 안의 잔뜩 어질러진 꼴을 보다, 이걸 하인들을 불러 이 방의 주인을 강제로 퇴거시킨 뒤 청소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주안은 워랜의 부름에 갸웃하며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런 주안을 보며 워랜이 소니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거지꼴을 좀 어떻게 해봐.”

“……제가 어떻게요. 목욕탕에 강제로 집어넣기에는 소니아 누나 힘이 너무 센데요.”

“제가 뭐가 힘이 센데요?!”

하지만 기본 완력만 따지면 정말 주안은 이 집안 내에서 수위를 다투는 꼴찌에 가까운지라, 소니아와 팔씨름으로도 자신 있게 질 수 있었다.

그것을 알긴 하지만, 왠지 억울한 소니아의 항변에도 워랜은 깔끔하게 무시한 채 재차 말했다.

“주안 공자의 신성력이면 더러운 걸 깨끗하게 만들 수 있잖아.”

“더, 더러운 것?!”

“아, 하긴. 아무리 더러워도 순식간에 깨끗하게 만들 수 있긴 하죠.”

“그렇게 안 더럽거든요?!”

소니아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워랜과 주안이 그런 소니아를 돌아보며 한마음 한뜻으로 말했다.

“……더러우니까 가까이 오지 마.”

“……더러우니까 가까이 오지 마세요.”

“으그그극!”

자기 방에 불쑥 찾아온 두 불청객이 방주인에게 이딴 소리나 해대니, 소니아 입장에서도 정말 화가 나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뭔가 반발을 하고, 화를 내면 낼수록 왠지 자신만 손해를 보는 것 같아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어휴, 정말. 여기가 무슨 두더지 굴이라도 되나.”

주안이 한숨을 쉬며, 마치 독립한 딸아이 집을 찾아온 엄마처럼 잔소리와 투덜거리며 방들을 대충 치우며 창문 쪽으로 걸어가 커튼을 활짝 열었다.

“아욱?!”

“우갹?!”

“꺄욱!”

소니아는 이미 빛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눈을 가리긴 해도 비명을 지르진 않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비명과 함께 작은 세 꼬맹이가 꼬물거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런 세 요정 꼬맹이들을 보며 워랜이 조용히 말했다.

“……얘네들은 왜 여기 있는 거야?”

“음…….”

그 이유를 알지만, 설명을 해줄 수 없는 답답함을 표현할 길이 없었기에 주안은 그저 침묵을 지키며 활짝 열린 커튼 너머의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왼손의 신성력을 잔뜩 끌어올려 이 방 가득 채워버렸다.

“웬만해선 더러워지지도 않는 집이었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이런 꼴이 되는 건지…….”

“대단하죠?”

“칭찬 아니거든요?! 자랑하지 마세요!”

팔짱을 낀 채 가슴을 쭉 펴며 자랑스러워하는 소니아에게 기어이 주안도 버럭 소리를 질러 버렸다.

정말 이 저택은 주안으로 인해서 청소를 자주 안 해도 알아서 깨끗해지고 언제나 좋은 냄새만 나게 변했음에도 대체 뭘 어떻게 한 것인지 소니아의 방은 저주라도 받은 듯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나까지 냄새나는 것 같아…….’

단지 방에 좀 들어왔을 뿐인데, 자신도 더러워진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성흔, 그리고 신성력 때문인지 주안은 예전보다 훨씬 깨끗함과 청소를 좋아했고 이게 거의 결벽증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었다.

“후우…….”

“훨씬 나아졌네. 수고했어.”

“별말씀을. 우리 집을 이 꼴로 계속 놔둘 수는 없잖아요. 이런 게 퍼지면 큰일이니까.”

“이게 무슨 전염병이에요?!”

소니아의 말에도 주안이나 워랜은 여전히 그녀를 무시한 채 하인들을 부르기 전에 그래도 좀 앉아 있을 자리는 만들고자 어질러진 방들을 치워나갔다.

그리고 세냐나 마냐, 아냐는 아직도 눈이 부신 것인지, 아니면 자고 있다 기습을 당한 것에 놀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졸린 것인지 눈을 비비고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대체 갑자기 찾아와서 왜 이러는 건데요? 워랜 너도!”

“왜 이러냐고?”

“그, 그래…….”

소니아의 옷들을 집어 들고 대충 한쪽에 쌓고 있던 워랜이 소니아의 말에 날카롭게 그녀를 쏘아보자, 소니아가 드물게 움찔 놀라며 한 걸음 물러났다.

“너, 방에 틀어박힌 지 며칠이나 됐는지 알고는 있어?”

“응? 며칠? ……며칠이나 됐더라.”

갸웃하는 소니아의 그 행동에 워랜이 짜증이 잔뜩 난 것인지 집어 들었던 소니아의 옷을 쌓아둔 곳에 집어 던진 후 말했다.

“대충 잡아서 일주일이다, 일주일. 대체 뭘 하고 있기에 방에 틀어박혀 있었던 거야?!”

“그게 그러니까…….”

드물게 워랜이 목소리를 내자 소니아도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이내 새초롬한 모습으로 돌아와 워랜에게 말했다.

“그런 게 있거든? 그리고 마법사한테는 오히려 이게 일상이라고!”

“그놈의 마법사…….”

같은 마법사라 해도 소니아는 조금 달랐기에 워랜도 잔뜩 찌푸렸다.

“헤헹~ 왜 이러실까. 설마 내가 좀 안 보이니까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거야?”

“걱정은 무슨.”

대신 소니아는 이런 워랜에게 은근슬쩍 다가가 워랜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런 워랜의 행동이 오히려 기쁜 듯 소니아가 방긋 웃었고, 그런 소니아에게 주안이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쓰레기장으로 만들 정도로 방 안에 콕 박혀 있었을 정도면, 뭔가 얻은 게 있으시겠죠?”

“……없으면 쫓아낼 것 같은데요?”

“네. 쫓아낼 거예요.”

소니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리자, 주안은 오히려 생긋 웃으며 간단하게 답해줬다.

아니, 웃고는 있지만, 왠지 좀 화가나 보이는 주안의 모습에 소니아나 워랜마저 드물게 놀라며 주안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게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듯 소니아가 잽싸게 양손을 모았다가 조심스레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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