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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29화 (229/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29화

“응?”

“왜 그래?”

자신들을 반겨주는 저택을 지키던 병사들이나 기사들, 그리고 하인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주안이 잠시 흠칫 몸을 떨더니 저택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에 워랜이 갸웃하자, 주안의 표정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엄마가 오는 거 같아요.”

“…….”

잠시 주안을 빤히 지켜보던 워랜.

그리고 시선을 돌려 활짝 열린 저택의 입구로 시선을 옮겼다.

분명 안으로 연락이 갔을 것이니 안젤라 공작부인이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검은 전혀 못 쓰며 육체적인 능력도 굉장히 떨어지는 주안이 자신보다 먼저 그러한 것을 느끼고 그렇게 반응을 하는 것에 잠시 어이가 없어졌다.

그리고 잠시 뒤, 주안의 말처럼 정말 활짝 열린 문의 너머로 안젤라 공작부인이 뒤뚱거리며 달려오고 있었고 그 곁으로 마리아나 소니아, 그리고 세라타 같은 그녀와 가까운 이들이 황급히 따라오고 있었다.

“……진짜잖아.”

그 모습에 워랜이 매우 황당해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안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는 반가움에 워랜을 뒤로한 채 그대로 엄마에게 두 팔을 벌리며 달려갔다.

“엄마아아아~!”

“주안아아아~!”

그리고 이런 주안의 모습에 안젤라 역시 표정이 확 밝아지더니 주안에게 달려가 그대로 끌어안아 주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엄마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아니?”

“죄송해요. 빨리 오려고 했는데…….”

“아냐, 괜찮아. 엄마는 참을 수 있었어. 그보다 어디 아픈 곳은 없지?”

“물론이죠. 이것 때문에 아플 일은 절대 없어요.”

“어머나.”

주안이 자신의 왼손에 새겨진 성흔에서 신성력을 끌어 올리더니 엄마와 자신의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이처럼 신성력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모습은 이제 당연하기도 하였지만, 그것을 보는 이들은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저 후광을 보고 놀랄 만도 하지.”

신성력이 아니라 주안의 등 뒤에 떠오른 후광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차마 저 행복해 보이는 모자를 방해할 수가 없어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주안과 안젤라의 모습을 보며 워랜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겨우 며칠 정도 더 있다 온 건데, 어째 몇 년 만에 본 모자 같다?”

“그래도 부럽네요. 누가 반겨준다니.”

워랜과는 달리 솔은 주안과 안제라의 다정한 모습은 참 부러웠다.

자신들의 가족은 아무래도 먼 동부 땅에 있다 보니, 이 낯선 곳에서 저런 모습을 보면 고향과 부모님이 그립기 마련이었다.

“세라타~!”

“오빠!”

그리고 주안과 안젤라처럼 이곳에 또 다른 가족이 있는 토미 역시 자신의 여동생인 세라타가 있는 곳으로 그대로 달려갔다.

“저쪽도 저쪽대로 행복해 보이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쭈욱 편 워랜은 주안과 안젤라 공작부인을 지나쳐가며, 안젤라에게 간단히 인사를 해준 후 저택의 자신의 방에 가서 늘어지게 한숨 자려고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런 워랜의 옷깃을 붙잡은 채 볼을 잔뜩 부풀리며 노려보고 있는 소니아로 인해서 걸음을 우뚝 멈추어야만 하였지만 말이다.

“왜?”

“오랜만에 봤는데 인사도 안 하는 거야?”

“겨우 며칠 안 봤다고 그런 인사까지 해야 하는 거냐?”

“해야지.”

“쯧…….”

작게 혀를 차던 워랜이었지만, 그래도 소니아를 무시하면 더욱 피곤해질 것을 알기에 애써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다녀왔어. 됐지?”

“헤헷.”

하지만 그 말 한마디로도 기분이 좋은 듯 소니아가 금세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인사를 끝낸 것에 소니아가 손을 놓자 그대로 걸음을 옮겨 워랜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워랜을 따라 소니아 역시 조심스레 뒤따라가며 워랜에게 마를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워랜과 소니아를 보며, 그리고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주안과 안젤라 공작부인을 보며, 다정한 토미와 세라타를 보다 솔은 어깨를 추욱 늘어뜨린 채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외롭다…….”

“우와. 왕따 당하시는 거죠?”

“으…….”

그리고 곁에서 유유히 날아 안으로 들어가던 세냐가 솔을 힐끗 보며 가슴을 푹 찌르는 한마디를 해준다.

차마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세냐의 마법 실력을 보고는 이제는 대들 생각도 못 하게 된 솔은 더더욱 몸을 움츠릴 뿐이었다.

* * *

주안은 엄마와 함께 그대로 식당으로 와서 아버지에게 인사를 한 후, 자신 역시 간단하게 식사를 하며 아버지에게 마를렌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전해주었다.

링베르가 공작가와의 일은 이미 아버지도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대신 록산느와 로마니아 백작가가 얽힌 풍신에 관한 이야기에는 큰 관심을 가지며 주안의 말에 집중하였다.

“……해서 이번에 할아버지가 황도로 오실 때를 맞춰서 유우나 공주님과 풍신 경을 초대해서 록산느 경에 관한 일을 매듭을 지어야 할 듯해요.”

“풍신 경을 초대라……. 나 역시 그를 한 번밖에 보지 못 하였지만, 짧은 만남임에도 상당히 대단한 인물로 보이더구나.”

“실제로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무엇보다 말씀은 안 하셨지만 아무래도 상당히 높은 고위 귀족이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동방 대륙의 귀족이라……. 하긴. 거긴 아직도 어지러우니, 때때로 망명을 타진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

동방 대륙은 여전히 크고 작은 전쟁들이나 귀족들 간의 분쟁이 많았다.

이로 인해서 몰락하거나 권력에서 밀려난 동방 대륙의 귀족들이 타국으로 망명을 하거나 머나먼 바닷길을 넘어 서방 대륙에까지 흘러 들어오기도 한다.

마르티네스 공작가에서도 이러한 동방 대륙의 귀족을 받아들인 일이 있으며 그 대표적인 귀족이 바로 펜 남작 가문의 선조들이었다.

“하면 결국 그를 이곳에 부를 때 유우나 공주를 빌미로 불러야 한다는 의미인데…….”

“아무래도 그분 혼자 오라 가라 할 수는 없죠. 이미 워랜 경이나 토미에 대해서도 큰 은혜를 내려주신 분이신데, 그에 맞는 대우와 그분이 모시고 있는 유우나 공주님에게도 성의 표시를 해야 하니까요.”

“그래. 어떻게 보면 그는 우리 마르티네스 공작가에게 큰 선물을 안겨 준 인물이니, 우리 역시 충분한 성의를 표해야겠지.”

“그래서 할아버지나 가론 자작님도 부담스러운 선물을 주려고까지 하셨어요.”

작게 웃으며 즐겁게 말을 하였지만, 정말 실로 엄청난 선물의 내용임을 주레인 공작은 모르기에 그 역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곁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를 영 불만스럽게 지켜보는 안젤라의 모습에 주레인 공작이 갸웃하며 물었다.

“안젤라. 왜 그러는 거요?”

“아버님도 모자라, 아스란 왕국의 공주까지 여기에 온다는 말이에요?”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을 그대로 드러내는 안젤라의 모습에 주레인 공작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주안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런 엄마의 손을 꼬옥 잡아주며 말했다.

“할아버지나 유우나 공주님도 모두 일 때문에 오셔야만 해서 그래요. 엄마가 조금만 참아주세요.”

“우……. 네 할아버지는 이해해도 유우나 공주, 그 아이는 꼭 올 필요가 있니?”

“안 오시면 제가 가야 하는걸요.”

“……반드시 데리고 오렴. 무조건. 안 되면 엄마가 네 외할아버지 이름을 빌려서라도 초대를 해줄 테니까.”

“아하하…….”

누군가를 이 집에 초대하는 것은 싫지만, 그보다 주안이 집을 나서는 것이 더욱 싫은 안젤라였기에 금세 태세를 바꾸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주안은 집에 왔다는 것을 정말 실감을 하며 즐거운 미소를 지을 수가 있었다.

“아마 그때를 맞춰서 많은 분이 오실 거예요.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마르티네스 공작령의 주요 가문의 가주님들을 포함해서 유우나 공주님과 풍신 경, 그리고 남부 대밀림의 메데아 대족장님과…….”

조용히 말을 하던 주안도 말을 끝맺지 못하고 멈추어 버렸다.

한 사람 더.

바로 아미엘에 대한 이야기까지 꺼내려다 주안은 말을 멈추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주안은 그에 대해선 할아버지가 오신 뒤에 하여도 늦지 않을 것으며, 어차피 워프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아미엘에 대한 이야기도 하여야 하기 때문에 그때 맞춰서 소개를 하는 것도 늦지 않다 생각을 하였다.

주안이 잠시 말을 멈춘 것에 이상하다고 생각한 주레인 공작과 안젤라가 갸웃하며 주안을 보자, 주안은 황급히 그런 부모님에게 말했다.

“……모두가 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음? 황도 저택이면……. 아니지, 확실히…….”

주레인 공작은 그런 게 필요한가, 싶었지만 이내 자신의 아버지와 마르티네스 공작령의 주요 가신들 다수가 온다는 것에 주안이 한 말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분이 오실 거예요. 할아버지를 따라오신 귀족분들이야 이 저택에서 지내셔도 되겠지만, 기사분들이나 병사들, 같이 오는 고용인들을 모두 다 생각을 해보면 이곳에서 모두 지낼 수는 없으니까요.”

“어디 매물로 나온 저택이라도 좀 알아봐야 할 듯하구나.”

“저택은 너무 비싸니, 적당히 큰 숙박시설들을 다수 매입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숙박시설을?”

“예. 이번 일로 저택을 구매한다고 해도 또 언제 사용할지 모르니, 괜히 관리하기만 어렵잖아요. 그럴 거라면 차라리 큰 숙박시설을 매입해서 이번 일이 지난 후에는 따로 정상 영업을 하면…….”

“……쓸데없이 사용하는 돈은 매우 줄어들겠구나. 그리고 그 사용한 금액도 어느 정도 충당을 할 수 있을 터이고 말이다.”

“그런 거죠.”

엄마를 닮아 그 씀씀이가 남달랐던 주안이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니 주레인 공작은 정말 주안이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족한다는 듯 주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건은 이 아비가 알아서 모두 해결하도록 하마. 아무래도 숫자가 많으니, 중심부에서 모두 구하긴 어렵겠지만 최대한 가까운 곳을 마련해보마.”

“그 부분은 잘 부탁드려요, 아빠.”

자신이 하는 것보단 아버지의 힘을 빌리는 것이 훨씬 더 쉽고 빠름을 알기에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칭찬을 받은 것만으로도 주안은 만족하였다.

그리고 이런 주안과 주레인 공작의 이야기가 대충 끝난 것을 파악한 안젤라가 황급히 주안을 꼬옥 끌어안더니 남편인 주레인 공작에게 말했다.

“그러면, 그러면 이제 아빠랑 할 말은 더는 없는 거지? 당신도 주안이랑 할 이야기는 끝난 거죠?”

“네? 일단은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하는구려.”

주안의 말에 주레인 공작 역시 동의를 해주자, 안젤라의 표정이 확 밝아지더니 주안을 더더욱 꼬옥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러면 오늘은 하루 종일 엄마랑 같이 있어 주는 거야. 알겠지? 같이 바깥에 놀러도 가고, 쇼핑도 하고, 네 외할아버지한테 인사도 드리고…….”

“허허……. 그래도 오늘, 방금 막 도착한 아이 아니오. 오늘은 조금 쉬게 해주는…….”

“우우…….”

“……것보다 그래도 오늘 하루만 더 고생해서 네 엄마와 함께 있어 주려무나.”

“하하……”

부모님의 이런 모습에 주안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이내 큰 웃음이 되는 바람에 아버지의 볼이 조금 발갛게 변하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까지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 사이에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더더욱 꽉 붙잡혀 살게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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