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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23화 (223/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23화

다음 날이 되었다.

주안이 황도로 다시 돌아가는 날이 되었지만, 사실 크게 요란한 준비를 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주안도 그것을 바라지 않았고 벡브란 전대 공작 역시 그렇게 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들 돌아갈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게 컸다면 컸겠지만 말이다.

아침은 간단히 할아버지와 함께한 후 세냐와 약속대로 외출하여 적당한 선물들을 몇 개 더 산 뒤에 점심쯤이 되어 돌아온 주안은 황도로 돌아갈 마지막 짐 정리를 끝내고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같이 황도로 왔던 도리안을 제외함 워랜과 토미, 솔. 그리고 쥬도에 아르베리아, 록산느와 위체니아까지 함께였다.

주안에 대한 배웅이기도 하였지만, 이들과 함께 마를렌에서의 마지막 식사자리는 가지고 싶었던 주안의 바람도 담겨있었다.

그리고 주안은 점심을 함께하면서도 왠지 뚱한 표정의 쥬도를 보며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쥬도 씨는 표정이 영 별로네요? 휴가를 준 게 그렇게 불만이세요?

쥬도가 변했다 해도, 사실 쥬도를 데리고 워프 게이트도 모자라 가문의 비밀통로까지 알려주기에는 조금 힘든 일이었다.

그 때문에 주안은 할 수 없이 쥬도를 잠시 떼어 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에게 휴가 겸 오랜만에 마를렌에 온 것을 이유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좀 보내라는 나름의 배려를 해주었지만 쥬도의 표정은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이런 주안의 말에 쥬도가 애써 표정을 풀어 보려 했지만, 영 불만스러운 표정이 지워지진 않았다.

“왠지 저만 따돌리는 것 같아서 조금 그렇잖습니까.”

“따돌리다니요. 설마요. 그보다 가족들이랑 조금 더 함께하라는 제 배려인걸요. 휴가라고 생각을 하세요.”

“말이 좋아서 휴가지…….”

화려한 황도에서 지내다 보니,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의 바닷바람이 쥬도에겐 상당히 낯설고 밋밋하게만 느껴지나 보다.

이미 황도의 화려함에 물들어버린 듯 시끄러운 시장과도 같은 마를렌은 이제 적응이 잘 안 되는 쥬도였다.

그리고 이런 쥬도를 보며 주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왠지 아쉬워하시는 것 같네요? 피터 경이랑 훈련하시는 게 그렇게 좋으신 줄 전혀 몰랐어요.”

“……한 달 정도 있다가 가도 될까요?”

“두 달이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아니, 그냥 안 오셔도…….”

“딱 한 달, 아니, 보름만 더 쉬다가 가겠습니다. 반드시!”

아무리 피터가 싫다고 해도, 마를렌에 있는 것이 그보다 더 싫다는 듯 쥬도가 주안을 보며 굉장히 진지한 모습으로 약속까지 해버렸다.

그리고 이런 쥬도의 모습에 위체니아나 록산느마저 작게 웃어 줄 정도였다.

“그보다 록산느 경은 몰라도 위체니아 양이나 아르베리아 경까지 황도로 오실 예정인 줄은 몰랐네요.”

“아버지께서 가시니, 저 역시 함께 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가문이야 오빠가 알아서 잘 하실 것이니 말이죠.”

위체니아가 주안을 보며 싱긋 웃어주며 그렇게 말했다.

이미 소벡 백작 가문의 운영은 가주인 레이펀 소벡 백작이 아니라 그녀의 오빠이자 후계자인 엔데버 소벡이 도맡아 하고 있을 정도로 그는 유능하였다.

머지않아서 레이펀 소벡 백작이 자신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리란 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앞으로 3년 후에 레이펀 소벡 백작은 나름 젊은 나이로 은퇴를 하고 엔데버 소벡이 소벡 백작 가문을 이어받았었다.

그런 유능한 아들이 있어서 그런지 레이펀 소벡 백작은 가문의 내적인 부분은 아들에게 맡기고 자신의 이름이 필요한 외적인 일에 나서며 분담을 하고 있는 형태였다.

“엔데버 경이 있으셔서 든든하시겠습니다.”

“신혼의 닭살 돋는 모습만 보여주지 않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죠.”

“하하…….”

눈꼴 시리긴 하지만, 그게 또 가문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좋은 요소로 작용하였기에 크게 불만을 내비칠 수는 없는 듯, 위체니아 소벡의 작은 투정에 주안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실제로 팔불출이 되긴 하지만.’

그가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이전 삶 속에서도 유명했고, 그 때문에 마르티네스 공작가를 버리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그녀의 아내는 바로 펜 남작가의 여식이자 소니아의 언니였기에, 사실 마르티네스 공작가를 위한다기보다는 아내의 가문을 위했다는 게 더 컸지만 말이다.

“저 역시 조만간 다시 황도로 돌아가 공자님을 다시 뵐 수 있게 된다는 게 정말 기쁘고도 자랑스럽습니다! 다시 한번 곁에서 공자님을 제대로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하하…….”

다만,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으로 심히 부담스러운 말을 내뱉는 아르베리아는 조금 대하기 힘들지만.

아스란 왕국에 갈 때도 주안의 바로 곁을 지켰던 게 바로 그였다.

그러한 명령을 내린 것도 엄마였던지라, 그가 다시 황도로 오면 분명 주안, 자신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 엄청 귀찮게 할 것이 분명하였기에 주안의 안색이 조금 나빠졌다.

“그런데 설마 덕트 말란체 전대 남작님께서 오시는 것인가요?”

“아뇨. 이번에는 아버지께서 직접 가신다고 하십니다.”

“젠들리 남작님께서?”

이번 마를렌으로 온 가문의 대표로는 덕트 말란체 전대 남작이 왔지만, 황도로 가는 것에서는 가주인 젠들리 말란체 남작이 오는 듯했다.

“이거, 일이 참 커지는 것 같기는 하네요.”

“뭐, 그렇긴 하지. 하지만 어쩌겠어. 저쪽에서 이쪽을 건든 이상, 제대로 보여주어야 하니까.”

“그렇긴 하지만……”

워랜의 말에 주안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벡브란 전대 공작과 함께 황도로 가는 가문은 이미 다 정해졌고, 대표적인 삼대 백작 가문과 함께 노밀 가문을 중심으로 한 마르티네스 공작 가문의 서부, 북부, 남부, 그리고 중부의 주요 가문들의 가주들이 모조리 간다고 봐도 무방했다.

서부의 로마니아 백작 가문과 중부의 헥사빌 백작 가문. 북부의 소벡 백작 가문과 남부의 노밀 자작 가문.

이들 가문의 가주들은 물론 그 외의 가문들 다수가 마르티네스 공작가를 중심으로 함께 황도로 가는 것인지라, 제국 동부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 봐도 무방했다.

‘가주들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뭐, 이참에 후계자들에게 가문을 어느 정도 맡겨 경험을 쌓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들이 함께 황도로 오는 것도 많은 경험이 되겠지만 그런 후계자들마저 자리를 비운다면 오히려 더 큰 손해가 될 수가 있었다.

아르베리아 말란체나 워랜 노밀은 조금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아마 황도로 가는 많은 가문의 후계자들은 그대로 가문에 남아 가주의 빈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다.

“집에 가기 전에 할아버지에게 인원수가 얼마나 되는지 대충이라도 좀 알아보고 가야겠어요.”

“응? 그건 왜?”

“황도 저택의 방이 모자랄 수가 있으니까요. 가주님들이나 함께 온 주요한 가신들은 몰라도, 기사분들과 병사들을 재울 곳까진 모자랄 테니까요.”

많은 가주가 벡브란 마르티네스 전대 공작을 따라 오는 만큼, 그들을 호위하는 이들의 인원수도 상당할 것이다.

게다가 그런 호위들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하인과 같은 고용인들도 올 것이니, 아무리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황도 저택이 크다고 해도 수천 명 정도 되는 인원 모두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황도로 가서 저택 몇 채 정도는 사놓아야 할 듯해요.”

“……빌리는 게 아니라 산다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빌리는 건 귀찮잖아요. 그냥 몇 채 사두는 게 더 낫죠.”

“스케일이 장난 아니구만.”

황도의 물가를 이미 경험한 워랜은 주안의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간단한 그 말에 완전히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워랜뿐만이 아니라 여기 모인 모두가 비슷한 심정이긴 했다.

단지 주안만은 이들이 왜 그러는지,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갸웃했지만 말이다.

사실 말이 나와서 그렇지만, 주안의 용돈으로도 황도의 저택 한두 채 정도는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부유함은 황가와 비슷할 정도로 엄청났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몇 없었지만 말이다.

“저기, 벡브란 전대 공작님께서 진노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바른 생활 청년인 아르베리아 입장으로선 주안이 이런 일로 혼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기에 조심스레 손까지 들고 말을 꺼냈지만, 주안은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어주며 답했다.

“걱정 마세요. 제 용돈도 있고, 엄마의 개인적인 돈으로 사용하면 되니까요.”

개인적인 용돈으로 황도의 저택 몇 채를 살 것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주안의 모습에 다들 작게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워랜만이 침착하게 주안을 보며 말했다.

“그 뒤에는 어쩌려고?”

“뭐, 가끔 별장 정도로? 그게 아니면 이 신성력으로 우리 집처럼 만든 후에 교단에 비싸게 팔아버려도 되니까요.”

“그게 무슨 창조경제야? 스케일이 너무 크잖아?”

주안의 말에 웬만해선 놀라지도 않는 워랜마저도 이번에는 주안을 황당하게 바라볼 정도였다.

워랜이 이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말을 할 것도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주안은 자신을 매우 이상하고도 황당하게 바라보는 이들에게 작게 웃어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큰 숙박시설을 몇 개 구매해서 쓰다 후에는 가문에서 따로 운영하면 되겠죠.”

“저택보다는 조금 줄긴 했지만, 그것도 상당한데…….”

“에이, 숙박시설 정도는 진짜 별거 아니라니까요.”

“흐음……”

물론 그 숙박시설이 일반인들, 황도의 시민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상인이나 돈 꽤 있는 대상인들도 고민하게 만드는 최고급 숙박시설이겠지만, 주안의 입장에선 그게 보통의 숙박시설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엄한 저택을 사서 차후에 처치 곤란해지는 것보단 필요할 때 사용하고 필요치 않을 땐 그것을 가문 내에서 운영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같기는 하였다.

그제야 아르베리아도 안심이 되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그때를 맞춰서 메데아 대족장님을 초대를 할 생각이니, 기사분들은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그, 그 랭크 8이라는 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예, 록산느 경.”

기사로서, 그러한 엄청난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영광이었고 또한 굉장한 행운이기까지 하였다.

다만, 이렇게 기대를 하는 인물은 록산느뿐이었다.

쥬도에겐 먼 나라의 일이었으며 호기심이 가지만 마법사로서의 순수한 호기심뿐인 위체니아였다.

게다가 워랜이나 토미, 아르베리아 같은 경우는 이미 메데아 대족장을 만나 보았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기에, 어쩐지 자신만 좋아하는 듯하여 록산느의 볼이 발갛게 변하며 몸을 잔뜩 움츠렸다.

“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만들겠지만, 따분한 자리보다는 검으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그분도 좋아하시니까 준비 단단히 하셔야 할 거예요. 게다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풍신 경 역시 초대를 할 수가 있으니까요.”

“응? 스승님을?”

메데아 대족장의 이야기에는 흥미가 없던 워랜도 스승인 풍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워랜을 보며 주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커요.”

“흐음, 주안 공자가 그렇게 말을 하는 걸 보면 오신다는 말과 같은데.”

“으음……. 그런가요.”

신뢰라고 할지, 아니면 주안은 이런 일은 잘 한다는 칭찬인지…….

어쨌든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고로 황도로 오시면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으실 거니까, 기대하세요.”

집에 손님들을 초대한다는 것에 조금은 들뜬 주안이기도 했다. 다른 의미로 다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조용히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물론 뚱한 쥬도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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