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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18화 (218/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18화

“그러면 이제 저 워프게이트를 잘 활용하면 언제든지 마를렌을 오고 갈 수가 있는 거겠네요?”

“뭐, 그렇긴 하죠. 그리고 할아버지도 조금 더 편하게 황도로 오실 수도 있으시고요.”

“……. 그건 좀 불편한데…….”

“예? 왜요?”

꽤 많이 불경한 말이었기에 주안도 조금 놀라버렸다.

그리고 소니아 역시 자신이 한 말에 실수를 느낀 듯했지만,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주안에게 말했다.

“그야, 공작님도 그렇고 안젤라 님도 그렇고…… 사실 벡브란 전대 공작님을 엄청나게 무서워하시잖아요.”

“하하…… 그건 그렇지만…….”

그것은 주안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주안도 이전 삶 속에서 그런 할아버지를 정말 무서워하였고, 너무나 싫어하였기에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하고 싶지 않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할아버지를 제대로 보고 함께 있어 보면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알 텐데…….’

단지 그 우락부락한 외모 탓도 있고 성격이 좀 불같아서 사람을 살갑게 대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어색해할 뿐이지, 가문을 이끄는 이로서는 정말 최고의 인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저 너무 오래 떨어져 지냈고, 그로 인해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 시간이 없어서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나 싶었다.

‘사실 서로 다투면서, 또 사과도 하고 오해도 풀고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데…… 우리 집은 그런 게 없어.’

서로 다투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의견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고 그 이후 어떻게 하냐가 문제이다.

주안은 이전 삶 속에서, 이러한 할아버지와의 충돌 후 그것을 제대로 풀지 않은 채 담을 쌓고, 멀리 떨어진 황도에서 지낸 탓에 그 골이 지나칠 정도로 깊어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더 이상은 그런 일이 없게끔 주안이 잘 해야겠지만 주안만 잘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이 워프게이트를 이용해서, 가족 간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에 주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을 거예요. 아빠나 엄마도 할아버지를 자주 뵙고 하다 보면 예전보단 나아질 거예요.”

“그렇긴 하겠지만…….”

“급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작은 계기를 만들어 주고, 조금씩,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하면 되니까요.”

“우와, 완전 할아버지 같은 말씀이세요.”

“으음……. 그런가요.”

딱히 틀린 말도 아니기에 주안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머쓱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전 삶 속에서도 나잇값을 참 못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또다시 들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오히려 조금 기분이 좋을 정도였다.

“그래도 당장은 말씀드리진 않는 걸 추천해 드려요.”

“네? 어째서요?”

“그야, 벡브란 전대 공작님이 불쑥 나타나시면 안젤라 님의 태교에는 절대 좋지 않을 거니까요.”

“으으으음……. 그, 그래도…….”

주안으로선 절대 그렇지 않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마법 통신을 하는 것만으로도 질색하는 정도인데, 당장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 엄마가 조금 불쌍하긴 했다.

‘확실히. 너무 급하게 갈 필요는 없으니까.’

어차피 곧 할아버지가 황도로 직접 오실 것이고, 그때 엄마와 할아버지의 상황을 봐서 알려드리거나 엄마의 출산 후에 알려드려도 큰 문제가 없을 듯했다.

‘그런데 이거 알려드린 후에는 내 방이 가족들의 모임 장소가 되는 거 아닌가.’

워프게이트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니만큼, 신뢰할 수 있는 이들 외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가 이곳에 찾아온다 해도, 온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고 반대로 가족들이 공작 성으로 워프게이트를 이용해 가더라도 그곳에 있는 이들에게 알려지면 마찬가지로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나올 것이다.

그 먼 거리를 소리소문없이 오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 말이다.

‘이건 나중에 아빠와 할아버지랑 제대로 의견을 나누는 게 좋겠어.’

황도 저택 자신의 방과 공작 성 자신의 방.

두 워프게이트가 설치된 이 장소를 다르게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거, 잘못하면 내 방이 가문의 가장 비밀스러운 장소가 되어버릴 수 있겠는데.’

볕이 가장 잘 들고 야경을 제대로 볼 수 있으며 저택 내에서 편하게 오갈 수 있는 그러한 방이 가장 비밀스러운 방으로 바뀐다는 것도 참 웃기는 일이 될 수가 있었다.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을 해보자.’

생각을 정리한 주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니아에게 말했다.

“뭐, 일단은 그렇게 할게요. 어차피 조만간 할아버지가 황도에 방문하실 것 같으니까요.”

“네? 황도에요?”

갸웃하는 소니아에게 주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링베르가 공작가의 일 때문에 조금…….”

잠시 머뭇거리던 주안은 이내 소니아에게 마를렌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록산느와 토미의 일이라거나, 메데아 대족장에 관한 이야기도 하였지만, 주가 되는 것은 결국 할아버지와 가문의 결단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황가에 대한 태도와 링베르가 공작가에 대한 징벌적인 단죄에 대한 것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안의 이야기를 듣던 소니아도, 이내 일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에 금세 놀란 눈으로 바뀌어 주안에게 말했다.

“이거, 진짜 일이 엄청 커진 것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링베르가 공작가와 황가, 두 거대한 집단에 도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단지 링베르가 공작가 하나라면 소니아도 이렇게 놀라지 않겠지만, 문제는 거기에 황가도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죠. 링베르가 공작가에게 손을 내밀어준 게 황가인지라…….”

“이거, 집안싸움이 꽤 커지겠네요.”

“웬 집안싸움이요?”

갸웃하는 주안을 보며 소니아가 히죽 웃어주었다.

“그렇잖아요. 황가는 도련님에겐 외할아버지댁이고, 링베르가 공작가와는 약혼을 할 뻔한 사이였으니……. 어떻게 보면 집안싸움이나 마찬가지잖아요.”

“…….”

그렇게 들으니 이 엄청난 일이 참 복잡한 집안싸움으로 변해 버린 듯했다.

그렇지만 그 집안이라는 게 국가적인 단위인지라 다른 사람이 들으면 정말 황당한 집안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황도에는 또 엄청 거센 바람이 한 번 불겠네요.”

“바람 정도가 아니라 완전 태풍급이죠.”

제국의 중심이 되는 황가와 그것을 지탱하는 제국 최대의 두 가문의 분쟁이었다.

한쪽은 황가의 피가 흐르는 링베르가 공작 가문이었으며, 다른 한쪽은 최근 황가와 혈연관계로 묶인 마르티네스 공작 가문.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연관되어버렸지만 링베르가 공작가에 잠시 손을 내밀었다 일이 꼬여버린 황가.

‘매듭이 풀어질 것인지, 아니면 더 꼬일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 그 매듭을 잘라 버릴 것인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하아……. 그래도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할아버지가 단단히 벼르고 있긴 하지만…….”

“벡브란 전대 공작님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면 가망이 없다는 거잖아요.”

“뭐, 그렇긴 하죠.”

소니아의 말대로 황도로 올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할아버지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가신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주요 인물들 대부분이 움직일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 정도면 황도로 올라왔던 링베르가 공작가의 규모를 아득히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인지라, 황가에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가 있었다.

더욱이 동부의 마르티네스 공작령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던 벡브란 전대 공작이 직접 움직이는 이상, 보통 일이 아님을 제국 주요 귀족들은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황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도련님. 벡브란 전대 공작님에게 혼나셨다면서 아직도 마르티네스 공작 가문을, 도련님의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시고 계신 거 아니에요?”

“……그렇진 않아요.”

소니아의 지적에 주안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가와도, 링베르가 공작가와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저도 이해하고 있어요. 저희 입장에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도, 가문의 자존심도 지켜야 한다는 것도 저 역시 이제는 동의하고 있어요.”

그리고 소니아를 바라보며 주안이 말을 이었다.

“단지 이 일로 인해서 제국의 단단한 결속력이 깨어지지 않을까, 걱정될 뿐이에요.”

이전 삶 속에서도 그랬다.

그 엄청나고 거대하던 제국에 주안이라는 작은 균열이 발생하고 그것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 결국 그 균열이 거대해져 제국을 무너뜨린 원흉이 되어 버렸다.

지금의 이 분쟁도 할아버지가 오셔서 어떻게 담판을 짓는다 해도, 그게 제대로 해결되지 않다면 링베르가 공작가라는 균열을 남겨놓는 꼴이 될 것이다.

주안은 바로 그 점이 걱정되는 것이다.

제국이 다시 한번,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금이 가다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까 그게 너무나 두려웠다.

“가만 보면 도련님은 다른 사람들을 너무 걱정하시는 것 같단 말이에요.”

“다른 이들이 아니에요. 우리 사람들, 가문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들이니까요.”

“하아, 정말이지…….”

소니아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이내 주안을 쏘아보더니 손가락으로 주안의 가슴을 콕 하고 찌르며 말했다.

“도련님. 도련님은 정말 지나칠 정도로 걱정이 많아서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그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주고, 잘 대해주는 것을 보면 오히려 다행스러울 때도 있었으니까요.”

엄마 품에만 있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주변 사람들, 특히 아랫사람들에게 주안은 모시기 좋은 사람으로 통했다.

쓸데없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지도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말투 또한 그들에게 높여주니……. 이게 부담스러우면서도 그들에겐 또 이 거대 가문을 이끌어갈 주안이라는 존재가 사람들을 아껴주는 다정한 이라는 것에 다행스러워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한 성격이, 때론 상대방에게 얕잡아 보일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지금 저희가, 벡브란 전대 공작님이 도련님에게 실망하셨던 것도 마르티네스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이들보다 바깥에 있는 이들을 더 신경 쓴다는 것…….”

그리고 소니아가 새침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주안에게 말했다.

“……마르티네스의 이름 아래 모여, 가족이라는 우리를 먼저 생각해 주지 않는 도련님에 대해 실망이 커질 거예요. 그리고 도련님이 걱정하는 균열은 우리에게서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아요?”

“그건…….”

“그리고 제국의 균열이요? 그로 인해서 제국이 무너질 수 있다고요?”

새침하고 도도한 모습의 소니아가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은 황제 폐하도 아니고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가주님도 아니세요. 그러한 걱정은 적어도 그 위치에 오르신 뒤에 하셔도 늦지 않아요. 그리고 설령 그러한 일이 있더라도…….”

그리고 이내 소니아가 주안을 보며 활짝 웃어주며 말했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 아닐까요?”

“누나…….”

그 말이 옳았다.

지금 그런 걱정을 하며 고민을 할 때가 아니었다.

그러한 일을 해결할 능력도 없고 걱정만 하며 참견하는, 오지랖 많은 존재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고는 주안도 고민과 걱정이라는 짐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채 가벼운 미소를 지을 수가 있었다.

“……고마워요.”

“고마울 필요 없어요. 저도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최측근! ……인 가문의 딸인 이상, 도련님을 보살피는 것도 제 의무이니까요.”

나잇값 못하게 항상 덜렁거리고 워랜과 아옹다옹하며, 그 엄청난 안젤라 공작부인이라는 자신의 엄마와도 친구처럼 지내는 천방지축 누나이지만, 주안은 그 누구보다 소니아에게 감사했고 고마워했다.

이전 삶 속에서 자신이 버렸던 엄마의 곁을 끝까지 지키고,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었던…… 그런 분이셨으니까.

그렇기에 항상 미안한 감정을 가지면서도 늘 고마워할 수밖에 없는, 그런 친누나와도 같은 분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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