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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11화 (211/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11화

드래곤의 외견은 거대한 도마뱀과도 같다고 하였다.

그들 역시 성장하고, 성장이 끝난 성체는 거대한 산과도 같다 하였지만 직접 본 이는 없었다.

그저 상상으로, 또 그들과 비슷한 존재라 여겨지는 동방 대륙의 용을 떠올리며 종합하여 내놓은 답이었다.

실제로 동방 대륙의 용은 마치 뱀과도 같았지만 그 얼굴은 도마뱀과도 흡사했다.

아니, 애초에 도마뱀과 뱀의 얼굴은 닮은 구석이 많았으니까.

“이게, 드래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 거대한 거체는, 바위산과도 같았던 이것은 주안이 책으로 보았던 상상 속의 드래곤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었다.

조금 다르다면, 뿔이 단 하나였으며 그 크기가 매우 컸다는 점이다.

바위산이라 생각하였지만, 가까이서 본 그 거체는 촘촘한 연갈색의 비늘이 자리를 잡고 있는, 말 그대로 거대한 파충류…… 날개가 달린 도마뱀을 연상시킨다.

“우와, 우와, 우와아!”

주안도 놀랐지만, 소니아는 아주 눈까지 반짝이며 냅다 달려가 두려움 따위도, 경외감 따위도 전혀 없다는 듯 그저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드래곤의 거체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드래곤……. 내 눈앞에 드래곤이! 스승님에게 자랑…… 은 안 되겠구나. 으으……!”

“……세기의 발견을 한 것 치고는 쪼잔한 자랑이긴 하네요.”

그래도 마이스터 모레노가 경악하는 모습을 주안도 한 번쯤은 보고 싶기는 하였다.

그를 자주 만나본 것은 아니었지만, 나이에 어울리게 매우 근엄한 할아버지였고 황궁 내에서도 그의 앞에 서면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마법사로서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학자로서도 지식이 매우 많은 인물로, 현 황제의 스승이기도 하였다.

그런 그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을 지금 주안이나 소니아는 벌써 몇 번이나 보고 겪고 경험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런 주안의 핀잔에 소니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거대한 드래곤의 비늘을 만질까 말까 고민하며 말했다.

“그치만 이건 정말 자랑할 수밖에 없는 일이잖아요. 마법 학계가 발칵 뒤집히는 것만이 아니라 스승님이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일일걸요.”

“그러면 더더욱 알리면 안 되겠네요. 나중에 제가 신성력으로 건강하게 만들어 드린 뒤에 생각해 볼 일이긴 하지만…….”

뭐, 그렇다 해도 알려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마이스터 모레노가 쓰러지는 것도 큰일이긴 하지만, 애초에 이곳에 있었던 일을 바깥에 발설하면 안 되었으니 말이다.

소니아 역시 그것을 알기에 조금 아쉽긴 해도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고, 그런 그녀의 말도 농담을 알기에 주안 역시 별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덤이라고 했으면, 이 드래곤은…… 시체인 거예요?”

소니아가 조심스레 아미엘을 보며 물었다.

“생물학적으로는 이미 그 생명 활동을 멈추었으니, 시체라는 말이 옳겠지.”

확실히 주안이 보기에도 눈앞의 이 거대한 생명체에게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직접 보아도 그렇지만, 주안은 그러한 것을 보다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

신성력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의 생명력을 보다 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살아 있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살아 있다는 그 느낌은 신성력을 가진, 성흔을 가진 주안에겐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이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하는 것.

살아가는 자와 죽어가는 자를 구별하는 것.

살릴 수 있는 자와 살릴 수 없는 자를 구별하는 것.

신성력을 가진 이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꼈고 주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눈앞의 이 거대한 산과도 같은 드래곤에게서는 그러한 살아 있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에는 이렇게 신성력이 충만한데…… 이 드래곤에게서는 그런 게 전혀 없어.’

마를렌으로 인해서 변한 이 창조된 공간은 주안이 가진 신성력과 똑같은 신성력의 힘이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저 거대한 드래곤을 신성력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해도 그 속까지 채워주고 있지는 않았다.

마치 저 드래곤의 시체가 세월의 파도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처럼, 보호해 주고 있었다.

“마를렌 님은 단지 이 장소를 만드는 것에 도움을 준 게 아니라, 저 드래곤의 시체를 보호해 주기 위한 신성력 때문에 이곳에 오신 거죠?”

“알아차렸느냐?”

“……예, 저도 일단 이걸 가졌으니까요.”

주안이 자신의 왼손을 들어 성흔을 보여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미엘은 주안을 조금 다시 보는 듯, 살풋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래, 아무리 드래곤이 강대하고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던 절대적인 존재라 하나, 그들은 영원불멸의 이들은 아니었다.”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교단에서 말하는 신, 단 한 분밖에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래, 전지전능한 신. 그분밖에 없으시지.”

주안의 말에 아미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태어나고, 유아기를 보내며, 성장하여 어른이 된 후…… 삶을 마감하는 것은 모두가 같다. 그리고 결국 모두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드래곤이라도 하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

그것은 신이 정해놓은, 세상을 정립하며 만들어낸 절대적인 법칙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거스를 수 없다.

그들 역시 신의 피조물.

자연의 일부였으니 말이다.

“변하지 않을 자연의 섭리를 드래곤은 거스를 수 없었다. 때문에 크세니아는 자연의 섭리를 조금 뒤트는 행동을 하여, 자신의 육신을 이 세상에 그대로 묶어두려 하였다.”

“언젠가 있을 이종족들의 위험을 피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그러하다.”

영원히 살 수 없다면, 그 껍데기만이라도 세상의 풍파 속에서 바스러지지 않도록 한다.

크세니아가 행한 그 행동은 어떻게 보면 불멸과도 같았지만, 그것은 속이 전혀 없는 껍데기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를 과연 거스른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주안도 의아할 따름이었다.

무엇보다 육신만 남긴 채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마를렌의 성흔이라면 그것이 가능하였다. 그 힘은 신의 힘. 자연의 섭리마저도 거스를 수 있는 절대적인 생명력의 힘.”

다만, 그렇게 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것은 결국 신의 힘.

성흔과 신성력, 그리고 마를렌의 힘이었다.

“때문에 그의 육신은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지. 육신만 남겨둘 수 있다면, 그는 언제든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 터이니까.”

“다시 이곳을 찾아요?”

의아한 그 말에 주안이 갸웃하자, 아미엘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돌려, 드래곤의 거대한 뿔을 보며, 아니,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보며 말했다.

“안 그런가, 크세니아여.”

“네?”

아미엘의 그 말에 주안과 소니아가 흠칫 놀라며 그 시선을 따라 뿔의 끝을 바라보자, 낯선 한 남자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인지 조용히, 흥미로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놀란 눈을 한 주안과 소니아에게 마치 옆집에 사는 친한 이웃처럼 손을 흔들어주더니, 아미엘을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이야, 아미엘.”

“오랜만이라……. 너는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인지 아는 듯하구나.”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싱글거리는 그 미소에 아미엘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그 남자는…… 크세니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높은 곳에서 훌쩍 뛰어내리더니 느릿하게 바닥으로 내려와 사뿐히 착지하였다.

‘이 사람이, 드래곤 크세니아……?’

하지만 주안으로선 도통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남자는 꽤 호리호리한 체구의 젊은 남성이었다.

그저 겉모습만으로 판단한다면, 워랜과 비슷한 나이대를 가진 사람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만큼 평범한 이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드래곤이 아닌 사람으로밖에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문제는 그가 왜 이곳에 있냐는 것이다.

이곳은 무덤이었고, 이 무덤의 주인은 바로 크세니아, 그 본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시체는 시간을 거스른 채 여전히 존재해 있었지만, 또 다른 크세니아라는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가 나타나 주안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그 모든 것에 혼란을 느낀 주안은 그저 그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크세니아는 지면으로 내려와 아미엘에게 다가가다 자신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는 주안의 모습에 갸웃하였다.

“너는…….”

그리고 우뚝 멈추어선 채 주안을, 아니, 주안의 왼손에 새겨진 성흔에 그 시선이 고정되었다.

“헤에, 너구나. 바로 너였구나.”

“네, 네?”

마치 주안을 예전부터 잘 안다는 듯, 반갑게 주안의 손을 잡고 붕붕 흔들며 친근함을 보이는 그 행동에 주안은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차가움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표정도 다양하고, 그 행동도 거침이 없으며, 감정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생기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 그 신성력을 나한테 써도 소용없어. 너 마를렌을 닮아서 다정하구나?”

“아, 그게…….”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맞잡은 손을 통해 크세니아에게 신성력을 흘려 넣었던 주안은 그의 말에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례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딱히 그런 건 없었으니까 마음을 쓸 필요도 없어.”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주안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는 그의 행동은 정말 친한 형과도 같았다.

넉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 성격이 원래부터 이랬던 것일까.

그것은 주안으로선 알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가 썩 나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마를렌이 아니라 마를렌의 자손이 왔다는 것은, 마를렌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거지?”

“제가 마를렌 님의 자손이라는 것을 아셨어요?”

“알지. 눈 코 입, 전부 닮았으니까. 무엇보다, 이 성흔이 그 증거고 이 신성력이 마를렌의 것과 똑 닮았으니까.”

아미엘도 그렇고, 크세니아 역시 주안의 외모나 성흔, 신성력을 보고는 단번에 주안이 마를렌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안으로선 도통 이해가 안 되었지만, 아미엘이나 크세니아에겐 그녀가 조금 특별한 존재라는 것만큼은 알 수가 있었다.

“크세니아여, 잡담은 그쯤 해두는 것이 어떠하느냐.”

“아~ 너는 말투가 어쩜 그렇게 변하는 게 없니? 세월이 흘러도 변화라는 게 없어.”

“너와 나의 세월은 큰 차이가 있다. 그 이전에 나에게 변화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래서 재미없다는 거야.”

콧방귀를 뀌며 투덜거리는 크세니아의 모습은 주안이 상상하던, 그리고 바로 곁에 존재하는 드래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게다가 아미엘은 이러한 크세니아의 행동에 작게 한숨을 내쉬자, 크세니아 역시 작게 투덜거리다 이내 그 표정을 바꾸며 아미엘을 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그보다 결국 돌아왔구나?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역시 너는 알고 있었구나.”

“그야 당연하지.”

그리고 크세니아는 사뿐거리며 아미엘에게 다가가며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아미엘의 그 눈을 마주한 채 조용히 말했다.

“너를 네 고향으로 쫓아낸 것이 바로 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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