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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04화 (204/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04화

“룬 문자?”

갸웃하는 아미엘의 모습에 소니아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미엘이 의아해하자, 곁에 있던 세냐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 언니는 룬 문자를 이용한 마법을 알고 싶어 하세요.”

“그것을 왜…….”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는 데 당연히 필요한 것이 바로 룬 문자였다.

그것을 알고자 하는 소니아의 행동, 저 간절함이 도저히 아미엘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이 세상의 마법사들은 룬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요, 아미엘 님.”

“그게 무슨 말이더냐. 룬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어이해서 마법을 쓴다더냐.”

“저도 방금 저 오빠네 집에 갔다가 안 사실이에요. 지금 세상의 마법사들은 룬 문자를 이용한 마법이 아니라, 수식이라는 전혀 다른 복잡하고 머리 아픈 계산식을 써서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요.”

“수식? 저 아이가 말하였던 위고르라는 이가 만들었다는, 그것 말이더냐?”

“네.”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기만 하였기에 위고르가 만들었다는 수식마법에 대해선 딱히 질문하지 않았고, 크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에게 그 지식은 애초에 없는 지식이었고 그다지 필요 없는 지식이었다.

마법사란 늘 새로운 것을 창시하는 존재이기에 그러한 연구의 한 가지 마법 정도로 생각했다.

그녀가 알고 싶어 하던 것은 속성력과 용언의 연관성이지, 현재의 뒤떨어지는 마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마법이 아미엘 자신이 알던 그때의 마법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에 짐짓 놀란 듯 소니아를 바라본다.

“대암흑기인지 뭔지, 정신 나간 시대에 마법의 상당수가 실전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마법의 근간 자체가 사라졌었나 봐요.”

“그러하구나……. 그래서 이 시대의 마법이 그토록 뒤떨어져 보였구나.”

실력의 차이가 극심하기에 아미엘은 간단히 소니아의 마법의 주도권을 가져와 자신이 제어였지만, 그게 아니라 아예 현재의 마법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듯하였다.

“해서 저 언니는 룬 문자, 그것을 통해 룬 마법을 복원하고 싶거나, 그저 사용하고 싶거나…… 뭐, 그런 생각이겠죠.”

“마, 맞아요. 사라졌던 룬 문자를 이용한다면, 저희 마법계는 정말 완벽하게 달라질 수가…….”

눈까지 반짝이며 아미엘을 보며 말을 하는 소니아였지만, 아미엘은 그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구나. 나는 인간들에게 이것을 또다시 전할 수가 없구나.”

“또……?”

그 말의 뜻을 몰라 갸웃하는 소니아였지만, 금세 얼굴에는 실망감으로 인한 우울함이 가득 담겼다.

게다가 아미엘의 곁에 있던 세냐마저 그동안 소니아와 나름 친근하던 그 모습을 지우고 차가운 눈으로 소니아를 보며 말했다.

“제 생각도 같아요. 저 언니라면 그나마 개미 눈물만큼이나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인간들은 절대 안 돼요.”

“세, 세냐…….”

“오히려 잘되었다 생각해요. 인간들에게 룬 마법이 사라졌다면, 정말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라고 볼 수 없을 테니까요.”

아무리 인간들이 이종족을 잊고,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지만 강력한 무기 중 하나를 다시 쥐면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몰랐다.

인간이라 본디 그랬다.

무언가 하나를 선의로 전해주면, 남은 하나를 뺏으려드는 멍청하고도 욕심 많은 존재.

현재는 양손에 쥐고 있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지만, 언제 다시 그것을 쥐고 휘두를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변덕스러운 존재다.

그것을 너무나 많이 겪었기에, 아미엘이나 세냐는 냉정하다 하더라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우…… 그치만…….”

다만,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좋은 기회를 바로 눈앞에 두고도 손을 뻗지 못하는 것이 억울했던 것인지, 소니아는 반쯤 울먹였다.

이런 소니아의 모습은 확실히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주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소니아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여주며 말했다.

“이해해 주세요, 소니아 누나. 아미엘 님이나 세냐와 같은 요정들은 인간을 믿지 못하세요.”

“네? 대체 왜…….”

“이걸 설명하려면 조금 길고……. 사실 알려 드리기도 힘든 일이라…….”

“정말 비밀도 많아요. 저를 여기까지 데리고 와서도 아직 비밀로 할 게 남으셨어요?”

“죄송해요, 누나.”

작게 토라진 듯 볼을 부풀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소니아의 모습에 주안은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소니아를 보며 아미엘이 조용히 물었다.

“너는 진심으로 나에게, 룬 문자와 룬 마법을 배우고 싶은 것이더냐.”

“네.”

“어떤 힘든 일이 있다 하여도?”

“물론이에요.”

전혀 고민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소니아.

그리고 그런 그녀를 빤히 지켜보던 아미엘이 말했다.

“하면 한 가지 맹세해 줄 수 있겠느냐?”

“맹세요?”

“현재의 세상 역시 나름 그 틀을 잘 잡고 움직이고 있다. 비록 마법의 근간인 룬 문자가 사라졌다 하여도, 그것을 대체할 것을 만들어 그 자리를 대신할 정도로 말이다.”

세상을 나가 모든 것을 본 것은 아니지만, 세냐를 통해, 주안이 전해준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녀도 대충 파악했다.

그렇기에 그녀 나름의 생각과 판단을 하며 소니아에게 말했다.

“만약 이 룬 문자가 다시 세상에 드러나, 인간에게 흘러 들어간다면 마법의 발전의 속도는 분명 비약적으로 빨라지겠으나, 그만큼 빠르게 폭주하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을 터.”

“그런 일은…….”

주안이 조용히 말을 꺼냈지만 아미엘은 오히려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나는 비록 저 아이의 부탁으로 너를 이곳에 초대하였으나, 너라는 아이가 믿을 수 있는 이라고 말해주었기에 나 역시 거기에 응한 것이다.”

애초에 주안을 믿기에, 그리고 주안이 믿는 아이이기에 이런 말을 꺼낼 수 있었다.

“하여, 나는 너에게 그 믿음에 맞는, 네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도록 하마.”

“아미엘 님!”

“정말요?!”

놀라는 세냐와는 달리 소니아는 표정이 확 밝아졌다.

“단, 너는 이것을 타인에게 알려주어선 안 된다. 너의 부모도, 너의 반려자도, 너의 아이들에게도.”

“네? 하, 하지만…….”

“나는 인간을 믿지 않으나, 저 아이가 믿는 너를 믿는 것도 고려해 볼 생각이다.”

그 말에 오히려 고민하게 된 것은 소니아가 아닌, 곁에 있던 주안이었다.

자신을 믿어주는 것은 고마웠지만, 그 외의 타인을 믿는 것에는 여전히 큰 고민을 할 정도로 그녀의 인간불신은 꽤나 깊었다.

그것을 이해하며 현재의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인간들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받은 이였으니, 주안이 그런 인간의 편에 선다면 아미엘이 큰 상처를 받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나, 순수하게 믿을 수 수는 없기에 너에게 한 가지의 안정장치를 심어두고 싶구나. 이것에 동의한다면, 너에게 룬 문자와 그와 관련된 마법을 알려주도록 하마.”

하지만 아미엘은 조용히 말을 이으며 소니아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

“이것을 어긴다면 죽음이 너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너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하나, 보지 못할 것이며 말하지 못할 것이며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아, 아미엘 님?!”

“누군가 너를 해하지 않는 이상 평생을, 너는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주안은 아미엘의 그 말에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차가운 얼굴로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솔직히 오싹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기에, 뭐라 말할 수도 없었다.

그저 지금은 조용히 소니아의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그녀가 차분하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할게요!”

“…….”

……벌어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소니아는 그딴 것 필요 없다는 듯 냅다 손을 들고 외쳤다.

그 활기찬 모습에 주안만이 아니라 아미엘이나 세냐, 테이블 한쪽에서 머리 아픈 이야기는 뒤로한 채 과일을 오물거리던 마냐와 아냐까지 먹던 것을 놓은 채 소니아를 멍하니 바라볼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시선에도 소니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어차피 마법계에 깊은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승님과도 그저 속성으로 가르침을 받은 사이일 뿐이라 크게 상관도 없거든요.”

사실 마법계 어쩌고 한 것도 어떻게 보면 연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야 당연하겠죠. 우리 엄마가 마이스터 모레노 님에게 엄청난 돈을 드려서 속성 과외를 시켰으니까요.”

“시, 시끄러워요. 맞는 말이지만, 재능이 없으면 애초에 그런 것도 못 받는다고요.”

주안의 한 마디에 소니아의 얼굴이 빨개져 소리쳤지만, 사실 소니아의 말도 맞는 말이기는 하였다.

거금을 주면 가르쳐 주는 마법사들이 많았고, 마이스터 모레노 역시 자신의 다양한 실험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였기에 이것을 애용하였다.

그렇다고 재능도 없는 이를 받아들여 가르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소니아는 확실히 재능과 뛰어난 머리, 마법적 실력에 속성력까지 갖추었기에 그저 부탁과 돈으로 키운 제자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녀를 정식 제자로 들이려고 했던 것도 마이스터 모레노였지만, 그것을 거절한 것도 소니아였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소니아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뭐, 위체니아 언니에게 이걸 가지고 놀리지 못하는 게 아쉽긴 하겠지만 상관없어요. 저는 룬 문자를, 그리고 룬 마법을 꼭 배워야 해요.”

“성격 나쁘시네요.”

“흐흥~ 안젤라 님이랑 같이 있다 보면 이렇게 되거든요.”

“그거 그냥 천성이잖아요.”

“아니거든요?!”

주안의 작은 중얼거림에 소니아가 으르렁거리며 노려보자, 주안은 슬쩍 그 시선을 피하고는 차만 홀짝였다.

그리고 이런 소니아를 보며 아미엘이 정말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어이하여 너는 그토록 이것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더냐. 마법의 발전을 위한 것도 아닐 터인데…….”

“그야 당연하잖아요.”

소니아는 아미엘의 말에 당당하게 가슴을 쭈욱 펴며 말했다.

“저는 제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만 하니까요.”

생긋 웃으며 주안에게 윙크를 날리는 소니아.

그 지켜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안, 자신도 포함이 되겠지만, 주안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엄마인 안젤라의 자리가 더 클 것을 주안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소니아였기에 주안 역시 웃어줄 수가 있었다.

‘정말이지, 못 말리는 누나라니까.’

그 무시무시한 맹세의 증표 따윈 정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마법 실력을 더 성장시켜 안젤라를 지켜주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뻐하니 말이다.

이런 소니아였기에 주안도 진심으로 누나처럼 따랐고, 그런 그녀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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