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의 마마보이 203화
아미엘은 먼저 자신이 궁금했던 부분을 먼저 물었다.
소니아는 잠시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속성력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말씀이세요?”
이곳이 어디이고, 이 방은 무엇이며, 눈앞의 아미엘이 어떤 존재인지 그 모든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소니아는 금세 혼란스러움을 잠재우고, 차분한 모습과 어투로 됨루었다.
이러한 소니아의 모습이 매우 의외라는 듯, 아미엘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아미엘의 표정만 봐도 그 생각을 파악할 수 있었던 주안이 쓴웃음을 지었지만, 주안 역시 소니아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정말이지 이상한 부분에선 어른스럽단 말이야.’
주안이 알고 있는 소니아는, 그리고 알고 지냈던 소니아는 확실히 나잇값을 못 하는 푼수 누나 같았다.
나이와 신분을 초월해 자신의 엄마인 안젤라와 다투며, 워랜과도 자주 싸우고, 솔을 놀릴 때는 워랜과 한마음 한뜻이 되기도 하는 소니아였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 누구보다 냉정해질 수 있는 듯했다.
‘아니지. 원래 이런 모습이 소니아 누나일 수도 있지.’
지금의 소니아는 분명 천방지축이었지만, 이전 삶에서 함께했고, 마지막을 지켜보았던 주안에겐 오히려 이 모습이 더 낯익었다.
‘그땐 정말 웃는 모습을 제대로 보는 게 힘들었지…….’
그것은 주안으로 인한 것일 테다.
워랜과의 사이도 틀어져 얼굴을 보기 힘들었고, 가문은 점차 기울어지는데, 언제나 지켜주고 싶었던 안젤라는 점점 더 이상한 방향으로 주안에게 집착했다.
당시 그것을 말리지 못하고, 상황을 올바르게 이끌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 때문이지 아니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어.’
적어도 지금의 이런 차분한 모습은 마법사로서의 소니아의 모습인 듯했다.
냉정하게 주변을 살피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정한 뒤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다분히 마법사의 계산적인 그런 행동 말이다.
“그러하다. 나의 궁금증은 네가 가지고 있다는 그 속성력에 있구나.”
이 세상의 마법에도 관심이 있지만 아미엘 역시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역시 어떻게 보면 마법사였으니 말이다.
아미엘의 말에 소니아가 잠시 지만, 이 궁금증을 최선을 다해 풀어준 뒤,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자고 생각하며 속성력에 대한 것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뒤 말했다.
“역사적인 자료로 남겨진 속성력을 처음으로 소유한 인물은, 최초로 대륙을 통일한 캄파니아 제국의 개국공신, 위고르 공이라고 해요.”
마법사들이 그 시절부터 딱히 작위에 연연하지 않았던 것은 그대로였던 것인지, 아니면 그때부터 쭈욱 전해져 오는 전통인지는 몰라도, 대단한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귀족으로서의 작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능력 자체가 이미 귀족 그 이상의 위치였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위고르 공이라…… 아, 나도 역사책에서 봤던 그 사람이구나.’
주안은 무작위로 많은 책을 읽었고, 현재 차고 있는 마법 팔찌 속에도 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니아의 말에 주안 역시 위고르 공이 누구인지 금세 깨닫고는 흥미로운 눈으로 소니아를 바라보았다.
“대암흑기와 캄파니아 제국이 대륙을 통일하기 이전까지 오갔던 수많은 전쟁으로 인해서 마법의 대부분, 아니, 전부였던 룬 문자를 잃어버린 뒤 수식마법을 창시하고 가장 먼저 속성력을 받아들였다고 알려진 분이시죠.”
대암흑기라거나 캄파니아 제국에 관해서는 주안에게 들었고, 세냐에게서도 보고받은 아미엘이었다.
그렇기에 그 부분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수식마법이 무엇인지 몰라 금세 갸웃하였다.
그리고 이런 아미엘의 의문에 주안이 먼저 나서서 소니아에게 물었다.
“그 위고르라는 분이 수식마법도 창시하셨다는 거예요?”
“네, 맞아요. 마법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발현해야 더욱 효율적인지를 알려주신……. 현대 마법의 아버지와도 같으신 분이세요.”
하지만 소니아는 이내 장난 가득 미소를 지으며 주안과 아미엘에게 말했다.
“한 가지 재미난 점은, 그분의 마법적 실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는 거예요.”
“……예? 그게, 가능해요?”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 정도의 인물이었고, 캄파니아 제국의 개국공신이라면 사이캄 대제의 곁에 나란히 섰다는 인물이었다.
그만한 사람이 소니아에게 마법적 실력이 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평가를 받을 사람이라는 게 주안으로선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분의 대단한 점은, 말했다시피 마법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형태로 계산해야 최고의 효율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 밝힌, 수식마법의 창시자라는 점이에요.”
한마디로, 그냥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뛰어났다는 의미인 듯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기사로서 실력은 썩 좋지 않았지만 기사를 키우는 것에 매우 뛰어난 이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당시 속성력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없었기에, 그분이 가졌던 그 힘이 속성력이라고 칭해진 것도 한참 뒤였어요.”
주안 역시 책을 통해 기억해 낸 위고르 공의 전기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도 비슷하긴 하였다.
그가 최초의 속성력을 가졌던 인물이었지만, 그 속성력보다 더 부각된 것이 수식연산을 이용한 마법의 새로운 창시였으니 말이다.
“사실 이 속성력이 대체 왜 나타난 것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다만 속성력은 말 그대로 자연의 힘을 그대로 끌어다 사용하는…… 마법과는 무언가 다른 힘이라고만 알려져 있을 뿐이에요.”
“마법과 다른 힘이라…….”
“마법은 인위적으로 자연의 힘과 가깝게 사용하는 것들이 많지만, 속성력은 자연 그 자체의 힘이거든요.”
“…….”
무언가 떠오른 듯, 아미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의 힘…… 확실히 그 힘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권능을 부여받은 게 바로 그들이었으니…….”
“네?”
“아니다. 계속 설명해 주지 않겠느냐.”
아미엘의 작은 중얼거림에 소니아가 갸웃하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아미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는 듯 소니아가 갸웃하였지만, 주안은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였기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란, 바로 드래곤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사실을 나중에 전해 듣게 된다면 소니아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니, 곧 함께 갈 드래곤의 무덤에 간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조금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현재의 이 차분함을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 세냐에게 불려와 주안, 자신의 방으로 달려왔을 때의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에 주안 역시 묘한 미소를 짓자, 이번에는 소니아만이 아니라 세냐마저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주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에 부끄러워진 주안이 고개를 돌렸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속성력은 4대 원소인 불과 바람, 물과 대지. 이 네 가지예요. 다만, 두 가지 이상의 속성력을 가졌던 분들도 계셨고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속성력을 가졌던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도 있어요.”
“새로운 속성력?”
“확실한 것은 아니에요. 그저 역사적인 자료에 그렇게 나와 있었어요. 4대 원소 외에, 얼음과 번개의 속성력도 있었다 하니까요.”
그렇게 알려져 있다고는 해도 현재 알려진 속성력을 가진 마법사 중에 얼음과 번개의 속성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두 가지의 속성력을 가진 이들은 현재도 있었으며, 대표적인 인물은 제국의 황립마탑의 주인인 마이스터 모레노였다.
소니아의 말에 여전히 의문이 남긴 했지만, 인간들에게 남겨진 역사적인 자료가 많이 소실되었고, 이것은 마법사들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한 듯 아미엘이 작게 고개를 끄덕엿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나의 청을 좀 들어주겠느냐? 하면 나 역시 네가 원하는 일에 도움을 주도록 하마.”
“얼마든지 부탁만 하세요!”
침착하게 아미엘의 말에 고분고분 답해주던 것도, 다 이것을 위한 일이었다.
드디어 알고 싶어 하는 일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오자 소니아의 표정이 확 밝아지며 성격이 그대로 나왔다.
하지만 아미엘은 급변한 소니아의 모습에도 침착하게, 오히려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의 속성력과 마법을 지금 이 자리에서, 나에게 보여줄 수 있겠느냐?”
“제 속성력과 마법을요?”
아미엘의 말에 잠시 갸웃하던 소니아였지만,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니기에 금세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그 위에 바람의 속성력으로 만든 작은 돌개바람을 형성시켰다.
그리고 반대쪽 손에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빠르게 생성시킬 수 있는 마법의 바람을 일으켰다.
주안은 이러한 속성력을 꽤 자주 보았기에 딱히 신기한 것은 없었지만, 속성력과 함께 동시에 마법을 같이 사용하는 소니아의 그 재능 넘치는 모습에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서로 다른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었고,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속성력은 사실 마법과는 별개라고 봐도 된다지만, 그렇다고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으니까.
주안만이 아니라 아미엘 역시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이질적인 힘이로구나. 그 왼쪽의 것이 속성력이라는 것이더냐.”
“한 번에 알아보시네요.”
평범한 마법사라면 쉽게 구분하지 못했겠지만, 아미엘은 그것을 단번에 꿰뚫어 본 듯했다.
“잠시 실례하겠느니라.”
“네? ……아?!”
아미엘이 그렇게 말하며 두 손을 뻗자, 소니아는 그 행동이 무엇인지 몰라 잠시 갸웃하였다.
하지만 소니아의 손바닥 위의 허공에 있던 속성력과 마법의 돌개바람이 아미엘의 손이 닿자, 그 제어권이 아미엘에게 넘어가 버린 듯, 소니아의 손을 떠나 아미엘의 손으로 향했다.
“어, 어, 어떻게…….”
“…….”
하지만 아미엘은 그런 소니아의 놀라움에 답해주기보단 아미엘은 자신의 손에 온 두 개의 돌개바람을 빤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그것을 지켜보던 아미엘은 마치 빌려온 물건을 돌려주듯, 조심스레 다시 소니아의 양 손바닥 위에 두 개의 돌개바람을 전해준 후 말했다.
“많은 참고가 되었구나. 고맙다.”
“아, 예. 네…….”
소니아가 멍하니 아미엘을 바라보자, 주안도 그 심정을 이해했기에 조용히 소니아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타인의 마법을 자연스럽게 빼앗는 행위는 마법사에겐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어느 정도 의문은 해소되었구나. 답은 그곳에 가서 얻어야 할 듯하다.”
그곳이 어디인지, 주안은 알지만 소니아가 갸웃하였다.
하지만 아미엘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소니아가 가장 원하는 말을 꺼내었다.
“하면, 너의 궁금증은 무엇이더냐, 소니아 펜.”
그리고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소니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룬 문자! ……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황급히 존댓말로 바꿔 조용히 말하는 소니아.
그 행동에 주안이나 세냐가 지그시 지켜보자, 소니아는 몸을 움츠린 채 볼을 발갛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