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의 마마보이 190화
“아아~ 우리 주안이 보고 싶어~”
“제발 침대에 뛰어들지 마시라고요!”
침대로 점프하는 안젤라의 모습에 깜짝 놀란 소니아가 황급히 마법을 발동시켜 그녀를 부드럽게 받아냈다.
하지만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침대 위를 뒹굴거리는 안젤라의 행동에 소니아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곁에 있던 전속 하녀인 마리아는 어쩔 줄 몰라 하였다.
“지금 홑몸도 아니신데 자꾸 그러시면 공작님에게 다 일러 버릴 거예요!”
“흥~ 이다, 뭐. 하나도 안 무섭거든?”
안젤라가 베~ 하고 혀까지 내밀고 소니아를 놀리자 소니아의 표정이 무시무시하게 변해갔다.
그 때문에 마리아가 황급히 소니아를 말렸다. 그러지 않았다면 정말 또 한바탕 싸워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젤라는 그러거나 말거나 침대 위를 뒹굴뒹굴 굴러다니는 것도 모자라 베개를 끌어안기까지 하였다.
그 행동에 소니아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소리쳤다.
“아니, 이 새벽에 주안 도련님 보고 싶다고 일어나서 사람 귀찮게 하시는 것도 모자라서, 도련님 방에 와서 도련님 침대 위를 굴러다니면서 도련님 베개까지 끌어안는 건 대체 뭐예요?!”
“우리 주안이가 너무너무 보고 싶단 말이야……. 이렇게 우리 주안이 냄새라도 맡지 않으면 잠도 못 자겠는걸.”
“깨끗하게 다 빨아서 도련님 냄새 같은 거 하나도 안 남아 있거든요?”
“아니거든? 우리 주안이 냄새가 가득하거든?!”
“그딴 걸 대체 어떻게 아시는 건데요?!”
정말 그 냄새를 맡는 듯 주안의 베개를 끌어안고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는 안젤라의 행동은 정말 사람을 질리게 한다.
매일 하루 한 번씩 베개든 이불이든 침대 커버든 깨끗하게 세탁하는 것도 모자라, 주안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다 깨끗해지는 이상한 저택이 된 상황에서 그딴 냄새가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안젤라는 오히려 소니아가 이상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그야 우리 아들이니까. 사랑하는 아이니까 다 알지. 넌 어쩜 그런 것도 모르니.”
“……하나도 모르겠다고요.”
정말 지친 것인지, 소니아가 소리칠 기운도 없다는 듯 어깨를 추욱 늘어뜨린 채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안젤라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서 주안의 방까지 끌려온 탓에 비몽사몽 한 상태인 것도 모자라 잠옷 바람이었다.
“하아…… 우리 주안이한테 연락이라도 할까.”
“이 새벽에요?”
“응!”
“…….”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안젤라의 모습에 퀭한 눈으로 바라보던 소니아가 작게 말했다.
“……그러다 벡브란 전대 공작님에게 분명 혼나실 걸요.”
“웃?!”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 저택 내의 서열 1위인 안젤라라고 해도 시아버님인 벡브란 전대 공작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거북하였다.
기본적으로 잘 맞지 않았고, 그녀의 과소비적인 것과 차분하지 못한 행동을 무척이나 매우 못마땅해하였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게다가 주안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 삼는 탓에 그녀는 시아버님인 벡브란 전대 공작을 대하기 매우 어려워했다.
벡브란 전대 공작 역시 이런 안젤라를 보면 속에서 열이 끓어올랐고 말이다.
“우우……. 그래도, 혼나도 보고 싶은데…….”
“어휴, 정말…….”
그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벡브란 전대 공작에게 혼나는 것을 감수해서라도 주안과의 통화를 원하는 안젤라의 시무룩한 모습을 보니 소니아도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모습에 소니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게 원하시면 연락해 볼까요?”
“우음……. 정말? 많이 혼나진 않겠지?”
“그래도 안젤라 님이 홑몸이 아니라는 것을 아실 테니까 그렇게까지 혼내시진 않으시겠죠.”
“정말?”
소니아의 말에 안젤라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리고 이런 안젤라를 보며 소니아가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냥 잔뜩 인상을 쓰시고 한 30분 정도 험한 소리 없이 잔소리만 하시겠죠.”
“우……. 그게 더 싫어…….”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험한 소리와 화도 내지 않은 채 억지로 참아내는 시아버지의 모습과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모습을 유지한 채 잔소리를 하는 것을 떠올리니 오히려 더욱 오싹하고 싫었다.
“그러면 그냥 참으세요.”
“아앙~ 싫어어어……. 우리 주안이 보고 싶어. 시아버님 잔소리는 더 싫어……. 그래도 보고 싶어…….”
“어휴, 정말.”
이제 곧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애도 둘이 되는 아주머니가 아들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는 것도 모자라 베개까지 끌어안고 앓는 소리를 하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말 짜증을 유발한다.
그나마 이런 모습에 너무나 익숙하고 순종적인 마리아는 그러려니 하며 안젤라를 지켜보았지만 소니아는 그게 아니었다.
“자, 태교에 안 좋으니까 그만 주무시러 가세요. 아니면 그냥 오늘은 여기서 주무시던가요.”
“우우……. 하지만 우리 주안이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그 소리는 이제 그만하시고…….”
마법을 쓰기보다는 오히려 완력을 쓰기로 마음먹은 듯 소니아가 안젤라를 붙잡고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다행히 버둥거림 없이 소니아의 손에 이끌려 일어나는 안젤라는 조금 불만스럽다는 듯 입술만 삐죽이는 게 아니라 볼까지 잔뜩 부풀린 채 투덜거렸다.
“대체 우리 애는 언제 오는 거야……. 엄마가 이렇게 보고 싶어 하는데…….”
“아직 일주일도 더 남았잖아요. 그래도 공작성에는 잘 도착했다고 했으니, 곧 오시겠죠.”
“그렇지만 이상하잖아. 한 달 안으로 온다는데, 지금 출발해도 완전히 늦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그 부분이 조금 이상하긴 했다.
주안이 단지 엄마를 안심시켜 주기 위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은 아니기에,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소니아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주안이 온다는 날짜는 다가오지만 소식은 없고, 그렇다고 마를렌의 공작성에서 출발한다는 언급도 없으니 대체 그게 언제인지 안젤라만큼이나 매우 궁금했다.
“뭐, 텔레포트나 워프로 오실 생각이신가…….”
그게 아니라면 저 먼 동방 대륙의 전설처럼 신선들처럼 날아서 오지 않을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까지 해버린 탓에 소니아는 안젤라를 일으켜 세우면서 픽 하고 웃음까지 터져 나왔다.
그 행동이 마치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서 그런지 안젤라의 볼이 빵빵해졌지만 말이다.
“후냥……? 언니야,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응?”
하지만 이런 안젤라를 일으켜 세우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바구니 속에서 작은 꼬맹이, 마냐가 하나가 눈을 비비며 얼굴을 쏙 내민 채 길게 하품을 하였다.
아무래도 자고 있던 것을 깨워 버린 듯, 마냐의 모습에 소니아가 괜히 미안해졌다.
마냐는 여전히 졸린 듯 비몽사몽 한 얼굴과 제멋대로 삐죽삐죽 삐친 머리카락을 한 채 소니아를 보며 배시시 웃어주며 말했다.
“오빠야랑 언니야는 슝~ 해서 짜잔 하고 올 거예요…….”
“슈, 슝? 짜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갸웃하는 소니아를 보던 마냐가 헤죽 웃으면서 바구니 침대에서 얼굴만 살짝 내민 채 여전히 반쯤 눈을 감고는 말했다.
“언니야가 있죠, 워프 게이트 만든다고 했어요. 마냐랑 아냐도 같이 만들었는데, 언니야가 더 잘 만들었어요. 우리 언니야 대단하죠?”
“워프 게이트?!”
그 말에 소니아가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러 버리고 말았다.
그 행동에 안젤라가 조금 놀란 듯 귀를 막았다.
소니아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안젤라에게 급히 사과한 후 마냐의 바구니 침대가 있는 테이블 쪽으로 달려갔다.
바구니 침대 속에는 이미 잠을 청하고 있는 아냐와 함께 이미 다시 반쯤 잠들어 버린 마냐가 주섬주섬 이불을 덮고 있었다.
“아?! 마, 마, 마냐. 잠깐. 일어나. 워프 게이트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니. 응? 마냐.”
“후냥……. 코오…….”
“마, 마냐. 일어나. 응? 마냐.”
소니아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손가락으로 마냐를 흔들어 깨웠지만 이미 다시 잠에 빠져든 마냐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런 소니아의 행동을 빤히 지켜보던 안젤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워프 게이트라는 게 뭔데 그렇게 놀라는 거니?”
“그게 그러니까…….”
사실 이것은 소니아도 자세히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
이미 실전된 마법이었고, 그것은 짧게나마 그런 마법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것만을 공부했을 뿐이니까.
그에 관한 수식이나 언제 어떻게 사용을 했고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마법 발현 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지, 모두 마지의 영역이었다.
그저 짧게나마 텔레포트는 혼자 먼 거리를 이동하던 마법이었으며 워프는 다수를 이동시키는 마법이었고 워프 게이트는…….
“……장거리 이동마법이 항시 발동되는, 구조물이에요.”
“장거리 이동마법? 구조물? 그런 마법도 있었니?”
“있어요. 아니,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이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할 리가 없는 마법이라는 것을 안젤라에게 말해줄 수가 없었다.
“고대의 마법인데 어떻게…….”
그리고 소니아는 자신이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냐와 마냐, 그리고 아냐.
이 세 꼬맹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요정이라는 아이들이었고, 단지 주안이 남부 대밀림에서 잠시 일 때문에 함께하게 되었다는 것만 들었을 뿐이다.
조금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였다.
워낙 주안이 이상한 일을 잘 벌였고, 성흔을 얻은 후로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자주 일으켰으니 그러한 한 부분이라 이해하려고 했다.
주안의 호신용 마법 물건들이 놀라운 형태로 변형이 되었을 때도, 많은 공부가 되었고 그것이 세냐가 한 행동임을 알고 의문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이, 이 바보……. 왜 그런 걸 전혀 생각 안 했었던 거야……!”
“……너 설마 나보고 바보라고 한 거니?”
“아, 아, 아뇨. 안젤라 님이 아니라 제가, 저한테 한 거예요. 제 멍청함에 너무 놀라서…….”
“응, 그러면 그렇지.”
“…….”
왠지 화가 나는 안젤라의 반응에 소니아가 잔뜩 찌푸려졌다.
이 방에 들어오기 전이라면 안젤라와 투탁거렸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님을 알기에 잠시 무시해 주었다.
“워프 게이트, 워프 게이트……. 설마, 그때 느낀 마나 파동이…….”
소니아는 주안의 방에서 간간이 느껴졌던 이질적인 마나 파동을 떠올리고는 그제야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세냐가 단순히 주안의 마법 물건들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서, 설마 이 방에 워프 게이트가? 하지만 어디에……?!”
그것은 이곳에서 워프 게이트를 만들고 있었던, 그 마나 파동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무시무시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이런 소니아의 갑작스러운 행동과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눈빛에 안젤라가 흠칫 놀랐고, 마리아 역시 두려움을 느끼고는 안젤라를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대체 그게 뭔데 이 새벽부터 그러는 거니.”
‘이 새벽에 아들 보고 싶다고, 자는 사람도 깨워서 아들 방까지 온 애 엄마가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되죠!’
그렇게 버럭 말해주고 싶은 소니아였지만 꾸욱 참아내며 안젤라의 말에 답했다.
“말 그대로, 아무리 먼 곳에 있다 해도 한 걸음만 내디뎌도 이동할 수 있는 그런 마법이 담긴 문과도 같아요.”
“우응……. 그래?”
그럼에도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안젤라가 갸웃한다.
하지만 현재의 마법사들도 그 존재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는 마법이니, 소니아는 안젤라나 마리아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소니아의 말 속에 그래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는 안젤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먼 곳에서도 금방 올 수 있다면, 우리 애를 빨리 볼 수 있는 거니?”
“그게…….”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그게 맞는 말이기에 소니아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거 봐, 마리아. 우리 애는 거짓말하는 애가 아니라니까. 그러면 진짜 곧 집에 오겠네.”
“그렇긴 하지만…….”
그것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며 좋아하고, 마리아를 껴안고 행복해하는 안젤라의 단순한 모습에 소니아는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도련님한테 연락해 볼까요?”
“아버님에게 혼나서 싫어. 곧 만날 수 있다니까, 응, 지금은 참고 아침 일찍 연락할래.”
“…….”
스스로 참아내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대견하다는 듯 자랑스러워 하는 안젤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들이 보고 싶다고 아들 침대 위에서 아들 베개를 끌어안고 투덜거리던 아주머니가 저런 행동을 하니, 소니아는 정말 짜증이 확 솟을 뻔했다.
하지만 소니아 역시 지금 연락할 용기는 나지 않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마를렌의 공작성에는 무시무시한 벡브란 전대 공작만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모님 역시 있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