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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159화 (159/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159화

어차피 알려야 할 일이었고, 아미엘의 부탁만이 아니라 반쯤은 그 이유 때문에 마를렌으로 향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리는 것은 주안의 입으로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것과 자신이 아닌 타인의 입으로 전달되는 것은 차이가 컸다.

주안의 입이 아닌 타인의 입을 통해 전달받게 된다면, 이 사실을 주안이 숨기고 알리지 않은 것이 되어 버리며 황도의 소식을, 그 중요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큰 호통이 뒤따를 것이 뻔했다.

만약 주안이 직접 가서 설명하였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는 시킬 수 있었겠지만,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주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위체니아 소벡에게 말했다

“대체 어떻게 할아버지가 이 일을 아신 겁니까? 저는 분명 말씀드린 일이 없고, 저희 어머니도 이런 사항을 말씀드리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아무리 주안의 엄마인 안젤라가 조금 경박스럽다 해도 주안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떠들고 다닐 사람은 아니다.

더욱이 그녀는 워랜의 경지에 대해서 아직 몰랐고, 링베르가와의 일 역시 주안에게 혼담이 오갔다는 정도만 알 뿐이었다.

이런 주안의 의문에 위체니아 소벡이 살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자님은 아직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힘을 제대로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예?”

주안이 갸웃하자, 위체니아 소벡이 우아하게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신 후 말했다.

“제국 내에 마르티네스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모든 정보를 듣고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모두 벡브란 전대 공작님이 하시는 것이지만 말이죠.”

“…….”

주안은 위체니아의 말이 잠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갸웃했지만, 이내 그 말뜻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깨닫고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그녀를, 아니, 그녀와 그녀의 곁에 있는 록산느 로마니아를 바라보았다.

위체니아뿐만이 아니라 록산느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 오히려 주안을 더 이상하게 바라본다.

“……몰랐어?”

“그, 그게 진짜예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인 것 같긴 한데, 그 정도로 엄청날 줄은 나도 몰랐지만…….”

“예? 워랜 경도 아셨다고요?”

“그야, 그 정보 수집은 일단 우리 아버지가 하는 거니까.”

“가론 노밀 자작님이요?!”

어느 가문이든, 아니, 거대 가문이라면 이런 정보를 빠르게 전달받기 위해 운영하는 정보기관 비슷한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링베르가뿐만이 아니라 이것은 황실도 마찬가지다.

황실은 이러한 정보 조직을 겸해서 감찰관을 운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주안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자, 이곳에 모인 이들이 오히려 더욱 어이없어했다.

“아니, 그래도 가문의 후계자인데 그걸 진짜 몰랐어?”

“몰랐어요.”

“……엄청 당당하네.”

주안의 말에 워랜이 고개를 살랑살랑 가로 저었다.

게다가 이런 주안을 보며 위체니아와 록산느 역시 주안을 보던 시선이 조금 안 좋아졌다.

특히 위체니아는 함께 아스란 왕국으로 가서 보았던 주안에 대한 좋은 인상이 조금 많이 깎인 듯했다.

이것을 느낀 듯 주안이 황급히 말을 꺼냈다.

“그, 그야 어쩔 수 없잖아요. 아직 가문의 일에는 아무것도 관여한 게 없는걸요. 게다가 황도와 마를렌은 다르잖아요. 이런 게 있다 해도 모두 마를렌에서, 할아버지 손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보니 제가 그것을 알 방법은…….”

“구차한 변명이 참 길어, 주안 공자.”

“으…….”

워랜이 한마디를 하며 여유롭게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자, 주안은 앓는 소리를 내며 뭐라 말도 못 하고 그저 억울하다는 듯 그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뭐, 나도 이 정도로 정보를 잘 모을 줄은 전혀 몰랐어. 나도 우리 아버지를 좀 얕보고 있었네.”

하지만 이런 워랜의 말에 위체니아가 냉정하게 한마디 해주었다.

“둘 다 똑같네요.”

“…….”

“…….”

위체니아의 간단한 말에 주안과 워랜이 동시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좀 이상한데? 우리 아버지가 그걸 알았다면, 당장 황도로 달려오셔서 내 멱살을 붙잡았을 텐데.”

“설마요.”

“아니, 진담인데.”

워랜이 농담을 하는 듯하여 주안이 어색하게 웃어주었지만, 워랜은 정색할 뿐이었다.

그 행동에 주안이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도 찻잔을 들어 타들어 가는 목을 축였다.

“그 이유는 어떻게 보면 간단해요, 워랜 경.”

“응? 간단해?”

“예, 지금 노밀 자작님은 마를렌을, 공작성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매우 바쁘시거든요.”

“우리 아버지가 바쁘다고? ……그럴 리 없는데…….”

“……아버지가 바쁘다는 게 왜 그렇게 놀랄 일인데요.”

워랜이 있을 수 없다는 듯 놀라워하자, 주안이 오히려 황당해했다.

물론 주안이 보았던 가론 노밀 자작은 자신의 할아버지 곁에서 좋은 벗처럼, 때론 나이를 초월한 친구처럼 투탁거리며 즐겁게 지내시던 분으로 보이긴 하였다.

그렇다고 아들이 저런 말을 할 정도로 팽팽 노시는 분으로는 전혀 안 보였는데 말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주안이 위체니아에게 물었다.

“마를렌에 무슨 일이 있나요?”

“말씀드렸다시피 주안 공자님과 관련된 일로 매우 바빠졌답니다.”

“으음…….”

주안이 짧은 신음을 흘리며 재차 한숨을 내쉰 뒤 그저 차만 홀짝였다.

마를렌으로 가서 할아버지를 마주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매우 고민스러웠다.

“그리고…….”

하지만 이런 주안의 우울한 모습에도 위체니아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동부는, 아니, 마르티네스 공작령은 텅텅 비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예? 텅텅 비어요?”

위체니아의 말에 주안이 갸웃하자, 그녀를 대신해 곁에 있던 록산느 로마니아가 주안에게 말했다.

“주요 가문의 가주님들은 모두 마를렌으로 향하셨습니다. 저희 할아버님은 물론, 아버님도 현재는 마를렌으로 향하신 상태입니다.”

“로마니아 백작님이요? 아니, 주요 가신 분들 모두가요?”

주안의 놀람에 위체니아와 록산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와 위체니아는 이곳에서 공자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용케도 저희가 이곳에 머물 것을 아셨네요.”

“뻔하니까요. 씀씀이가 남다르고 어머니 말씀을 잘 들으시는 공자님이 공작령의 첫 도시, 저녁에 맞춰 들러 가장 좋은 숙박시설에서 머물 것임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정말 귀신이 따로 없는 위체니아 소벡이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빠졌던 주안이 조심스레 위체니아를 보며 물었다.

“이번 일이 그렇게 큰일인가요, 위체니아 양.”

“워랜 경이 랭크 7에 오른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큰일까진 아닙니다. 또한 남부 원주민의 실력 역시, 이미 주안 공자님과 연결되어 있기에 위협이 아닌 이상 큰 문제 역시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링베르가의 일이군요.”

위체니아의 말뜻을 이해한 주안이 링베르가 공작가를 언급하자,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안의 말에 동의해 주었다.

그리고 이런 주안에게 록산느 로마니아가 말했다.

“벡브란 전대 공작님의 진노가 상당하십니다.”

“할아버지가, 화를 내셨어요?”

주안은 할아버지가 화를 내셨다는 것은 자주 봐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안의 아버지…… 주레인 공작에 대한 호통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조금 다른 듯했다.

이런 주안의 놀람에 위체니아도 조금 심각한 일이라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미 마법 통신을 통해 황도의 주레인 공작님에게도 한 소리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버지한테…….”

안 그래도 할아버지가 무서워서 주안에게 서신까지 전달해서 마를렌으로 보낸 것인데, 그 모든 것이 소용없어진 것도 모자라 호통까지 당했고, 곁에 말려줄 주안도 없었기에 그 정도는 더욱 심했을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그렇기에 주안은 아버지가 무척이나 안쓰러웠지만, 그 상황이 곧 자신에게도 닥칠지 몰라 안색이 무척이나 창백해졌다.

“링베르가의 일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무엇이 문제였을까.

혼담? 제이미 링베르가? 블라드 링베르가? 거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여도 할아버지가 그렇게 분노를 드러내고 화를 내는 것이 있음을 주안은 예상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바라듯, 주안이 위체니아를 바라보자 위체니아 역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저희 역시 자세한 일은 몰라요. 단지, 그 정도로 화를 낸 벡브란 전대 공작님은 지금껏 단 한 번 보았다고, 로마니아 백작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위체니아의 말에 동의하듯 록산느 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번이라면…….”

“……아스란 왕국 전쟁이지요.”

주안은 그제야 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당시의 주안의 할아버지인 벡브란 전대 공작은 남부군 총사령관을 겸임했었고, 그가 남부군을 이끌 때 일어난 사건들로 인해서 아스란 왕국은 나라가 멸망 당할 뻔했다.

그들이 왜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지른 것인지는 이제 알 필요도 없어졌지만, 벡브란 전대 공작은 남부군의 전우들이자 부하들을 잃은 그 충격에 남부군의 수장으로서 전쟁에 앞장을 선 것도 모자라 가문의 힘까지 끌어모아 아스란 왕국을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그 모든 죄를 아스란 왕국 전체에 짊어지게 할 정도로 모질지는 않았지만, 주요 귀족과 왕을 처단하고 돌아간 뒤로 오히려 아스란 왕국은 더 큰 혼란 속에 빠졌지만 말이다.

“심각한 상황이군요…….”

주안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워랜마저 침을 삼키며 잔뜩 긴장해 버렸을 정도다.

그 누구에게도, 그게 자신의 아버지라고 해도 여유만만하던 워랜이 이토록 긴장한 것을 보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님을 주안도 확실히 느꼈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한 거지? 혼담을 거절한 것? 아니야. 이건 오히려 칭찬을 받을 일이야.’

미네아 링베르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애초에 주안도 마음이 없는 혼담이었고, 아버지인 주레인 공작 역시 주안의 결혼을 전제로 무언가를 얻거나 이득을 취하려는 인물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주안에게 좋아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상대가 누구든 찬성해 준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

그것은 할아버지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주안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혼담은 아니다.

‘그러면 제이미 링베르가?’

그가 황도 저택에 와서 무례한 일을 저질러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면 화를 내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야. 그건, 내가 나름대로 잘 해결했다 생각하니까.’

이 역시 주안은 가문의 후계자로서, 저택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대처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제이미 링베르가의 아버지인 블라드 링베르가가 한발 물러나 거래를 제안해 왔을 정도였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그 거래 때문인데…….’

주안은 이 거래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

이런 복잡한 심경 속에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자 주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닌 듯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마를렌으로 가야…….”

주안이 초조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위체니아는 그런 주안을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시고 내일 저희와 함께 출발하도록 하시지요, 주안 공자님.”

“하지만…….”

“오늘, 지금 출발한다 해도 제대로 된 잠자리도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쉼 없이 달려가시는 게 나을 것입니다.”

“으윽…….”

미소를 지으며 하는 위체니아의 말에 주안은 위가 쓰릴 정도였다.

지금도 꽤 쉴 틈 없이 달려온 주안이었다.

물론 도리안이 속도를 조절하였기에 주안은 크게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다 해도 주안은 아직 말을 타는 게 익숙하지 않은 초보였고, 그렇기에 오랜 시간 말을 타는 것이 꽤나 힘들었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그런 피로를 제대로 풀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자, 그러면…….”

위체니아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저희 방도 잡아주시겠어요? 주안 공자님.”

남의 일이라고 매우 여유로워 보이는 위체니아의 밝은 얼굴에서 주안은 소니아의 모습을 떠올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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