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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153화 (153/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153화

주안은 저녁까지 아버지가 돌아오길 기다릴 수가 없어 점심이 되기 전에 발걸음을 옮겨 황성으로 향하였다.

보통은 까다롭고도 철저하고 매우 비효율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황성을 지키는 이들에게도 주안의 얼굴은 다 알려져 있기에 별다른 제지도 없이, 아니, 오히려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아버지가 있는 재상부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재상부 안으로 들어선 주안은 놀라서 걸음을 멈추어 버렸다.

“우와…….”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는 그 모습은, 화려한 황궁의 번쩍번쩍한 고귀한 귀족들의 모습이라기보단…….

“……좀비?”

마치 아이들 동화책이나 소설 속에서 등장할 법한 괴물, 좀비들 같았다.

많은 사람이 움직이고는 있지만, 영 기운이 없었다.

며칠 밤이라도 샌 듯 눈은 퀭했으며 눈 아래에는 다크서클까지 자리를 잡고 있을 정도였다.

이런 모습이니 주안이 그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닌 듯 시종이 작게 웃으며 주안을 안내하였다.

무언가 흐느적거리며, 때론 바쁘게 움직이지만 비틀거리는 사람들은 요령 좋게도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잘 피해 다니는 게 꽤나 신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시종은 재상부 소속의 한 사람에게 주안이 온 것을 알렸고, 주안은 그대로 다시 안내되어 아버지가 있는 개인 집무실로 향하였다.

다행히 주안이 안내된 아버지의 개인 집무실 근처는 매우 조용했다.

그런 집무실 앞에 매우 낯이 익은 사람들이 서 있는 모습에 주안이 환하게 웃으며 안내하는 사람보다 먼저 다가가 말했다.

“이리엄 경.”

“공자님?”

주안의 아버지인 주레인 공작 호위 책임자인 에밀리의 부관인 이리엄은 주안이 재상부에 찾아온 것에 상당히 놀란 듯했다.

평소에는 말수도 적고 그다지 표정을 겉으로 드러내지도 않는 사람이었는데, 주안을 보자 눈을 크게 뜨며 입까지 살짝 벌리는 것을 보니,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아니, 그만이 아니라 근처에 있던 가문의 기사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단지 황실 소속의 사람들만 이들이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갸웃하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이리엄 경의 표정에 주안이 영 불만스럽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

“왜 그렇게 놀라시는 건데요.”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흐응~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요.”

“…….”

주안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이리엄 경과 다른 기사들을 흘겨보자, 주안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려 버리는 이들이 많았다.

장난이긴 하였지만, 진짜 식은땀을 흘리는 사람들까지 있는 바람에 장난은 여기서 끝내기로 하며 이리엄 경에게 주안이 물었다.

“안에 아버지 계시죠?”

“예, 에밀리 경과 함께 계십니다.”

황실이라고는 해도 권력 암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특별한 일이 없다면 에밀리 경은 언제나 주레인 공작의 바로 곁에서 그의 호위를 하는 일이 많았다.

그게 아니라면 이리엄 경이 대신 설 때도 있으며, 주레인 공작의 곁을 언제나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주안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공자님은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아, 잠깐 아버지를 좀 뵈었으면 해서요. 급히 말씀을 드릴 게 있어서요.”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안의 말에 이리엄 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레인 공작의 집무실에 노크했다.

그리고 금세 집무실 문이 열리며 에밀리 경이 나왔고…….

“……왜 다들 제가 여기 찾아온 것에 그런 표정들을 짓는 건데요?”

앞에서 이미 다 보여준 이리엄 경과 다른 기사들의 놀람 가득한 표정을, 에밀리 경은 말조차 꺼내지 못한 채 짓고 있었다.

뚱한 주안의 표정과 투덜거림에 에밀리 경이 정신을 차린 듯 황급히 표정을 바꾸며 어색하게 웃더니 주안에게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공자님.”

“네에~”

에밀리 경이 문을 열어주며 그렇게 말하자 주안이 느긋하게 대답해 주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이들의 이런 반응에 주안 ‘설마 아빠까지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그러면 정말 상처를 받을 것 같기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표정을 또 보고 싶다는 복잡 미묘한 기분이었다.

* * *

“…….”

주안은 뚱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

주레인 공작은 뭔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당황한 모습으로 주안의 맞은편에 앉아 괜히 찻잔만 매만지며 주안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

그리고 이리엄 펜버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지만, 웃음을 참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주안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저기……. 갑자기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아들이 아버지 보러 뭐, 못 올 곳이라도 왔겠어요.”

“아니, 그게…….”

투덜거리는 주안의 모습에 주레인 공작이 더더욱 쩔쩔 맺지만,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버지가 좀 많이 놀라서 그런 거란다. 이해해 주면 안 되겠느냐.”

“예에~ 예에~ 그러시겠죠. 아들이 아버지 직장에 찾아 왔더니,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지 써내려가던 서류를 펜촉으로 찢어버릴 정도라니…….”

“…….”

얼마나 놀랐던 것인지, 주안이 들어오는 모습에 주레인 공작은 서류를 작성하다 그 서류를 펜으로 찢어버렸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놀란 아버지를 본 일이 없었기에, 주안은 매우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놀라게 만든 이유가 그저 아들이 아버지 찾으러 직장에 발걸음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이상 아버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없었기에 주안이 조용히 말했다.

“……뭐, 다음부터는 가끔 찾아올 테니까 이젠 놀라지 마세요.”

“하아…… 알겠다. 그래도 말은 하고 오거라. 특히 네 엄마는 데리고 오지 말고.”

주안이 찾아온 것만으로도 이렇게 놀랐는데, 아내인 안젤라까지 찾아오면 심장에 꽤 큰 무리가 올 듯하여 단단히 주의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물론 아버지의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주안은 찻잔을 들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더냐.”

“어제도 집에 안 오시고 해서, 많이 바쁘신가 싶어서요.”

“후우……. 바쁘긴 하구나. 안 그래도 링베르가 공작가의 일로 머리가 아픈데, 네가 또 사고를 거하게 쳤더구나.”

“……죄송합니다.”

이 부분은 사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지라 주안은 차로 목을 축이며 아버지에게 사과하였다.

그리고 이런 주안의 사과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 대단한 실력자가 남부 대밀림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냐.”

“예, 실존하고 계세요. 저만 본 게 아니라 워랜 경, 마누엘 신관님, 그리고 토미까지 전부 목격을 했어요. 아니, 워랜 경은 검을 써서 직접 그 실력을 확인까지 하셨으니까요.”

“설마 워랜 그 아이가 또 달려든 것이더냐.”

“아, 그건 아니에요. 남부 대밀림에 묘한 전통이 있어서, 손님으로 인정받으려고 그쪽 사람들이랑 대결하다가 일이 조금 꼬여서요.”

남부 대밀림에 어째서 간 것인지, 왜 그 깊은 곳까지 가서 남부 대밀림의 원주민들을 만난 것인지.

주안은 그 부분부터 설명해 주었고, 세계수라거나 아미엘과 요정들에 대해서는 숨기거나 축소해 아버지에게 말했다.

어차피 요정들은 이미 저택에 돌아다니는 세 꼬맹이로 인해서 알고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들이 남부 대밀림의 출신이며 특히 원주민들과 인연이 깊다는 것으로 둘러 설명해 주었다.

단지, 주안이 좋은 마음으로 남부 대밀림까지 갔다 해도 아버지로서 걱정이 되었지만, 주안을 나무라거나 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의 끝에, 주안은 대결에 대한 설명을 해주며 메데아 대족장이 무슨 행동을 취했는지 말했다.

“말리는 입장에서, 워랜 경의 검기가 실린 검을 맨손으로 붙잡으셨어요. 그것도 가볍게 말이에요.”

“허…….”

주레인 공작 역시 검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맨손으로 잡은 존재가 과연 워랜과 동급의 경지를 이룬 이였을 리는 없었기에, 크게 놀라면서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잖아요.”

“그래, 확실하구나.”

“해서 일단 그분을 제국으로 초대했으면 해요.”

“초대를? 그자를?”

“예.”

주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분명 이 사실을 알게 된 많은 가문에서 남부 대밀림을 찾아가 그분을, 달란트 부족을 귀찮게 할 거예요. 원치 않는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그 정도 실력자라면, 무엇을 주어서라도 친분을 나누고 싶어 할 것이니 말이다. 그게 설령 남부 대밀림의 원주민, 아니, 동방 대륙의 노예라 하여도 상관이 없을 것이니.”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 중 가장 단순한 것은 결국 힘. 무력이다.

힘이 없다면 재력이 있어도 소용이 없었고, 힘이 없다면 덕망이 높아 영지의 많은 이가 따른다고 하여도 의미가 없다.

힘이란 결국 권력이 될 수 있고, 돈이 따를 수 있으며, 영지를 넓힐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가장 기본이자, 원초적인 그 힘에 매료된 많은 이들이 앞뒤 생각 없이 남부 대밀림을 찾을 것을 주레인 공작도 모르진 않았다.

그렇기에 주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제가 저지른 일, 제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문이 짊어질 부담은 크겠지만 제 잘못에 대한 벌도 달게 받을게요.”

“아니, 네게 잘못은 없으니 신경 쓰지 말거라.”

“하지만, 다른 가문에서 분명 저희 마르티네스 공작가를 더욱 견제할 수밖에 없어요.”

“이미 견제는 수없이 받고 있단다.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욱 말이다.”

주안은 심각했지만, 주레인 공작은 오히려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말거라. 네가 하려는 일에, 올바른 길이고 믿음이 있는 길이라면 그 길로 가면 된단다.”

“아버지…….”

예전이라면 절대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주안에 대한 믿음은 없었고 바라는 것도 없었으며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주레인 공작은, 주안이 느끼기에도 주안 자신에 대한 믿음에 확고할 정도였다.

이런 주안을 보며 주레인 공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네 할아버지가 들었다면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면서 초대했을 거란다.”

“하하…….”

확실히 호탕하고 호방한 벡브란 전대 공작이면 초대가 아니라 직접 찾아갈 수도 있었고, 대뜸 검을 휘둘러 한번 겨루고 싶어 할 수도 있었다.

나이를 먹은 탓에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강한 이들을 보면 검을 맞대고 싶다는 것은 변치 않았으니 말이다.

“다른 이들의 눈치를 너무 보지 않아도 된다. 너는 우리 마르티네스 공작가문의 후계자이자 가문을 이어받을 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 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부담을 얼마든지 질 수 있으니 말이다.”

“예,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주안은 이런 아버지의 믿음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였다.

주안의 잔잔한 그 미소를 보며, 주레인 공작 역시 피곤함을 잊은 듯 즐겁게 웃어주며 말했다.

“한데 이 아버지를 찾아온 진짜 이유는 무엇이냐.”

“아, 그게…….”

주레인 공작의 의문에 답하느라 잠시 이야기가 뒤로 미루어졌지만, 주안은 이곳에 온 이유를 아버지에게 간단히 말해 주었다.

“저 잠시 마를렌에 좀 다녀왔으면 해요.”

“마를렌?”

주레인 공작 역시 안젤라와 마찬가지로 주안의 말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갸웃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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