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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146화 (146/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146화

“오랜만이구나, 마르티네스의 주안.”

“아, 예. 잘 지내셨어요, 메데아 대족장님.”

“쿠후후. 나야 늘 그렇지.”

메데아 대족장은 여전해 보였고, 여유롭게 주안에게 인사해 주는 것도 모자라 곁에 있는 아미엘을 보며 작게 미소까지 지었다.

“그보다 우리 정원사님도 함께 오셨구려.”

“……아미엘이라고 내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그 이름은 부르기 매우 어렵다오.”

“하아…….”

이젠 반쯤 포기한 것인지 아미엘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이런 아미엘의 모습에 주안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게다가 자신이 이곳을 떠난 후 아미엘과 메데아 대족장은 꽤나 친해진 듯, 친근감이 넘치는 모습이 보기 정말 좋았다.

아미엘의 모습에 쿠후후, 작게 웃어 주던 메데아 대족장이 주안의 곁에서 쭈뼛거리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 세라타를 보더니 작게 갸웃하며 물었다.

“한데, 처음 보는 아이가 있구나.”

“아, 이 아인 제 친구의 여동생이에요. 세라타, 이분은 여기 달란트 부족의 대족장이신 메데아 대족장님이셔.”

“처, 처음 뵙겠습니다. 세라타라고 합니다.”

“그래. 나는 이곳 달란트 부족의 대족장인 메데아라고 한단다, 어린아이야.”

다소곳하게 인사하는 세라타의 모습이 꽤 괜찮았던 것인지 메데아 대족장도 기분 좋게 받아주었다.

조금 몸을 떨기는 하였지만, 바깥 주민들, 특히 아직 어린 여자아이가 이 무시무시한 원주민들을 보고 예의 바르게 인사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것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전에 주안이 주의를 주었다는 것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직접 마주 보고 인사를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런 세라타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메데아 대족장이 말했다.

“한데 왠지 낯이 익은 아이로구나. 분명 처음 보는 아이일 터인데…….”

“그야 당연하죠. 이 아인 토미의 여동생인걸요.”

“아, 쿠단 녀석에게 박치기를 날린 그 강단 있던 아이 말이구나. 쿠후후. 참으로 재미난 아이였지.”

토미를 떠올리자 메데아 대족장이 즐겁게 웃어주었다.

그녀에게도 토미는 썩 괜찮은 외부인이었고, 재능이 뛰어나 미래가 기대되던 소년이었기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단지 세라타는 오빠가 여기 사람에게 박치기를 날렸다는 사실을 처음 듣는 듯 깜짝 놀랐지만 말이다.

“여기, 파나르나 라쿰바는 봐서 알 거고…….”

메데아 대족장 자신의 주변에 앉아 있는 이들을 훑어보다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 늙은 원주민, 달란트 부족의 족장 카마르에게 시선이 멈추었다.

“이 노인네는 우리 부족의 족장인 카마르라고 한다. 여기 있는 시간보다 마수 경계에 있는 시간이 더욱 길고 그곳이 집이나 마찬가지인 양반이지.”

“노인은 파나르가 노인이지, 나는 아직 팔팔하다네, 대족장.”

메데아 대족장도 대단했지만, 카마르 족장은 매우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것에 주안과 세라타가 조금 놀란 듯했다.

게다가 목소리 역시 다른 이들과는 달리 중저음이긴 하나 매우 또렷하게 들려왔다.

“내가 없는 사이 재미있는 일들을 벌였다고 들었다, 마르티네스의 주안.”

“아, 그게, 죄송합니다…….”

“아니, 사과를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없을 때 그 재미난 일이 있었다는 것이 불만스럽다는 것이지.”

카마르 족장의 유려한 말솜씨에 솔직히 주안은 적잖이 놀랐다.

게다가 말을 하면서 때때로 보이는 제스처 또한 바깥 주민들과 매우 비슷할 정도였다.

외모만 남부 대밀림의 원주민들과 같을 뿐, 말하는 것과 하는 행동은 완전 대륙의 주민이었다.

“쯧. 다 늙어서 애들 싸움에 끼어들지 못해 아쉬워하는 것, 주책 아니오?”

“그게 아직 젊다는 의미 아니겠소.”

“젊기는 무슨…….”

두 사람은 매우 친근한 듯,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기가 참 좋았고 또한 확실히 부족민들 사이에서 그 직책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편하게 대하는 게 주안으로선 신기하고 부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러다 카마르 족장이 주안의 곁에 있는 아미엘을 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쪽도 처음 보는구려. 내 이야기는 들었소. 정원사 양반.”

“…….”

아무래도 두 사람은 처음 보는 듯했지만, 정원사라는 말에 아미엘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 것인지, 안 봐도 뻔하다는 듯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여유롭게 주안에게 말했다.

“한데, 갑자기 무슨 일인가? 정원사님은 또 웬일이고? 아직 술도 다 만들지 않았는데 말이오.”

“술이 아니다, 술이. 술 때문에 온 것이 아니란 말이다.”

“흐음? 그러하오?”

갸웃하는 메데아 대족장의 모습에 아미엘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그런 아미엘이 왠지 폭발할 듯하여 주안이 어색하게 웃으며 잽싸게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실은 제가 메데아 대족장님에게 사과할 일이랑 부탁할 일이 동시에 생겨 버려서,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불쑥 찾아왔어요.”

“흐음? 사과할 일과 부탁할 일?”

무슨 의미인지 몰라 주안을 보며 이곳에 모인 모든 이가 갸웃한다.

“뭐, 이야기하기 전에 일단 좀 앉게. 정원사님도 앉으시구려.”

이제는 뭐라 할 기운도 없는 것인지 아미엘이 부드러운 동물 털가죽에 앉자, 주안과 세라타 역시 그녀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이내 메데아 대족장이 직접 일어나 작은 화톳불 위에 놓여 있던 주전자와 잔을 들고 와서 세 사람의 앞에 놓아준 후 주전자를 기울여 차를 따라주었다.

“응? 이 차는…….”

찻주전자에서 흘러나오는 투명한 액체는 어떻게 보면 물처럼 보였지만, 순간 확 퍼지는 과일 향이 굉장히 강렬한 차였다.

게다가 주안은 이 차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쿠후후, 정원사님이 선물로 줬다네. 우리 애들은 맛이 별로라고 좋아하진 않지만, 나나 여기 늙은이에겐 입에 딱 맞아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메데아 대족장이나 파나르의 앞에만 잔이 놓여 있었고 카마르나 라쿰바의 앞엔 잔이 없었으며 주안과 함께 온 카사에겐 잔을 주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차를 따라주는 메데아 대족장의 모습에 카마르와 라쿰바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저런 달달한 게 뭐가 좋다고…….”

“맞다. 너무 달다. 단 거 많이 먹으면 살찐다. 이 썩는다.”

“…….”

꼭 단것 많이 먹는다고 살이 찌고 이가 썩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설명해 주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어야 하고 썩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기에 주안은 그저 카마르, 라쿰바 부자의 말에 어색하게 웃어줄 뿐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투박한 찻잔인지 밥그릇인지를 들고 입을 가져다 대자 이런 주안의 모습을 보던 세라타 역시 용기를 내어 잔을 들고 한 모금을 마셨다.

“우와, 이거…… 더 진한데요?”

“후아……?!”

강렬한 달콤함에 머리가 어질할 정도라 눈앞이 팽 도는 것을 느껴 버린 주안이었고 세라타는 이미 잔을 놓쳐 버릴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메데아 대족장은 여유롭게 세라타가 손에서 놓친 잔을 받아 들어주었다.

“쿠후후, 처음 가져왔을 땐 너무 밋밋해서 말이다. 내 입맛에는 이게 딱이었다만, 작은 손님은 아니었나 보구나.”

“우리가 아니다. 대족장의 입맛이다. 입맛 이상하다!”

“시끄럽다, 이 어린 녀석아!”

라쿰바의 불만에 메데아 대족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바깥에서는 이런 걸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아니었나?”

“물론 좋아하긴 해요. 이렇게 달콤한 건 젊은 여성들이 엄청 좋아하거든요.”

“호오,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쿠후후…….”

“……웃지 마라, 대족장. 무섭다. 내가 잘못했다.”

“시끄럽다니까, 이 어린 녀석아.”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말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웃는 메데아 대족장의 모습에 라쿰바가 새하얗게 질려 사과하자, 좋았던 기분이 팍 상해 버린 듯 메데아 대족장이 잔뜩 찌푸렸다.

“무리라면 억지로 먹지 마라. 다음에는 조금 덜한 것을 준비해 주도록 하마.”

“아니에요. 그래도 익숙해지면 괜찮을 듯해요.”

“호오, 그런가?”

첫맛이 너무나 강렬해서 그렇지, 조금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이 확 끌어당기는 단맛의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주안은 이게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들고 있던 잔을 다시 입에 가져다 대어, 한 모금을 더 마셨다.

“확실히 강하긴 한데, 이거 몸에 엄청 좋은 거잖아요. 잘 마실게요, 메데아 대족장님. 그리고 아미엘 님.”

“쿠후후, 예의 바른 작은 손님이로고. 이래서 영감보다 작은 손님이 더 마음에 든단 말이야.”

“맞다, 맞다. 영감, 손님으로 술 줬는데 혼자 다 마셨다. 이 돼지 영감! 예의라고는 없다!”

아무래도 마누엘 전대 대신관과 한 번 거하게 싸웠던 라쿰바였고 게다가 술까지 혼자 다 마셔서 그런지 불만이 매우 커 보였다.

주안이 홀짝이며 차를 잘 마시는 것을 보고 세라타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 메데아 대족장이 들고 있는 잔을 받아 들고는 주안과 마찬가지로 용기를 내어 다시 홀짝이며 차를 마신다.

세라타 역시 첫 번째의 강렬한 맛에 크게 놀라긴 했지만, 두 번째, 세 번째가 되니 이 맛에 익숙해진 듯 오히려 이 강한 단맛에 이끌리는 듯했다.

두 사람의 이런 모습에 메데아 대족장이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은 후 말했다.

“한데 내게 잘못한 일이라는 게 무엇인고? 마르티네스의 주안, 작은 손님이 내게 잘못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아, 그게 실은…….”

주안이 잠시 머뭇거리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큰 실수를 하여 어른들 앞에서 혼난다는 그 기분이, 지금의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 * *

“……호오, 그런 일이 있었다?”

주안은 최대한 자세하게 황도의 황성에서 있었던 일을 이들에게 설명해 주었고, 도움이 필요하며 메데아 대족장의 방문에 대한 이야기까지 꺼내자, 주안의 말을 모두 들은 메데아 대족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했다.

“킁! 인간들 오면 혼내준다! 손님 아니다!”

“맞다. 우리 손님 아니다. 거부한다!”

대신 라쿰바와 카사는 격하게 반대 입장을 비치며 소리쳤다.

“그건 확실히 조금 곤란한 일이로고.”

거친 라쿰바나 카사도 그렇지만 점잖아 보이던 카마르 족장 역시 조금 고민된다는 눈치였다.

바깥의 주민들 자체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매우 귀찮아진다는 것이 싫을 뿐이었다.

벌써 몇백 년이나 서로 모르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찾아오면 매우 곤란하니 말이다.

“허면 마르티네스의 주안, 네 말대로 내가 그 황성인지 뭔지에 가서 너의 나라의 대족장을 만나면 된다, 이건가?”

메데아 대족장의 말에 주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카마르 족장이 이런 메데아 대족장과 주안을 보며 말했다.

“위험할 수 있다, 대족장. 바깥 주민, 저 아이가 손님이고 우리에게 호의적이라고는 하나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다.”

카마르 족장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었고 당연한 걱정이었다.

비록 손님으로 받아들인 대족장의 의지에 따라 주안에게도 호의적으로 대해주긴 하였지만, 이런 일에 말려들고 바깥의 사람들의 눈이 이곳으로 향하게 만든 것 때문인지 카마르 족장의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이런 카마르 족장의 눈과 마주친 주안은 살의를 품은 것이 아님에도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크게 심호흡한 주안은 자신을 바라보는 카마르 족장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절대 그렇지 않을 거예요. 이것은 정식으로 저희 마르티네스 공작 가문이 메데아 대족장님을 초대하는 것이니까요. 만약 메데아 대족장님이나 다른 분들을 업신여기는 일이 발생한다면, 저희 가문만이 아니라 황제 폐하의 분노까지 감당해야 할 거예요.”

“호오? 마르티네스의 주안, 네 가문은 참으로 대단한가 보구나.”

“하하…… 조금, 그렇긴 하죠.”

조금이 아니지만, 애써 그런 부분을 알려주지 않아도 메데아 대족장은 느끼고 있었다.

일전에 봤던 워랜이나 아르베리아, 토미라는 재능 넘치는 그 아이들이 모시는 존재가 주안이었고, 그런 이들의 섬김을 받는 주안의 가문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략 짐작이 갔다.

무엇보다 마르티네스라는 이름은 한때 남부를 휩쓸었던 이름이었고 이 먼 대밀림에까지 전해져 긴장하게 만들었던 이름이기에 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주안은 이들을 안심시켜 주려는 듯 말을 더했다.

“무엇보다 제정신인 사람들은 절대 메데아 대족장님에게 시비를 걸지 못할 거예요. 적어도, 저희 대륙 내에서는 메데아 대족장님보다 강한 사람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호오…… 바깥 주민이 보기에도 내가 그 정도로 강한가?”

“예, 제가 보았던 그 어떤 분들보다 강하세요.”

주안의 확신에 찬 그 말에 메데아 대족장이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강함, 무엇보다 달란트 부족의 대족장으로서의 힘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이 대단한 메데아 대족장이었고, 그것을 넘어 대륙에서 가장 강할 것이라는 소리에 어깨가 자연스럽게 으쓱여졌다.

“쿠후후, 그렇단 말이지.”

즐거운 미소를 짓던 메데아 대족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초대에 응해주마, 마르티네스의 주안.”

“대족장!”

메데아 대족장의 말에 카마르 족장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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