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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135화 (135/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135화

링베르가 부녀와 헤어진 마르티네스 부자는 황성 복도를 걸으며 제각각의 생각에 빠졌다.

“주안아, 아버지는 일단 황제 폐하에게 알현 신청을 좀 하여야겠구나.”

“할아버지에게 링베르가 공작님의 의도를 물어보시게요?”

“폐하도 모든 걸 다 아시진 않으시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속사정을 어느 정도 아시지 않을까 싶구나. 이번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을 보면 폐하도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주안도 이번 일에는 외할아버지인 황제 폐하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아무리 자신들의 영지라 할지라도 링베르가 공작가에서 멜파스를 내어주는 것을 황가가 그냥 보고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묵인해 줄 정도로 링베르가 공작가가 어려운 것인지, 또한 무엇을 얼마나 바라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야만 하였으니 말이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전 일단 워랜 경을 찾아서 집으로 먼저 돌아가 있을게요.”

“그래, 그렇게 하거라.”

주레인 공작이 고개를 끄덕인 후 주안의 배웅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겼고,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주안 역시 워랜을 찾으러 걸음을 옮겼다.

주안은 일단 황성의 시종들에게 부탁하여 워랜이 어디 있는지 알아낸 후 안내해 주는 시종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한참을 걸으며 그 뒤를 따라가던 주안은 무언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저기, 지금 가는 곳에 워랜 경이 있는 게 맞나요?”

황성을 나온 것도 모자라 점점 외진 곳으로 향하는 것에 의문을 품으며 묻는 주안의 말에 젊은 시종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공자님. 워랜 경께서는 바스티아노 백작님의 초대로 개인 연무장에 계십니다.”

“바, 바스티아노 백작님의 연무장에요?!”

“예, 공자님.”

놀라는 주안과는 달리 차분한 젊은 시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차 발걸음을 옮겨 주안을 안내했고, 주안은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이 조금 꼬여 버린 듯 혼란이 찾아왔다.

‘갑자기 왜…….’

주안은 바스티아노 백작도 워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렇게 빨리 워랜을 찾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게 잘된 것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워랜은 황도로 오면서 바스티아노 백작과 검을 섞고 싶어 하였지만, 아스란 왕국의 일로 인해서 흐지부지되었으니 말이다.

워랜의 바람대로라면 잘된 것일 수도 있지만, 워랜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혹시 바스티아노 백작님과 워랜 경이 대련 중이신가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련 중이신가 보군요.”

머뭇거리는 시종의 행동을 보니, 그도 워랜과 바스티아노 백작이 대련 중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듯했다.

‘하긴, 개인 연무장으로 불러서 마주 앉아 차나 마실 분도 아니시니까.’

주안이 아는 바스티아노 백작은 천생 무골이었다.

전대 황실근위대 단장이었던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이 워랜과 비슷한 자유로운 성향이었다면, 현 황실근위대 단장인 에드워드 바스티아노 백작은 매우 우직한 인물이었다.

전혀 반대되는 전 단장과 현 단장이기는 하나, 그래도 황실근위대 단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평가를 받는 것은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이 아니라 에드워드 바스티아노 백작이었다.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은 오직 자신의 검의 가능성을 키워 더 높은 경지인 랭크 8에 오르는 걸 목표로 움직이던 인물이었고, 이름뿐인 황실근위대 단장직에 올라 있었을 뿐이었다.

단지 그가 그 자리에 있던 이유도 황제가 그를 붙잡아두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바스티아노 백작님은 다르시지.’

이런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과는 그 성향에서부터 다른 만큼, 그는 자신의 검을 키우는 게 아니라 황실의 안전과 황제를 모시는 것에 수련의 목표와 뜻을 두고 있는 충신이었다.

이전,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이 단장 시절에는 그가 부단장으로서 황실근위대의 모든 업무를 맡아서 하였고 황제의 근거리 호위도 모두 그가 도맡아 하였을 정도였다.

‘그분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지만…….’

너무 우직하고 고지식하다고 할까.

그는 자신보다 강한 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황실의 안전을 위해서 은퇴마저 뒤로 미루었다.

결국 제국이 무너질 당시, 노년으로 접어들어 이미 전성기 시절보다 훨씬 떨어지는 육체의 능력으로 토미와 검을 나누고 쓰러진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충심은 널리 퍼져 많은 기사의 귀감이 되었지만, 주안은 그런 그가 참 안타까웠다.

‘전성기의 바스티아노 백작님이라…….’

이미 몇 번이나 보긴 하였지만 주안은 그가 검을 쓰는 모습은 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의 바스티아노 백작은 그 대단한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과 진심으로 검을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도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워랜 이전에는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이 유일하게 직접 검을 가르친 인물이었다.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은 능력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들에게도 검을 가르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거 은근히 기대되는데?’

사실 워랜이 걱정이 되긴 하였지만, 그런 워랜과 바스티아노 백작이 검을 맞댄다는 것이 묘하게 기대가 되었다.

자신은 검을 쓰고 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도 아니지만, 동방의 검술을 쓰며 검기를 다루는 검사와 서방의 짐승 같은 육체의 능력을 지닌 검사의 대련이니 말이다.

왠지 두근거리는 마음에 주안은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고, 이런 주안의 모습에 젊은 시종도 미소를 지으며 걷는 속도를 빠르게 하여 주안을 안내했다.

* * *

바스티아노 백작의 개인 연무장은 사실 황제가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을 위해서 직접 마련해 준,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의 개인 연무장이었다.

하지만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의 돌연 은퇴 후 남겨진 이곳을 바스티아노 백작이 대신 사용하게 되었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땐 늘 이곳에서 검을 휘둘렀다.

그에게 일상이란 황제의 호위와 개인수련, 이 두 가지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황성이라고 매우 화려하고 멋져 보이던 것과는 달리 이 개인 연무장은 투박하고 단순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는 장소였고 화려함은 수련에 방해만 된다는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의 의지가 담긴 듯 황량하기까지 한 느낌이 드는 장소다.

그리고 이런 황량한 장소에 안내된 주안은,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에 놀랐다.

“에밀리 경?!”

“아, 주안 공자님.”

게다가 집안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에밀리 펜버도 있었다.

주안이 그에게 달려가자 시종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해 준 뒤 물러났다.

“여기서 뭐 하세요?”

“하하, 그게……. 좋은 구경거리가 생겨서…….”

“이거 땡땡이 아니에요?”

“으윽, 자, 잠깐 시간을 내었을 뿐입니다. 공작님에게도 허락을 받은 일인지라…….”

“농담이에요. 그보다 사람들이 정말 많네요.”

움찔 놀라는 에밀리 펜버를 보며 주안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진짜 놀랐던 것인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에밀리 펜버가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다들 검을 쓰는 사람들인지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스티아노 백작님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고 말이지요.”

“하긴……. 랭크 7에 오른 이들의 대련은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니까요. 거기다 워랜 경은 동방의 검을 쓰기도 하니까,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겠지요.”

“맞습니다, 공자님.”

에밀리 펜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주안이 장난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밀리 경도 나중에 집에 가서 워랜 경을 많이 괴롭히겠네요? 그동안 엄청 심심해하셨잖아요.”

“시, 심심하다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흐응~ 그래요? 쉴 때마다 피터 경이나 이리엄 경을 엄청 괴롭히시던데…….”

“그거야, 저랑 대련할 만한 사람이 저택에는 없어서…….”

“뭐, 그건 이해하지만…….”

그와 그나마 검을 맞댈 수 있는 것은 그의 부관인 이리엄 경이나 저택 경비 책임자인 아르센 경, 그리고 피터 경 정도뿐임을 주안도 알고 있었다.

그것도 몇 수나 봐주는 선에서 가능했을 정도로, 랭크 7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괴물들뿐이기에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오늘은 정말 워랜 경의 불행한 날이 되겠네요.”

“하하…….”

에밀리 펜버가 어색하게 웃고 있지만, 주안의 말대로 워랜은 오늘 쉽게 잠을 잘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 바스티아노 백작과의 대련이 끝은 아닐 것이고, 저택으로 간다면 에밀리도 그와 검을 맞댈 것이니 말이다.

“……워랜 경이 화가 나서 난동을 피우면, 도련님이 꼭 말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화를 내게 만든 건 에밀리 경이나 다른 분들일 텐데 제가 왜…….”

“흠흠,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쳇, 그리고 저보단 소니아 누나에게 부탁하시면 금방 해결될 거니까, 소니아 누나한테 부탁하세요.”

“소니아 펜 양 말씀이십니까?”

“네.”

“아, 하긴…….”

에밀리 펜버도 저택 내에서 워랜과 소니아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봐서 알고 있었고, 이런 주안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보다 낯이 익은 분들도 보이고, 낯선 분들도 많네요.”

“예, 황성의 실력자들도 모조리 이곳에 온 듯합니다.”

“워랜 경이 확실히 검을 쓰는 분들에겐 인기인이 되어버리셨군요.”

“새로운 강자, 특히 이런 젊은 인재에 대해선 어르신들이 무척이나 좋아해서 말입니다.”

“어르신이라니…….”

뭐, 어르신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젊은이들도 다수 있었다.

……젊다 해도 30대이지만 말이다.

“으음, 집에 갈 때 피로나 회복시켜 드려야겠네요.”

“꼭 좀 부탁드립니다. 공자님.”

그 피로 회복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에밀리 펜버도 주안에게 받아 봐서 알기에, 쌩쌩해져서 저택에 도착하여 그런 워랜과 검을 겨룰 것이 자신이기에 괜히 기뻐졌다.

하지만 이런 에밀리 펜버를 보며 주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까, 숨기고 아스란 왕국으로 도망치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주안은 지금 이 상황을 보니 워랜의 심정이 매우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던 주안은 이들도 이곳에 온 것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느꼈다.

특히 아는 사람의 얼굴도 보이지만, 모르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아는 사람이라면 황실근위대 부단장인 실버론 하셀 자작이나 황실근위대의 사람들 몇 명과 사무엘 그리마도 이곳에 있을 정도였다.

모르는 이들은 대부분 다른 귀족들의 호위들로서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을 정도로 꽤 실력이 대단한 이들인 듯했다.

그리고 이들 중 주안의 눈에 들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갑주를 제대로 차려입고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이었고, 그들의 모습에 주안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린 듯 에밀리에게 말했다.

“저분들은 황실 중앙기사단의 분들 아니세요?”

아스란 왕국에도 함께 했던 이들이었기에 주안은 그들의 모습 자체는 낯이 익었다.

황실근위대가 황가의 인물들을 근거리에서 지키는 집단이라면 황실 중앙기사단은 황성을 보호하는 방패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었다.

“예, 중앙기사단 단장이신 브라이언 램버트 경과 부단장이신 안토니오 가르마 경이십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분들은 모두 황실 중앙기사단 조장들로 보이는군요.”

“아…….”

황실 중앙기사단의 단장인 브라이언 램버트 자작 역시 랭크 7의 실력자였고 부단장인 안토니오 가르마 경은 랭크 6의 실력자로 주안도 익히 들어본 이들이었다.

게다가 그 곁의 조장들 역시 대부분 랭크 5와 6 사이의 인물들로, 이들은 황실근위대와 마찬가지로 신분 고하를 떠나 오직 실력자들만 모아서 황실의 충성을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들 중 주안은 한 사람에게 눈이 갔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아…….”

다른 이들도 굉장히 우락부락한 이들이었지만, 그런 이들보다도 더 컸으며 덩치도 남달라 주안의 눈에 확 띄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덩치만큼 다부진 체구와 근육질. 그리고 갑주로 몸을 가리긴 하였지만, 얼굴이나 목덜미에 새겨진 자상들을 보니, 꽤나 험한 일들을 해온 인물로 보였다.

백전노장이라는 말이 어울릴까.

거칠게 헝클어진 어두운 남색의 머리카락은 제대로 손질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마치 사자 갈기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주안이 가리킨 남성을 보고는 에밀리가 누구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엔드류 파탈렌 경이군요.”

“……파탈렌?”

“예,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님의 손자이십니다. 현 파탈렌 후작가의 둘째 공자이기도 합니다.”

“예? 파탈렌 후작가의 둘째 공자?”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님의 피를 제대로 이어받으신 듯, 이제 스물둘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랭크 5의 끝에 오른 젊은 인재이지요.”

“우와…….”

20대 초반에 그 정도의 실력자가 있었을 줄 몰랐기에 주안이 순수한 감탄사를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자, 잠깐. 스물둘이요?”

“예? 아, 예.”

“……저 얼굴에요?”

“그런 말을 엔드류 공자 앞에서 하시면 사나운 고릴라로 변하시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저희 할아버지 같은 분이셨군요. 할아버지도 젊었을 때 남부의 고릴라로 불리셨잖아요.”

“고, 공자님…….”

키득거리며 웃는 주안의 모습에 에밀리 펜버가 놀라 주안을 말리며 엔드류 파탈렌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이 거리가 멀고 워랜과 바스티아노 백작을 주시하고 있어서 그런지 주안의 이런 엄한 소리를 듣지는 못한 듯했다.

“그런데 왜 황실 중앙기사단에…….”

주안은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의 아들인 현 파탈렌 후작가의 가주가 재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을 가르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고, 이것은 매우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실제로 현 파탈렌 후작은 기사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엔드류 파탈렌이 겨우 스물둘의 나이로 랭크 5의 끝에 머물고 있다면 적어도 스물셋이 넘기 전에 랭크 6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인물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왜 할아버지인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의 뒤를 이어 황실근위대로 가는 것이 아닌 황실 중앙기사단으로 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제 시작하는군요.”

“아…….”

하지만 그런 주안의 의문을 일깨운 에밀리 펜버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주안은 연무장 중앙으로 시선을 옮겼다.

멀지 않은 개인 연무장 중앙 공터에서는 워랜과 바스티아노 백작이 간단하게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이내 각자의 검을 쥐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그 모습에 주안의 손에 살짝 땀이 맺혔다.

“워랜 경…….”

주안은 워랜의 실력을 믿는다.

그는 분명 천재였고 강하였으며 축복받은 육체를 지닌 인물이었다.

하지만 에드워드 바스티아노 백작 역시 워랜과 비슷한 이였다.

그는 워랜만큼 타고난 엄청난 육체를 지닌 인물이었고, 제국 제일 검이라는 이름답게 그를 꺾은 이는 제국을 떠난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 외에는 없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마리우스 파탈렌 후작은 그를 칭할 때 항상 이렇게 말했다.

성난 황소.

바스티아노 백작가의 문장이 그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인물이 없다며, 마치 성난 황소처럼 달려든다 하여 그렇게 불렀다.

그리고 이런 바스티아노 백작의 별명을 알기에 주안은 매우 걱정스럽다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다치지 마세요.”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제발 다치지 말았으면 하였다.

워랜도 풍신과 검을 나눌 때, 가끔 앞뒤 가리지 않고 죽어라 달려들던 게 떠올랐기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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