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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106화 (106/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106화

황성에서 벌어질 파티는 황제 폐하의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서 일정이 하루 뒤로 밀려 버리는 바람에 황도의 축제와는 달리 황성은 매우 조용해져 버렸다.

그 때문인지 오히려 황성이 아닌, 황도로 눈을 돌린 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깥으로 나서며 황도 구경을 하는 탓에 안 그래도 북적이던 황도가 더욱 복잡해졌다.

게다가 이런 분위기에 휩쓸린 것은 마르티네스 공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도라면 여전히 별처럼 반짝이는 장소라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바깥 외출을 하였고, 그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빠져나간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저택은 매우 한산해졌다.

하지만 이런 한산함과 조용함이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원래 모습이기에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익숙한 듯 그 나름의 시간을 즐겼다.

“음…….”

단지 바깥 외출, 황성에 갔다 온 주안만은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어우, 진짜 아빠 잔소리 너무 심해.”

마리아와 소니아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린 안젤라가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그런 엄마의 모습에 주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야 당연하잖아요. 할아버지도 기절할 정도로 충격을 받으셨는데, 잔소리로 끝난 게 다행이죠.”

“흥, 엄마는 좋아만 하시던데. 오빠들도 다 축하해 주는데 아빠만 왜 그러시는 거람…….”

다행히 다른 가족들이야 엄마의 임신 소식을 대단히 반겼고 축하를 해주었다.

그리고 화를 내셔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잔소리도 심하게 할 수 없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안쓰러웠다.

그런 외할아버지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선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만 할 것 같았기에 주안이 엄마에게 말했다.

“내일이랑 모레도, 가능하면 할아버지 찾아가서 조금 달래 드리세요.”

“귀찮은데…….”

“……저도 같이 갈게요. 그러면 되죠?”

“응!”

투덜거리던 안젤라도 주안이 함께 간다고 하니 금세 방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시집가기 전까지 이런 엄마를 상대했을 외할아버지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고생에 대해서 주안이 공감하고, 외할아버지에게 효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주안아~ 주안아~”

“으악?! 뛰지 마세요!”

마리아와 소니아를 뒤로한 채 뒤뚱거리며 달려오는 엄마의 모습에 주안이 놀라서 달려가 붙잡아주었다.

“헤헷.”

“어휴, 정말. 제발 홑몸이 아니라는 것 좀 생각하세요.”

주안의 부축을 받다, 금세 주안을 껴안으며 볼을 비비는 엄마의 그 모습에 주안이 화도 낼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에게 보이는 이런 재롱을 거부하기가 힘들었고, 그것을 알기에 주안도 엄마를 꼬옥 안아주었다.

단지, 저 뒤에서 주안을 보며 눈웃음을 짓는 마리아와 소니아 때문에 얼굴이 조금 뜨거워지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안젤라는 그런 아이들과 아들의 분위기는 전혀 모른 채 그저 지금의 이 시간, 이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듯 아들을 꼬옥 안으며 말했다.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잘 거지? 둘이서만 자는 거 맞지?”

“오늘도, 내일도, 모레까지 그렇게 할게요. 아빠가 허락해 줬으니까요.”

“흥, 네 아빠의 허락이 왜 필요한 거니.”

“일단 엄마는 아빠의 것이니까?”

“난 물건도 아니고 네 아빠 것도 아니거든?! 엄마는 주안이 거거든!”

“……제 것도 아니에요.”

엄마의 떼쓰는 모습이 익숙하긴 하지만, 둘째가 생기고도 계속 이러는 것은 조금 곤란했다.

적어도 동생에겐 멋진 형이나 오빠가 되고 싶은데, 엄마가 이러니…….

‘……그걸 알면서도 못 말리는 나도 그렇지만.’

방실거리는 엄마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다, 그런 엄마에게 손을 내밀어주자 단번에 주안의 손을 잡는 안젤라였다.

“들어가요, 엄마. 소니아 누나랑 마리아 누나랑 같이 목욕하시고 오세요. 저도 씻고 엄마 방으로 갈게요.”

“응!”

주안의 말에 안젤라가 생글거리다 이내 주안의 팔을 껴안으며 함께 저택으로 향했다.

어리광이 너무 심해진 듯했지만, 몇 달 만에 제대로 만나서 이렇게 손도 잡고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 주안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아빠인 주레인 공작이 굉장히 오랜만에 혼자 자야겠지만, 주안이나 안젤라에겐 그것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인 듯했다.

* * *

“어머나?”

목욕을 끝낸 안젤라는 마리아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왔지만, 사랑스러운 아들뿐만이 아니라 조금 낯선 아이들이 함께 있는 것에 갸웃했다.

허공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세 요정 꼬맹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안젤라가 의자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던 주안에게 물었다.

“주안아, 저 아이들은 누구니?”

엄마만이 아니라 마리아도 처음 보는 듯 당황했지만,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주안이 책을 덮으며 말했다.

“이번에 아스란 왕국에서 같이 온 아이들이에요.”

“같이 온 아이들……?”

안젤라의 물음에 주안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외모의 자그마한 아이들인지라, 무섭거나 불안하거나 그런 느낌보다는 매우 신기하였다.

유유히 날아다니며 예쁜 날개가 움직일 때마다 반짝이는 빛이 흩날렸고, 방 안에서는 꽃과 풀, 과일과 같은 냄새가 세 요정 아이 주변에서 퍼져 나갔다.

매우 상쾌했고, 마치 정원에 나온 그런 기분이었다.

“저희랑은 조금 다른, 요정족 아이들이에요.”

“요정?”

그게 무엇인지, 갸웃하던 안젤라가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주안에게 말했다.

“엄마가 읽어주던 그런 동화책에 나오던, 그 요정?”

“조금 다르지만, 비슷할 거예요.”

조심스레 마리아의 부축을 받고 주안의 곁으로 온 안젤라가 의자에 앉으며 허공을 유유히 떠다니는 세 요정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런데 위험한 아이들은 아닌 거지?”

“그럼요. 조금 장난이 심하긴 하지만, 착한 아이들이에요.”

“장난이 심하다니?! 전혀 아니거든요!”

세냐가 발끈하며 주안의 머리 위에 앉아 소리쳤지만, 그 행동 자체가 매우 귀여워서 그런지 안젤라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안은 이런 세냐와 마냐, 아냐에게 말했다.

“자, 그보다 우리 엄마한테 자기소개들 좀 해주지 않을래?”

소개라는 그 말에 세 요정 꼬맹이의 눈이 반짝였다.

아미엘만큼 사람들을 혐오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함께하면서 마르티네스 공작가 일행들을 보며 과거에 알던 그런 인간들이 아님을 이미 파악한, 세 꼬맹이 요정들이었다.

특히 세상을 조금 현실적으로 보는 눈을 가진 세냐는 더욱 그랬다.

주안의 말에 허공으로 날아 오른 세냐가 사뿐히 테이블 위로 착지하더니 그런 세냐의 곁으로 마냐와 아냐도 조용히 내려앉으며 말했다.

“세냐!”

“마냐!”

“아, 아냐…….”

이것은 버릇인지, 아니면 자신들만의 소개인지 모르겠지만, 세 요정 꼬맹이는 또 멋진 포즈를 취하며 자신들의 이름을 외쳤다.

“우리는 요정 삼총사!”

테이블 위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며 자신들을 소개한 세 요정 꼬맹이의 머리 위로 주안은 또 신성력의 빛 가루를 뿌려주었다.

매우 익숙해 보이는 그 모습에 안젤라가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귀여운 그 모습과 익숙한 주안의 행동에 작게 웃어주며 말했다.

“귀여운 아이들이네? 그런데…… 진짜 요정이라는 게 있었니?”

“으음, 자세한 설명해 드리긴 조금 곤란하지만…… 저희 가문을 도와주기 위해서 온 대단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에요.”

“엄마한테도 말 못 하는 거야?”

“그게…….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이렇게 봐주세요.”

“우…….”

주안이 비밀을 가진다는 것이 조금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화를 내고 삐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안젤라는 이해하기로 하였다.

게다가 세 요정이 멋진 포즈를 거두고는 안젤라를 보며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한 후 다시 허공으로 날아오르자,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서 그런지 마냥 미소가 지어졌다.

“저 아이들도 같이 자는 거니?”

“따로 자게 하기는 좀 그래서요……. 저쪽에 애들 침대도 가져오긴 했는데, 괜찮죠?”

주안이 가리킨 침대 옆에 자그마한 바구니가 놓여 있었고, 폭신한 이부자리도 깔려 있었으며 베개도 세 개나 있었다.

매우 아담한 사이즈의 바구니 침대였고, 저기에 누워 잠을 청할 세 요정 꼬맹이를 상상하니 안젤라나 마리아가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응, 엄마는 찬성.”

안젤라의 허락과 함께 마리아마저 고개를 끄덕여 줄 정도로 세 요정 꼬맹이는 꽤나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주안은 일단 엄마를 마리아 대신 부축해 침대에 눕혀주었고, 마리아는 그사이 주안이 보던 책과 마시던 차를 정리하였다.

엄마를 눕혀주고 주안 역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마냐와 아냐도 유유히 날아와 바구니 침대로 쏙 들어간다.

세냐는 두 동생보다 항상 늦게 자는 탓에 주안의 곁으로 날아와 자리를 잡고 앉자, 정리를 끝낸 마리아가 조용히 안젤라와 주안에게 인사를 해준 후 불을 끄고 방을 나섰다.

깜깜해진 방 안이었지만, 세냐의 날개에서 빛이 나며 침대 주변을 희미하게 밝혀주었다.

“참 신기한 아이네.”

안젤라가 그런 세냐에게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세냐의 볼을 쓰다듬어 주다 날개에 조심스레 만져보았다.

그 손길이 딱히 싫지는 않은 듯 안젤라의 손에 몸을 맡겼다.

얇은 날개는 보드랍고 따뜻했고 촉감이 정말 좋았다. 세냐 역시 안젤라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 듯했다.

“우리 아들은 정말 뭘 하다 온 건지…….”

미소를 짓던 안젤라가 조심스레 주안에게 기대어 안아주며 작게 중얼거렸다.

“엄마, 많이 걱정했어. 주안아.”

“죄송해요.”

안젤라도 주안이 아스란 왕국으로 가서 무엇을 한 것인지 들었고, 크게 걱정을 하였을 정도다.

얼굴을 마주 보고 제대로 대화하고 싶었지만, 무서웠고 거기에 겹친 자신의 임신 사실에 주안을 볼 낯이 없었다.

불안함과 또다시 아이를 잃을까 하는 걱정과 고민 등등…….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했었다.

그것을 주안도 알고 이해하기에 그런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사과밖에 없었다.

“좀 더 네 몸을 생각해……. 너는 너 혼자만의 주안이 아니야. 엄마도, 아빠도, 다른 가족들 모두의 아이니까.”

“할아버지랑 비슷한 말씀을 하시네요. 요즘은 엄마랑 할아버지랑 정말 많이 닮아가는 거 같아요.”

사이가 꽤나 나빴던 할아버지와 엄마가 비슷한 말을 하며 걱정하자, 주안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 때문인지 안젤라가 입술을 삐죽였다.

“엄마한테 그게 무슨 엄한 말이니.”

“칭찬이에요, 칭찬.”

“흥, 엄마한테는 칭찬 아니거든.”

어린아이 같은 투정에 주안이 다시 작게 웃었다.

그런 주안의 행동에 투덜거리던 안젤라가 주안을 꼬옥 끌어 안아주었다.

엄마의 품은 언제나 따뜻하고 포근했지만, 엄마의 볼록 나온 배가 닿자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저 안에 자신의 동생이 있다니, 현실이 변하고 미래도 변해가는 것을 느끼며 주안이 조심스레 엄마를 안아주었다.

“몸조리 잘하셔야 해요. 아셨죠?”

“걱정 마. 우리 주안이도 있고, 대신관님도 매일 오신다니까.”

대신관님이라 하니, 주안이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오셨다가, 뜻밖의 원치 않은 만남을 하시는 바람에 잔뜩 찌푸린 채 마누엘 전대 대신관님에게 이끌려 대신전으로 함께 돌아가는 그 뒷모습을 주안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마누엘 전대 대신관에겐 이런 화려한 집보단 수수한 신전, 그것도 자신이 지내던 대신전이 더 마음에 들어하셨기에 쿠단과 함께 대신전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보다 이제 어디 가면 안 돼. 엄마랑 약속해.”

“그건…….”

“또 어디 가려는 거야?”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또 그러지 않을까요?”

“으…….”

엄마가 볼을 부풀린 채 불만을 드러내자 주안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바빠질 거예요. 바쁜 만큼, 바깥으로 자주 나가야겠죠. 하지만, 그래도 제가 돌아올 장소는 언제나 엄마랑 아빠가 기다리는 집이에요.”

주안은 이대로 멈추어 있을 수가 없었다.

끝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통해 움직여야 하며, 무언가를 이루고 바꾸어 나가야만 한다.

그래도 주안이 그렇게 바깥으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안심하고 나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자신을 기다리는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돌아올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엄마가 걱정하는 그런 일 때문에 나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엄마도, 아빠도, 앞으로 태어날 제 동생도…… 저를 걱정하며 기다리는 게 아니라 웃으며 맞이해 줄 수 있게끔 말이에요.”

“주안아…….”

정말 너무나 듬직해진 아들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그 다정한 마음은 안젤라, 자신이 알던 주안이 맞았다.

그저 성숙해졌을 뿐이다.

어리다고 생각한 이 아이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엄마를 안아주고 안심시켜 줄 수 있을 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조금 더 멋지고 자랑스러워할 아들이 되어 갈 테니까, 믿고 지켜봐 주세요, 아셨죠?”

“……응.”

그리고 성숙해진 만큼 아들은 자신이 보호하고 안아줘야 하는 게 아닌, 자신이 의지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듬직한 한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게 싫지 않았고, 오히려 그게 더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이 듬직한 아이는 자신이 해준 것처럼 태어날 동생을 분명 아끼고 사랑해 줄 것이다.

안젤라는 그 무엇보다 그게 가장 기뻤다.

그리고 주안이 이전과는 달리 엄마를 자신의 품에 안아주며 말했다.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엄마.”

예전에는 자신이 엄마와 모두를 버리고 갔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리고 주안의 다짐이기도 했다.

다시는 모두를 버리고 가지 않을, 스스로에게 해주는 다짐이었다.

* * *

“이거 참…….”

주레인 공작은 자신의 앞으로 도착한 서신과 이것을 전해준 사람을 번갈아 가며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급스러운 편지 봉투와 편지, 그리고 뜯기 전 봉인되어 있던 가문의 문장과 이것을 전해준 인물은 보통의 사람이 아니었다.

“정녕 링베르가 공작이 이걸 바란다던가? 사무엘 경.”

“예, 각하.”

링베르가 공작가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현 링베르가 공작인 블라드 링베르가 공작의 심복 중의 심복, 랭크 7에 위치한 서부 제일의 기사인 사무엘 그리마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30대 중반인 그는 굉장히 젊은 나이로 랭크 7에 오른 인물이었고, 대대로 링베르가 공작가를 모셔온 유서 깊은 가문인 그리마 백작가의 인물이기도 했다.

현 가주는 그의 형이었지만 그의 형 역시 랭크 6에 이르는, 말 그대로 기사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가문이나 마찬가지였으다.

실제로 그리마 백작가는 대대로 링베르가 공작가를 지키는 호위 기사의 가문이었다.

이번 일은 사안이 사안이고 중요한 일인지라 다른 사람을 보낼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렇다고 사무엘 그리마를 보낸 것은 링베르가 공작이 이 일을 얼마나 중요시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었기에 주레인 공작은 크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이건 의논이 필요한 일이라네. 당장 답을 줄 수는 없다네.”

“알고 있습니다. 블라드 공작 각하께서도 당장 답을 원하신다고 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그에 대한 매듭을 짓기 위하여 황도로 오시고 계시니 말입니다.”

“직접 말인가?”

“예, 사실 사절단이 도착하는 것에 맞추어 저희 링베르가 공작가 역시 황도에 입성할 예정이었습니다만, 사정이 생겨 조금 늦어질 것 같아 저를 먼저 서신과 함께 보내신 것입니다.”

“자네가 온 것을 보면 링베르가 공작의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겠네.”

든든한 방패이자 검인 사무엘 그리마를 보냈다는 것은 자신의 안전을 내놓았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닌, 사무엘 그리마를 통해 전한 서신으로 사정을 설명하며 차후의 만남에서 긴밀한 대화를 원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주레인 공작도 이것을 쉽게 생각할 수 없었고, 멋대로 결정할 수도 없었으며, 가신들뿐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동의가 필요했다.

링베르가 공작이 직접 써서 보낸 이 편지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지만 무거운 내용이었다.

바로…….

“혼인이라니…….”

링베르가 공작가의 딸과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아들을 이어주자는, 혼담 제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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