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의 마마보이 102화
-너는 이 마르티네스 공작가를 이끌어 가야 할 유일한 아이다. 지금은 아니라 할지라도,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다. 너는 너의 몸을 좀 더 소중히 아꼈어야 하였다.
할아버지인 벡브란 전대 공작의 날카로운 그 모습에 주안이 움찔 놀라긴 했지만, 이내 심호흡 후 그런 할아버지를 마주 보며 말했다.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아니면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을 일이었어요.
-그렇다 하여도 네가 위험 속으로 직접 갈 필요는 없었단다. 많은 신관과 함께이지 않았더냐.
“아뇨. 그건 저만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이게 아니었다면, 저도 그 위험 속으로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할아버지의 말에 물러서지 않고 답하는 주안의 모습에 주레인 공작이 조마조마하였지만, 주안은 담담하게 그런 할아버지를 마주 보며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벡브란 전대 공작은 이런 주안의 행동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물러서지 않고 자기주장을 말하는 주안이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예전 같았으면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무서워하고 오줌을 싸던 아이가 이렇게 커서 할 말을 하는 것은 오히려 벡브란 전대 공작의 입장에서는 주안을 칭찬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였다.
-그 성흔이라는 이상한 것 때문이더냐.
“예, 할아버지. 이게 저에게 없었다면 저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능력이 없는데 나서는 것은 무식한 것이지만 능력이 있어서 한 행동은 무모할지라도 일말의 가능성을 보고 한 것이니까요.”
-작은 가능성에 뛰어드는 것 역시 좋은 행동은 아니란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성공하면 칭찬받을 일이잖아요. 그리고 전 성공했고요.”
-언제나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단다. 그러니 좀 더 신중해져야 하고 더 많은 것을 보고 판단해야 한단다.
“예, 할아버지. 이번 일은 신관분들이 많으셨고 아스란 왕국에 대한 저희 제국의 입김, 그리고 마르티네스라는 이름 때문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을 했었어요.”
-허허…….
주안의 말에 벡브란 전대 공작만이 아니라 아버지인 주레인 공작도 작게 미소를 지었다.
마냥 무모하게 동정심으로 뛰어든 일이 아닌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을 하였으며, 가능성을 보고 행한 일이라는 것을 듣게 되니 주안을 계속 혼낼 수는 없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움직여 볼게요, 할아버지.”
-안 한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구나.
“헤헷.”
주안이 장난 가득 미소를 짓자, 벡브란 저대 공작도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곰방대를 입에 물고는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그리고 하얀 연기를 토해내며 주레인 공작에게 말했다.
-며느리 그 아이를 잘 보살펴 주거라. 그렇게 비밀로 한 것을 보면 정말 많이 불안할 것이다. 지금이야 주안이 덕에 좀 나아졌을 것이지만, 잘 챙겨주어야 해.
“걱정 마십시오, 아버지. 그래도 요즘은 제게 의지하는 것 같아 무척이나 기분이 좋습니다.”
-쯧쯧. 팔불출이 다 되었구나.
“하하……. 요즘은 신혼 때의 기분을 느껴서 말입니다. 게다가 주안이를 가졌을 때도 떠오르고 말이지요.”
-필요한 게 있다면 뭐든 말하거라. 몸에 좋은 것이라면 내 뭐든 준비해서 보내 줄 터이니.
“부탁드릴 게 있으면 뭐든 말씀드리겠습니다.”
벡브란 전대 공작 역시 안젤라의 몸을 많이 걱정하는 듯 말하였고, 주레인 공작도 그 마음을 알기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던 벡브란 전대 공작이 주안에게 시선을 주다가 말했다.
-며느리도, 너도 그럴 거라 생각을 하지 않지만, 배 속에 있는 아이도, 주안이도 다 같은 마르티네스의 아이이다. 주안이를 외롭게 하지 말거라.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아버지.”
벡브란 전대 공작의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던 주레인 공작도 이 말만큼은 자신 있게 해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들의 모습이 벡브란 전대 공작 역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 할아버지, 아버지의 모습에 주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보다 할아버지랑 아빠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음? 부탁을 말이더냐?
“예.”
주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리고 두 분에게 주안이 말했다.
“저, 정식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싶어요.”
-후계자 수업?!
“주, 주안아!”
갑작스러운 주안의 벡브란 전대 공작과 주레인 공작이 놀라 소리쳤다.
“주안아, 그렇게 하지 않아도 너는 이미 우리 가문의 후계자야. 네게 동생이 생겼다 해도, 그, 저기, 그 아이에게 후계자를 주거나 하진 않을 것이야.”
-대체 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하였기에 갑자기 후계자 수업을 받는다고 하는 것이냐!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정말입니다. 주안이도 오늘 안 사실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후계자 수업 이야기를 꺼내!
할아버지의 호통에 쩔쩔매는 아버지의 모습에 주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의 사이가 조금은 좋아지나 싶었는데, 자신의 말 때문에 또 틀어진 것이 아닌가 하였다.
“저기, 갑자기가 아니에요. 아스란 왕국에서부터 쭈욱 생각했던 거였어요.”
“아스란 왕국에서?”
하지만 벡브란 전대 공작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듯 주레인 공작을 노려보기에, 주레인 공작의 어깨가 추욱 늘어지며 그런 아버지의 눈치를 살필 뿐이다.
“아스란 왕국에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웠어요. 특히 함께하였던 유우나 공주님의 모습을 보고는 제가 참 초라하다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닌 척했지만, 주안은 유우나 공주가 참으로 부러웠다.
곁에 서면 자신이 초라해졌으며 그녀가 항상 당당하고 미래에 대해 밝은 꿈을 꾸고 변화를 바라는 모습은 너무나 반짝여 보였다.
자신과는 달리, 많은 것을 배웠고, 그것을 통해 움직이며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였으니 말이다.
“왕국을, 왕가를 지키기 위해서 먼 길도, 위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고 오신 그분을 보니, 제가 너무 작아 보였어요. 저랑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말이죠.”
힘이 없는 왕국의 왕가, 그리고 스물이 된 어린 공주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제국으로 왔으며 제국에 온 이유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이루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주안은 유우나 공주처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녀와는 달리 힘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으로 변화시키고 싶었다.
“저도 조금은 달라지고 싶어요. 좀 더 제대로 된 후계자로서, 그리고 할아버지에게도, 아빠와 엄마에게도…… 앞으로 태어날 제 동생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처음에는 그저 마를렌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아미엘의 부탁으로 마를렌 마르티네스 공작부인에 대한 조사를 위해 생각했던 후계자 수업이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앞으로 1년 반 정도면 주안도 정식으로 성인이 된다.
가문의 후계자는 후계자 수업을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받고 성인이 되면 정식으로 가문의 일에 참여하며 많은 것을 알아나가게 된다.
하지만 주안은 그런 과정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엄마와 함께였고, 아버지인 주레인 공작이 붙여준 교사들을 통해 받던 공부도 거의 하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은 수많은 책을 읽고 그것을 저장하면서 아무리 멍청하던 주안의 머리라도 조금은 뜨이게 되었다.
사람은 배워야 하고, 배움을 통해 실천해야 하며, 실천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주안은 현재 배움의 단계가 절실했다. 배우지 않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멍청한 짓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 총명한 유우나 공주님도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 힘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저란 사람은 너무나 초라했어요. 적어도 다음에 그분을 뵐 땐, 조금 더 제대로 된 사람으로서……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훌륭한 후계자로서 마주하고 싶어요.”
주안의 말에 주레인 공작이 조심스레 물었다.
“……설마, 유우나 공주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더냐.”
“하하, 설마요. 그분이랑은 별 사이가 아니에요.”
주안이 웃으며 말했지만 주레인 공작이나 벡브란 전대 공작은 영 못 미더워한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에게 주안이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맞다. 저 유우나 공주님에게 가문의 손님용 인장을 드렸어요. 그분은 믿을 수 있는 분이라 생각이 되어서 한 행동이긴 한데, 괜찮죠?”
“…….”
-…….
주안이 미소를 지으며 하는 그 말에 주레인 공작과 벡브란 전대 공작이 복잡한 심경을 담은 눈으로 주안을 바라보았다.
스스로는 마음이 없다고는 하지만,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손님용 인장을 주었다는 것은, 주안의 권한으로 가능하긴 하나 준 상대방이 여성이었고 오랫동안 함께했던 이라는 게 문제다.
남녀관계는 복잡하고, 복잡하기에 종잡을 수 없는 것이며 아니라고는 하여도 손사래를 치던 사람도 배가 볼록 나온 그녀의 손을 잡고 와서 부모님 목덜미를 잡게 만드는 게 남녀라는 것이다.
-그래, 그건 너의 권한으로도 할 수 있는 행동이니…….
“그, 유우나 공주는 꽤나 당돌하지만, 생각이 깊고 다부진 아이였습니다.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주레인 공작은 유우나 공주와 독대도 했었고 그렇기에 유우나 공주가 어떤 인물인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주레인 공작의 말에 벡브란 전대 공작이 조금은 안심한 듯했다.
-하지만 후계자 수업을 받는다면, 마를렌으로 와야 할 터인데 정말 괜찮겠느냐?
“예, 괜찮아요.”
-네 어미와도 떨어져 지내야 할 터인데도 말이더냐.
“…….”
할아버지의 그 말에는 주안도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사실 엄마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엄마도 함께 마를렌으로 간다고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출산까지의 시간도 있었고 그 후 몸조리를 생각해야 한다.
주안은 조금이라도 빨리 마를렌으로 가야 하는 입장이기에, 그런 엄마와는 자연스럽게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이다.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엄마와 떨어져야 한다는 것에 주안도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동생을 본 후에 오거라.
“이미 많이 늦었어요, 할아버지. 조금이라도 빨리 가는 게 가문을 위해서라도 좋을 거 같아요.
이런 주안의 어두운 표정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주레인 공작이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이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갑자기 무슨 분위기를 잡는 것이냐. 말해보거라.
“주안이와 함께 안젤라를 마를렌으로 보내었으면 합니다.”
주안이 놀란 눈으로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자, 주레인 공작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주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다정한 두 부자의 모습을 보던 벡브란 전대 공작이 말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더냐.
“안젤라도 그것을 바랄 것이고, 저 역시 그게 낫다 생각이 됩니다. 주안이 와서 안젤라가 겨우 미소를 지어주었고, 조금 질투가 나지만, 저보단 주안이의 곁이 안젤라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장소이니 말입니다.”
-너도 좀 크긴 하였구나. 그래도 아비라고 아들과 아내 생각도 다 할 줄 알고 말이다.
“하하, 아버지에게 칭찬받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주레인 공작이 아버지인 벡브란 전대 공작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데, 가장 편안해할 장소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가장 편안할 장소가 엄마 곁이고?
두 어르신의 시선이 주안에게 향하자, 주안의 볼이 발갛게 변하며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놀리는 거야. 분명 놀리는 거라고!’
하지만 그런 놀림에 반박할 수 없는 것이, 찔리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아내에게도 이런 말을 해준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고, 응원해 주자고. 그리고 아이가 넘어져 아파할 때 손을 내밀어 주자고 말이지요.”
작년 마를렌에 내려갔을 때 아내에게 해주었던 그 말은, 단지 안젤라를 안심시켜 주고 다독여 주기 위해 해준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아버지로서의 신념으로 자리를 잡았고, 설령 아들의 잘못된 선택일지라도 그것을 말리기보단 실패를 겪고, 그 실패에 힘들어 할 때 다독여 주며, 그 실패의 원인을 함께 고민하며 다시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주안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응원할 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아이가 하려는 일이 자신을 위한 일이고 가문을 위한 일이라면, 아버지로서, 그리고 가주로서 그렇게 해주어야겠지요.”
-너도 아버지와 가주로서 조금은 성장한 듯하구나.
벡브란 전대 공작은 자신을 닮지 않고 유약한 성격과 마르티네스라는 이름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아들에 대해서 늘 걱정이 많았다.
마르티네스보다 제국을, 가문보다 황권을 더 생각하는 주레인 공작은 확실한 충신이지만, 공작가의 입장에서는 못 미더운 가주일 따름이다.
그렇기에 가신들은 여전히 벡브란 전대 공작을 더 따르며, 그가 더 큰 권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아들을 보니, 마르티네스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을 만큼 잘 성장해 있었고 아버지로서도 매우 훌륭해 보였다.
그동안 자신이 못 미더운 눈으로 본 것이 문제였다는 듯, 그런 시선을 거두고 보니 아들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일단 아버지 생신에 맞춰서 함께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보내겠다는 말은 않는구나.
“저도 오랜만에 만난 아들과 시간을 좀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련하시려고.
싱긋 웃는 주레인 공작의 모습에 벡브란 전대 공작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런 두 분의 모습에 주안이 안도의 함숨을 작게 내쉬었다.
매번 볼 때마다 불편해하던 사이였는데, 오늘은 그나마 화기애애하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그러면 며느리의 몸에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하루 이틀 거리도 아닌데 말이다.
“대신관님에게 부탁하여 신관 몇 분을 초빙하여 함께 가면 괜찮을 듯합니다. 마차가 워낙 좋아서 말이지요.”
-처음으로 돈을 처바른 그 마차가 마음에 드는구나.
매번 타고 오는 더럽게 크고 화려한 마차에 불만을 드러내던 벡브란 전대 공작도 이번만큼은 그 마차가 참으로 마음에 들어였다.
그런 두 어르신의 말을 듣다, 주안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하루 이틀 거리도 아닌 먼 거리 이동.
‘어라? 이거 혹시…….’
아미엘이 주안에게 보내주었던 세 요정 꼬맹이들이 이곳에 온 이유가 떠오른 것이다.
세냐, 마냐, 아냐.
이 세 요정 꼬맹이들이 이곳으로 온 이유는 간단하다.
대밀림 세계수에는 반드시 주안이 가진 자애의 성흔의 힘에 담겨 있는 요정의 세계와 연결관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하는 열쇠의 힘이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성흔의 힘을 부여해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하여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세 요정 꼬맹이가 이곳으로 왔고, 주안이 편하게 대밀림까지 한 번에 오갈 수 있도록 이미 사라져 버린 마법, 워프 게이트를 설치해 주기 위해서였다.
‘이거 잘하면, 가능할지도…….’
어쩌면, 주안은 굳이 마를렌에 가서 지내지 않아도 황도와 마를렌을 언제나 오가며 할아버지를 만나고, 공부를 할 수 있으며, 시조 어르신의 아내이셨던 마를렌 마르티네스에 대한 조사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
떨어지지 않아도 되고, 불편하지 않아도 되며, 함께할 수 있고, 공부와 조사 모든 것을 병행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건 일단 세냐한테 좀 물어봐야겠어. 만약 이 일이 가능하다면 아미엘 님에게도 허락을 받아야겠지만…….’
하지만 이게 정말 가능하다면, 모든 일이 수월해지기에 주안이 잔뜩 들뜰 수밖에 없었다.
이후 아스란 왕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할아버지와 아빠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질문도 받고 답도 해주며, 성흔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지만, 주안의 정신은 이미 워프에 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