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마마보이-58화 (58/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58화

전염병 디안.

통칭 붉은 꽃 디안.

사그레스를 통해 감염되는 이 전염병은, 몸에 붉은 다섯 개의 반점이 새겨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 다섯 개의 반점이 점차 커지며, 마치 꽃잎이 하나둘 펼쳐지는 것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점들이 변한다.

다섯 개의 반점이 하나의 형태를 이룰 때 붉은 꽃 디안과 닮았다 하여 붉은 꽃 디안의 전염병으로 불렸다.

사그레스에 숨어 퍼진 이 병마는 초기 사그레스의 후유증처럼 반점만 남긴 채 그 전조를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꽃을 활짝 피운 디안은 그 숨은 악의를 드러냈다.

사절단의 성공과 덕분인지 남부의 국경이 일부 열리며, 아스란과의 교역이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쯤, 이 저주받은 병마는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아스란 왕국을 초토화시키며 왕국민의 3할이 사망하거나 후유증이 발생한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을 남긴 것이다.

겨우 물꼬를 텄던 교역은 순식간에 그 문이 닫혔고, 제국은 아스란 왕국으로 향하는 모든 길을 끓어버렸다.

게다가 제국에서 보내지는 황실과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지원이 끊어지자, 왕국은 전염병 디안보다 더 큰 절망감에 빠져야만 했다.

제국의 원조가 없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아스란 왕국에서는 살기 위해 나라를 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했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제국으로 넘어갈 수 없었다.

전염병에 죽든, 굶어서 죽든…… 그들에게 선택지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병마는 현재, 이곳에서 나타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전염병 디안이 퍼지는 건 앞으로 10년도 더 후라고……!’

꽃이 피고 사그레스쳐럼 급속도로 전염이 된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퍼져 나간 이 병마는 이게 병인지조차 모른 채 숙주를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한번 피면 숙주가 죽지 않는 이상 지지 않는 죽음의 꽃.

초기 전염병 디안은 절망 그 자체였다.

‘역사가, 역사가 왜 바뀌고 있지……. 아니, 왜 앞당겨진 것이지.’

역사를 바꾼 것은 주안, 자신이 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제국의, 그것도 한정된 자신의 주변만 고쳐 나가려 했을 뿐이지, 이런 형태로의 변화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일단 눈앞에 있는 걸 생각하자. 역사가 바뀌든 앞당겨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주안은 심호흡하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재차 생각했다.

‘일단 지금은 괜찮아. 아직 반점 중 하나만 펼쳐졌을 뿐이야.’

전염병 디안은 다섯 개의 반점이 모두 펼쳐져야 병세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발열로 시작되며, 반점은 새빨갛게 변해가는 것을 넘어, 반점에 상처가 생기며 피가 흐르게 된다.

지혈되지 않는 이 상처로 인해 사람은 급속도로 쇠약해지며 서서히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 숨어든 병마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은 단순한 상처로 생각하여, 자체적으로 치료를 하려다가 병이 급속도로 퍼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 외에도 이미 사그레스에 숨어든 병마는 많은 이들을 감염시킨 뒤였다.

‘많은 이가 죽고, 많은 이에게 상처만 남긴 뒤에야 병마를 이겨낼 수 있었지만, 희생이 너무 컸어.’

치료법이라는 것도 딱히 없었다.

신성력.

그리고 시간.

이 두 가지였다.

초기 증상일 때는 신성력으로 어떻게 치료가 가능했지만, 문제는 디안의 증상인 꽃잎이 하나둘씩 펴질 때마다 치료에 들어가는 신성력이 심각할 정도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꽃잎이 다 펴졌을 땐 신성력 치료도 힘들어. 더군다나…… 신관들마저 병에 전염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야.’

병에 대한 내성이 뛰어난 신관들도 이 병에 전염되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신관들의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신성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여러 고초를 겪게 된다.

마치 신성력이라는 이능의 힘을 목숨 대신 잡아먹는 것처럼, 디안은 그렇게 활개를 친다.

‘결국에는 치료 방법을 알아냈다고 해도, 누구도 아스란 왕국으로 넘어갈 생각을 안 했으니까.’

이미 지옥으로 변해 버린 아스란 왕국은 치료고 뭐고,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 범죄자들의 소굴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며 겨울이 찾아왔을 때 병마가 물러가긴 했지만, 큰 상처와 후유증만 남겼다.

그 이후 사그레스가 퍼질 때면 아스란 왕국은 거금을 들여 제국에서 신관들을 초빙하는 것도 모자라, 신관들에게 무상으로 신전 터와 건물을 내어주고 적극적으로 그들을 받아들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신성력…….”

주안이 왼손을 바라보다, 장갑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다시 시아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주안의 손에서 새하얀 빛이 흘러나오자 사미르와 시아가 놀란 눈으로 주안을 바라보았다.

“주, 주안 공자님. 대체 무엇을 하시려고…….”

“아, 실은 제가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를 환대해 주신 슬렌더 백작 가문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이 반점을 지워 드렸으면 해서요.”

“시, 신성력?!”

이게 병마이고, 미래에 아스란 왕국을 초토화시킨 사실을 알릴 수가 없어 둘러 말했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조용히 시아의 허리천을 감고 있는 옆구리에 손을 뻗었다.

손을 대지 않은 채 그저 조심스레 신성력을 흘려 넣자 시아의 몸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안은 어느 정도의 신성력을 써야 하는지 몰라 조금씩 강하게 신성력을 밀어 넣었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반응하듯 신성력은 주안의 마음을 달래주며 더욱 강한 빛을 뿜어내었다.

이런 주안의 행동에 찻집뿐만이 아니라 주변을 오가던 많은 사람도 하던 일을 멈추고, 주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천을 풀어보시겠어요, 시아 양?”

“아, 네, 네.”

포근하게 감싸던 빛이 사라지자 매우 아쉬워하던 시아가 주안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허리에 감고 있던 천을 풀어보았다.

“아?!”

허리에 자리를 잡고 있던 붉은 점이 모두 사라진 것에 시아는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아직 어리다고는 하나, 여자는 여자, 몸에 흉터가 지는 것을 좋아할 여성은 없었다.

“가, 감사합니다, 공자님.”

“도움이 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네요. 시아 양.”

“네, 네…….”

주안이 싱긋 미소를 지어주자 시아의 볼이 새빨갛게 변했다.

마음 같아서는 귀여운 여동생 같은 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기에 참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미르에게 말했다.

“사미르 공자님.”

“아, 네.”

“공자님의 아버님께 긴히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자리를 좀 마련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와 말입니까?”

“예.”

심각해 보이는 주안의 모습에 사미르가 갸우뚱했지만, 사미르는 금세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공자님의 요청이라면 아버지께서도 기꺼이 자리를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그럼 바로 가도록 하죠.”

“아, 예.”

매우 급해 보이는 주안의 행동이 이상했지만, 사미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시아를 데리고 찻집을 나서자 주안 역시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남은 세라타나 토미, 솔도 황급히 계산을 끝내고 주안을 따라나섰다.

* * *

주안과 아버지인 슬렌더 백작의 자리를 마련해 준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슬렌더 백작의 집무실에서 주안이 나오는 것을 본 사미르와 시아가 황급히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아버지?”

저택만큼이나 집무실도 별다른 꾸밈없이 최소한의 필요한 부분만 갖추고 있는 슬렌더 백작의 집무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아버지인 슬렌더 백작의 모습에 사미르가 머뭇거리며 다가갔다.

“주안 공자님과는 이야기가 잘 안 되셨어요?”

“후우……. 그보다 시아의 반점을 주안 공자가 고쳐주었다고 들었다만, 맞느냐?”

“아, 예. 설마 주안 공자님이 신성력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니까요.”

시아가 볼을 발그레 붉히며 사미르의 뒤에 숨어 있었지만, 사그레스 이후 생겨난 흉터에 어둡던 표정은 어느새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그런 딸아이의 모습을 보던 슬렌더 백작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네? 왜 그러세요?”

“시아의 그 흉터가, 사그레스에 숨어든 새로운 전염병의 특징이라고 하더구나.”

“예?! 저, 전염병?!”

아버지의 말에 사미르가 깜짝 놀라 소리치자 시아 역시 흠칫 놀라며 오빠에게서 벗어났다.

전염병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에 황급히 벗어나려 한 것이다.

그런 딸아이의 모습에 슬렌더 백작이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시아야. 주안 공자가 다 고쳐주었다고 하더구나.”

“진짜, 고쳤어요?”

“주안 공자의 말로는 흉터가 사라진 이상 그 병에 걸릴 일은 없다고 하더구나.”

주안 공자가 그랬다는 말에 시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사미르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런 병이 있다고는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요.”

“디안이라는 전염병이라고 하는구나. 사그레스에 숨어 함께 퍼진 뒤, 사그레스가 물러나면 나타난다고 하더구나.”

“……그런 병이 있었어요?”

“이 아비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한다만……. 주안 공자는 꽤나 심각한 듯하더구나.”

“흠…….”

사미르도 도통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팔짱을 낀 채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아스란 왕국의 사람들은 매년 사그레스를 거쳐갔다.

그게 한두 해도 아니고 수백 년은 되었을 것이다.

매우 오랜 역사를, 자랑이라면 자랑인 향토병과도 같은 이 병에 새로운 병마가 있다는 것은 솔직히 이해가 안 되었다.

무엇보다 주안이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다.

“아비에게 메리다는 물론 주변 영지와 도시, 마을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부탁한 것도 모자라, 이 반점이 있는 이들을 모두 모아달라고 하더구나. 당장 치료해 주겠다고 말이다.”

초기 증상은 신성력에 매우 약하기에 주안의 입장으로선 당연한 조치였지만, 슬렌더 백작의 입장에선 그 말을 믿어야 할지 갈피가 서지 않았다.

“그 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치료를 해준다면 우리야 좋지 않아요?”

“그야 그렇겠지. 흉터가 썩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주안 공자가 한 말이 자꾸 걸리는구나.”

“주안 공자님이 뭐라 하셨어요?”

갸웃하는 사미르에게 슬렌더 백작이 말했다.

“한 가지 단단히 주의를 주더구나.”

“주의요?”

“……반점이 마치 꽃과 같은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이가 있다면 포기하고, 그곳에서 피가 흐른다면…… 절대로 다가가지 말라고 하더구나.”

“예?”

주안은 슬렌더 백작에게 거듭 이 병이 어떤 병이고 증상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었다.

특히 디안의 꽃처럼 활짝 핀 반점은 되돌릴 수 없기에 포기하라는 말과 함께, 그곳에서 피가 흐르면 당장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말까지 해주었다.

너무나 심각한 표정으로 거듭 주의를 주니, 슬렌더 백작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안 공자의 말대로, 정말 이 병이라는 게 있다면…….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매우 걱정스럽구나.”

자신의 영지는 사절단, 주안과 많은 신관으로 인해 안전해질 수 있겠지만 영지 바깥이 너무나 걱정스러웠다.

아스란 왕국 내에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신관은 채 열 명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메리다에 며칠 머문다는 게 주안으로서는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슬렌더 백작에게 부탁한 후 주안은 그대로 황도에서 함께 온 신관들에게도 부탁하였고 흔쾌히 허락을 받아내었다.

주안 입장에선 그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신관들의 입장에선 남부에 교단의 영향을 많이 끼칠 수 있다는 것과 마르티네스 공작가와 더욱 돈독해질 기회였으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다.

“여기, 메리다 쪽 사람은 마지막인가요?”

주안이 마지막 사람을 신성력으로 치료해 준 후 방에서 내보내자 더 이상 디안의 반점을 가진 이가 들어오지 않았고, 그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보면 볼수록 정말 대단하십니다. 신성력을 이렇게 쉼 없이 사용하셔도 지치지 않으신다니…….”

젊은 신관이 주안을 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이것은 주안이 마르티네스 공작 가문이라서 하는 칭찬이 아니라, 순수하게 주안이 대단해 보여 나온 자연스러운 감탄사였다.

신성력은 본디 그 신심으로 발휘되는 힘이고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그 마음이 얼마나 깊나에 따라 강해진다.

하지만 주안은 교단의 사람도 아닐뿐더러 신을 믿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 누구보다 많은 신의 힘을 품고 있었으니, 정말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아직도 좀 궁금합니다, 주안 공자님.”

“무엇이 말입니까.”

황도의 신관들의 대표격인 젊은 신관, 포른 신관이 주안에게 물었다.

“디안이라는 병이 정말 있는 것입니까. 아무리 봐도 저건 그냥 열병에 의한 수포 같아서 말입니다.”

신관은 많은 병자들을 치료하는 집단이었고, 그만큼 다양한 병을 접하기에 병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박식하였다.

여느 의사나 약사, 치료사에는 못 미친다 해도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말은 어찌 보면 당연했고, 주안이 하는 일이니 따르긴 했지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병이라면 정말 다행일 거예요…….”

“흠……. 뭐, 저희야 공자님 뜻에 따르라는 대신관님의 명이 있으셨으니, 저희의 힘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예, 정말 감사합니다, 포른 신관님.”

지금은 이곳, 슬렌더 백작령의 사람들만 치료하고 있지만, 당장 남부와 국경 근처의 영지들도 둘러봐야 했다.

사그레스가 쓸고 지나간 곳은 이곳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슬렌더 백작령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지의 사정을 살펴보기 위해 사람들을 보냈지만, 주안은 그들의 연락이 오길 기다리는 이 시간이 너무 초조하기만 했다.

* * *

사절단에 포함된 남부 귀족의 사그레스 때문에 며칠이나 이곳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그것에 대해 불평과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좀 더 오래 있어 주었으면 하는 게 슬렌더 백작의 바람일 정도였다.

그들이 오래 있을수록 가문과 제국이 그만큼 친밀하다는 것을 대내외로 알릴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큰 이득이었다.

주안은 그렇게 며칠의 시간을 슬렌더 백작이 모아준 디안의 병을 품은 사람들을 돌보느라 나름대로 바쁘고 초조하게 보냈다.

슬렌더 백작 역시 주안의 부탁대로 사람을 시켜 조사한 것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있던 슬렌더 백작은 집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아들의 다급한 모습에 갸웃했다.

“아, 아버지! 왕도에서 급한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전령이?”

“예, 그런데, 그, 그게 좀 이상합니다.”

사미르도 적잖이 당황한 듯 더듬거리며 말했다.

“전령의 말로는 왕도와 그 인근에 심각한 일이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폐하께서 직접 써주신 서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미르가 건넨 서찰을 받아 들고 펼쳐 본 슬렌더 백작이 잔뜩 찌푸린 채 작게 중얼거렸다.

“사절단은, 지금 당장 제국으로 되돌아가 달라고……?”

“전령의 말로는 왕도 주변에서 이상한 전염병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왕도뿐만이 아니라 남부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염병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사그레스가 아니라, 그, 뭔지 모를 전염병이라고…….”

“설마…….”

순간 주안이 해준 말이 떠오른 슬렌더 백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주, 주안 공자를 만나러 가야겠다.”

주안이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었다.

미래에 펼쳐졌던 아스란 왕국의 지옥이 10여 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찾아온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