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의 마마보이 55화
남부의 국경도시 파르잔은 남부군이 있는 요새와 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획 도시였다.
그리고 아스란 왕국과의 전쟁 이전부터 교역을 위해, 제국만이 아닌 아스란 왕국의 사람들도 다수 오가던 교역 도시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 규모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전쟁 후 쪼그라들었던 교역도 점차 회복되어 가고 있었지만, 예전만 못했으며, 특히 아스란 왕국의 많은 상단이 무너진 탓이 컸다.
현재는 거의 대부분이 제국의 상단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었고, 극히 일부의 아스란 왕국 상단만이 이곳을 찾고 있는 실정이었다.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한 아스란 왕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도시에 들어선 사절단의 주요 귀족들과 일부 호위들은, 기다리고 있던 파르잔 시장의 안내에 따라 시장 공관으로 안내되었다.
아무래도 인원이 인원이다 보니, 한 번에 많은 이가 시장 공관에서 쉴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말과 마차, 짐까지 가득하다 보니 시장은 미리 공관 주변 상단의 저택과 여관 등을 빌려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파르잔이라…….”
“주안 공자님은 파르잔에 처음 오시는 건가요?”
“예, 여러 곳을 다녀보긴 했지만, 이곳은 좀 신기하군요.”
주안이 황도와 마를렌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지만, 여러 지방을 엄마와 함께 휴양차 돌아다닌 경험은 많았다.
하지만 그래도 남부에서도 최남단인 이곳 파르잔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곳 파르잔은 매우 독특했다.
지방마다 그 특색이 다르듯, 동부의 마르티네스가 다수의 동방 대륙의 사람들과 섞여 있다면, 남부는 그 옷차림과 피부색에서 큰 차이가 났다.
날씨가 덥고 습하여 대부분 옷차림은 매우 짧고 간편했으며, 피부는 갈색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건물들 역시 황도와 차이가 있었다.
마치 외국이라도 온 듯한 풍경에 세라타와 소니아도 마차 밖을 구경하는 것에 바빴고 주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주님은 파르잔에 오신 일이 있으십니까?”
“제국으로 들어올 때 한 번 들렸었죠. 뭐,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긴 하지만.”
“네?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니요?”
갸웃하는 주안에게 유우나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훗, 어떻게 보면 이곳이 저희 아스란 왕국 입장에선 제국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거든요.”
“유일한 길……. 아.”
주안도 유우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린 듯했다.
“저희 아스란 왕국은 남부군이 주둔 중인 국경 요새인 젠다르 요새를 통해 파르잔으로만 이동할 수 있어요.”
주안은 그 말을 이해했지만, 소니아와 세라타는 창밖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다 유우나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전쟁 협약 때문이군요.”
“네, 맞아요.”
남부와 아스란 왕국 간의 국경선은 꽤 길었다.
사실 아스란 왕국은 결코 땅이 작은 나라가 아니다.
편입되어 있는 대밀림을 포함한다면 제국 남부의 크기 정도는 되었다.
문제는 그 땅 대부분이 척박한 땅으로 영토만 클 뿐, 사람이 살 수 있는 영토는 생각보다 적었다.
전쟁 당시 마르티네스 공작가와 남부군, 그리고 남부 영주군의 연합군이 아스란 왕도까지 단번에 돌파해 버린 시간이 보름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쓸 만한 땅은 딱 그 정도뿐이었다.
그리고 이 전쟁 후 체결된 전쟁 협약이 있다.
그중 하나로 아스란 왕국민이 제국의 영토 내로 들어오려면 반드시 남부군 국경 요새인 젠다르의 허가가 있어야만 하며, 국경 도시 중 머무를 수 있는 곳은 파르잔 단 한 곳뿐이다.
“그 외에도 저희 아스란 왕국은 제국의 정해진 도시에만 들어갈 수 있고, 그곳에 머무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죠.”
“……그리고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되돌아가야 하겠죠.”
“네, 맞아요. 뭐, 약간의 뇌물을 주면 그래도 쉽게 통과는 시켜주시더라고요. ……이곳 시장님처럼 말이죠.”
“후우…….”
각 도시마다 그곳을 관리하는 시장이나 영주의 허락이 없다면 들어올 수 없는 게 아스란 왕국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현실보다, 뇌물을 받고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소리가 주안은 더욱 신경 쓰였다.
“훌륭한 비리 시장인 듯하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음? 그런가요? 일부러 주안 도련님 들으라고 말을 한 건데.”
“……여긴 동부가 아니라 남부입니다.”
동부라면 주안이 할아버지든 아버지에게 알려 해결할 수 있었지만, 남부는 아니었다.
“그래도 한때 남부군 총사령관은 벡브란 마르티네스 전대 공작님이셨잖아요?”
“그게 벌써 몇십 년도 더 된 일입니다. 현 남부군 총사령관은 하스웰 맥도넬 후작님이시지요. 저보단 에반드리안 맥도넬 공자에게 부탁하는 게 훨씬 나을 것입니다.”
아무리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위세가 대단하다 해도 현재의 남부의 중심은 하스웰 맥도넬 후작이었다.
그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유우나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 생각해 보니 역시 그 시장은 계속 있는 게 낫겠네요.”
“네? 어째서죠?”
“그야, 뇌물만 주면 잘 통과시켜 주니까요. 그 비리 시장이 바뀌어 깐깐한 사람이 온다면 저희 왕국 사람이 이곳으로 들어오기 더 힘들어지잖아요.”
“…….”
유우나 입장에서야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제국의 입장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국의 국민, 그리고 공작가의 후계자 앞에서 하는 유우나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아니, 그냥 넉살이 너무 좋은 건가……. 아니면 나를, 우리를 너무 믿는 건가.’
생글거리며 웃는 유우나의 모습에 소니아나 세라타도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나중에 감찰관 쪽에 찔러 버려야겠어.’
맥도넬이 아니라도 딱히 상관없다.
이런 남부 도시는 하스웰 맥도넬 후작의 입김도 세겠지만, 제국령을 비밀스럽게 돌아다니는 황실 직속 감찰관들도 만만치 않다.
제국의 비리를 찾아다니는 그들이라면 이 건에 대해 언급만 해도 금세 찾아와, 이곳 시장이 태어났을 때 울었던 횟수까지 모조리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감찰관 역시 공작가의 힘으로 어떻게든 찾아낼 수는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도 많았다.
가장 확실한 것은…….
‘뭐, 엄마에게 말해서 외할아버지나 외삼촌에게 힘 좀 써달라고 하면 되겠지.’
남부든 감찰관이든, 결국 외할아버지의 입김 한 번이면 끝나는 일이니…….
이래서 권력이란 참 좋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 * *
사절단은 파르잔 시의 시장 공관에서 하루를 머물었다.
사절단이 쉬는 사이 실버론 하셀 자작은 국경 요새인 젠다르 요새에 미리 사절단이 통과할 수 있게끔 연락을 넣었다.
실버론 하셀 자작은 이른 아침 답변이 도착하자마자 출발을 서둘렀다.
“아, 아니, 이렇게 일찍 가셔도 괜찮으신 것입니까? 축하 파티도 아직 하루밖에 해드리지 못했는데…….”
파르잔의 시장은 출발하려는 사절단의 호위 총 책임자인 실버론 하셀 자작에게 달려와 말했지만, 실버론 하셀 자작은 냉담하게 거절했다.
울상이 된 시장의 모습에, 주안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차에 올라탔다.
“그나마 하셀 자작님이 청렴한 분이라 다행히야.”
“그것보다 저 시장이 엄청나게 대단해 보이는데요?”
“응? 어째서요?”
뒤이어 마차에 오른 소니아의 말에 주안이 갸웃하자 소니아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황실 근위대를 대체 뭐로 보고 저러는 것인지……. 피터 아저씨만 봐도 알잖아요.”
“하긴…….”
황실을 위해 존재하는 검과 방패인 병기 집단인 황실 근위대는 사리사욕이 거의 없다. 그들은 황가에 대한 충성만이 가득한 집단이다.
첫째도 황실이요, 둘째도 황실이며 셋째도 황실이다.
그리고 그 황실의 근간이 되는 제국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내가 안 찔러도 하셀 자작님이 알아서 처리해 주시겠네.”
“뭘 찔러요?”
“그런 게 있어요.”
주안이 싱긋 웃어주며 자리에 앉자, 갸웃하던 소니아 역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뒤이어 유우나 공주가 오른 후 세라타가 쟁반을 가지고 올라탄다.
“못 먹은 후식이야?”
아침을 먹자마자 출발하는 것이라 제대로 된 후식조차 못 먹은 탓에 다수의 귀족이 불만을 나타냈지만, 주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세라타가 쟁반 가득 가져온 먹음직스러운 과일에 주안이 미소를 지으며 쟁반을 대신 받아 들었다.
그사이 소니아는 세라타가 마차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고, 세라타가 앉자 마차에 설치된 간이 테이블을 펼친 후 그 위에 쟁반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이 쟁반 위에 놓여 있는 다양한 과일들의 모습에 유우나 공주가 반색한다.
“이거 저희 왕국 과일들 아니에요?
“역시 한 번에 알아보시네요.”
“당연하죠. 우리 아스란 왕국의 몇 안 되는 자랑인데요.”
생글거리며 웃던 유우나였지만, 이내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입술을 삐죽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 죄다 수출되는 거라 왕국민들은 자랑인지 잘 모르지만.”
“완전 어둡네요. 그보다 좀 드셔보세요.”
그러거나 말거나 주안은 마차의 문을 닫은 후 자리에 앉아 과일 중 사디안 열매를 하나를 떼어 입에 집어넣었다.
세라타가 깨끗하게 씻은 것인지 물기가 약간 남아 있었지만, 사디안 열매의 신맛이 입을 타고 온몸에 전해져 왔다.
주안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맛을 음미하는 것을 보던 소니아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고 세라타는 애써 주안을 외면했다.
그리고 이런 주안에게 유우나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왜 덜 익은 걸 드세요?”
“그러니까요.”
평소 집에서도 남부에서 올라온 과일 중에서도 유독 사디안 열매는 덜 익은 것만 구입해 먹는 주안의 식성은 많은 이를 갸웃하게 만든다.
소니아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했지만, 주안은 그러거나 말거나 마차가 출발하는 것도 모르고, 재차 사디안 열매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단 것도 좋지만, 이 묘하게 신맛이 입맛을 잡아당긴다니까요.”
“묘하게 입맛을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맛이라고요. 그치, 세라타?”
“…….”
차마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세라타는 그저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에 주안이 투덜거리며 다시 열매를 입속에 집어넣었다.
“……수출되어서, 저렇게 먹혀지고 있었군요…….”
“왜요? 이렇게 덜 익은 거 먹는 사람 의외로 많은데.”
실제로 이 독특한 신맛에 매료된 마니아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 과일들의 원산지인 왕국의 공주님은 잔뜩 찌푸린 채 주안에게 말했다.
“사디안의 덜 익은 열매는 꿀이나 술에 오랫동안 절여 단맛을 끌어올려 먹거나 저장해 둬서 빨갛게 익은 뒤에 먹는 건데…….”
“이 미묘한 신맛을 모르는 남부 사람들이 불쌍하네요.”
그 말에 소니아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저는 동부 사람이고 세라타는 중부 사람이거든요? 게다가 그 과일의 원산지는 유우나 공주님의 남부고요. 그냥 도련님이 이상한 거예요.”
“쳇.”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중부와 동부, 그리고 남부의 여성들이, 사디안 열매를 먹는 주안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바라본다.
도련님을 위해 일부러 아침 일찍 시장에 가서 사 오긴 했지만, 세라타의 표정도 썩 좋지는 않았다.
그나마 주안이 잘 먹으니, 나름 뿌듯할 뿐이었다.
* * *
미리 사람을 보내 통과 절차를 다 마친 사절단이 국경을 넘는 것은 일사천리였다.
남부군의 총사령관은 현재 하스웰 맥도넬 후작이었지만, 영지의 일과 남부 순시 등등 바쁜 일이 많아 요새에 오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대신 부사령관이 항시 요새에 대기하는 형태였고, 사절단을 맞이하고 통과시키며 배웅해 준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사실 현재의 남부군은 딱히 할 일이 없는 상황이라, 사절단이 온 것이 하나의 활력소가 되었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아스란은 더 이상 도발할 힘도 없는 껍데기뿐인 왕국이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아스란인가…….”
국경을 넘자 드디어 아스란의 땅에 들어서자 주안의 표정도 조금 변했다.
그리고 유우나 공주 역시 희미한 미소를 짓고, 마차의 창밖을 보며 말했다.
“갈 때는 그렇게 오래 걸렸는데, 올 때는 정말 금방이네요.”
멈추는 이도 없었고, 검문한다고 며칠이나 붙잡은 이도 없었다.
그나마 제국에서는 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오랜 시간을 이동했던 것과는 달리 사절단의 이동은 매우 빨랐다.
게다가 많은 이에게 환영을 받고, 배웅을 받는 것은 유우나에겐 생소했다.
감회가 새롭다는 듯 창밖을 바라보는 유우나와, 새로운 땅이라는 것에 신기해하는 주안.
넓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 그런지, 주안의 마차를 제외한 다른 마차들은 점점 덜컹거림이 심해졌고, 이내 얼마 가지 않아 황량한 건물의 터를 지나쳤다.
바깥의 풍경이 바뀌자 주안이 갸웃하며 물었다.
“여긴 뭐죠?”
“그라니치 요새가 있던 장소예요. 지금은 주춧돌 하나 남지 않은 폐허이지만.”
“요새라고요?”
“예, 예전…… 마르티네스 공작님이 전부 붕괴시켜 버렸죠.”
“으음…….”
그 마르티네스 공작이 누구인지는 주안도 알기에 침음을 삼켰다.
황폐한 요새의 터는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채 붕괴되어 있었고, 그 사이로 길을 내버린 듯했다.
마치, 이 요새를 보라는 듯이 말이다.
다들 놀라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유우나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뭐, 그런 것도 있고, 어차피 전쟁협정 때문에 저희 아스란 왕국은 제국과의 경계선에 위치한 모든 요새와 성을 철거해야만 했으니까요.”
“그렇군요…….”
제국민들이나 주안도 몰랐던 부분이었다.
‘할아버지는 그냥 전쟁범죄자만 처단하고 온 게 아니었어…….’
여러 가지 협정을 맺고 왔을 뿐이지만, 그게 아스란 왕국에는 정말 치명적인 것들인 듯했다.
이 혼란은 어쩌면 할아버지와 황가에서 일으킨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동정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많은 이가 죽었고, 많은 이가 다쳤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고, 그 흔적은 마르티네스 공작가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남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벡브란 전대 공작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남부 영지군이 독단으로 일을 처리했을 수도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그러기 위해서 사절단을 초청한 것이니까요.”
“예, 그렇게 될 겁니다.”
주안 역시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었다.
이전의 전쟁에 대한 반성만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참사들을 미리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나갈 것이다.
* * *
젠다르 요새를 넘어 아스란 왕국으로 들어온 뒤 마차는 꽤 빠른 속도로 이동했고, 반나절 정도를 그렇게 달리다 갑자기 마차가 멈추어 섰다.
사절단이 멈추고 마차가 서자, 마차로 다가온 아르베리아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주안이 갸웃했다.
“도시에 들어갈 수 없다고요?”
그러자 주안의 물음에 아르베리아도 이게 무슨 영문인지 잘 모르는 듯 말했다.
“도시의 입구 부분을 앞서 나온 이곳의 영주가 막아선 채 돌아서 가길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니, 대체 왜…….”
주안만이 아니라 마차 안에 타고 있던 소니아나 세라타도 갸웃했지만, 가장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유우나 공주였다.
“아까 들린다던 도시가 모르가 맞나요?”
“예, 맞습니다. 그곳의 영주인 후란 자작이 직접 나와 사절단을 맞이하고 있지만, 일단 길을 막은 채 사절단이 돌아가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주안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사절단을 방해하려는,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른 것 아니겠죠?”
“그건 아닐 거예요. 국경 도시 모르가를 포함한 일대의 땅은 몇 안 되는 왕가의 지지자인 후란 자작의 영지예요.”
주안의 말에 유우나가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자신이 없는 사이에 후란 자작이 변심했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듯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몇 없는 왕가의 지지자인데, 그런 그가 반대파로 넘어갔다면 왕가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제가 후란 자작을 좀 만나봐야겠어요.”
“저도 함께 가지요.”
유우나가 마차에서 내리자 뒤따라 주안과 소니아, 세라타도 내렸다.
하지만 주안은 두 사람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아르베리아의 안내에 따라 유우나와 함께 후란 자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