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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43화 (43/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43화

아스란 왕국 외교 사절 출발 일주일 전이 되자 남부의 귀족들이 대부분 황도로 올라왔다.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일행들 역시 황도로 입성을 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하기 위한 집안의 대표가 된 것은 아버지인 주레인 공작이 아니라 주안이었다.

아무래도 황성에서 재상의 업무를 맡고 있는 주레인 공작이다 보니 평일 낮에 시간을 빼는 것은 무리였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레인 공작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문의 대표가 되어 가신들을 맞이하는 것에 매우 긴장한 주안은, 힘이 바짝 든 상태에서 아침 일찍부터 엄마와 함께 준비하였다.

그리고 점심이 지났을 때쯤, 마르티네스 공작령에서 출발했던 일행들이 곧 황성의 저택에 당도한다는 연락이 전해졌다.

분주히 준비를 마친 주안이 황급히 모두와 함께 저택 입구로 나갔다.

“우오, 완전 긴장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마중하러 나왔지만, 긴장을 한 것은 주안 자신 뿐인 듯, 느긋하게, 오히려 매우 졸려 하는 워랜의 저 무신경함이 너무나 부러웠다.

주안은 연신 심호흡을 하다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왼손의 장갑을 벗고 성흔에서 신성력을 끌어내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후웁, 하아…….”

심호흡할 때마다 왼손에 맺힌 신성력의 빛이 커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워랜이 작게 중얼거렸다.

“……신성력을 긴장 푸는 것에 사용하는 사람은 주안 공자밖에 없을 거야.”

“어, 어쩔 수 없단 말이에요. 이런 건 처음이라, 너무 긴장되는데…….”

주안은 오히려 ‘무신경한 워랜이 이상하잖아요’라고 말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저들을 맞이하렴. 긴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모습을 저들에게 보여선 안 된단다.”

“엄마…….”

“너는 저들의 주인이며, 저들을 이끌어야 할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후계자란다.”

엄마의 그 말에 주안도 놀랐지만, 주변의 다른 이들 역시 매우 놀란 눈치였다.

안젤라의 입에서 그런 공작부인다운 말이 나왔다는 게 신기한 듯 다들 안젤라를 바라볼 정도였다.

‘그래, 엄마 말이 맞아. 예전에는 이 모든 걸 엄마가 했지만, 이젠 내가 해야 할 일이야.’

지금으로 돌아오기 전, 엄마가 마르티네스 공작령의 모든 것을 대신 할 때…… 엄마는 매우 당당했다.

물론 그 당당함의 방향성은 주안으로 인해서 많이 어긋났지만, 그럼에도 가신들에게 휘둘리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황가의 일원으로서, 전 황녀로서 그리고 현재의 공작부인으로서 타인의 앞에서만큼은 그 위치에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주안은 잠시 눈을 감고 다시 심호흡했다. 눈을 떴을 땐 더 이상의 긴장감은 주안에게 없었다.

‘당당하게 맞이하자. 그들에게 아직 모자란 후계자이지만, 언젠가 그 위에 서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해.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주안의 분위기가 변하자 안젤라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스란 왕국으로 가는 것이 결정된 후 주안이 자신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남편의 말대로 점차 성장해 가는 주안의 모습을 보니 품에만 안고 사랑스러워하던 그때와는 다른 만족감이 가슴을 채웠다.

겨우 한 살 더 먹었을 뿐인데, 1년 전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아들의 모습이란…….

지금에 와서는 조금 더 크고, 멋지고, 가끔은 의지도 할 수 있는 아들이 되었으면 했다.

물론 엄마와 함께라는 전제하에.

‘왔다.’

긴장을 풀고 기다리기 얼마 되지 않아 저택의 정문에서부터 들어오는 일행이 보였다.

“와아…….”

그 당당한 모습에 주안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르티네스 공작령에서 황도까지 오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 꽤나 오래 걸렸을 것이지만, 앞서 등장한 말을 탄 기병들과 기사들의 모습은 당당하고 너무나 멋지게 보인다.

가장 앞에 선 기병들의 모습에 주안이 워랜에게 말했다.

“노밀 자작 가문의 기병들이죠?”

“응? 단번에 알아차렸네.”

“알 수밖에 없죠. 저런 말을 탄 기병이 노밀 자작 가문 외에 어디 있겠어요.”

주안의 말에 워랜도 조금 으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그들이 정문을 지나쳐 저택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공작 가문의 사람들 앞에 도열했다.

“노밀 가문에 펜 가문, 말란체 가문. 거기다 훼스턴, 디로, 로리앙, 스테나…… 소벡 백작 가문도 있잖아?”

가문마다 특징은 모두 달랐고, 복장도 통일된 부분이 없다 보니 주안이 알아보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알아보고 기뻐하고 있는 주안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마르티네스 공작 가문의 후계자라는 인식을 제대로 심어주고 있었다.

말을 탄 이들이 말에서 내리고, 마차에서 탄 인원들도 마차에서 내린다.

공작부인 안젤라와 주안의 앞으로 그 대표가 되는 인물들이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였다.

“노밀 자작가의 일등 기사, 베일 리 준남작이 안젤라 공작부인과 주안 공자님을 뵙습니다.”

“말란체 남작가의 후계자 아르베리아 말란체가 안젤라 공작부인과 주안 공자님을 뵙습니다.”

“소벡 백작가의 여식인 위체니아 소벡이 안젤라 공작부인과 주안 공자님을 뵙습니다.”

대표가 되는 세 남녀가 자신의 가문을 밝히며 안젤라와 주안에게 인사를 하고, 뒤를 이어 다른 이들 모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한다.

그 모습에 주안의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베일 리 일등 기사와 아르베리아 말란체, 두 사람은 남부를 대표하는 기사이자 가문의 대표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위체니아 소백은 마르티네스 공작가를 대표하는 3대 백작가였으며, 마르티네스 공작령 북부의 대표이기도 했다.

마르티네스 공작령 남부의 노밀 가문과 말란체 가문이 이번 외교와 문화 사절에 참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지만, 소벡 백작 가문이 여식을 보낸 것은 조금 의외였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에 대해 지금 이 자리에서 물어보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주안은 담담하게 그들을 보았다.

“주안아.”

“네?”

그들을 맞이해 줄 엄마의 말을 기다리던 주안이었지만, 자신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바라보는 엄마의 알 수 없는 미소에 주안이 갸웃했다.

“저들의 인사를 받아줘야지, 뭐 하니.”

“제가요?”

엄마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주안이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엄마가 왜 그렇게 말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기에, 그들을 보며, 엄마와 마찬가지로 진심을 담아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나서서 말했다.

“먼 길 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신해 저, 주안 마르티네스가 여러분들에게 감사와 함께 환영의 뜻을 밝힙니다.”

아빠와 엄마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주안의 행동에 다들 적잖이 놀랐지만, 주안은 집안이나 공적인 자리가 아닌 곳에서는 여전히 그 호칭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다만, 이런 공적인 자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은 엄마와 아빠의 아들이기 이전에, 마르티네스 공작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야만 하였고, 엄마도 그것을 바라는 듯했으니까.

“이제 그만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베일 리 준남작님. 아르베리아 경. 위체니아 양. 그리고 모두.”

주안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세 남녀를 보며 주안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각 가문의 대표로 온 이들의 모습은 정말 완벽히 달랐다.

베일 리 준남작은 세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다.

노밀 자작가의 특징인지 아니면 가론 노밀 자작을 따라 한 것인지 수염을 멋지게 기른,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을 가진 중년의 기사였다.

반대로 아르베리아 말란체는 워랜의 또래로 보일 정도로 젊었고, 남자답게 생긴 이였다.

서방의 검술을 익힌 기사답게 근육이 멋지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키도 워랜만큼이나 크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과는 달리 비대할 정도로 근육이 크진 않았다.

그리고 앞의 두 사람과는 전혀 다른 여성인 위체니아는 두 기사와는 달리 매우 화려한 여성이었다.

금을 녹인 듯한 멋진 금발은 꽤나 길었고, 녹색의 눈동자는 에메랄드를 연상시키게 만든다.

‘베일 리 준남작님이 올해로 서른둘, 아르베리아 경이 스물일곱. 그리고 위체니아 양이 소니아 누나보다 한 살 많은 스물넷이었지.’

마르티네스 공작가를 모시는 가신들의 가문에 대한 인적 사항이 담긴 것은 모두 다 읽었고, 주안이 팔에 차고 있는 마법 팔찌에 이미 저장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그들의 인적 사항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위체니아 양은 마법사로 적혀 있었어.’

베일 리 준남작은 랭크 6, 아르베리아는 랭크 5에 해당하는 기사였지만, 소니아보다 한 살 위인 위체니아는 마법사로서의 자질이 대단하여 마르티네스 공작령 북부에선 굉장히 유명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이미 마법적 소질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다.

소니아와는 달리 속성력이 없다뿐이지, 체계적인 마법을 배웠기에 오히려 능력적인 면만 보면 그녀가 더 뛰어날 수도 있었다.

그 외에도 다수의 마르티네스 공작령의 남부에 위치한 가문들은 하나하나가 대단한 가문들이었다.

오랜 시간을 마르티네스 공작가와 함께한 만큼 역사가 굉장히 깊었다.

‘그 역사의 종지부를 내가 찍었다는 것을 저들이 알면, 과연 지금처럼 나와 엄마를 제대로 대해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세 접었다.

이전 같았으면 후회하고 그러지 말자고 또 다짐했겠지만,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기로 이미 마음을 먹었다.

후회보다 반성을, 반성보다는 실수하지 않는 것을 다짐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나 혼자가 아닌 모두와 같이.’

주안이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던 것은 모두 이들 덕분일 것이다.

* * *

백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저택으로 왔지만, 조금 북적거리는 것 외에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황도의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저택 규모는 그들을 모두 수용해도 충분할 정도로 컸으며, 오늘을 대비해서 미리 고용한 다수의 고용인으로 인해 지내는 것에 불편함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끝낸 뒤였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한 환영 연회가 시작되자, 각 가문의 대표와 중요 인물들이 연회용 홀에 모였다.

마르티네스 공작령 남부의 귀족 중에서도 대표가 될 젊은이들만 참석한 탓에 전체적인 연령은 매우 낮았다.

베일 리 준남작은 가론 노밀 자작의 측근답게 이런 자리는 조금 부담스러워했다.

게다가 30대가 넘은 인물은 그 혼자라 그런지 주안과 워랜에게 인사한 후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웠다.

그 때문에 가장 나이가 많은 이가 말란체 남작 가문의 대표로 온 아르베리아 말란체였을 정도였다.

그리고 엄마인 안젤라는 이 연회의 주역을 주안으로 확실하게 만들어주려는 듯, 축하 인사 정도만 해주고 자리를 떠났기에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주안에게 모두가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담스러운 자리에서, 정말 부담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 인물이 정말 부담스럽게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너무 부담스럽게…… 주안에게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하였다.

“신 아르베리아 말란체!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후계자, 주안 마르티네스 공자님에게 다시 한번 인사 올립니다!”

‘으아,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예의가 너무 과한 아르베리아의 모습에 주안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지만, 주변의 다른 이들은 그러려니 하며 넘어갔다.

그들은 이미 오면서 이런 아르베리아 말란체의 모습을 자주 본 듯했다.

게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의 아르베리아 말라체의 눈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정식으로 주안 공자님을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 이 한 몸 바쳐,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주안 공자님을 지킬 것을 맹세합니다! 아스란 왕국의 그 어떤 파렴치한 행동에도 반드시 제가 몸으로 막는 한이 있더라도…… 커윽?!”

“아, 진짜. 더럽게 시끄럽네.”

“워어래앤 겨엉! 예의 없게 이게 무슨 짓인가!”

언제 다가온 것인지 워랜이 아르베리아 말란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찍어버리며 말을 막았지만, 꽤나 아팠을 것임에도 아르베리아 말란체는 워랜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의는 그쪽이 더 없잖아. 부담스럽게 그게 무슨 말이야.”

“부, 부담스럽다니?! 나의 충정을 모욕하지 말라!”

“거 말투 참……. 스물일곱밖에 안 된 양반이 말투가 왜 그래?”

“기사로서! 귀족으로서! 명예를 지키는 이로서!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법! 오히려 그대처럼 천박한 말투가 더 문제다!”

“천박은 개뿔. 목소리만 커가지고……. 그보다 주안 공자.”

“주, 주주주주주안 공자?! 그 무슨 불경한 말인가! 주안 공자님이다! 주안 공자님! 자네는 어떻게 나이를 먹어도 변한 게 없는 것인가, 워랜 경!”

“아, 그러는 그쪽도 변한 거 없이 목소리만 크시네요, 아르베리아 경.”

노밀 자작가나 말란체 남작가나 워낙 사이가 좋은 가문들인지라 서로 꽤나 잘 아는 듯, 친한 듯 아닌 듯 뭔가 묘해 보이는 워랜과 아르베리아다.

아르베리아 말란체의 외침에도 워랜은 귀를 파고 콧방귀를 뀌며 곁에서 뭐라 떠들든 철저하게 무시할 생각인 듯했다.

‘아르베리아 경, 완전 바른 생활 청년이시잖아.’

아주 잠깐 보았을 뿐이지만, 주안은 아르베리아 말란체의 성격을 단번에 알 수가 있었다.

답답할 정도로 충성심이 가득하고 올곧고 정도를 지키는 인물.

하지만 주안의 기억 속에 그런 아르베리아 말란체는 없었다.

말란체 남작가를 이은 것은 그의 막내 동생이었던 베누아미솔 말란체, 솔이었다.

그는 병으로 일찍 사망하였고, 둘째였던 노마르 말란체는 주안이 공작이 된 후 이곳에는 미래가 없다며 자신의 가문을 버리고 떠나 버렸다.

거의 반강제적으로 가문을 떠안게 된 솔은 그때부터 성격이 변한 게 아닌가 싶다.

큰형은 사망 그리고 작은형은 가문을 버렸고, 마르티네스 공작은 주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워랜과 티격태격 싸우고 있는 아르베리아 말란체는 목소리를 낼 때마다 목덜미의 혈관이 도드라질 정도로 꽤나 흥분했어도 현재의 그는 매우 건강해 보였다.

다만 그의 건강이 문제가 있다면, 저렇게 목소리를 높이다 혈압에 사망한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나중에 몸에 좋은 약들을 좀 보내 드려야겠어. 할아버지한테도 말이야.’

그가 악한 인물이거나 자신과 관련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면 주안은 신경을 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솔의 형이었고, 지금 이렇게 본 아르베리아 말란체는 지나칠 정도로 충성심이 강한 인물이었다.

좀 과하긴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자, 그만 싸우세요. 좋은 날에 왜 그러세요.”

“하, 하지만 워랜 경의 이 불경한 말은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위신이 달린 일! 반드시 고쳐야만 합니다. 이것은 워랜 경만이 아닌 저희 모두가 그렇게 해야만…… 우읍!”

“혀, 혀, 형님! 제발 좀 진정하세요!”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아르베리아의 말에 모두가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다행히 그의 입을 크고 두껍고 통통한 손에 막혀 버렸다.

워랜과 함께 온 솔이 그의 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주안은 슬쩍, 솔에게만 보이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고 주안의 이런 행동은 다들 공감한다는 듯, 오히려 안도의 한숨까지 내쉰다.

게다가 아르베리아는 아직도 할 말이 있는 듯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기사 훈련을 받지 않았음에도 힘 하나만큼은 정말 좋고 무거운 솔이 달라붙어 입을 틀어막아서 그런지 뜻대로 할 수가 없어 보인다.

말란체 형제의 투탁거림에 이목이 쏠린 틈을 타서 워랜이 조용히 주안에게 말했다.

“시끄러운 양반 치웠으니 좀 더 편하게 즐겨, 주안 공자. 오늘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니라 너잖아.”

“하하……. 지금도 충분히 편하게 즐기고 있어요.”

“그래? 내 눈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잘 보여야지, 열심히 해야지…… 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 듯한데? 주안 공자, 엄청 긴장해 있다고.”

“네, 네? 진짜요?”

주안은 몰랐지만, 워랜의 눈에는 너무 긴장해서 온몸이 잔뜩 굳어 있는 안쓰러운 주안의 모습이 보였다.

주안이 왜 이렇게 긴장을 하고 있나, 의아하긴 했지만 잘하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워랜이 히죽 웃으며 주안에게 말했다.

“내가 긴장을 풀기 아주 좋은 방법을 아는데, 가르쳐 줄까?”

“그런 게 있어요?”

생각 같아서는 성흔에서 신성력을 끌어내어 긴장감을 풀려고도 했지만, 워랜의 그 말에 주안이 갸웃하며 호기심을 가졌다.

“우리 집안의 전통적인 방법이지.”

노밀 자작가에 그런 게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랜은 주안의 등을 밀며 연회용 음료와 음식들이 놓여 있는 테이블 쪽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워랜은 그곳에 놓인 잔들을 몇 개인가 집어 들었고 대체 뭘 하는지 몰라 주안은 그저 고개를 갸웃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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