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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34화 (34/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34화

“호오…… 황도~ 황도~ 말만 들었지, 정말 이렇게 건물이 크고 화려할 줄은 몰랐는데…….”

황도로 들어선 후 마르티네스 공작가 일행은 황도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주목을 받으며 이동을 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워랜은 여전히 짐 마차에 앉아 황도의 건물들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며 감탄하였다.

“헤헹~ 황도에 오니까 어때? 촌놈.”

“……너도 시골에서 살았던 건 마찬가지잖아.”

소니아가 말을 타고 이동하며, 워랜의 짐 마차 곁으로 다가와 의기양양하게 말했지만, 워랜은 잔뜩 찌푸릴 뿐이다.

그리고 이런 워랜의 모습에 소니아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무슨 말씀. 이 몸은 벌써 황도 물을 먹은 지 3년이나 되었다, 이거지. 누구랑 달리 시골에서 뒹굴던 몸이 아니라, 도시 여자라고.”

“쳇.”

그 말에는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분명 노밀 영지는 확실히 말과 양과 소밖에 없는 시골이었고, 펜 영지는 소금밖에 없는 바닷가의 촌구석이었다.

단지, 워랜은 그런 곳에서 나고 자랐고, 큰 도시라고는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근거지인 마를렌에만, 그것도 몇 번밖에 가본 일이 없었다.

그와 달리 소니아는 이곳 황도뿐만이 아니라 안젤라를 따라다니며 수없이 많은 휴양지와 대도시를 다녔던 도시 여자였다.

실제로 황도에서 유행하는 옷들로 무장한 소니아와는 달리 노밀 영지나 동부에서 편하게 입고 다니던 자신의 옷차림은 심한 차이가 있었다.

평소라면 별로 신경도 안 쓸 테지만,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그 일행으로 있는 지금은 매우 거슬렸다.

“뭐, 황도가 그렇게 신기하면 나중에 구경이나 시켜줄까? 너희 옷도 좀 사야겠고 필요한 물건들도 많을 거잖아.”

“음…… 하긴, 뭐. 아무것도 안 들고 오긴 했지.”

“……돈도 거의 안 들고 왔죠.”

워랜의 담담한 말에 솔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를렌에 갈 때도 어차피 선물만 주고 금방 돌아올 생각에 돈을 얼마 가지고 오지도 않았던 것도 컸고, 갑작스럽게 주안을 따라 황도로 온 것이라 그대로 따라온 것이었다.

“아, 가문의 인장만 있었어도 대부업체에 가서 돈을 빌리는 건 일도 아닐 텐데.”

“그, 그, 그러다 영지가 알거지가 되잖아요!”

“아니, 우리 집 거 말고 솔 너희 집 거.”

“완전 악마야!”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집 집문서를 팔아버릴 듯한 말을 하는 워랜에 솔이 소리쳤지만, 워랜은 그저 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매우 귀찮은 듯 짐 마차에 기대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소니아가 키득거리며 웃다 말했다.

“그건 걱정 마시라. 이 누나가 꼼꼼하게 모아놓은 월급이 많다, 이거지.”

“흐응~ 그래? 입고 있는 거나, 씀씀이로 보면 얼마 없어 보이는데…….”

“모르는 말씀. 안젤라 님께서 주시는 월급과 보너스가 얼마나 대단한데. 내가 지금까지 모은 돈이면 워랜 너희 집 말을 백 필 정도는 살 수 있을걸?”

“……완전 부자잖아.”

“말도 안 돼…….”

워랜도 놀랐지만, 솔은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안젤라의 호위대에 대한 씀씀이나 집안 사람들에 대한 급여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듣긴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노밀 자작가의 말들은 그 가격이 일반 말의 가격과는 매우 큰 차이가 나는 명마 중의 명마다.

게다가 그런 명마 중에서도 종마들은 상상 그 이상의 가격을 자랑한다.

평범하게 키운 말이라 할지라도, 백 필이라면 어지간한 저택 몇 채는 사고도 남을 돈이었다.

“흐흥~ 그러니 잘 보이라고. 그래도 동향 사람이니, 이자 없이 빌려줄 테니까.”

“결국 빌려준다는 거냐.”

“당연하지. 내가 미쳤다고 그냥 주겠어?”

“쳇.”

워랜이 혀를 차며 잔뜩 찌푸렸지만, 솔은 손가락으로 얼마를 빌려야 할 것인지 계산하는 듯했다.

“그럼 저택에 가서 조금 쉬다 나가는 건 어때? 피곤하긴 해도, 살 게 많으니 미리미리 사놔야지. 안 그래?”

“돈은 안 빌려. 차라리 이 말을 팔고 말지.”

“흥, 그러시던가.”

아무리 짐 마차를 끌고 가는 말이라고 해도 이 말도 노밀 자작가의 말이었기에 이 말만 팔아도 생활비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워랜의 말에 소니아가 입술을 삐죽이며 잔뜩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드러냈다.

“저, 전 빌려야 할 것 같은데요, 누나.”

“어머, 그럴래? 그럼 월 2할의 이자로 빌려줄게.”

“아까는 이자 안 받는다면서요?!”

“기분 나빠졌어. 받을 거야.”

“너무해…….”

솔이 시무룩해지자, 그 모습에 워랜과 소니아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이렇게 셋이 함께 모인 것은 소니아가 안젤라를 따라 황도로 올라간 뒤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렸을 때는 영지도 가깝고, 솔은 노밀 자작가에 맡겨진 탓에 오가며 자주 놀았다.

말을 타고, 배를 타고, 수영도 하고 고기도 잡는 등 참 재미있게도 놀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랜은 그런 예전 일이 떠오르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소니아에게 말했다.

“……황도 구경이나 제대로 시켜줘. 그건 돈 안 받지?”

“특별 서비스 접수 완료. 대신 저녁이나 사.”

“말 가격만 잘 받으면 얼마든지.”

“오케이!”

방긋 웃으며 소니아가 승낙하자, 워랜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솔은 침울해졌지만, 늘 셋이 모이면 구박받고 장난의 대상이 되는 솔이었고, 두 사람에게 함께 괴롭힘을 당하고 침울해지는 모습도 정말 오랜만이긴 했다.

* * *

저택으로 돌아온 마르티네스 공작가 일행은 여독을 풀기 위해 특별 휴가를 일주일이나 받았지만, 주레인 공작은 거기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는 듯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황도로 향했다.

그는 공작령으로 내려가서 지낸 시간만큼 비워두었던 재상의 업무를 빨리 보아야 하였고, 또한 그동안의 일을 황제 폐하에게 보고해야 하는 등 쉴 틈이 없었다.

안젤라나 주안도 조금 피곤한 것인지 오늘은 저택에서 지내기로 했으며, 대부분 오랜 이동으로 다들 지친 듯 자신들의 집이나 방으로 가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들에 포함되지 않은 피터는 쥬도를 끌고 갔으며, 그 때문에 도리안도 그를 쫓아갔다.

토미는 여동생인 세라타를 보러 이미 사라진 뒤였다.

워랜이나 솔은 이미 안젤라에게 말을 전달받은 듯, 하인들이 와서 그들의 방으로 안내했다.

“……진짜 우리 집이랑 비교되네.”

“이, 이거 집이 맞아요?”

“흐흐흥~ 역시 촌놈들……. 겨우 이런 거로 놀라긴 이르다고.”

“시끄러.”

저택의 내부를 둘러보며 놀라는 워랜과 솔을 보고는 싱글거리며 놀려대는 소니아.

황도만 해도 목이 빠지라 주변을 둘러보며 놀라고 감탄을 터뜨렸는데,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저택은 그보다 더했다.

워랜, 자신의 집과 비교하면 자신의 집은 한없이 초라해졌고, 공작성과 비교해도 그 규모가 모자라지도 않았고, 화려함은 비교할 수 없었다.

크리스털 장식이라거나, 유명 화가의 그림이나 조각……. 거기다 장식으로 만든 보석 세공이나 투명하고 깨끗한 유리창과 곳곳에 설치된 비싸디비싼 마법등까지…….

대충 여기저기 널려 있는 장식품 하나를 팔면 노밀 자작가의 저택 정도는 살 수 있을 걸로 보였다.

“……하나 정도 슬쩍해도 티도 안 나겠네.”

“아, 참고로 전부 도난 방지 마법이 걸려 있어서 훔쳐 가면 황실 마탑에 있는 마이스터 모레노 스승님이 바로 날아오실 거야.”

“농담이야……. 아니, 그보다 여기에 도둑이 들었는데 왜 황실 마탑의 마이스터가 날아와?! 황실을 지키는 거 아니었어?! 게다가 스승님?!”

이번에는 워랜도 굉장히 놀란 듯 답지 않게 소리까지 쳤고, 솔은 장식품을 만지려다 새하얗게 질려서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황제 폐하가 아끼시는 안젤라 님에 대한 배려~”

“……지나치다고.”

“그리고 모레노 스승님은 내 스승님이지. 짜잔~ 내 속성력도 스승님한테 다 배웠다, 이거지.”

마법사가 되기 위해선 당연히 그 재능이 필요하고, 이 부분은 동방의 검사들과 매우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재능이 없으면 애초에 입문이 불가능하고 입문한다 해도 노력과 그 재능의 크기에 따라 어중이떠중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역사에 남을 것인가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것은 속성력에 눈을 뜨냐, 아니냐에 따라 갈린다.

소니아는 마법에 대한 재능을 꽃피웠고, 단지 본능에 따라 마법을 사용했었지만, 황도로 온 뒤 안젤라의 배려로 황실 마탑의 주인인 마이스터 모레노의 제자가 되었다.

사실 제자라고 해도 상당한 기부금으로 인해서 얻게 된 자리였으며, 이런 제자는 수십 명이나 있다는 사실까지 워랜에게 말을 하지 않는 소니아였다.

괜히 놀림거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소니아의 몸 주변에 작은 바람이 일었고, 손바닥을 펼쳐 앞으로 내밀자, 바람이 뭉쳐 원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매우 작지만, 저기에 닿는다면 몸이 무사할 것이라는 보장이 절대 없는 강맹한 힘을 워랜도 느꼈다.

“확실히, 대단하긴 하네.”

“당연하지. 뭐, 그래 봐야 아직 한 가지 속성력밖에 다루지 못 하지만 말이야. 스승님은 세 개나 되는 속성력을 가졌다고.”

속성력을 지닌 마법사와 그러지 못한 마법사의 차이는 꽤 심했다.

속성력을 가진 마법사에게 단점이 있다면 한쪽에 치우친 마법사라는 점이다.

물론 그 속성력을 한 가지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는 매우 큰 재능이 필요했다.

하지만 한쪽에 치우친 마법이라 해도 단지 생각과 의지 그리고 본능으로 마법을 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며 손으로 표현하는 마법과는 그 속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누군가는 열심히 주문을 외우고 집중해야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데, 누구는 ‘마법 발사’라고 말을 꺼내는 것도 아닌,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법이 구현된다고 생각하면 간단할 것이다.

게다가 이 속성력에 눈을 뜬 마법은 그 의지와 본능으로도 발현이 되기에, 다른 평범한 마법을 구현할 때에도 별문제 없이 같이 발동시킬 수 있었다.

마이스터 모레노는 벡브란 전대 공작보다도 나이가 많은 70대의 고령이었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길게 기른 수염은 아이들의 동화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법사 그 자체였다.

작위만 없을 뿐이지 후작에 준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고, 바람과 대지 그리고 물의 세 가지 속성력을 지닌 마법사로, 그는 제국뿐만이 아닌, 서방 대륙 제일의 마법사라 칭해지고 있었다.

“……그런 대단한 분이 왜 하필 너 같은 애를 제자로 둔 거야.”

“그, 그야 내 재능에 반하셔서 그러셨겠지.”

“호오, 재능이라…….”

“뭐, 뭐? 왜? 뭐? 뭔데? 그 의심스러운 시선은 뭐냐고.”

“아니, 너 거짓말하면 눈을 피하고 말을 심하게 더듬잖아.”

“아, 아, 아니거든? 별소리를 다 하네. 그보다 빨리 들어가서 씻고 나오기나 해. 여기 앞에 정원 분수대 있지? 거기로 와, 알겠어?”

“흐응…….”

“흥! 별꼴이야!”

의심스럽다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 워랜 때문인지 볼을 발갛게 물들인 소니아가 흥, 하고 토라지며 빠른 걸음으로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그런 소니아의 뒷모습을 보며 슬쩍 웃어 주었다.

“변한 게 없구만.”

“네? 뭐가요?”

“아니, 별로. 그보다 방은 따로 쓰지 말고 같이 쓰자. 저택 꼴을 보니 우리가 쓸 방도 엄청 클 것 같으니까.”

“네?! 아니, 왜요. 따로 쓰라고 각자 방을 정해주셨는데…….”

“내가 외로우니까 싫어.”

“완전 폭군이야!”

워랜의 말에 솔이 황당하다는 듯 소리쳤고, 곁을 지키며 방을 안내하던 하인 역시 솔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하지만 워랜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솔의 뒷덜미를 붙잡고 질질 끌고 가며 말했다.

“시끄러. 따라오기나 해. 목욕할 거니까 등이나 좀 밀어줘.”

“제 등은 안 밀어줄 거잖아요!”

“당연하지. 네 등은 너무 커. 대신 목욕 타올 큰 것 달라고 할 거니까 걱정 마. 고맙지?”

“하나도 안 고맙거든요!”

하지만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끌려가던 솔이 어느새 워랜의 곁에 서서 입술을 삐죽이며 함께 걷고 있었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에 하인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하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런 두 사람을 황급히 쫓아갔다.

이미 저 멀리 가버린 워랜과 솔이 자신들의 방을 지나쳐 버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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