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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5화 (25/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5화

늦은 밤, 주안이 치안청을 다시 방문했을 때 치안감 네뷸러는 직감했다.

‘드디어 잘리는구나…….’

눈치 빠르게 그냥 아침에 사직서를 쓰고 연금이라도 받아먹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매우 후회스러웠다.

아내에게 뭐라 말을 하고, 또 두 아이에게 백수 아빠로서 어떻게 마주 봐야 할지 몰랐다.

“네뷸러 경?”

“으……. 미, 미안하구나. 아빠는, 아빠는 반드시 새 직장을 얻어서 떳떳하게…….”

“네?”

“이 나이에 새 직장을 구해야 한다니…….”

새파랗게 질려서는 혼자 뭐라고 하는 네뷸러의 모습에, 주안이 갸웃하다 이내 그의 말을 듣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저기, 네뷸러 경. 정신 차리세요.”

“아, 아직 장모님 댁에 얹혀사는데……. 조금만 더 모으면 내 집을 구할 수 있었는데…….”

“네뷸러 경을 자르려고 온 거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네?”

주안의 그 말에 네뷸러가 정신을 차리며 눈을 번쩍 떴다.

그런 네뷸러에게 싱긋 웃으며 주안이 한 장의 종이를 건넸다.

그리고 그 종이를 받아 든 네뷸러가 갸웃했다.

“이건……?”

“할아버지의 명령서예요.”

“명령서요?”

“쥬도와 도리안을 석방하라는 명령서요.”

“예?!”

그 말에 제대로 정신을 차린 것인지 네뷸러가 명령서와 함께 주안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공작가의 인장과 벡브란 마르티네스 전대 공작의 사인까지 쓰여 있는 명령서와 함께 그것을 전해준 인물은 다름 아닌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후계자인 주안 마르티네스 공자.

가짜일 리도 없고 가짜일 수도 없는 확실한 명령서였다.

“하, 하지만 석방이라니요? 그들은 범법자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다름 아닌 공자님과 공작부인, 그리고 공작가 전체를 모욕한 행위입니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다른 벌을 주려고 그러는 거예요. 이곳이 아닌, 공작가 자체에서 말이죠.”

찡긋 윙크를 해주며 장난 가득 미소를 짓는 주안의 모습에 네뷸러는 웃을 수가 없었다.

조금 변했다는 것은 알지만,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후계자인 주안과 공작부인인 안젤라의 기행은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잘 아는 사실이었으며, 게다가 주안보다 안젤라에 대한 소문은 더 안 좋기에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도 좋은 날인데 이렇게 데리고 가셔서 공작가에서 처리하는 것은 좀…….”

“에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좋은 날에 괜히 소란스럽게 만들 생각은 없거든요. 그냥 조용히 데리고 가서…….”

“네?! 데, 데리고 가서 대체 무엇을……?!”

대체 뭘 상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새파랗게 질린 네뷸러의 얼굴을 보니 결코 좋은 상상은 아닌 것을 주안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를 보다 못한 피터가 나서서 말했다.

“그건 공작가에서 결정할 일이니 신경 쓰지 말고 그들을 데리고 오게.”

“아, 알겠습니다!”

치안감 네뷸러가 피터에게 경례까지 하더니 이내 몇 명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대동한 채 쥬도와 도리안을 데리러 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주안이 입술을 삐죽인 채 말했다.

“네뷸러 경, 참 심약한 분이네요. 어떻게 기사를 하고 치안감을 하고 계신 것인지…….”

“그래도 실력은 꽤 있는 인물입니다. 저렇게 보여도 랭크 4의 기사이니까요.”

“헤에, 정말요?”

랭크 4라면 도리안과 동급의 기사라고 볼 수 있지만, 주안은 어째 영 믿음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피터의 말처럼 그래도 능력이 있던 사람이 맞는 듯, 치안감 네뷸러가 금세 쥬도와 도리안을 주안의 앞에 데리고 왔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지 못 하도록 포박해 놓긴 했지만, 그런 그들의 얼굴을 보면 그런 짓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게 딱 보였다.

“포박은 풀어주도록 하죠.”

“하지만…….”

“괜찮아요. 피터 아저씨도 있고, 다른 분들도 계신걸요.”

네뷸러가 주안의 말에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도 피터의 실력을 아는 듯 이내 고개를 순순히 끄덕인 후 쥬도와 도리안을 묶고 있는 포박을 모두 풀라는 명령을 내렸다.

“저, 저기…….”

포박을 풀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면서도 주안과 피터의 모습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쥬도가 뭐라 말하려 했다.

“가죠.”

하지만 그런 말을 매몰차게 잘라 버린 주안이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러자 쥬도가 움찔 놀라며 슬쩍 도리안 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에 주안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참 비굴하고 안쓰러운 모습이다.

‘나도 저렇긴 했지만…….’

하지만 비굴하던 시기, 주안은 자신의 곁에 그 누구도 없었고 쥬도에겐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점이 내심 부러웠다.

“가시죠, 도련님.”

“네.”

이런 주안에게 피터가 조용히 다가와 말하자, 주안은 이내 픽 하고 웃어 주었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곁에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에 미소를 지으며 피터와 함께 공작성으로 향했다.

* * *

공작성으로 돌아온 주안은 호위를 맡았던 기사들을 각자 할 일을 하러 돌려보낸 후 피터와 함께 쥬도와 도리안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쥬도는 궁금해하면서도 두려운 눈으로 주안을 힐끗거리며 주시했다.

주안이 자리에 앉은 후 피터가 주안의 곁에 섰다.

그리고 주안은 앉지 못해서 안절부절하는 쥬도와 도리안에게 말했다.

“앉으세요. 두 사람에게 할 말이 있어서 데리고 온 것이니까요.”

쥬도가 잠시 주안과 피터의 눈치를 살피다, 곁에 있던 도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안심한 후 소파에 앉자, 피터와 마찬가지로 도리안이 쥬도를 지키듯 곁에 섰다.

두 사람의 그 모습에 주안이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못난 동생과 듬직한 형 같잖아.’

잘못해서 벌을 받으러 온 자리에, 동생을 지켜주기 위해 따라온 것처럼 쥬도는 안절부절못했고 도리안은 그런 그를 곁에서 안심시켜 주고 있었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에 주안이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내듯 준비시켰던 차를 가지고 온 하녀 대신 찻주전자를 받아 직접 쥬도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어떻게 하려고 당신을 부른 게 아니에요. 일단 이거 마시고 진정 좀 하세요.”

“가, 가, 감사합니다…….”

찻잔을 두 손으로 꼬옥 쥔 쥬도였지만, 심하게 떨리는 잔의 모습에 주안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이것을 흘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인지 쥬도는 손을 덜덜 떨면서도 차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채 마셨다.

그리고 긴장했던 게 조금은 풀리는 것인지 안정을 찾은 그 모습을 본 후 주안이 말했다.

“제가 두 사람을 이곳에 데리고 온 게 궁금하시죠?”

“그게…….”

잠시 우물쭈물하던 쥬도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려고 부른 게 아니에요.”

“…….”

주안도 조용히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찻잔을 내려놓자, 그 작은 소리에도 쥬도가 화들짝 노랄 정도다.

‘이 사람, 원래 이랬나……. 아니지. 이럴 수밖에 없는 건가.’

세상 모든 것이 자기 것만 같았던 사람이, 보다 높은 곳에 있는 이의 눈 밖에 나서 모든 것을 잃는 그 기분…….

‘나도 잘 알지.’

그렇기에 쥬도라는 이 사람을 마냥 미워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 사람은 과거의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다.

안하무인이었고,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다고 착각했으며 주변을 전혀 둘러보지 않았던 것.

차이가 있다면 주안, 자신의 곁에는 단 한 사람만 존재했었고, 쥬도, 저 사람에겐 그래도 다수의 사람이 있다는 차이였다.

그렇기에 주안은 쥬도라는 저 사람에게 작은 미련을 가진 것이지만.

“쥬도 님? 아니지. 쥬도 씨? ……음.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쥬도 형?”

“그, 그그그그그냥 쥬도라고 부르십시오, 공자님!”

새하얗게 질린 쥬도가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자 조금 장난을 쳐서 분위기 좀 풀어보려던 주안의 노력이 참 쓸데없는 노력이 되어버렸다.

“그냥 편하게 쥬도 씨라고 할게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뭐, 좀 친했다면 진짜 형이라고 했을 수도 있겠지만.”

“당치도 않습니다!”

“농담이에요, 농담.”

“하아, 하아…….”

긴장한 상태로 너무 소리를 지른 것인지 쥬도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그를 위해서 미지근하게 식혀놓았던 차를 다시 찻잔에 채워주자 쥬도가 이번에는 떨지 않고 그대로 쭈욱 들이킨다.

“당신과 당신의 호위대는 분명 큰 잘못을 저질렀어요. 그 부분은 인정하시죠?”

“예…….”

쥬도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잘못은 온전히 당신이 져야만 하는데, 당신 아버님인 로닐 상단주님과 홈멜스 상단. 그리고 그 가족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단 말이죠.”

“…….”

면회를 왔던 쥬도의 아버지인 로닐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쥬도도 멍청하지 않기에 그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사실 저나 공작가나 그렇게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에요. 당신은 몰라도 로닐 상단주님과 홈멜스 상단의 평판은 아주 좋았으니까요.”

“……죄송합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주안이 시선을 돌려 쥬도의 곁에 꼿꼿이 서 있는 도리안을 보며 말했다.

“도리안 경이나 그 호위 분들의 가족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죠.”

그 말에 담담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도리안의 안색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모아둔 돈은 많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매해 아이의 치료비로 들어가고 있었다.

당장 올해나 다음 해는 어떻게 넘긴다 해도 그 이후가 문제였다.

그것은 도리안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호위대도 비슷했다.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들도 있겠지만, 그보다 홈멜스 상단은 그들의 가족 같은 집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더 큰 문제였다.

“무례를 저지른 당신과 그 호위대만 처벌하기에는 일이 좀 커졌습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그 점을 간과하지 못하고 막지 못했던 저희 공작가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아, 아닙니다. 이건 전적으로 제가……. 제, 제가…… 너무 멍청하고, 무식해서…… 공자님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바람에…….”

찻잔을 두 손으로 꼬옥 쥔 채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는 쥬도.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갈라진 채, 울음을 억지로 참아내며 말을 하는 듯했다.

“뭐, 얼굴에 ‘나는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후계자입니다’라고 써놓은 것도 아니니 모르는 거야 당연하죠. 단지 공작령 내에서 제멋대로 권력을 행사한 것과 저희 영지민에 대한 폭력 그리고 제 어머니에 대한 모욕이 매우 컸으니까요.”

어머니라는 그 말에 쥬도와 도리안이 흠칫 놀랐다.

단순 공작부인이라는 것도 문제인데, 현 황제의 딸이자 황가의 일원인 전 황녀에게 한 모욕이었으니, 잘못하면 정말 역모라고 몰아도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었다.

만약 이게 그렇게 흘러갔다면 단지 치안청 유치장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쥬도나 호위대, 홈멜스 상단과 관련된 모든 이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이 부분은 제가 할아버지에게 잘 말씀드렸으니 걱정 마세요.”

“……감사합니다.”

쥬도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연방 감사하다는 말만 하였고, 도리안은 말없이 주안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좀 나누었어요. 홈멜스 상단은 이대로 망하기에 너무 아까운 상단이고, 로닐 상단주님은 그 인망과 상인으로서의 신뢰는 대단하셨으니까요.”

단지 오점이라면 쥬도, 그를 너무나 아꼈고 감쌌다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 죄는 무거웠고, 그 끝의 비참함을 주안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언급에 쥬도는 낯이 뜨거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당신에게, 그리고 홈멜스 상단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네?”

그리고 주안의 이 말에 쥬도가 고개를 번쩍 들어 주안을 바라보았다.

동방에서 하는 말처럼, 목숨을 구해줄,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도리안 경. 당신은 쥬도의 호위 총 책임자이시죠?”

도리안의 말에 주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쥬도를 보며 말했다.

“이것은 기회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쥬도, 당신에 대한 제 개인적인 벌이기도 합니다.”

“대체 무엇을…….”

“당신과 도리안 경을 제 휘하의 개인 호위대로 영입할 생각입니다.”

“예?!”

그 말에 쥬도와 도리안이 동시에 놀란 눈으로 주안을 바라본다.

하지만 주안은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이며 말했다.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로닐 상단주님 그리고 홈멜스 상단을 원래의 그 모습…… 아니, 그 이상의 모습으로 돌려드릴 것을 저 주안 마르티네스의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죠.”

“대, 대체 어떻게…….”

“뭐, 그건 내일 할아버지가 로닐 상단주님을 만나 이야기하시겠지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니 받아들이실 겁니다.”

쥬안의 말에 쥬도와 도리안의 안색이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주안이 말한 호위대라는 것이 마음에 걸려, 도리안이 갸웃하며 주안에게 물었다.

“하지만 호위대라니……. 저나 다른 호위대라면 상관없습니다만, 도련님은…….”

“아뇨, 도리안 경. 쥬도 저 사람은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예? 어째서…….”

주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 썩어빠진 정신을 고치려면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거든요. 저도 경험해 봐서 아는데, 그거 쉽게 안 고쳐져요.”

“…….”

이미 경험해 봤고, 조금은 고쳤지만, 그 과정이 20년이 넘게 걸렸으며, 그 고생은 이루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이렇게 주안이 웃으며 말을 할 수 있어도 사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었다.

이런 주안의 말에 쥬도가 멍하니 주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쥬도 씨, 당신은…….”

주안이 히죽, 웃으며 옆에 목석같이 서 있는 피터를 흘겨보며 말했다.

“여기 피터 경이, 정신을 차렸다고 할 때까지 훈련을 받으시면 됩니다.”

“……네?”

무슨 말인지 몰라 갸웃하는 쥬도도 주안과 마찬가지로 피터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피터가 담담하게 쥬도에게 말했다.

“……죽이지는 않으마.”

“…….”

무뚝뚝한 말이지만 쥬도는 마치 악마가 속삭이는 듯한 느낌에 오한이 들었다.

그런 그를 보며 주안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싱글거리며 말했다.

“아, 참고로 토미라고, 제 하인도 훈련받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보다 나이도 어린데, 충분히 훈련을 소화하고 있거든요.”

그 말을 위로라고 하는 것인가.

하지만 아주 조금은 ‘괜찮겠지’라고 쥬도가 생각을 했지만…….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쥬도 씨, 당신은 성인이셨죠? 이런, 어쩌나. 미성년자인 우리 토미랑 달리 제대로 된 훈련을 받으시겠네요? 아시다시피 제국법으로 미성년자에겐 학대에 가까운 훈련은 금지이지만, 성년이 되면 그게 또 아니잖아요?”

“…….”

얼굴이 창백해진 쥬도가 기어이 다시 고개를 푹 숙였고, 어깨마저 추욱 늘어졌다.

치안청 유치장에서 아버지인 로닐이나 그곳의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피터에 대해 들었다.

당시에는 피터가 다른 곳도 아닌 전 황실 근위대의 기사였다는 말에 덤벼들지 않은 사실에 크게 안도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보고 그런 그에게 훈련을 받으라고 한다.

그것도 성인이 받을 그런 훈련을.

“……힘내십시오, 도련님.”

이번만큼은 도리안도 어떻게 쥬도를 도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도 주안이 홈멜스 상단뿐만이 아니라 호위대나 쥬도에게나 모두 큰 은혜를 내려준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주안이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누군가 나에게, 그때 따끔하게 혼을 내고 손을 내밀어주는 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이 다치고, 아파하고, 절망에 빠지고 고통 속에서 죽어가지 않았을 텐데.

그게 후회스러웠고, 그렇기에 쥬도에게 조금 과격하지만, 도움을 주고 싶었고, 손을 내미는 역할이 되고 싶었다.

뭐, 따끔한 회초리라는 도움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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