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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7화 (7/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7화

요리사들은 고생했겠지만, 어차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기에 안젤라나 기타 일행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즐겁게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며 즐겼고, 저녁은 밤이 깊은 시간까지 이어진 후에야 끝이 났다.

야간 경비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하게 되어 환영을 받았고, 다들 이곳에서 잠자리를 가진다는 것에 기뻐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밤늦게까지 온천을 즐기는 여성 호위대의 기사나 마법사, 하녀들은 특히나 더 그랬으며, 남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술잔을 기울였다.

주안은 다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 역시 만족하였다.

‘예전에는 왜 이렇게 못 했던 거람.’

돈을 써도 엄마와 자신, 둘만이 아닌 모두와 같이한다는 점은 확실히 달랐다.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이, 그때보다 더 와닿는다.

그렇기에 주안은 같이 즐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들~ 어디 가니?”

“아, 소니아 누나가 토미 여동생 데리고 왔잖아요. 괜찮나 좀 보려고요.”

저녁을 먹던 중간, 소니아가 돌아왔고 소니아뿐만이 아니라 토미와 토미의 여동생 그리고 신관도 함께 돌아왔다.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 저녁을 다 먹은 후였지만, 아직 토미의 여동생이 어떤 상태인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에 내심 마음에 걸렸던 주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응, 그래? 그럼 엄마도 같이 갈까.”

“그게…….”

“왜? 싫은 거야?”

“아니에요. 같이 가요.”

당시에는 엄마와 같은 방에서, 같은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시고, 가문도 망하면서 혼자 남아 지내던 그때를 떠올려 보면, 엄마와 함께 자는 것이 그립기도 했지만, 조금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엄마 때문에 이상한 소문까지 나면서 결혼조차 하지 않았었기에 휘하에 있던 영주들이나 가신들이 모두 등을 돌린 것이기도 했지만.

주안과 안젤라가 방을 나서자 방을 지키고 있던 두 호위 여기사들이 조용히 뒤따라 왔다.

모두가 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늘 경비를 서준 호위대는 내일 충분히 쉴 수 있었기에 그들도 그렇게 불만이 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늘 하던 일이었기에 불만을 가지는 게 이상했다.

토미의 여동생이 있는 방은 한 층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에 방문하자 침대 곁에 앉아 있는 토미와 토미의 여동생을 돌보는 하녀, 그리고 함께 있는 신관의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하녀와 신관, 그리고 토미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인사는 되었다. 그보다 아이의 상태는 어떠한가.”

주안이나 소니아, 피터 앞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공작부인다운 모습에 토미와 신관이 잔뜩 긴장했지만, 하녀는 매우 익숙한 듯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런 긴장한 신관에게 주안이 물었다.

“저 아이의 몸은 좀 괜찮나요?”

“신성력으로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을 시켰으나 요양이 필요합니다, 공자님.”

“요양이요?”

“예, 그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인지 몸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병 자체는 위중한 것이 아니나, 오랜 시간을 이렇게 보낸 탓에 제대로 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흐음……. 하긴, 어찌 되었든 잘 먹고 잘 쉬는 게 최고긴 하죠.”

빈민 생활을 오래 한 탓에 주안도 토미의 여동생이 어떤 병에 걸렸는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병은 단순한 곳에서부터 오고, 그러한 병에 쉽게 걸리지 않는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바로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것이다.

빈민들이 쉽게 병에 걸리고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쉬지 못하며, 잠을 자지 못하기에 그런 것이다.

단순히 귀족들과 빈민들의, 아니, 일반 시민들과 빈민들의 사망률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엄마, 한 가지 부탁드려도 돼요?”

“응? 우리 아들 부탁이라면 할아버지 잠버릇이라도 알려줄 수 있는걸!”

방긋 웃으며 황제 폐하를 언급하는 안젤라의 발언에 신관과 여유롭던 하녀마저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참 심각한 엄마라는 사실에 주안도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주안이 말했다.

“토미랑 토미 여동생을 집으로 데리고 갔으면 해요.”

“어째서? 엄마가 여기서 지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충분한 돈을 줄 수 있는데. 원한다면 저 아이를 돌봐줄 하녀들이나, 아니면 이곳 사람을 구해줄 수도 있고.”

“그래도 괜찮겠죠. 하지만 그게 최선이라 생각은 들지 않아요.”

“응? 왜?”

“여긴 아이들에게 위험하고 힘든 장소니까요.”

휴양지라 나름 일거리는 많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귀족들이 오가는 고급 휴양지라 이런 빈민에 가까운 아이들에겐 최악의 장소였다.

조금만 질 나쁜 귀족을 만나면 좋지 않은 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장소라는 사실을 주안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아이들을 심심찮게 보았고, 다 늙은 자신도 그런 꼴을 당했었기에 토미와 토미 여동생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특히 갑자기 돈이 생긴다면 문제가 될 거예요. 당장은 엄마가 하사한 돈이라는 사실 때문에 토미를 어쩌지는 못하겠지만, 우리가 떠난다면 분명 안 좋은 손을 뻗어올 거예요.”

주안이 생각하는 엄마라면, 분명 적잖은 돈을 토미에게 쥐여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힘이 없는 이들에게 생긴 큰돈은 불행을 몰고 오는 저주받은 돈일 뿐이었다.

안젤라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지만, 빈민과 이런 하층민의 더러운 일에 대해선 지겹도록 겪은 주안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관은 주안의 그 말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공자님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확실히 일리가 있습니다, 안젤라 님. 어느 도시든, 질이 좋지 않은 주먹패가 있습니다. 큰돈을 주신다고 해서 저 아이들이 온전히 쓸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돈만 빼앗긴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러한 신관들은 빈민 구제를 자주 나섰고, 그들만큼 빈민들과 밀접한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물론 부패한 신관들은 큰 문제가 되지만, 사실 주안도 이런 신관들이 가끔 나누어 주는 빵은 특식이라 할 만큼 질이 좋았던지라 신관들에 대해선 아주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라면 저도 크게 신경 쓰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절 도와준 아이랑 동생이잖아요.”

“후훗, 우리 아들. 다정하기도 해라.”

아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 것인지 안젤라가 아들을 품에 포옥 껴안아 주었다.

문제는 역시나 커다란 두 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히는 바람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보이는 주안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두 사람, 특히나 주안의 행동과 말에 토미가 적잖이 감동한 듯했다.

자신의 실수를 감싸주고, 이렇게 동생을 치료받게 해준 것도 모자라 그 이후에 있을 일에 대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보살펴 주는 주안은, 소문으로만 듣던,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마마보이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게 은인이었다.

“저, 전 물건도 잘 옮기고 마구간 청소도 잘해요. 정원 가꾸는 일도 해봤고, 쓰레기 정리해서 버리는 것도 다 해봤어요. 뭐든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할게요!”

안젤라의 가슴 사이에 얼굴이 파묻혀 그 말에 제대로 답해주지는 못했지만, 토미의 그 어리숙한 말은 모두에게 간절한 바람처럼 전해져 왔다.

빈민의 하층민이라고는 하나 다들 토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기사들이나 병사들은 부모도 없이 아픈 여동생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토미를 대견하다고 생각하였고, 여성들에겐 안쓰러움의 대상이었다.

사실 안젤라는 토미를 마땅찮게 볼 수도 있었다.

아들이 자신을 위해 한 행동이 기쁘고, 그렇게 바라기에 특별히 넘어간 것이었지만, 안젤라 역시 토미의 이런 행동이 싫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토미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 네가 무엇을 할 것인지는 생각해 보도록 하마. 그래도 일단 네 동생을 돌보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단다.”

“예, 예!”

안젤라의 다정한 말에 신관이나 하녀가 적잖이 놀랐지만, 오늘은 놀랄 일이 많아서 그런지 금세 놀란 표정을 감추었다.

아들이 변하니, 엄마도 변하는 듯했다.

* * *

토미와 여동생인 세라타를 뒤로한 채 방으로 돌아온 주안과 안젤라는 잠자리에 들려는 듯 함께 침대에 누우며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안젤라가 자연스럽게 주안의 베개 위에 자신의 팔을 놓자, 주안도 당연하다는 듯 그 팔을 베고 누웠다.

안젤라가 그런 아들을 꼬옥 안아주며 말했다.

“아들, 그 아이들은 그렇게만 해줘도 되는 거니?”

“그 정도만 해도 좋아요, 엄마.”

“응, 우리 아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엄마가 주장하는 대로만 움직이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자신의 주장을 어느 정도 펼치는 아들이 되었다.

그래도 마냥 좋고, 행복한 듯 안젤라의 얼굴엔 미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엄마.”

“응?”

겨우 하루의 시간, 아니,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일상이었던 빈민의 삶.

다 늙은 몸에, 아무것도 몰랐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무언가 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그런 인생이었다.

어째서인지 이렇게 과거의 행복하던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왔지만, 언제 또 그렇게 될 것인지 몰라 불안하기만 했다.

이렇게 엄마의 품에 안겨 있으니 그 모든 게 꿈이었던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문득 든다.

하지만 절대 꿈은 아니었고, 이대로 엄마의 품에 계속 안겨 엄마의 말만 따른다면 반드시 찾아올 절망적인 미래였다.

그렇기에 항상 경계해야 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렇기에, 엄마의 이 따스한 품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했다.

주안이 잠시 말을 머뭇거리다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고마워서요.”

“후훗, 엄마는 우리 주안이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걸.”

‘아뇨, 이렇게 있기만 해선 안 돼요, 절대로.’

속마음을 말할 수 없었지만, 반드시 엄마를 그리고 가족들을 지켜낼 것이라며 주안은 재차 다짐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온천으로 올 때와는 달리 여유로웠고 사람도 늘었다.

말을 타지 못하는 토미와 하루 대부분을 누워만 지내던 토미의 여동생, 세라타가 두 모자와 함께 마차를 이용하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세라타를 돌봐줄 하녀와 신관 역시 대동하였으니, 둘 만 타던 마차에 갑자기 사람이 확 늘어난 것이다.

사실 마차를 하나 더 구해도 되었지만, 특별히 제작된 안젤라와 주안의 마차와는 달리 몸이 불편한 세라타가 타고 다니기엔 힘든 부분이 있어서 주안이 직접 안젤라에게 부탁한 것이기도 했다.

사람이 늘었지만, 사실 마차가 심하게 커서 크게 불편한 부분은 없었고, 여전히 쾌적함을 자랑하며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아직 어색함 때문에 토미는 주안과 안젤라의 눈치를 살폈지만, 두 모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창밖을 보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토미도 긴장을 풀며 여동생인 세라타의 손을 잡아주었다.

온천이 있는 휴양지와 황도는 거리가 그렇게 멀지도 않으며 도로도 잘 닦여 있어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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