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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마마보이-2화 (2/281)

공작가의 마마보이 2화

주안 마르티네스.

그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다.

마마보이.

제노폴 제국 동부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마르티네스 공작가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으며, 공작가를 이어받을 유일한 후계자.

하지만 희대의 마마보이로 나라와 가문을 말아먹은 최악의 인간.

아버지인 주레인 마르티네스 공작이 사망하면서 공작가를 물려받았지만, 그는 정말 희대의 마마보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기행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엄마의 말을 잘 듣는 것만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것이 엄마로부터 시작되어, 엄마로 끝이 날 정도로 그의 인생에는 엄마가 있었다.

가문이 망할 때도 적지 않은 나이인 40대였지만, 그는 아내는 고사하고 혼담조차 들어오지 않은 독신이었다.

그렇게 엄마 이외의 여자란 인생에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역사에 길이 남을, 나라와 가문을 말아먹은 인간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서대륙과 동대륙, 그 어떤 이도 주안 마르티네스라는 이름을 넘지 못한다.

그는, 대륙 역사에 남겨진 최악의 마마보이였으니까.

* * *

“정말 괜찮니? 드래곤 하트 안 먹어도 되는 거니?”

진짜 드래곤 하트를 먹일 생각이었던 것인지, 아빠인 주레인 공작과 다른 중신들에게도 한 소리 들었음에도 포기를 모르는 엄마, 안젤라였다.

모두가 다시 각자 할 일을 하러 돌아간 뒤 남겨진 것은 엄마인 안젤라와 주안, 둘 뿐이었다.

안젤라는 여전히 걱정스럽다는 듯 침대에 앉아 있는 주안의 곁에 앉아 주안을 꼬옥 끌어안으며 다독였다.

“엄마가 동방에서 유명하다는 산삼이라는 거라도 구해줄까? 우리 주안이, 감기 걸렸을 때 외할아버지가 줬던 거 기억하지? 그거 먹고 금세 기운 차렸잖니.”

몇 번 먹어본 일이 있는 산삼을 언급하자, 주안이 다시 한번 움찔 놀랐다.

그거, 분명 감기에 걸렸을 때 외할아버지가 직접 보내주었던 것이기도 했다.

동방 대륙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영약이기도 하지만, 서방 대륙인 이곳까지 가져오는 것이 더 문제다.

100일 가까이 되는 항로를 따라와야 하는데, 그사이 상할 수도 있기에, 항상 약초꾼과 보존마법을 익힌 마법사가 대동해야만 한다.

때문에 동방에서 서방으로 넘어오면 산삼 가격은 수십 배로 뛰어오르며 작은 영지 하나의 가격과 맞먹는다.

‘……그걸 내가 감기 때문에 먹었었다고? 나 어렸을 때 대체 어떻게 살았던 거야?’

분명 이런 생활을 오래 했고, 빈민의 생활은 20년 가까이 했다지만…… 이 정도로 대책 없는 스케일을 자랑했을 줄은 몰랐다.

그런 빈민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나름 건강하게 살았던 이유가, 그런 영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어대서 그런 게 아닐까.

그저 엄마가 해주니까 따랐고, 할아버지가 줘서 먹었고, 돈이 있으니까 썼을 뿐인데 말이다.

엄마인 안젤라는 여전히 걱정스럽다는 듯 주안을 품에 안고 다독이는 사이, 황제 폐하와 황태자 그리고 중신들을 돌려보낸 주레인 공작이 방으로 돌아왔다.

주레인 공작은 아내인 안젤라와 아들 주안을 보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안젤라, 잠깐 이야기 좀 하지.”

“왜요?”

남편인 주레인 공작의 말에 안젤라가 심드렁하게 답했지만, 주레인 공작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체 아이가 좀 기절했다고, 황제 폐하께 고할 건 뭐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당신의 아이이고, 우리 아이예요. 그리고 아버지의 손자란 말이에요. 이 아이가 잘못되었는데, 그 정도도 못 한다는 거예요?”

“그런 게 아니잖소. 그리고 주안이도 벌써 열다섯이오. 그런데, 아직도 품에 껴안기만 해서 되겠소?”

‘열다섯?’

아버지의 말에 주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게 과거라면, 자신은 50년 가까이 과거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체 왜,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거기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은 똑똑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혼란스러워하는 사이에도 엄마와 아빠의 말다툼은 점점 심해져만 가고 있었다.

“인제 그만 공부도 제대로 하고, 슬슬 경영에 대해서 배워야 하지 않겠소?”

“어차피 경영이야 아직 정정하신 아버님이 계셔서 문제없잖아요. 그리고 공부는 제가 열심히 시키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부친께서도 벌써 60이 넘으셨소. 언제까지 영지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오. 게다가 당신의 교육은 좀…….”

“좀 뭐요?”

“하아…….”

주안의 친할아버지이자 전대 마르티네스 공작인 벡브란은 여전히 정정하시고, 황도에서 지내고 있는 아들 내외 때문에 은퇴 후 다시 영지경영을 맡아버린 분이기도 했다.

안심하고 황도에서 지낼 수 있던 것도 다 공작령을 잘 다스려 주는 주안의 할아버지인 벡브란 덕분이었지만, 주레인 공작의 걱정은 그게 아니었다.

언급한 대로, 바로 아내인 안젤라의 아들에 대한 교육 때문이었다.

아내인 안젤라는 현 황제 폐하인 드바이스 웨버 제노폴의 딸이었던 황녀였으며, 그런 만큼 황실에서 제대로 배웠고,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지식은 차고 넘쳤다.

문제는 안젤라의 성격과 주안에 대한 태도였다.

“아니, 펜을 잡는 것도 안 돼……. 10분마다 티타임과 휴식을 가지고, 이틀에 한 번은 꼭 휴양지로 놀러 가질 않나……. 주안이 싫다 하면 공부 자체를 시키지 않는 그게 대체 무슨 교육이오?”

“어머, 당연하잖아요. 우리 아들 고운 손에 펜을 어떻게 잡게 해요? 혹시라도 굳은살이라도 생기면…… 우, 끔찍해요. 상상하기도 싫어요.”

‘엄마…….’

주안뿐만이 아니라 주레인 공작마저 그런 안젤라의 말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지만, 안젤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게다가 티타임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것도 교육의 일부분이고, 나중에 사교계에 나섰을 때 우리 주안이가 우아하게 찻잔 들어 올리는 솜씨를 보고 여타 귀족 자제들이 부러워할 걸 생각만 하면…….”

‘……그거 아무 쓸모 없었는데.’

이미 미래를 겪어본 주안은 엄마의 티타임 교육은 하등 쓸모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그땐 이미 동방의 차 문화가 대유행이 되는 바람에 현재 서방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의 티타임은 거의 사라진 뒤였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 보면 머리도 식혀야 하잖아요. 휴양지로 가서 우리 주안이의 기분도 풀어주고, 세상도 보여주려는 저의 배려와 교육의 일환이란 말이에요.”

하루에 한 시간도 공부를 안 했고, 그마저도 싫다 하면 시키지 않았던 안젤라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틀에 한 번은 어디 유명한 휴양지로 놀러 가서 며칠씩 보내고 올 때도 많았다.

그렇기에 주레인 공작은 더더욱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 안젤라와 결혼했을 땐 무척이나 행복했다.

안젤라 역시 당시에는 남편인 자신을 배려해 주고, 안주인 역할도 잘해서 아버지인 벡브란 전대 공작의 사랑을 받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첫 아이…… 주안의 형일 수도 있었고, 누나일 수도 있었던 아이를 유산한 뒤로 문제가 발생했다.

첫 아이를 유산한 후 몇 년 뒤에 주안을 다시 가졌을 때는 주레인 공작뿐만이 아닌 황제 폐하까지 나서서 안젤라를 극진히 돌봤을 정도였고, 그땐 아예 이 저택에 대신관이 항상 상주했었을 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라 황실의 황제를 담당하는 의사마저 항상 안젤라를 따라다녔고, 황실 직속 근위대까지 보내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태어난 주안은 매우 건강했고, 안젤라와 함께 황제와 대신관의 축복까지 받은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었다.

다만, 주안에 대한 안젤라의 집착은 병적일 정도로 심했고, 그런 엄마 때문에 주안은 엄마의 말만 듣는 마마보이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이런 주안에 대한 소문은 이미 황도뿐만이 아니라, 제국 전역에 퍼져 있는 상태라 주레인 공작의 걱정은 정말 컸다.

언제까지고 주레인 공작 본인이 가문을 이끌 공작일 수는 없다.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생각 없이 오직 주안에게만 목메는 안젤라 탓에 주안은 자연스럽게 후계자가 되어 공작가를 이끌어야만 했다.

그런데 저렇게 심약하고, 엄마 말만 듣는 아이가 제대로 가문을 이끌 수 있을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당신 외에 주안의 교육을 담당할 선생을 좀 찾아보리다.”

“흥~ 이네요. 제가 거절할 거니까 괜히 그런 일을 하지 마시죠, 공작님.”

“안젤라…….”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안젤라가 침대에서 내려와 주안을 일으켜 세웠다.

“자, 우리 아들. 아침 먹으러 갈까? 아니면 그냥 여기서 먹을까?”

“아침…….”

주안이 슬쩍 방의 창문 너머를 보았다.

이미 해가 중천에 떠올랐고, 곧 점심이 다 되는 시간이다.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아침이 한참 지난 시간에 깨어났던 게 주안과 안젤라였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침을 언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들 모자가 일어나는 시간이 아침이었고, 잠드는 시간이 밤일 뿐이다.

“안젤라. 내 말을 좀 제대로 듣고 생각해 주시오. 이게 다 주안을 위해서 하는 말이란 말이오.”

“네~ 네~ 잘 들었습니다. 그보다 어서 황실로 가시기나 하세요. 아직 퇴근 시간도 아니면서.”

“…….”

설렁설렁 대답하는 안젤라를 본 주레인 공작이 이마를 감싼 채 한숨을 내쉬었다.

주안은 이런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도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엄마의 손을 붙잡은 채 엄마와 함께 방을 나서서 식당으로 향할 뿐이었다.

* * *

아침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이들 모자가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여러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늘 있는 일이었기에 항상 대기하던 요리사들은 프로나 다름없었고, 순식간에 요리를 완성시켜 내온 것이었다.

“자, 아들~ 이거 먹어보렴. 아~”

“아, 아~”

두 모자가 먹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요리였고, 그런 요리들도 다 한 점씩 덜어내어 주안에게 먹여주는 안젤라.

이런 요리를 먹는 것은 20여 년 만이기에 감회가 남달랐다.

빈민으로 살 당시, 톱밥이 섞인 묽은 수프와 쓰레기통을 뒤져 찾아낸 상해 버린 채소와 과일 그리고 버려진 빵 등을 먹었다.

가끔 신전에서 빈민 구제를 위해 빵을 나누어 줄 때가 있었지만, 그것은 정말 특별한 날이었고, 대부분은 쓰레기나 다름없는 음식들을 먹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오랜만에 먹어보는 사람다운, 아니, 그 이상의 음식이 입에 들어가자 자신도 모르게 또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어, 어머나? 주안아, 왜 그래? 설마 맛이 없는 거니? 그런 거니?!”

엄마의 놀란 그 외침에 시중을 들던 하인과 집사, 그리고 요리를 설명하던 요리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죄, 죄송합니다, 공자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요리사가 냅다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사과를 하자, 안젤라의 표정이 매우 싸늘해졌다.

그 표정을 보고 움찔 놀란 주안이 황급히 말했다.

“아, 아니에요. 맛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맛있어서…… 정말 맛있어요.”

“어머, 정말? 울 정도로 맛있었던 거니?”

“네, 정말 맛있어요.”

“어머머.”

요리사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듯 주안은 스스로 포크를 들고 요리를 집어 먹었다.

주안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안젤라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고, 요리사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젤라는 그런 주안의 손에서 포크를 가져와 다시 직접 먹여주며, 하녀가 건네준 손수건을 이용해 눈물을 닦아주었다.

게다가 오늘은 유난히 더 잘 먹는 듯, 평소 먹기 싫은 것에는 투정을 부리던 모습도 없이, 주면 주는 대로 맛있게 먹는 모습에 안젤라의 기분은 더욱 좋아졌다.

“요리장에게 내 이름으로 특별 포상을 내리도록 하거라. 그리고 오늘 수고해 준 모든 요리사에게도 넉넉한 포상을 주도록.”

“네, 안젤라 님.”

안젤라의 말에 집사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평소에도 가끔 보너스를 받지만, 그중 단연 으뜸은 안젤라가 직접 내리는 포상이다.

그것은 급 자체가 다르며, 한 달 급여를 가뿐히 넘기기도 하기에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요리사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상상할 수 있었다.

특히 방금까지 요리를 설명하던 요리사의 표정이 굉장히 밝아졌다.

포상금을 내린 안젤라가 아닌 요리를 맛있게 먹고 있는 주안에게 고마움을 담아 인사까지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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