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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카데미의 무공교관-22화 (22/124)

기사 아카데미의 무공교관 22화

“오…… 이건 예상하지 못한 경우인데.”

세 번째 월말평가를 진행한 후.

곧 있을 반 대항전에 출전할 선수들을 가리고자 순위기록을 체크하던 칼릭스는, 작성된 명단을 바라보며 짧은 탄성을 터뜨렸다.

중간평가는 앞서 치른 월말평가와는 내용이 조금 달라진다.

생도들끼리 시합하며 순위를 나누는 것은 동일하나, 그 대상이 2군의 반 전체로 확장되는 것이다.

출전선수는 단순하게 상위의 인원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각 반의 최상위권 2명, 중위권 1명, 최하위권 2명으로 총 5명이 구성된다.

그렇게 반 대표를 뽑아 다른 반과 대전을 치르며, 승자조는 다른 승자조와 다시 매칭이 되어 마지막 최우수반이 가려질 때까지 시합을 계속하게 된다.

최우수반에게는 학부 전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영예 외에도 아카데미 차원에서 제법 상당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생도들은 물론이고 교관들도 꽤나 신경을 쓰는 이벤트이기도 했다.

‘내가 손댄 녀석들이 둘 다 반대표로 나가게 될 줄은 미처 몰랐는데 말이지.’

세 번째 월말평가에서도 1위의 자리를 지킨 아즐린.

나날이 성장하는 아즐린의 실력을 잘 알기에, 최상위권의 대표 자리에 그녀가 들어갈 것은 확정적이라 생각하긴 했다.

평가 순위 1위인 그녀는 대표선수들의 리더로서, 반 대항전의 대장전에 출전하게 될 것이다.

다만 아즐린에 이어 베네트까지 대표 자리에 들어가게 될 줄은, 칼릭스도 미처 상정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전의 평가에서 19위와 17위를 기록하며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베네트는, 이번 세 번째 평가에서 12위에 도달하며 딱 반의 평균이라 할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서게 되었다.

반 대항전의 가운데 순번인 중견전에 출전할 수 있는 대표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현장실습에서의 사건 뒤로 수련을 꽤 열심히 하는 것 같더니, 기대 이상으로 실력이 꾸준히 오르고 있군그래.’

물론 복마검법이 성질이 특수한 무공이라 해도, 기본적으로 뛰어난 무리들이 포함된 검형을 이루고 있기에.

단련을 게을리 하지만 않는다면 계속해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게 당연하긴 했다.

다만 너무 단번에 두각을 나타낸 아즐린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좌절하진 않을까 싶어, 베네트를 가르치면서 조금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끈기를 잃지 않고 노력하는 것을 보니,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제법 뿌듯한 마음이 든다.

‘한편으로 조금 염려가 되기도 하는군. 일단 내 반의 녀석들이라면 이번 중간평가에서 최우수반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나머지 다른 출전선수들은 자신에게 개인 지도를 받진 못했으나, 기본적으로 반 아이들 전부에게 정규 수업 때마다 무림의 지식들을 동원해 굉장히 꼼꼼하고 세심하게 교육을 해주었었다.

단점을 교정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며 하나같이 입소 당시의 수준보다 실력을 발전시켜 놨으니, 이쪽 세계의 비체계적인 지도만 받아온 다른 반의 생도들에게 질 확률은 꽤 낮을 것이다.

걱정이 되는 것은 대표팀의 한 사람으로 나가게 될 베네트가 익힌 복마검법의 검초에, 대인전에 어울리지 않는 초식이 적지 않게 섞여 있다는 점.

그런 초식들을 제외하고 나면 대인전에서 현재 그녀의 수준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검초들은, 아무래도 굉장히 단순한 투로를 지닌 것들만 남게 된다.

‘월말평가에서는 그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만, 반 대항전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니.’

경기가 계속 진행될수록 반마다 경쟁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출전하는 선수들의 시합 내용을 체크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검법의 특성상 단조로운 검식만을 펼칠 수밖에 없는 베네트는, 승리를 이어가며 반의 순위가 오를수록 공략당하는 구멍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 대항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대표선수들에겐 실전에 적합한 테크닉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야겠군. 그리고 아즐린이야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잘할 녀석이니…….’

칼릭스는 이후의 개인 지도 시간에 복마검법과는 별개로, 베네트에게 몇 가지 검식을 더 가르치는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인들의 기억이 전부 고차원적인 상승의 무공들로만 채워져 있는 건 아니다.

잔재주라면 잔재주겠지만 나름대로 의외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는 단발적인 기술들도 머릿속에 적잖이 들어 있으니, 그런 팁들을 전수하는 것으로 베네트의 단점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자신이 가르치는 생도들이 반 대항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하며, 그렇게 칼릭스는 남은 기간까지의 교육일정을 부지런히 구상했다.

* * *

“아즐린. 컨디션은 어때?”

“……나쁘지 않아.”

“혹시 또 개인 수련을 하러 가는 거야? 교관님이 충분한 휴식도 훈련의 일환이라고-”

“내가 알아서 해.”

새침하게 대답하고는 휙 고개를 돌리는 아즐린의 모습에, 베네트는 괜히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비비 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찬바람이 쌩쌩 부네.’

처음 평가시험을 볼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친근한 사이였는데.

호기심에 개인 지도를 받으러 가는 룸메이트의 뒤를 쫓았다가 어찌어찌 교관의 관심을 사 가르침을 받게 된 뒤로, 자신과 그녀의 관계는 굉장히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특히나 최근 반대항전에 대비해 도움이 될 것을 알려주겠다며, 교관님이 아즐린보다 자신에게 조금 더 교육 시간을 할애하게 된 뒤로.

그녀는 무슨 말을 걸어도 차가운 얼음 같은 태도를 고수하며 심기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곤 했다.

‘그나마 무시하진 않고 대꾸라도 해줘서 다행이긴 한데.’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추가교육을 받을 제자를 선택하는 거야 어차피 교관의 권한일 뿐이지만, 유일한 제자였던 아즐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본인이 독차지하던 교관의 관심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줄어들게 된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어린애도 아닌데, 부모의 애정을 동생에게 뺏긴 아이처럼 굴건 뭐람.’

룸메이트끼리 조금 더 살갑게 지내면 좋을 텐데, 라고 투덜거린 베네트.

그런 그녀의 생각은, 사실 굉장히 핵심을 관통하는 내용이기도 했다.

베네트를 보며 불만을 가득 품게 된 아즐린의 태도는, 실제로 교관의 인정을 집착적으로 갈구하는 것에서 비롯되었기에.

‘왜…… 내가 더 잘하고 있는데. 어째서 베네트에게 더 신경을 써주시는 거야...’

베네트의 곁을 스쳐 지나가던 아즐린은 뭐라 지칭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경에,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지우고자 심호흡을 했다.

기사들의 수련 방식은 일반적으로 매우 과격하다.

아즐린은 기사인 부친을 둔 탓에, 한창 애정을 받아야 할 어린 나이부터 검을 휘두르며 혹독한 훈련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결국 재능이 없다며 아버지에게 내쳐졌었고, 이후로도 매번 그런 몸으로는 절대 기사가 될 수 없다며 귀가 박힐 정도로 똑같은 조롱을 들어야만 했다.

타고난 뚝심이 있어 이를 악물고 버텨오긴 했으나, 보이지 않는 정신의 어딘가에는 만신창이가 되어 피폐해진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경험한 타인의 인정은, 생전 처음으로 맛본 사탕처럼 달콤했기에.

아즐린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칼릭스의 칭찬에 매료되어, 앞으로도 계속 자신이 성장할 때마다 관심을 쏟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겨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다른 생도가 제자로 들어와 교관의 관심이 그쪽으로 더 쏠리는 것처럼 보이니, 불안과 초조를 느끼며 심기가 꼬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게 되어야…….’

그렇지만 대하는 태도에 냉기가 흐르는 것으로 그칠 뿐, 베네트를 원망하며 무언가 해코지를 할 정도로 아즐린의 심성이 모질지는 않았다.

지난번 사고에서는 그녀의 도움으로 자신과 다른 생도들이 위기를 넘길 수 있기도 했고, (그게 교관님이 가르쳐 준 검술 덕분이란 점에서 또 질투심이 들긴 했지만) 매번 살갑게 다가오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보여 마냥 원망으로 대하는 것도 자책감이 느껴질 뿐이다.

결국 그렇다 보니 나오는 모습이란 게, 스스로를 더욱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행동들.

‘반대항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게.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교관님이 날 자랑스럽게 여기고 가장 훌륭한 제자라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몇 차례나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리하지 말라는 만류의 말을 들었음에도, 조바심을 느낀 아즐린은 오늘도 검을 휘두르기 위해 조용히 숙소를 빠져나왔다.

반대항전까지 남은 시간도 이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때까지 교관님께 배운 모든 기술들의 숙련도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아즐린은 죽을힘을 다해 수련에 임할 생각이었다.

* * *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무슨 일이지.’

정규 수업이 끝나고 저녁 식사 전의 짧은 휴식 시간.

그 막간의 사이에 2군 학부장의 호출을 받은 칼릭스는, 위에서 어떤 일로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 의아해하며 학부장실로 향했다.

2군 학부장은 교관직 임용면접 이후로 칼릭스와는 따로 자리를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던 인물이다.

‘지금은 근속계약에 대해서 논할 시기도 아니고. 혹시 현장실습 때의 사건보고에 뭔가 미흡한 점이 있었던가?’

설마 당시의 일로 이제 와서 관리소홀이라며 책임을 묻는 건 아닐 터.

교관회의 때가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든 상관이 무슨 일로 자신을 호출한 것인지, 그로서는 영 짐작이 가질 않았다.

“학부장님.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오! 칼릭스 교관! 어서 들어오시게.”

들려온 대답에 문을 열고 막 안쪽으로 들어서려던 칼릭스는,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날카로운 기파를 감지하고 순간 움찔하며 멈춰 섰다.

감각이 곤두서며 절로 근육들이 긴장되었다.

방 안에는 학부장뿐만 아니라 다른 선객이 자리에 앉은 채, 문 앞에 선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명의 학부장이 칼릭스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저 사람이 또 왜…….’

“들어오지 않고 거기서 뭐 하나?”

마스터 알론드.

1군 학부장이자 아카데미 내 최강의 검사인 그가, 눈빛으로 사람을 해부할 듯한 기세를 풍기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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