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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카데미의 무공교관-18화 (18/124)

기사 아카데미의 무공교관 18화

“흐요오옷!”

특유의 괴상한 기합과 함께 앞으로 뛰쳐나간 베런이, 눈앞으로 다가온 고블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까드득.

그러나 고블린이 양팔을 교차하며 머리 위로 들어 올리자, 마치 돌을 긁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베런의 검격이 놈의 팔에 가로막히고 만다.

터무니없이 올라간 방어력.

창칼이 쉬이 박히질 않는 몬스터는 대수림의 심처쯤으로 들어가면 찾아보기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고작 고블린 따위가 보일 수 있는 능력은 결코 아니었다.

“칼이 들어가질 않잖아!?”

“어, 어떻게 해야…….”

갑작스레 달라진 고블린들의 모습에 생도들이 살짝 패닉에 빠져 허둥대는 사이.

“웃기지, 마아악!”

남들보다 조금 단순한 경향을 가진 베런은, 뒤로 물러나는 대신 거칠게 악을 쓰며 자신의 검에 한층 강한 힘을 불어넣었다.

베런이 오러를 끌어와 팔에 더욱 힘을 주자, 팔뚝으로 공격을 막아서고 있던 고블린이 위에서 찍어 누르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이어서 베런의 검이 놈의 팔을 밀어내며 가슴을 파고들자, 고블린은 키엑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대로 쓰러지게 되었다.

“엇! 이것들, 단단해진 건 팔뿐인가 보다!”

얻어걸리긴 했지만 정답이었다.

칼날이 제대로 박히지 않을 정도로 피부가 딱딱해진 것은 딱 양팔에 국한될 뿐.

근력 또한 기존보다 더욱 강해지긴 했으나, 어쨌든 놈들이 검으로 해치울 수 없는 괴물이 된 것은 아니었다.

“검이 붙들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급소를 노려!”

대책을 발견하고 쪼그라들었던 기세가 살아난 생도들 사이에서, 아즐린이 신법을 발휘하며 뛰쳐나와 빠른 몸놀림으로 고블린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쓰러진 마이클과 조셉의 위에 올라타 돌칼을 마구 내리치고 있던 고블린들이, 가까이 접근하는 아즐린에게 대응하기 위해 안광을 빛내며 폴짝 튀어 올랐다.

‘고블린들의 팔을 짧은 검이라 생각하고,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대신 흘려보내는 거야.’

이십사수매화검법.

삼초식 매화토염.

닿을 듯 말 듯 고블린들과의 거리를 조절하며 휘두른 검격이, 단단해진 팔을 피해 정확히 적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캬아앗!

‘다시!’

가장 가까운 한 마리를 베고 곧바로 몸을 돌린 아즐린은, 바로 옆에서 자신을 향해 뛰어오르는 고블린을 피해 자세를 낮추며 허리와 팔꿈치를 크게 비틀었다.

이십사수매화검법.

일초식 매화노방.

달라붙으려고 하는 고블린의 공격을 피해내며 삼초식에서 일초식으로 제법 매끄럽게 이어간 연환 공격에, 고블린은 턱밑을 검에 꿰뚫려 그대로 즉사하고 말았다.

“끄으으…….”

“이봐! 정신 차려!”

신음을 흘리며 쓰러져 있는 마이클과 조셉을 향해, 진형의 뒤편에 있던 플람과 베네트가 달려와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했다.

달라붙은 고블린을 떨쳐내기 위해 양팔을 휘두르며 격렬히 저항한 덕분인지, 두 사람 모두 상반신이 너덜너덜해지긴 했지만 치명상이라고 할 만한 큰 상처는 없었다.

목이 물어뜯긴 마이클도 다행히 피부가 조금 찢겨나간 정도에 그쳤는지, 출혈이 그리 심한 상태는 아니었다.

부상자들이 당장 죽을 정도는 아님을 확인한 베네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남아 있는 적들의 수를 체크했다.

처음 9마리에서 영체가 파고드는 현상이 있기 전에 해치운 고블린이 3마리.

이후 베런과 아즐린과 쓰러뜨린 녀석들이 셋이니, 남은 고블린 또한 3마리였다.

‘두 사람을 도와 나머지 놈들을 빨리 제거하고 부상자들을 돌보도록 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일어선 베네트가 막 걸음을 옮기려던 때였다.

남아 있는 세 마리의 고블린 중에 두 마리가, 갑자기 몸을 바르르 떨더니 픽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

“뭐야? 죽은 척이냐?”

막 접전을 벌이려던 아즐린과 베런이 무슨 일인가 싶어 놈들을 살피며 멈칫거렸다.

정말로 죽기라도 한 것처럼 혀를 빼어 물고 미동조차 하지 않는 쓰러진 고블린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쓰러진 놈들은 나중에 확인 사살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두 사람은 일단 서 있는 한 마리를 먼저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아앗! 조심해! 저 녀석은-”

뒤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베네트가 깜짝 놀라며 두 사람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영능이 없는 다른 생도들은 보지 못했지만.

베네트는 쓰러진 고블린들에게서 빠져나온 영체가, 남은 한 마리의 고블린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영체가 고블린을 강력하게 만드는 거라면…….’

다른 놈들에게 깃들어 있던 영체를 흡수한 고블린은 분명 한층 더 강한 모습으로 뒤바뀌게 될 터였다.

그렇기에 조심하라는 말을 내뱉으려고 했었으나.

“이놈은 내가 처리한다!”

베네트가 경고를 다 꺼내기도 전에, 가장 앞장서서 달려 나가던 베런이 한발 먼저 고블린과 격돌했다.

앞서의 놈들과 마찬가지로 베런은 상대를 힘으로 찍어 누르기 위해 검을 내리쳤다.

깡!

“억!?”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베런의 검격은 고블린이 휘두른 팔에 부딪히며 맥없이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무슨, 힘이-”

뻐억!

공격이 실패한 베런의 몸쪽으로 파고든 고블린이, 주먹을 휘둘러 그의 배를 가격했다.

“크흐윽!?”

마치 들소에게 들이받히기라도 한 것 같은 충격을 온몸으로 느끼며, 뒤편으로 몇 미터를 주르륵 밀려난 베런은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야앗!”

베런이 당하는 모습을 본 아즐린은 암향표를 최대로 펼치며 놈의 뒤로 돌아 검을 내질렀다.

스걱!

그르륵.

고블린이라고 믿기 어려운 괴력을 발휘하긴 했지만 급소는 여전히 그대로였는지, 녀석은 아즐린의 가한 공격에 목이 반쯤 잘려 나가며 상처 부위로 피거품을 쏟아냈다.

“해치웠, 꺄악!?”

그러나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여긴 아즐린이 움직임을 멈춘 순간.

놈은 부상 따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곧장 뒤로 몸을 돌리며, 이를 드러낸 채 아즐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깜짝 놀란 아즐린이 다급히 신법을 펼치며 몸을 빼려 했지만, 끝난 줄만 알고 마음을 놓고 있던 탓에 반응이 조금 늦어지고야 말았다.

퍼억!

“흐윽!”

아즐린의 다리를 붙잡은 고블린이 괴력을 발휘해 그녀를 들어 올리며, 장난감을 던지듯 팔을 휘둘러 아즐린의 몸을 지면으로 내동댕이쳤다.

시야가 암전되며 숨이 턱 막혀온다.

온몸의 힘이 쭉 빠지며 쥐고 있던 검이 손에서 스르륵 빠져나왔다.

‘아, 안 돼. 일어나야…….’

아즐린은 검을 들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죽는 거야? 기사도 되지 못하고 이런 곳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고작해야 고블린 따위에게 당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의 아버지는 과연 그녀를 두고 어떤 말을 하게 될까?

오만가지 상념이 아즐린의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가운데.

“하앗!”

기합을 내지르는 소리와 함께, 뒤편에서 달려온 베네트가 고블린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막아야 해!’

베런과 아즐린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본 베네트는, 잠시 머뭇거리긴 했지만 이내 검을 꽉 움켜쥐고 적을 향해 바닥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두 사람보다 실력이 훨씬 뒤떨어지는 자신이 저 괴물 같은 고블린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동료가 당하고 있는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제발! 통해라!’

쥐꼬리만 한 오러와 호흡을 일치시키면서.

지난 한 달가량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던 교관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베네트는 목표를 향해 온 힘을 다하여 찌르기를 가했다.

베런처럼 일격에 강한 힘을 집중하는 검격도 아즐린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기이한 변화를 보이는 검식도 아닌, 그저 평범하게만 보이는 단순한 찌르기.

덥석.

스스로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역시나 그녀의 검은 고블린에게 닿지 못하고, 놈의 손아귀에 곧바로 붙잡혀 가로막히고 말았다.

“아…….”

고블린의 반격에 형편없이 뭉개질 스스로의 모습을 떠올리며, 베네트는 자신도 모르게 절로 침음을 흘렸다.

한데 당연히 뒤따라야 할 놈의 공격이 이어지질 않았다.

크케, 케케켁.

‘……응?’

부들부들 몸을 떨며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고블린의 모습에, 베네트는 영문을 알 수 없어 얼굴 가득 의문을 드러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검을 붙잡은 놈의 손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가는 것을 깨달았기에, 베네트는 있는 힘껏 다시 칼끝을 밀어 넣어 고블린의 목을 관통했다.

일순 움직임을 멈추고 석상처럼 굳어진 고블린이, 이내 픽 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이어서 쓰러진 고블린의 몸에서 영체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더니, 마치 거품이 터지는 것처럼 펑 하는 느낌으로 하나도 남김없이 소멸되기 시작했다.

‘뭐, 뭐지……?’

요력(妖力)과 귀기(鬼氣), 사이한 힘을 다루는 온갖 이매망량들을 퇴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마검법의 효능.

세계는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치에 따라, 베네트의 검이 영체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것이었다.

물론 그녀는 아직 자신이 배우는 공부의 속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기에.

‘우와…… 사, 살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베네트는 무슨 기적이 일어나 목숨을 건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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