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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219화 (219/221)

219화.  < 게임, 실험, 진실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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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버그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이현욱은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음, 버그가 아니면 돌연변이라고 해야 하나?”

그녀가 턱을 긁적이며 고민하더니 이어서 말했다.

"이미 너도 알고 있다시피, 이 실험은 여러 차원의 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일종의 플라스크가 여러 개 있다고 쳐야 할까? 그리고 우리 관리자들은 한 실험이 끝날 때마다 해당 실험에서 의미가 깊었던 샘플…… 즉 플레이어가 축적한 데이터 일부를 다른 차원의 플레이어한테 옮겨서 적용하는데, 전생의 너도 그렇게 분류된 샘플 중 하나였지.”

이건 앞서서 고든 프라이스에게 들었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한 실험이 끝난 뒤 그 실험에서 얻어진 데이터가 다른 실험으로 넘어가고, 남은 부산물은 몬스터 등으로 재활용된다.

즉, 지금의 이현욱 역시도, 수없이 많은 실험을 거치면서 업데이트되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샘플 적용 작업은 당연하게도 기억은 삭제되고 그냥 잠재력 업데이트 정도에 그치는 건데, 이상하게도 너는…… 알 수 없는 버그로 인해서 기억까지 통째로 넘어가 버린 거야.”

그저 시스템상의 오류로 벌어진 일…….

그게 바로 이현욱이 회귀한 이유였다.

"그런 중대한 버그를 관리자들이 꽤 늦게 발견했지 뭐야? 음, 아마도 네가 아프리카로 넘어가서 다 때려 부술 무렵일 텐데……."

“어쨌든, 그때, 말도 안 되는 활약에 놀라서 뒤늦게 네 신경계를 정밀 분석하니까 ‘마나 체화’가 엄청나게 발전했지 뭐야?”

그녀는 뭐가 웃긴지 피식피식 웃어댔다.

"그것도 심지어 우리가 바라는 실험 결과에 근접할 정도였어. 하하— 원래 발명품은 예상치 못한 실수에서 탄생하고 진화는 돌연변이에서 시작하는 법이지만, 이 거대한 실험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그 누가 예상했을까? 참 재밌어, 하하—”

즉, 이현욱의 회귀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어떤 이의 의도나 조력도 없었다.

그저 우연한 ‘문제’로 발생한…… ‘변수’였다.

“음, 총체적인 진실을 아니까 좀 속이 쓰려졌나?”

“……반대로 구역질이 치미는군.”

"하하— 그래, 역시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

이번에는 이현욱이 한 걸음 다가갔다.

"그래, 하나 같이 좆 같은 상황이란 건 알겠다. 그래서…… 너는 왜 나한테 이런 설명을 해주는 거냐?”

그게 지금 이 상황의 핵심이었다.

이 여자가 인류를 실험용 쥐로 여기는 관리자라는 외계 종족일지라도, 그중에서도 생각이 다른 존재가 있을 수도 있었다.

가령, 인류도 한때 피부색이 다른 인종을 차별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인권에 대한 의식이 깨어나고 더 나아가 동물권도 고려하게 되는 것처럼…….

그런 것이라면, 이 여자가 인류의 마지막 동아줄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너무 큰 기대였던 걸까?

그녀가 짓는 미소는, 여전히 어딘가 일그러져 있었다.

“그거야 뭐…… 너를, 잘된 실험체를 이 멍청하고 무능한 실험실에서 빼돌리려는 거야. 이건 너한테도 좋은 일이니까 기대해.

즉, 이 여자도 어떤 숭고한 대의가 있는 게 아니라 고작해서 산업 스파이 정도라는 말이었으니…….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될 것 같군.’

이현욱은 입맛이 써지는 걸 느꼈다.

"자, 이제 궁금한 게 다 끝났으면…… 어디 보자, 한 십 분 정도 남은 것 같으니까 내가 할 말을 해볼까?”

그녀는 이현욱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내 손을 잡고, 내 뜻을 함께 이뤄서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으로…… 아니, 함께 진짜 신이 되는 거다.”

이현욱은 그 손을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 순간에 모든 게 달려 있다. 잘 선택해야 한다.’

이제는 ‘승리’보다 ‘생존’을 우선시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현욱 자신의 생존이 아니라, 동료들, 더 나아가 인류의 존립을 고민해야만 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복수라는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인류의 승리라는 꿈을 키워왔고, 그 숙명은 여전히 유효했다.

‘즉, 모두가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방법이 과연 있을까?

그는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보았다.

김세희, 박준모, 서은하, 우성문, 에밀리아 뮐러 등…… 그들은 충격을 받은 듯한 한편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현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여자가 필요로 하는 건, 오직 나뿐이다.’

그들은 내팽개치고, 저 손을 무작정 잡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저들은, 나머지 인류는 어떻게 되는 거냐?”

그 물음에, 그녀의 표정이 살짝 움직였다.

그리고 그 작은 표정 변화를 이현욱은 캐치 했다.

그간 수많은 싸움과 심리전을 겪으면서 저런 비언어적 행동의 의미를 꿰뚫어 볼 줄 알았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다름 아닌 '짜증’이었다.

“뭐…… 다 구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서 그게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이현욱이 말이 없자, 그녀가 재차 입을 열었다.

"네가 우리를 도와준다면야 인류 전체는 아니더라도 네 친구 몇 명쯤이야 당연히 안락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고, 그건 어렵지 않으니까 조급해하지 마.”

그러나 이현욱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솔직히 못 믿겠다. 10분 후, 시스템 제어가 풀린다고 했잖아? 그 안에 여기에서 탈출해야 하는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나?”

"응, 맞아.”

"그때 관리자들이 이 상황을 알게 되면, 징벌적으로 우리를 다 죽을 수 있는 것 같은데, 그걸 막을 수 있나?”

"음, 뭐, 가능은 하지, 뭐……."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는 이현욱의 시선을 벗어나서 허공을 응시했다. 그 사소한 몸짓 안에 담긴 속내를, 지성체의 공통된 습관인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거짓말을 하고 있군."

그래, 그건 거짓말을 하는 이들이 보이는 미묘한 행동이었다.

"—뭐?”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노골적인 적의가 서리기 시작했다.

"음…… 저기, 이현욱 씨가 조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녀는 한 걸음 다가오며 이현욱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널 필요로 해서 빼돌리려는 거지, 네 도움과 협조가 간절하게 필요해서 너와 거래를 주고받을 정도는 아닌데…… 그러니까 부디 착각해서 기고만장하게 대들지는 말았으면 하는데.”

"......."

"그리고 내가 구태여 이렇게 친절하게 네 궁금증을 다 해결해주는 건 그냥…… 네가 제 발로 우리와 동행하면 훨씬 더 편해서 그런 것 뿐이야.”

"......."

"너는 일종의 완성된 샘플의 밀폐 용기 역할인 셈이고, 그걸 깨뜨리면 내용물은 조금 상하겠으나 주워 담아서 다시 분석해서 재현하면 그만이란 뜻이라고. 좀 번거롭겠지만, 그뿐이야.”

이현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하나같이 똑같은 쓰레기 새끼들이었군.”

“뭐?”

"네 종족, 어디에서 굴러들어온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종하지 말아야 할 쓰레기들인 게 확실해.”

이현욱은 이 여자의 등장 앞에 묘한 기대를 품었다. 그래도 반전이 일어났으니까, 예상하지 못한 희망이 찾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국은 인류를 가지고 노는 외계 종족의 또 다른 욕망에 휘둘리게 생긴 것이었으니…… 한없이 거대한 힘 앞에서 장난감처럼 휘둘리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이 녀석을 무작정 따라갔다가는 결국 한낱 소모품으로 쓰이고 버려질 거다.’

그러는 동안 지금 이곳에 함께 있는 동료들은…… 전부 죽거나 몬스터로 재활용될 것이었다.

'그래, 그렇게 될 거다.’

이현욱은 이 여자와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그러한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수많은 전장에서 수많은 적과 사투를 벌여왔고, 적들의 품속에 숨어 있는 칼날뿐만 아니라, 적들의 표정 뒤에 가려져 있는 사악한 음모까지 걸러내는 법을 익혀왔다.

이 여자는 결코, 아군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적으로 돌린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으니…….

‘……그렇다면 차라리, 저 사악한 종족이 원하는 걸 내어주지 않는 게 낫다. 그게 최선이다.’

그간 냉철하게 그려온 큰 그림은 모두 가능성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 어떤 수를 두더라도 지고 마는 외통수 상황에는, 차라리 판을 엎어버리는 선택을 하는 게 낫다고, 그는 생각했다.

즉, 공멸(共;成)이다.

그게 최선이다.

이현욱은 악수를 요구하는 그녀의 손짓을 바라보며, 결국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그녀를 노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는, 절대로 신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자 그녀가 손을 툭一 하고 떨어뜨렸다.

“하……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네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큰 그림을 그리란 말이야!”

이현욱이 피식 웃었다.

"이봐, 내가 탄생한 이유가 버그라고 했었나?”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렇다면 너희는, 아직 마나를 완전히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일 테고, 그리고 어쩌면, 이제는 나보다도 더…… 모를 수도 있겠어.”

그렇게 말하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뭐? 이런 썅, 시간 없으니까 알아듣게 말해! 그렇지 않으면 그냥 네 대가리를 부수고 파편화된 데이터를 가져갈 거야!”

“……내가, 마나의 진짜 힘을 빠르게 깨닫고 있다면 너는 연구자로서 기쁠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사방에 흩뿌려져 있는 ‘마나’를 하나씩 감지해냈다.

"응?"

이현욱은 조금 전, 시스템상 ‘플레이어의 잠재력 제한’이 해제된 이후부터 급격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 결과, 금속을 제외한 모든 물체에 내재된 마나는 물론이거니와, 그 마나를 붙잡고 있는 ‘붉은 족쇄'들까지 감지할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시스템’인 듯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니콜— 이 관리자의 머리 위에 달린 마나의 선을 감지했다. 그것은 저 멀리 하늘로 이어져서 웬 거대한 물체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았으나, 금속이었다.

'……비행체다.’

그 순간, 이현욱의 허리춤에서 페일노트가 비상했다.

“칵!”

그것이 니콜의 목에 꽂혔다.

"이런 미친 새끼— 이건 ‘아바타’야! 넌 날 못 죽여!”

그러나 이현욱은 허공을 향해 금속 통제력을 부여했다. 그러자 쿵— 소리와 함께 니콜과 이어져 있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지면을 향해서 내려오기 시작했으니…… 그곳에, 니콜이라는 존재의 진체(眞體)가 있을 것이었다.

"어?”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허공에 대고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사일런스 마법 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이현욱은 들을 수 있었다.

- 이 자식이 미친 짓을 시작했어! 젠장, 지금 당장 시스템을 복구하고, 보안을 최대치로 올려—!

그리고 그녀가 내뱉은 언어도 지구의 것이 아니었으나, 이현욱은 그걸 언어적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신경계와 영켜 있는 마나에 간섭해서 그 의도를 읽어낸 듯했다.

즉, 일종의 정신 제어 능력까지 깨닫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 잠재력이 개방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현욱에 관해서 모든 관리자가 입을 모아서 말하기를 가장 성공한 실험체라고 했고, 니콜의 경우에는 심지어 신에 근접한 상태라고 말했다.

즉, 시스템이라는 족쇄만 없다면, 그 어떤 관리자보다 ‘마나’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하다는 의미일 터—

‘내가 보는 걸, 놈들도 모른다.’

이현욱은 그 즉시 사방에 흩뿌려져 있는 모글레이들을 들어 올려서, 하늘을 향해 초고속으로 쏘아버렸다.

퉁—— 퉁——

그간 그가 선보였던 금속 통제력과는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서, 마치 가우스건으로 쏜 듯했다.

쾅——! 쾅——!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무언가에 모글레이가 처박히기 시작했으니…… 곧 그것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웬 원형의 비행체가, 라퓨타 만큼 거대한 그것이 지상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걸까?

"이런 썅, 실험용 쥐 새끼가 감히 주인을 물어?”

니콜, 그 관리자가 악다구니를 내뱉으며 이현욱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웅— —

- (!) 관리자 마스터 권한으로 '비상 통제’가 시작됩니다!

* 해당 환경에서는 오직 '관리자’만이 마나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전체 공지>가 하늘에 떠오르는 순간, 이현욱을 비롯한 모든 플레이어의 머리 부근에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파지지지— —

"큭!”

“윽!”

그들은 이현욱을 따라서 관리자를 습격하려고 하다가 능력을 상실하는 동시에 막대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이현욱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큭!"

그의 눈에는, 수많은 붉은 족쇄가 파란 입자—마나에 엉겨 붙는 게 보였다. 마치 체내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듯한 모양새였다.

즉, 시스템이 작동하여 마나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퍽—! 퍽—!

"아, 안 돼!”

그 여자는 단 한 번의 손짓만으로도 플레이어들의 머리가 풍선처럼 터트려버렸다.

그 손은 이현욱에게 향했다.

이현욱은 총에 겨누어진 것처럼 멈칫했다.

“……그러게 내가 기회를 줄 때 말을 잘 들었어야지, 이러면 결국 네 머리통을 깨서, 번거롭게도, 흩어진 데이터를 담아갈 수밖에 없잖아.”

그러나 이현욱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온몸에 힘을 주며, 감각을 넓히고, 마나에 씌워진 시스템이라는 족쇄를 풀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그 묘한 진동을 느꼈는지, 그녀가 냉소를 머금었다.

"하, 소용없다니까…… 우리가 실험을 그렇게 허투루 한 줄 알아? 하— 무려 신을 만드는 실험인데, 안전장치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너는 상상도 못 할— 악!”

그 순간, 무언가 그녀의 하반신을 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그 작은 몸뚱이가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아가 흙바닥 처박혔다.

한 자루의 모글레이가 그녀를 트럭처럼 치고 지나간 것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 추락 중인 원형의 비행체를 들이 받았다.

이어서 이현욱이 왼손을 들어 올려서, 그것을 겨누었다.

까가가가—!

그러자 비행체의 표면이 찢겨나가며, 내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 안에 자신의 실제 육신이 있는 만큼, 니콜의 표정이 사뭇 어두워졌다.

"큭— 어떻게…… 시, 시스템의 통제를......."

이처럼 이현욱이 일부나마 힘을 되찾은 것이었다.

‘그래, 된다.’

그는 어느새 시스템의 힘까지 꺾을 수 있게 됐다.

이제 조금만 더 잠재력을 개방하면, 정말로 시스템을 박살 내고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크으으으— — "

그는 모든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면서 마나를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그때, 하반신이 잘린 니콜이 끙끙거리며 기어오더니 이현욱을 향해 손을 뻗었다.

"느, 늦었어, 이 쥐새끼야! 내가 다 방법이 있다고 했지?”

그녀가 이현욱을 향해 뻗은 손아귀를 움켜쥐었다.

”큭, 마스터 명령어 입력, 강제 삭제—!”

퍽— 소리와 함께 그의 온몸이 산산이 조각나며 시야가 암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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