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화. < 강철의 지배자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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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이, 이거 놔!”
그렇게 처절하게 소리치고 있는 건, 네크로맨서였다.
“야 이 새끼야, 가만히 안 있으면 이빨 몇 개 더 부러지는 수가 있다.”
그 녀석은 에밀리아 뮐러가 만들어낸 백색 사슬에 뒤엉킨 채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낑낑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감히 그 사슬을 끊을 수는 없었다.
그건 ‘홀리 라이트’로 빚어진 것이기에 어둠 계열 플레이어에는 웬만해서는 자력으로 벗어날 수 없을뿐더러, 발버둥 치면 칠수록 오히려 사슬이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큭!"
그렇게 네크로맨서가 사실상 무력화됨에 따라서, 놈의 통제를 받던 고스트와 언드데들도 멈춰 섰다.
즉, 전장이 정지했다.
이내 그 옆으로 이현욱이 날아와서 안착했다.
그리고 그가 양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웅— 웅— 웅— 웅—
그의 머리 위로 모글레이 수십 자루가 도열했고, 그 검 끝들이 향한 곳은 당연하게도 네크로맨서였다.
‘더 시간 끌지 않고 즉시 죽인다.’
이현욱의 의지에 따라서, 모글레이들이 망나니의 칼처럼 무릎을 꿇고 있는 네크로맨서의 머리 근처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웅— 웅—
각각 톤 단위의 육중한 금속 덩어리인 만큼, 그저 허공을 유영하는 것만으로도 기이한 울림을 내었으니…… 나지막한 울음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맹수 무리처럼 살벌하게만 느껴졌다.
"으아아아——!”
이에 네크로맨서는 늑대 무리에 둘러싸인 한 마리 초식 동물처럼 얼굴을 다리 사이에 파묻으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
「멈춰라——!」
웬 고함이 울려 퍼지며 서울 전체를 경직시켰다.
짙은 격이 담긴 음성이었다.
그리고 그 정체는 당연하게도, 마왕이었다.
저 멀리, 검은 보호막에 둘러싸인 채 움직이지 않고 있던 마왕성이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저놈도 적잖이 당황했군.’
지금껏 서울 상공에 뜬 채, 부하들을 내보내서 시간을 끌게 하고, 오로지 ‘영혼 수확’ 작업을 하고 있던 놈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공들이고 있던 작업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마치 버선발로 달려 나오듯이 허겁지겁 달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럴 것이, 네크로맨서는 마왕의 주 무기였다.
'……고든 프라이스, 놈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나 마왕이 된 이후에나 네크로맨서 앞세워서 일을 처리했다.’
즉, 자신의 승리를 견인해온 핵심 전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셈이었고, 그렇게 된다면 후일을 도모할 수도 없을 터…… 어떻게서든 상황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었다.
"더 다가오면, 이 녀석은 죽는다.”
이현욱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마왕은 알아들었는지, 다가오던 마왕성이 천천히 멈춰 섰다.
이현욱은 마왕성을 격추할 수 있는 ‘가우스함’이 접근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네크로맨서를 곧장 죽이지 않고 인질 삼아서 마왕의 접근을 저지했다.
이참에, 마왕성까지 한 번에 떨어뜨릴 수도 있었다.
「내가, 너에게 제안을 하나 하겠다.」
그놈은 꽤 급했는지, 난데없이 제안을 해왔다.
「이 싸움을 그만하고 나와 거래를 하는 게 어떻겠나?」
즉, 전투를 멈추고 협상을 하자는 뜻이었다.
그 말에 이현욱은 코웃음을 쳤다.
“하—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가 했는데…… 속 보이는 뻔한 수작이군.”
이현욱은 볼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잠깐, 내 말을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그간 세상을 대할 때 선보였던 근엄은 어디 가고, 옹졸하게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듯이 사정을 하는 마왕이었다.
이에 이현욱은 냉소를 머금었다.
"글쎄, 나는 너에게 받을 게 없는데, 어떻게 거래가 성립된다는 거냐?”
이건 아무리 봐도 시간을 끌려는 수작일 것이었다.
다 잡은 네크로맨서를, 만에 하나라도 놓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가우스함이 근처에 도달한바—
이현욱은 고민 없이 왼손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이 게임의 정체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날아든 마왕의 외침—그 강렬한 한 마디에 현욱의 모글레이가 아슬아슬하게 네크로맨서의 이마 앞에서 멈춰섰다.
“헉— 흑—흑—”
네크로맨서는 기어코 눈물을 터뜨렸다.
"이 게임의…… 정체라……."
그것은 이현욱도 쫓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였기에, 이현욱은 저도 모르게 모글레이를 멈춰 세웠다.
이에 자신의 수가 통했다고 생각했는지 마왕이 묘한 웃음을 섞어서 다시 말을 걸어왔다.
「너도 ‘메인 퀘스트’라는 걸 받았을 거다. 응? 내 말이 맞지 않나?」
이현욱이 전생의 금속 통제력을 뛰어넘었을 때 눈앞에 떠올랐던 정체불명의 퀘스트의 이름이 바로 메인 퀘스트였다.
그 내용은…….
[메인 퀘스트]
- 두 번째 삶의 기회, 의무, 운명…….
축하합니다! 당신은 두 번째 삶이라는 기회를 훌륭하게 수행 중입니다.
그리하여 ‘결말’로 나아갈 수 있는 운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이 세계의 핵심 요소들을 목격하고, 진실로 한 발자국 다가가십시오!
1) 이 세상 어딘가에 열려 있는 ‘블랙 게이트’를 추적하시오.
2) 전생—첫 번째 세계에서 찾아올 ‘차원 이동자’를 처치하시오. (2/3)
3)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 ‘■■■’와 조우하시오.
이 게임의 결말을, 그리고 진실을 알려주겠다는 매혹적인 내용…….
'이걸 마왕, 고든 프라이스도 겪었다는 건가? 그렇다면 놈도 회귀를…… 아니,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회귀했다는 걸 예상하고 대응했을 텐데 지금까지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이내 놈이 말을 이어갔다.
「……그 메인 퀘스트, 상세한 내용은 다소 틀릴지라도, 나 역시 한때 그걸 받고 수행했다. 그리고 그게 뜻하는 바는 단 하나다.」
"......."
이현욱은 말없이 마왕성을 바라보았다.
그것의 거대한 눈이 이현욱을 마주 보고 있었다.
「네가…… 이 차원에서 ‘그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실험체라는 거다.」
그 대목에서 이현욱은 인상을 찌푸렸다.
“……실험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냐?”
두 번째 차원 이동자인 ‘블러드 로드’ 리카르도 올리베이라를 고문해서 여러 가지를 캐물었을 때도 이와 같은 대답을 들었다.
이 게임의 목적은 어떤 실험이라고, 그리고 정확히는 초월자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러나 리카르도 올리베이라는 그 이상은 알지 못한 듯했다.
「이 게임이 바로 실험이고 우리가 실험체다.」
그 정도까지는 이현욱도 예상하는 바였다.
이현욱은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맥락으로 물었다.
“……초월자, 그런 걸 만드는 실험이라는 건가?”
초월자, 그 호칭이 바로 이 게임을 플레이어로서 클리어하고 최후에 마주할 수 있는 보상인 듯했다.
그리고 그게 의미하는 건…….
「하하— 역시 말이 잘 통하는군. 그래, 초월…… 즉 신이 되는 거다.」
신(神)
이 황당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지금 온 세상의 모두가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현욱의 등 뒤에 서 있던 와이트 트리 가드의 단원들이 중얼거리는 걸 들렸다.
"뭐? 시, 신이라니…… 그런 게 정말로 있는 거야?”
"그런데…… 신의 힘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되긴 해.”
「그래, 신들은 존재한다. 애초에 이 게임, 이러한 말도 안 되고 한편으로는 기적 같은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과연 누구겠나?」
이 세상에 '게임’이 적용되고 그 기상천외한 현상으로 좌우되기 시작했을 무렵…… 현대 과학은 그 어떤 설명도 내놓지 못하고 붕괴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은 미신 취급 받던 종교로 돌아갔고, 수많은 종교 단체들이 제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으니…… 그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믿는 신이 시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게임의 정체를 해석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신적인 존재, 절대자였다.
‘이 현상은 인류가 가진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니까, 신이라는 손쉬운 해석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
이현욱은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게임이, 신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이 게임을 만든 존재, 신들은 왜 새로운 신을 만들려는 거냐?”
「글쎄, 나도 그들을 딱 한 번 만나봤을 뿐이야. 어쨌든, 그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 인간 중에서도 자신과 동등한 존재를 뽑고 있고, 이 게임은 실험이자 콘테스트이며, 나와 차원 이동자들은…… 쉽게 말해서 예선통과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너희는 한 차원을 멸망시키고 ‘준 초월자’가 됐고, 이번에는 우리 차원을 멸망시키면 초월자가, 즉 신이 된다?”
「그래, 너도 결국 이 길을 걷게 될 거란 뜻이다.」
이현욱은 그 대목에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걸을 길이…… 마왕이 걸어간 길이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애초에 ‘회귀’라는 거대한 변곡점에 의해서 조종당하고 있는 걸 수도 있었다.
‘나도 결국, 게임판 위에 말일뿐인가…….'
이현욱이 어딘가 갈등하는 것처럼 보이자, 마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유혹하고 나섰다.
「자, 그러니까…… 내가 널 초월자의 길로 인도해주겠다. 내가 아는 지식을 너에게 전해줄 테니, 나를 따라서 신들의 선택을 받아라, 그게 네게는 최선이다.」
그 대목에서, 이현욱은 피식 웃었다.
“……결국은, 이 세계를 멸망시키라는 거군?”
「그래, 어차피 그게 네가 마주하게 될 결말이다. 이 죽고 죽이는 실험에서 최종적인 승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와 내가 손을 잡고 ‘엔딩’으로 도착하면, 나는 초월자가 되고, 너는 준 초월자가 된다. 즉, 우리 둘 다 승리하는 거다.」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에밀리아 뮐러와 와이트 트리 가드의 표정이 싹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긴장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현욱의 뒤통수를 바라보았고, 에밀리아 뮐러가 가까이 다가오며 나지막이 물었다.
"설마, 저딴 소리를…… 믿는 건 아니죠?”
이현욱은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어느 정도는 믿습니다.”
그는 마왕의 말이 완전한 거짓농락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네? 그게 무슨……."
"제가 경험한 것들이, 저놈이 말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다 설명할 수 없지만, 그렇습니다.”
"그, 그래서 저 말을 승낙하려는 건 아니겠죠? 뭐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내가 아는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그러나 이현욱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고민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절대적인 존재가 자신을 선택했고, 초월자가 되는 길을 걷기를…… 하나의 세계를 멸망시키는 걸 원한다면…….
‘……나는 그 의지에 저항할 수 있을까?’
「이봐, 스틸레인, 어렵게 생각하지 마. 어차피 넌 저항할 수 없다. 이 시스템이 정한 루트를 따라서 정해진 엔딩을 보거나…… 삭제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삭제……."
「삭제, 실험 실패로 폐기된다는 뜻이다.」
이현욱은 고개를 들어 올려서 주변을 살폈다.
이 세계, 그에게는 두 번째 세계였다.
반쯤 망가진 도심, 서울…… 그러나 이번 생에는 그가 지켜내 왔고, 앞으로도 지킬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는 그 도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거 알고 있나, 고든 프라이스—”
그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마왕성의 큰 눈이 조금 흔들렸다.
「……뭐?」
그럴 것이, 놈은 자신이 누군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옛 이름의 언급되었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네놈, 지금…… 날 뭐라고 부른 거냐?」
이현욱은 마왕성을 올려다보았다.
"너와 같은 길을 걷지 않으면, 삭제된다고 했나?”
「…….」
"그렇다면, 난 이미 한 번 삭제된 적이 있다.”
그의 왼손이 들어 올려졌고…….
"그것도, 너에 의해서一”
그 순간一
푹——!
성검, 그 힘이 담긴 모글레이가 네크로맨서의 목을 잘랐고 뒤이어서 한 바퀴 회전하며 몸을 반으로 갈라버렸으니…… 단말마도 없이, 네크로맨서는 즉사했다.
「一안 돼!」
온 세상을 뒤흔드는 마왕의 괴성一
그와 동시에 마왕성의 하단부, 다수의 촉수가 들어 올려지며 일제히 광선을 내뿜었다.
콰—과—과—과——!
그 광선들이 도심을 갈기갈기 찢어버렸고, 드높은 마천루들이 꺾이고 건물들이 우후죽순 무너져내렸다.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복구가 된 걸까?”
이현욱은 삭제됐다. 하지만 다시 복구됐다.
그건 아직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어쩌면, 신이라는 존재가 원하는 건, 마왕이 주창하는 그런 막되어 먹은 결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현욱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 가지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부터, 다량의 마나가 터져 나오며 일대를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주의! 해당 지역에 ‘강철지대’가 시작됩니다!
이것은 이현욱의 최종 스킬 <로드 오브 스틸> 중 세 번째 스킬로써, 일정 시간 내, 일정 구역 안에서는 무제한의 금속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역’이 펼쳐진다.
즉, 더는 한계라는 게 존재하지 않게 된다.
‘—느껴진다, 이 근처의 모든 금속이, 하나하나, 완벽하게 느껴진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감각이 2km 내에 모든 것에 닿아 있었다.
저 두꺼운 콘크리트 안에 박혀 있는 철근과 땅속을 흐르고 있는 고압선의 구리선들…… 그리고 건물 안에 널브러져 있는 온갖 기물들, 그 금속 재질들까지…….
그는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금속을 감지했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전부, 하나도 남김없이, 통제할 수 있다.’
우우우우——
또한, 어느새 그의 등 뒤, 빌딩 뒤에 대기 중이던 프리드웬이 고도를 높이며 떠올랐고, 그 아래에 가우스함이 탑재되어 있었다.
- 칙— 가우스함 발사 준비 완료입니다!
그것은 프리드웬으로부터 동력을 공급받으며, 레일 부근을 파랗게 달구어둔 상태였고, 이내—
쩌—어—엉——I
한 발의 탄환을, 모글레이를 발사했다.
한 줄기의 섬광이, 마왕성까지 길게 그어졌다.
그 직선상의 공간이 충격파에 의해서 구겨졌다.
이 난전 속에서도 운이 좋게 버티고 있던 건물들이 휘청거리며, 모든 유리창이 일제히 깨져서 휘날렸다.
그것들을 다시 한번 잘게 으스러뜨리면서, 백여 개의 모글레이가 마왕성을 향해서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내 가우스건으로부터 발사된 모글레이가 마왕성에 적중— 검은 마법 보호막이 찢어져 나갔다. 그렇게 벌어진 틈 사이로 모글레이가 하나둘씩 처박혔다.
이어서 쇼크웨이브까지 연달아서 터지자 거대한 마왕성이 뒤로 밀려나더니 한 빌딩의 옥상에 처박혔다.
쿵——!
「큭— 네 말은 내가, 널 죽인 적이 있다는 말인가?」
“그래, 그랬지……."
이현욱의 몸이 허공으로 천천히 떠올랐다.
그의 손짓을 따라서 모글레이들이, 마법 방어막이 깨진 마왕성 곳곳에 처박히며 핏물이 뿜어져 올랐다.
결국, 마왕은 ‘하늘의 거세’를 해제했고, 하늘을 봉인하고 있던 붉은 사슬들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서 하늘에 검은색 포탈을 생성했다.
고—오—오—오——
「……이현욱,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건지는 몰라도, 날 알고 있다면 내가 이렇게 쉽게 꺾이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을 거다. 그러니까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마.」
그놈은 훗날을 도모하는 듯한 작별 인사를 고했다.
하지만 이현욱은 그 인사를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때 네가 날 죽였을 때, 나 나한테 했던 말…… 혹시 기억하나?”
이현욱은 고개를 들어 올려서 하늘을 올려보았다.
그 순간, 그의 등 뒤로 웬 그림자가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으니……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무언가가, 허공으로 치솟는 것이었다.
그 그림자가 이 일대를 완전히 잠식해버렸다.
“—어? 저, 저게 뭐야!”
"허, 기가 막히는 장면이군……."
쿠—구—구—구.......
그것들은, 지금까지의 전투로 붕괴한 빌딩들이었다.
각 수만 톤에 이르는, 철근과 콘크리트 덩이.......
그것들이 콘크리트 조각을 떨어뜨리며 우후죽순 떠올라서, 이현욱의 등 뒤에 늘어서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만 더 성장했으면, 네 머리 위로 빌딩을 마치 운석처럼 떨어뜨렸을 수도 있다고, 나를 조롱했었지......."
이내 빌딩들이 이현욱의 손을 따라서 더 높이 치솟더니—
“자— 네가 했던 말이 씨가 된 거다.”
마치 운석처럼, 마왕성을 향해서 내리꽂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