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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211화 (211/221)

211화.  < 결전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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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보] 정체불명의 거대 생명체 서울 상공에 등장 지금 이 순간, 서울은 역대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 [속보] 서울에 나타난 UFO 정체 ‘마왕성’으로 확인

꾸륵— 꾸륵—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거대한 눈이 달린 촉수 생명체..… 그토록 기괴한 모습을 한 마왕성으로부터 언데드 군단이 쏟아져 내리더니 서울 도심을 점령해나가기 시작했다.

끄에에에——

그래도 다행인 점은, 캘리포니아 침식지에서 전투가 벌어진 직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대대적인 피난이 이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민간인 희생은 최소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할 뿐……

놈들이 무리를 이루어서 쉘터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각, AMT서울작전사령부는 비상이 걸렸고, 서울시청광장에 설치된 주둔지의 작전사령부가 대응에 나섰다.

“헉! 약 4천, 아니 6천여 마리…… 저 정도의 몬스터는, 일반 쉘터로 막을 수 없습니다!”

“—쉘터의 방어는 단 8분 만에 돌파될 거라고 예상됩니다!”

이곳저곳에서 분석 결과를 보고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대로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십만 명이 희생된다.

이에 상황판 앞에 서 있던 서울작전사령관 최정철 중장의 입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가 작전처장을 돌아보며 물었다.

"현재 그 주변에 병력이 어느 정도 배치되어 있나?”

“……제3항마여단 1대대가 인근에 있습니다!”

이현욱, 그가 몸담았던 바로 그 부대였다.

현재, 부대장인 김강석 대령은 휘하 정예를 이끌고 캘리포니아 전장으로 지원을 가 있었기에 지휘관이 부재했지만, 그래도 현재 서울에 배치된 AMT 부대 중에서는 최고의 전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AMT 병력 1개 대대를 투입하여 맞서게 하는 건…… 아무도 입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자살 명령이었다.

즉, 희생하여 시간을 벌라는 뜻이었다.

"......."

그 사실을 최정철 중장도 알고 있었고,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재차 명령내렸다.

“큼— 우리의 임무가 국민을 지키는 건데 어쩌겠어? 이제부터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시간을 끈다. 정 위험해지면 내가 나서 서 한 번 싹 소각해볼 테니까……."

전 병력으로 할 수 있는 게 고작해야 시간 끌기라니…… 이처럼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버티며 단 한 사람의 등장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 이름은 당연하게도 스틸레인, 이현욱이다.

그라면, 언제나 그랬듯이 이 거대한 재앙에 제동을 걸어줄 거라고 믿었고 그게 이들이 버틸 수 있는 용기였다.

하지만…….

- 칙— 강철 함대의 귀환이 지연될 듯합니다.

“……이런, 일이 제대로 꼬였군그래.”

마왕의 계략으로 인해서 이현욱의 합류가 지연되었다.

이대로면 서울이 마왕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북쪽, 빌딩 너머와 사이로 붉은 일렁임이 일어났다.

푸—화—아—아——!

그 불길이 얼마나 거대한지, 마치 석양이지는 시간이 된 듯, 도시의 절반이 주황 불빛으로 물들었다.

누군가 그 불길을 움직이며, 도시를 청소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모두가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

오직, 최정철 중장만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오호라, 저건…… 으하하— 나보다 더 큰불이 일어났군그래!"

세미 아마겟돈이라는, 가공할만 화력의 소유자인 그조차 한 수 굽혀야 하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불.

콰—과—과—과——!

다수의 불기둥이 마치 용처럼 움직이며 서울 시내를 관통했고, 살아 있는 자의 냄새를 맡고 쉘터를 향해서 진군하던 언데드 군단이 단숨에 불타서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맙소사. 저, 저 정도의 화염 계열 스킬이 있었나?”

“저거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 인페르노!”

인페르노(inferno).

이 세상이 게임으로 변한 이후부터 최근까지 화력이 가장 강한 플레이어라면 빠지지 않았던 이름.

하지만 그간 부산에 틀어박혀서, 세상이 자신을 찾더라도 절대로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왜 칩거를 시작했는지, 그 이유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이제는 압도적인 화력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신비주의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었다.

그런 이가 지금 이 순간. 예고도 없이 등장하여 마왕에 대응하여 서울을 방어하기 시작했으니…… 많은 이들이 놀라는 한편,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현욱과 함께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인페르노가 나선 겁니까?”

이성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강서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쟤 우리가 4번이나 찾아갔는데, 다 무시했잖아?”

그 두 사람은 인페르노와 동료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친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껏 한반도에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가디언의 작전 때마다 인페르노를 찾아가서 힘을 보태어 달라고 몇 번이고 설득했다.

하지만 인페르노는 부산 밖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스틸레인이 그토록 오래된 난제를 풀었다. 정황상 그가 비밀리에 인페르노를 서울에 대기시킨 게 분명했다.

"아니, 대체 어떻게…… 비법이 뭐예요?”

결국, 참다못한 강서윤이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고 이현욱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저분이 부산을 떠나면 불편한 이유를 해결해줬죠.”

“……당신, 뭐, 상담 자격증 같은 것도 있어요? 쟤 정신 상태가 영 심란하고, 성격도 고집불통이라서 핸들링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어떻게 용케도 데리고 나왔네요.”

그리고 강서윤의 말처럼 인페르노가 부산에 틀어박혀 있던 건 정신적인 문제, 즉 트라우마라고 볼 수 있었다.

‘……전생에도 겨우 인페르노를 밖으로 끌어냈지.’

이현욱의 미래 지식을 활용한 공략 대상은 몬스터나 빌런뿐 아니라, 아군 플레이어들까지 해당했다.

가령, 회귀 초기에 김강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얼마 전에는 이성윤의 심리를 알고 있었기에 설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대상이 인페르노였다.

‘인페르노의 정신적인 문제는 예언자가 죽은 뒤부터였다.’

한때 이 세상에는 예언자라고 불리던 플레이어가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벌어질 빅 이벤트를 예고했고, 가디언은 그 정보를 토대로 끔찍한 참사를 여러 차례 막아냈다.

'그러나 빌런에 의해서 암살당했지.’

그리고 인페르노는 예언자와 아주 친밀한 관계였는데, 하필이면 그녀가 암살당하는 순간…… 바로 옆에 있었다.

‘인페르노가 아주 적절하게 대응했으나…… 아주 약간의 힘이 부족해서, 결국 예언자를 지키지 못했다.’

그 이후 죄책감에 빠진 인페르노는 부산의 구원자로서, 자신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는 곳인 부산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한 가닥의 힘이 부족해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걸 막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강박증이 생긴 것이었다.

‘즉, 그 부산의 구원자라는 업적을 발휘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서 자신의 힘을 강화할 방법을 덕지덕지 가지게 된다면…… 인페르노의 트라우마를 소거할 수 있다.’

그리고 이현욱은 그것들을 준비해서, 인페르노라는 강력한 무기를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했다.

하지만......

- 칙—서울 쪽 전황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인페르노라도., 마왕을 홀로 막는 건 무리일 겁니다.”

이성윤이 말했다. 그의 판단은 냉철했고, 정확했다.

그의 말처럼 제아무리 인페르노라도, 무려 8년 뒤에서 온 네크로맨서와 마왕을 총력을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예전의 인페르노라면 그랬겠죠. 이제는 다를 겁니다.”

"예? 인페르노에게 어떤 지원을 해주신 겁니까?”

"예. 아주 딱 걸맞은 무기를 한 자루…… 아니 두 자루나 줬죠.”

확실히, 꽤 큰 투자를 하긴 했다.

‘그 아이템에 알랭 지암이 준 극한의 레플리카를 적용하길 잘 했다.’

뼈저리게 아까울 만큼.

‘그래서, 서울을 지키는 파이어 돔 작전을 수행하다가 중요한 순간에는 3차 지원군으로 데려올 예정이었고.’

이현욱은 장담하듯이 말했다.

"인페르노는, 잘 버텨 줄 겁니다.”

***

제3항마여단 1대대 1공략 부팀장, 안민태 중사(진).

그는 방패와 검을 들고, 빌딩 숲 사이, 텅 빈 4차선 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뛰어—! 더 빨리—!”

그가 등 뒤를 보며 외쳤다.

6명의 AMT 병사가 그를 따라서 내달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새카맣게 몰려오는 것은.......

끄에에에——

싹 다 언데드 군단이었다. 온갖 종류의 걸어 다니는 시체들이 이리저리 뒤엉킨 채,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왔다.

그 숫자가 어림잡아서 수천 마리…… 계속해서 공급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게 끝이 아닐 것이었다.

제아무리 서울작전사령부에서 가장 전력이 좋은 ‘남산 부대’일지라도 저걸 막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헉— 헉— 팀장님, 이, 인페르노는 어디에 있답니까? 이대로면 우리는……."

한 병사가 물었다.

약 십여 분 전, 인페르노가 등장해서 언데드 군단을 쓸어버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인페르노도 단 한 명뿐이다.

언데드 군단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서 다수의 쉘터를 동시에 노리는 걸, 전부 커버할 수는 없었다.

“입 닥치고, 임무에나 충실해! 달려! 여기는 우리가 해결한다!”

안민태는 이제 한 공략팀의 팀장으로 활약 중이었다.

그간 이현욱과 박준모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활약을 쌓는 동안에도, 비록 그들과 비교하면 현저한 능력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성장했다.

그래서 48이라는, AMT 부사관치고는 높은 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고, 부사관 계급임에도 공략팀장 임무를 수행하는 예외 케이스가 되었다.

“마냥 지원을 바라기보다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이용한다. 그게 레이드다!”

그는 오래전, 자신의 선임이었던 이현욱의 가르침을 아직 잊지 않았다.

그래서 감당할 수 없는 위기 속에서도, 쉘터를 향해서 몰려오는 언데드 군단을 막아낼 방법을 고안했고, 상부의 승인을 받았다.

그 작전은…….

칙—

"아! 여기는 들쥐3, 들쥐3 체크 포인트 도달— 지금 즉시 발파하라—!”

그의 보고가 끝나는 순간—

콰—앙——!

큰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또 한 번의 폭발.

시뻘건 연기가 등 뒤, 양측 빌딩들의 하단부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은 안민태의 팀이 설치해둔 폭발 스크롤이었다.

쿠—구—구—구.......

이내 좌로 18층, 우로 14층의 건물이 들썩이더니 도로를 향해서 빠르게 기울어지더니 교차하며 쓰러졌다.

쿵—— 쿵——

그렇게, 4차선 도로가 완전히 막혀버리는 데 성공하자 미친 듯이 몰려오던 죽음의 파도도 방파제에 부딪힌 둣이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안민태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팀장님 정말 완벽한 작전이었습니다!”

“크— 역시 안 중사님, 스틸레인의 오른팔답습니다!”

“번개의 신 박준모도 그 옛날에는 왼팔이었다죠?”

그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칭찬에 살짝 미소를 짓다가, 이내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목소리를 높였다.

"방심하지 말고, 전투 준비해! 건물을 기어 넘어올 거다! 화력조. 화력조 어디에 있어!”

이내 근처에 대기 중이던 화력조가 다가와서, 마법 공학 기관총, 캐논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끄에에에——

“……온다.”

이내, 건물 잔해 위로 언데드 무리가 조금씩 넘어오기 시작했다.

"쏴—!"

안민태의 명령에 마법 공학 무기들이 불을 뿜고, 온갖 마법들이 작렬하며 건물 잔해 위를 기어오르는 언데드들을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좋아, 상대할 만하다! 계속 퍼부어!”

사실상 성벽 하나가 생긴 셈이니, 상대하기가 훨씬 더 쉬웠다.

이대로면 시간을 크게 벌 수 있을 것이었다.

인페르노든, 스틸레인이든 누군가 와줄 때까지.

그런데…….

쾅——! 쾅——!

별안간. 건물 잔해 위에 올라와 있던 언데드들이 폭발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안민태와 팀원들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쾅——! 쾅——!

계속되는 폭발.

그건, 시체 폭발 스킬이었다.

즉, 네크로맨서가 직접, 이곳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아주 안 좋은 의미였다.

“어…… 이, 이러면……."

이어서 시체 폭발이 수십, 수백 번이 연달아 일어나더니……

콰—과—과—과—광——!

“어—어—”

기어코 건물 잔해에 큰 틈을 만들어버렸다.

끄에에에——

그렇게 만들어진 틈을 마치 협곡처럼 통과하면서, 언데드 군단이 다시금 몰려오기 시작했으니…….

"—젠장, 다시 후퇴한다!”

다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설치했던 마법 공학 기관총이나 마법 공학 캐논을 회수할 여유조차 없이 그저 미친 듯이 달려야만 했다.

“—쉘터 입구입니다!”

약 이십여 미터 앞에 지하철 출구가 보였다. 그곳에 쉘터가 있으며 그 안에 수만 명의 민간인이 있었다.

즉, 더는 후퇴할 곳이 없었다.

이곳을 어떻게 해서든지 사수하라는 게, 그들에게 내려진 명령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안민태는 2번 출구 앞에 마련된 바리케이드 뒤로 넘어간 뒤, 황급히 마나 메신저를 켰다.

“자, 작전과장님…… 실패입니다! 뚫렸습니다!”

하지만 대답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대대장 임무 대행인 작전과장 역시, 눈앞에 하얗게 변하면서 어떤 명령을 내려야 할지 주저하고 있을 터였다.

- 칙— 어…….

그렇게, 김빠지는 소리를 내는 게 전부였다.

이어서 내려진 결론은…….

- 미안하다. 행운을 빈다.

그 말에, 병사들은 분노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멍한 표정으로 안민태를 바라보았다.

어떤 감정을 느낄 틈조차 없을만큼 위급했기 때문이다.

“……팀장님. 이번에도 스틸레인이 와주실까요?”

그 질문을 한 강민석 일병이었다.

강민석이 막 전입해왔을 때, 블랙 오크가 한반도를 침공했다. 그때, 두려움에 차 있던 그에게, 안민태는 스틸레인이 올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정말로 그가 왔다.

티타노마키아 공선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스틸레인이 등장했다.

하물며 이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스틸레인의 시의적절 등장이 몇 차례였던가?

위기 앞에서 영웅의 등장을 기대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틸레인은 오지 않을 것이었다.

‘하늘의 봉인. 저걸 뚫을 수 없다.’

안민태는 강민석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고 붉은 사슬로 막힌 하늘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끄에에에——

어느새 점점 더 가까워지는 괴성.

안민태는 방패를 움켜쥐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비장하게 죽는 방법은, 안 배웠는데.”

이현욱에게는 언제나 이기는 법만 배웠다.

하지만 또 배우지 않은 게 한 가지 있었으니…….

“어쩔 수 없지……."

그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전 병력, 전투 준비한다!”

안민태의 명령에 19명의 AMT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모두 다 감당할 수 없는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그래도 이들은 AMT 내 최정예 부대에 배치된 정예 병력이었다. 그리고 상당수가 이현욱이라는 영웅의 신화를 쫓아서 이 부대에 자원한 이들이기도 했다.

"후……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최대한 버텨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누구의 후예인데!”

그렇기에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인사불성이 되지 않았고, 마지막 전투를 피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때—

"응?"

별안간,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그들 모두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콰—앙——!

하늘에서, 마치 운석이 떨어지듯이 불꽃으로 둘러싸인 무언가가 내리박혔다.

푸—쉬—이——!

"큭! 뜨거워!”

그리고 엄청난 열기가 풍겨옴에 따라서, 언데드 군단이 다가와도 뒷걸음질 치지 않았던 안민태 팀원들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눈앞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시퍼런 불꽃이 하나 보였다.

그것의 발아래로, 아스팔트가 녹아서 벌써 큰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눈부셔!’

안민태는 눈을 반쯤 가리고, 그 불꽃 너머를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무언가 보였다.

사람이었다.

붉은 갑옷을 입은, 붉은 긴 머리카락은 여인…….

그녀가 고개를 돌려서, 안민태를 바라보았다.

"뒤로.”

“예?”

“뒤로 물러나. 타 죽기 싫으면.”

그녀의 몸에서 화염 다발이 치솟기 시작했다.

***

「오— 인페르노라…… 아직도 부산에 처박혀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나온 거지?」

마왕.

그는 인페르노의 등장을 흥미롭다는 듯이 평가했다.

그는 지금, 네크로맨서의 몸 밖으로 나와서, 마왕성의 중심부에 뿌리를 내린 채 마왕성을 조종하는 중이었다.

「인페르노의 불이면, 성가시긴 하겠군.」

지난 차원에서 전 세계를 정복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플레이어는 단연 인페르노였다. 그 이후에 스틸레인이 등장했고.

“……그래도 이길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한 건 네크로맨서였다.

「그거야 당연하지. 8년 뒤에,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인페르노도 결국 우리한테 죽었으니까. 그리고 여기는 부산도 아니니 인페르노는 사실상 반쪽짜리다.」

그런데.......

「……음, 어떻게 저걸 만든 거지?」

그의 시선이 마치 카메라처럼 한 지점을 줌인했다.

그곳에, 인페르노가 서 있었고, 그녀의 옆에서 움직이는 화염의 정령이 보였다.

그런데, 그 정령이 웬 깃발을 하나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어 ‘유목민의 제국’이에요.”

「……벌써 저걸 개발하다니, 조합법이 어려워서 6년 뒤에나 만들어져야 할 텐데.」

유목민의 왕국.

한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담고, 일대에 그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였다.

그리고 저건 보나 마나 부산을 ‘카피’했을 것이었다.

즉, 인페르노는 지금 ‘부산의 구원자’라는 업적의 효과—즉, 모든 능력 100% 상승을 적용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화르르르——!

이어서 그녀의 오른손에서 불꽃이 치솟더니, 어느새 거대한 붉은색 검이, 그것도 용암으로 조형한 듯이 압도적인 열기를 내뿜는 검이 쥐어져 있었다.

"저건…… 벌써 저것도 들고 있어요!”

레바테인(Lsvateinn)

일명 수르트의 검.

마왕과 네크로맨서가 온 차원에서도 인페르노가 사용했던 전설 등급의 무기였다.

“……그래도 소용없어요.”

네크로맨서가 다시 말했지만, 그 검의 위력이 떠오른 것인지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저 거검의 스킬 중 하나인 ‘헬 라인’은 가장 많은 언데드를 잿더미로 만든 스킬인 바, 그로서는 영 성가신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 그렇긴 하지. 그런데…… 스틸레인, 정말로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성가시게 대비했군.」

하지만 제아무리 기민하게 움직이고 대응했다고 한들, 8년이라는 격차는 좁힐 수 없었다.

그런데.......

"—어?”

「.......」

인페르노의 왼손에도 불꽃이 치솟더니, 또 하나의 레바테인이 나타나는 순간, 마왕과 네크로맨서는 말을 잃고 말았다.

“레바테인이, 두 자루면…… 어떡하죠?”

이야기가 달라졌다.

온몸에 화염을 두른 붉은 여인이, 양손에 거검을 쥐고는 언데드 군단을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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