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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209화 (209/221)

209화.  < 결전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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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이 게임처럼 변한 뒤, 세계 각지에 기이한 장소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지구의 대자연을 거스르는 비정상적인 생태계나, 인류 문명이 남기지 않은 이 종족의 유적들…… 그것들의 정체는 ‘침식’이라는 이벤트를 통해서, 게이트 안—던전의 일부가 현실로 범람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그런 곳을 ‘미궁’이라고 불렸으니…….

쿠—구—구—구.......

지금 이곳, 지면으로부터 4km나 아래에 자리 잡은, 용암 동굴도 그중 하나였다.

펑——!

그곳의 풍경은 신비롭고도 위협적이었다.

마치 대자연에 잡아 먹힌 고대 문명의 유적지 같다고 해야 할까?

온갖 문양이 새겨진 흑색의 돌벽을 따라서 용암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고, 그것들은 바닥에 고여서 시뻘건 호수를 이루었다.

펑——!

그리고 벽면의 구멍에서 종종 가스 분출이 터져 나왔는데, 그 소리가 흡사 지상에서 울리는 천둥인 양 우르르— 공동 전체를 나지막이 뒤흔들었고, 그럴 때마다 유황 가스가 함께 피어올라서 메케한 연무를 자아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이토록 지옥과 같은 공간에서, 웬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놈이 이곳 ‘땅의 심장’의 위치를 알고, 직선으로 뚫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고든 프라이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 이 장소의 이름은 ‘땅의 심장’이었다.

즉, 에이션트 레드 드레이크 종족의 사원으로, 본디 붉은 화산의 수호자 아가이디카 비롯한 몇몇 원로들만 출입할 수 있던 성스럽고도 비밀스러운 곳이었지만, 지금은…….

- 해당 지역에 '마왕성’이 생성 중입니다. (99%)

이렇듯, 침략자의 안방으로 전락해 있었다.

“현재 속도로라면, 몇 분 내로 놈이 이곳으로 내려올 겁니다. 설마…… 여의봉과 모글레이로 드릴을 만들어내리라고는, 솔직히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고든 프라이스가 서 있는 곳은 공동의 정중앙, 용암 호수 위에 솟아나 있는 피라미드의 모양의 제단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네크로맨서의 비행 요새인 ‘죽음의 꽃’이 착륙한 채 검은 연기를 모락모락 내뿜고 있었는데…….

한 가지,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꽃의 하단부 뿌리들이 무언가를 감싸 안은 채 보호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꿀럭— 꿀럭—

그건 웬 거대한 피막이었다.

마치 짐승의 태반 같은 그것은, 당장이라도 무언가가 찢고 나올 듯이 시종일관 꿈틀거리고 있었기에 시선을 잡아끌었다.

고든 프라이스는 그걸 한 차례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더는 버틸 방법이 모호합니다. 아무리 마법 방어막을 깔아도, 그 드릴 앞에서는 치즈처럼 녹아버립니다.”

그는 마왕에게 실패를 보고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당당하기만 한 표정이었다.

그는 꽤 오랜 세월 동안 이 세상을 한동안 손에 쥐고 있었기에 언제나 포식자로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에서라도 기를 굽히고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한 태도가, 지금도 유지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땀으로 축축 젖어가는 건…… 비단 이 공간이 뜨겁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왕…….'

그에게 자신의 운명이 맡겨져 있음을, 그래서 손쉽게 죽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머리가 터질지도 모른다.’

잠재 주문…… 자신이 빌런들을 통제할 때 사용했던 그 방법이 그대로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너는…… 이번에도 나에게 해답을 묻고 있는 건가?」

공동 전체를 울리는 음성…… 그것에는 어떤 격이 담겨 있기에, 상대적으로 격이 낮은 존재를 절로 움츠러들게 했다.

그건 고든 프라이스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잠시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을 느낀 뒤 말을 고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예, 한 번만 더 지혜를 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한동안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고, 고든 프라이스는 마른 침을 천천히 삼켰다.

펑——!

어디에선가 가스 분출이 일어나는 소리에, 고든 프라이스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다.

마왕이 마음먹는다면 그는, 잠재 주문으로 편하게 죽는 게 아니라, 저 용암 호수에 산채로 내리꽂혀서 천천히 삶아질 것이었다.

「내가…….」

이내, 마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 차원의 빌런 중에서도, 너를 믿고 많은 것들을 맡겼음에도 너는 끝까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는군.」

"........"

「내가 몇 번이고 강조했다시피, 마왕성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나는 다른 곳에 신경을 옮길 수 없다고 했다. 그만큼 페널티를 받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내가 억지로 시간을 내서 한 차례 올라가서, 하늘을 봉인하는 잡일을 해야만 했지. 네놈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지?」

그 목소리가 끝맺음과 동시에—

쉭—!

웬 검은 연기가 채찍처럼 날아들어서 고든 프라이스의 몸을 옭아맸다.

"큭!”

그리고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우득—

그는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힘을 주면 줄수록 압박이 거세지는 게, 괜스레 저항했다가는 온몸의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고든…… 대체 왜 이렇게 실망스러운 거야? 지금의 너는 내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야. 내가 아는 모습도 아니고.」

마왕의 목소리가 다소 격정적으로 변했다. 평소 다소 과장된 근엄함을 자아내던 말투는 사라지고, 어딘가 푸념하는 듯한 음성이었다. 즉, 다분히 인간적인 느낌이었다.

지금껏, 그런 감정을 내비친 적이 없는 마왕이었다.

그렇기에 훨씬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면 나도 끝장이다.’

그는 안간힘을 다해서 입을 열었다.

“큭…… 제, 제가— 어떻게든— 방법을……."

「이제야 방법을 이야기한다니…….」

그때, 죽음의 꽃의 꽃잎 중 하나가 아래로 축 처졌고, 한 인영이 그 잎사귀를 마치 계단처럼 밟고 내려왔다.

저벅— 저벅—

로브를 뒤집어쓰고 흑색 낫을 짊어진, 그리고 온몸에 암녹색의 아우라를 두른 존재…… 네크로맨서였다.

「……그건 지혜가 아니라 구차한 생존본능일 뿐이지. 안 그런가?」

다시금 목소리가 들렸지만, 네크로맨서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네크로맨서의 등 뒤에서 울리고 있었는데…… 이내 촉수 하나가 네크로맨서의 어깨를 타고 일어섰다.

그게 바로 마왕이었다.

츠츠츠츠—

그런데, 그 촉수가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난데없이 웬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게 아닌가?

「나를 봐, 고든.」

"큭—"

「너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줄 게 있어.」

그렇게 변형된 촉수, 즉 마왕은 한 명이 남자가 되었다.

이에 고든 프라이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그 모습이, 진짜 모습입니까?”

그럴 것이, 자신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츠츠츠츠—

자신을 빼다 닮은 상반신이, 촉수에 매달린 채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춰 서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필 수 있게 됐다.

그건 그저 자신의 모습을 흉내 낸 거라고는 할 수 없었다. 주름이 깊고 머리도 희끗희끗한 게 확연히 더 늙은 모습이었다.

즉, 몇 년 후의 모습처럼 보였다.

"......."

「놀라지 않는군. 의심하지도 않고. 그거야 예상했으니까. 그렇지? 또 다른 차원의 나.」

그 말에 고든 프라이스는,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 속에서도 힘겹게 미소를 머금었다.

“……하— 그래, 네크로맨서와 함께 다른 차원에서 왔다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하고는 있었지.”

그는 고갯짓으로 네크로맨서를 가리켰다.

"저 녀석을 키운 게 바로 나였으니까. 그렇다는 건…… 결국, 내가 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될 운명이었단 말인가?”

저 위대한 마왕이 자신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그는,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윌리엄 버나드…….'

그 첫 번째 차원 이동자가 등장해서는, 난데없이 과거의 자신을 죽였다.

왜 그런 것인지, 그리고 무슨 의미인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으나, 여러모로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숨을 천천히 내쉬며 마왕을 바라보았다.

"그, 그렇다면 내게 다시 기회를 줘.”

「.......」

"내, 내가 마왕성이 완성될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시간을 벌겠어! 네가 나라면……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믿어 봐!”

이어서 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서 그럴듯한 계획을 떠올린 뒤 제시했다.

“나, 나를 동료로 생각하는 가디언 놈들이 저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이성윤 말이야! 그는 나를, 아니— 우리를 아직도 믿을 수 있는 동료로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한테 말을 걸어서 이런저런 핑계로 잠시 시간을 끌면서, 몇몇 플레이어를 ‘마인드 컨트롤’해서 혼란을 일으키고, 그 순간에, 스틸레인이 뚫은 통로를 폭파해서……."

「아— 아— 고든.」

마왕이 말을 끊어버렸다.

좋지 않은 신호였다.

"응?"

「큰 착각을 하나 하고 있군.」

"......."

「나는 이제 너와 같은 존재가 아니다.」

"뭐?”

마왕은 순식간에, 다시 촉수 상태로 돌아갔다.

「네 눈앞에 있는 이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 건가? 너는 지금, 내가 너를, 나와 동일시 여겨서 자비를 베풀어 줄 거라고 믿는 건가? 응?」

"아……."

「나는 일개 인간인 고든 프라이스…… 그 나약한 모습을 탈피하여 한 단계 더 진화한 존재인…… 준 초월자다.」

고든 프라이스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어떻게든 설득해야 하는 순간에…… 준 초월자, 그런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인지…… 아직은 모르겠군. 내 시대에는 알려지지 않은 정보 같은데……."

「미안하지만, 너한테 시간을 벌게끔 기회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이 이상으로 추한 모습을 내보여선 안 돼.」

"뭐? 큭! 누, 누구한테 추한 모습을 보인다는 거야?”

그러자 촉수에 달린 눈—마왕의 눈이 하늘로 향했다.

「그들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누가 다음 초월자로서 적합한지 항상 평가하고 있다. 어쩌면 벌써 선택을 재고했을지도 몰라. 내가 아니라 다른 실험체를…….」

마왕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고든 프라이스는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뭐? 시, 실험체라니…… 그리고 그들이라면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지?”

「간단하지. 이 게임의 지배자들. 이 게임을 만들 자들.」

그 말에 고든 프라이스의 눈이 커졌다.

「그래, 네가 듣고 싶던 이야기가 바로 이거라는 걸, 내가 가장 잘 알지. 이 게임의 진실. 그리고 엔딩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 말이야.」

"보상…… 그 보상이 초월자라면, 신이 되는 건가?”

그런데 그 순간—

푹—

"—컥!”

마왕, 그 촉수에서 뻗어 나온 가시가 고든 프라이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리고 그 가시로부터 작은 가시들이 무수히 돋아나며, 자신의 심장을 벌집으로 만드는 게 느껴졌다.

"커어어어……."

이건, 회복 불능의 상처였다.

「신이라…… 나도 그렇게 믿고 그들이 내린 새로운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어. 그리고 그 퀘스트 중 하나는…… 이렇게, 다른 차원의 나를 죽이는 거야.」

"......."

「그런데도 널 지금까지 살려둔 건,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건데…… 이렇게 되면 그냥 거두는 게 낫잖아?」

퍽— 소리와 함께, 고든 프라이스의 몸이 사분오열됐고 그중 몇 가지 부위는 용암 호수 안으로 떨어지며 불타올랐다.

그 순간, 마왕의 몸이—촉수가 부르르 떨렸다. 그 증상은, 어떤 퀘스트를 완료하고 보상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으으— 그, 그래…… 딱 적당한 정도의 능력 상승이 들어왔다. 이 정도면……」

그 순간—

쿵— 쿵— 쿵— 쿵—

웬 격한 심장 박동 소리가 지면을 타고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진동이 용암 호수를 출렁이게 했고…….

「……마왕성을, 때맞춰 완성할 수 있겠어.」

꿀렁— 꿀렁—

죽음의 꽃이 품고 있는 정체 모를 피막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

콰—가—가—가——!

이현욱은 눈을 감고는 거대한 드릴의 끄트머리, 즉 4개의 모글레이에 거의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거대한 드릴을 움직이는 데 엄청난 마나를 쏟고 있었는데, 모터 역할을 하는 수다르사나를 쉼 없이 가동하고, 드릴의 본체인 여의봉을 4km 길이로 확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수의 마법사가 그의 등 위로 다가와서 자신의 마나를 누군가에게 전이해주는 고위 스킬인 '마나 투여’를 해주고 있었다.

웅—

그런데 그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하나 같이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와— 미친……."

"이 사람, 마나 통이 도대체……."

그럴 것이, 자신들이 모든 마나를 쏟아붓는 와중에도 이 남자, 스틸레인의 마나 통을 아주 조금 채우는 데 그쳤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B~A급에 이르는 고위 마법사만 벌써 수십 명이 소모된 상황이었다.

"한 플레이어가 이 정도 마나 통이라고?”

“……그것도 마법사 계열이 아니잖아?”

이건 이론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몇몇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토론을 이어가고 있기도 했다만, 답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애초에, 스틸레인이 활약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하긴, 그리고 애초에 이 게임은 말이 되긴 하나?”

“……아, 그것도 그렇네. 상식이 사라진 시대야.”

쿠—구—구—구——!

그렇게, 이현욱이 컨트롤하는 일명 ‘여의봉 드릴’은 고속회전 하면서 지면을 빠르게 뚫고 들어갔다.

‘4km…… 이제 거의 다 왔다.’

그리고 이내, 그는 느낄 수 있었다.

훙——

약 수십 분간 단단한 암반을 헤집으며 들어가던 모글레이가 공회전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즉, 텅 빈 곳에 도달했다는 뜻이었다.

"......됐다."

이현욱이 나지막이 내뱉은 말에, 주변에 대기 중이던 플레이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돌렸는데, 그들의 얼굴에 긴장감과 함께 비장함이 천천히 떠올랐다. 이현욱의 방금 그 한 마디는, 드디어 마왕을 마주할 때가 왔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하나둘씩,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거인에게 집중되었다.

아가이디카.

그는 ‘붉은 화산의 수호자’로서 이 땅과 어느 정도 교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내 그가 눈을 감고 무릎을 꿇더니 땅에 손을 얹었다.

"......."

잠시 후, 다시 눈을 뜨고 천천히 일어서더니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가 맞다. 땅의 심장에 닿았다.”

이현욱은 그 즉시 여의봉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그러자 여의봉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마치 지하철이 터널을 통과하듯이,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고, 약 일 분 정도 뒤, 여의봉의 끄트머리에 달린 모글레이까지 빠져나왔다.

그렇게 생성된 긴 수직 통로…… 나락이라고 불릴법한 그곳에서 뜨거운 바람이 솟구쳐 나오더니, 마치 간헐천처럼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오르기 시작했다.

후—우—우—우——!

이에 모두가 그 검은 구멍을 힐끗 살핀 뒤, 하나둘씩 고개를 돌려서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현욱 역시, 플레이어들을 돌아보았다.

어쩌면 최후의 전투를 앞둔 시점…… 그는 멋들어지는 연설 대신 짧은 한마디로 대신했다.

"자, 이제…… 마왕성 철거를 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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