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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205화 (205/221)

205화.  < 마왕성 공략전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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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은 마왕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무기를 확충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에, 마법공학 다음으로 중요한 분야는 단연 ‘정보 작전’이었다.

그리하여 우성문 실장을 필두로 하는 비밀경찰국—이름하여 ‘흑조’가 첩보 및 보안 관련 작전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번 연막작전, 완벽했다.’

이를테면 아군의 병력이 작전을 수행할 시 적들의 정보망에 걸리지 않도록 재밍(jamming), 신기루 마법, 사일런스 마법 등을 활용하여 적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그게 바로 ‘연막작전’이었다.

‘그리고 북한으로 진격한 <신성 폭격기 편대>에 속한 십여 대의 비공정에도 그러한 장치들을 잔뜩 달아서, 일대의 모든 통신망을 마비시키게 했다.’

즉, 적 중 누군가 기계 드래곤을 목격했다고 한들 상부에 보고할 수 없게 원천 차단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마왕 측도 북한 곳곳에 깔아둔 ‘데스 하이브’가 무언가에게 공격당하며 파괴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파악했겠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콰—과—과—과——!

미, 미친…… 저게 도대체 뭐란 말이야?”

“……저 화력, 말이 돼?”

"그리고 진한 신성력이 느껴지잖아!”

지금, 신성한 기계 드래곤이 하늘에 현현하여 제공권을 단숨에 빼앗아가는 순간을, 고든 프라이스를 비롯한 마왕 측은 감히 예측할 도리가 없었다.

즉,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썅, 완전히 상성이잖아?”

"이거, 제대로 물린 것 같은데……."

이게 바로 정보 능력을 밑지고 들어간 대가였다.

후—우—우—우——

어느새 두 마리의 본 드래곤이 신성력 범벅이 된 채, 백색의 연기에 휩싸이며 추락했으며, 그 주변을 호위하듯 날고 있던 크고 작은 비행 언데드들—본 와이번이나 좀비 그리핀 등이 레이저에 꿰뚫리고 신성력 미사일에 휩쓸리며 불타는 나방 떼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이—이—이——!

퍼—버—버—버——!

마치 1차 세계대전 당시, 지루한 참호전을 깨부수며 등장했던 영국군의 MK 전차처럼, 상당히 충격적인 등장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다수의 비공정들이 함께 전진하며 온갖 캐논을 발사, 지상을 불바다로 만들어댔다.

본 드래곤을 위시한 공중 우세를 믿고, 마음껏 전진하던 지상의 언데드 군단들 역시 날벼락에 휩쓸리며 허무하게 무너져 내려갔다.

께에에에…….

이에 마왕의 가신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고든 프라이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저기, 고든……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들 중 상당수는 고든 프라이스를 믿고 마왕의 가신된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아는 고든 프라이스는 본디 그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리더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정확히는 스틸레인과 맞선 이후부터 그에 대한 신뢰가 빠르게 깎여 나가고 있었다.

"……이러면, 계획이 크게 틀어지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러한 순간조차도 고든 프라이스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는 그저 오른손에 쥔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에 마왕의 가신들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되찾았다.

그럴 것이, 고든 프라이스는 이렇듯 언제나 냉정한 편이었고, 잠깐의 침묵 뒤에는 정답에 가까운 판단을 내놓고는 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고든이라면, 해답을 찾을 거야.”

"맞아, 무려 마왕의 지원도 받고 있잖아?”

그래서 마왕의 가신들은 잠자코 그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고든 프라이스의 속마음은 사뭇 달랐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도대체…….'

그조차도 농도 짙은 황망함을 느끼고 있었다.

'왜 하나도 빠짐 없이, 싹 다 놈의 뜻대로 흘러가는 거야?’

그는 앞서 말했듯이, 지금껏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해왔고 그렇게 서서히 세상을 잠식해 나갔었다.

그런데, 스틸레인이라는 변수가 등장한 이후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단 한 번도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더니…… 이건 말도 안 돼.’

그놈은 단 한 순간도 고든 프라이스의 예상 안에서 움직인 적이 없었는데, 흔히 말하는 귀신 같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그토록 어울릴 수가 없었고,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며 고든 프라이스가 세워가던 빌런의 제국을 무너뜨렸다.

‘젠장, 그래도 마왕이라는 압도적인 힘을 등에 업으면 놈을 부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지금처럼도, 여전히 놈이 한 걸음…… 아니 어쩌면 한참을 앞서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때, 고든 프라이스의 머릿속으로 마왕의 목소리가, 텔레파시로 들어왔다.

- 고든, 저것에 관한 정보는 수집되지 않았던가?

그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어딘가 평소와 다른 불편함이 잔뜩 묻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왕, 8년 뒤의 미래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저 기계 드래곤의 존재를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말하는 걸 보면, 저건 8년 뒤에도 예상하지 못한, 훨씬 고도화된 존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젠장, 그렇다면 스틸레인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 거야? 설마, 8년보다 훨씬 미래에서 온 존재라거나…… 저 마법공학 기술들을 보면 분명 우리와 동시대라고 볼 수는 없긴 한데…….'

이쯤 되자 온갖 생각이 다 들면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스틸레이에 대한 묘한 경외감과 함께 마왕이 자신에게 약속했던 그 모든 것에 관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저 기계 형태의 드래곤이 무엇인지 파악이 되었냐고, 고든, 너에게 물었다.

“아……."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마왕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게…… 몇 시간 전에 북한의 ‘데스 하이브’에 정체불명의 공격이 거듭되어서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해당 지역과 연락이 잘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뉴욕과 여기에서 동시에 전투가 벌어지다 보니…… 죄송합니다, 여러모로 파악에 실패한 듯합니다.”

- .......

이 무거운 침묵이 현 상황을 대변했다.

“그렇다면 마왕이시여, 시간을 벌기 위한 두 번째 작전까지 막힌 듯한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제게 혜안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다음 작전으로 간다.

그 말에 고든 프라이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음, 그걸 지금 꺼내도 되겠습니까?”

- 그래,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가져와서 마왕성을 완성해야만 한다.

이 전쟁을 준비한 건 이현욱뿐만이 아니었다.

이들도 모든 걸 동원하여 전쟁의 시나리오를 짰다.

그리고 그 대단원을 이루게 될 최악의 전술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천지개벽(天地開關) 작전’이었다.

- 내가 곧 ‘스퀴테’와 ‘화산 융기’를 사용하여 적들을 고립시킬 테니, 너희는 둘로 나뉘어서 놈들을 칠 준비를 한다.

그 말에 고든 프라이스는 창밖, 전장을 내다보았다. 지금, 스틸레인은 캠프로부터 꽤 먼 거리까지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놈들의 전력을 둘로 쪼갠 뒤에 각개격파를 한다는 뜻이겠군요.”

- 그래, 제아무리 놈이라도, 하늘이 막히고 후방 지원이 사라지면 결국 화력 부족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작전은, 최후의 완벽한 한 수를 위해서 아껴두려고 했지만…… 이제는 꺼낼 수밖에 없겠군.

이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다면, 전황을 다시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거라고, 고든 프라이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까지 예상하지는 못할 거다.’

***

이현욱의 왼손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에 따라서 신성력이 담긴 금속 무기 수천 발이 빗발치며, 지상의 언데드들의 두개골에 내리꽂혔다.

퍼—버—버—버——

단 한 번의 손짓만으로도, 수백 마리의 언데드가 그대로 리타이어 되었다.

그 모든 무기는 성녀가 직접 축복을 내렸기도 하거니와, 이현욱의 오른손에 있는 ‘아르게틀람’의 효과까지 중첩되었으니, 웬만한 언데드에게 치명적인 일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특히나 ‘성검’이 적용된 모글레이를 기반으로 2개의 모글레이를 손잡이끼리 엮어서 만든 ‘모글레이 프로펠러’가 빠르게 회전— 광폭한 돌풍을 일으키며 평원을 한바탕 휘젓고 있었다.

투—두—두—두—두——!

그것이 스쳐 지나가기라도 하면 좀비 트롤, 오우거 스켈레톤, 레드 드레이크 스켈레톤 등 제아무리 크고 격이 높은 언데드 몬스터일지라도 뼈도 못 추리고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설사, 그 모든 공격을 어떻게든 돌파하여, 이현욱과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까지 접근했을지라도…….

“—붉은 화산의 전사들이여, 이 땅을 오염시킨 마왕과 그 족속들을 처단한다!”

이렇듯, 붉은 화산의 수호자 아가이디카를 필두로 한 에이션트 레드 드레이크들이 일렬로 쭉 서서 방벽을 형성한 채, 화염 브레스를 내뿜었으니…….

푸—화—아—아——!

단 한 마리도, 그 대열을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완봉승’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어? 저것들, 도망치는 것 같습니다!”

"와…… 이걸 막았네……."

결국, 남은 언데드 군단은 전진을 포기하고는 뿔뿔이 흩어지더니, 검은 연기 속으로 스며들며 사라져버렸다.

‘이 이상은 병력 소모를 하지 않겠다는 거군?’

이 상황, 마왕이 보기에도 무의미한 병력 소모가 될 것처럼 보이니까, 병력을 무르기로 한 것이었다.

'……이렇게 쉽게 될 줄이야. 이건 좀 감회가 새롭군.’

이현욱은 속으로 감탄을 했다.

그토록 악랄한 네크로맨서의 죽음의 군단이 완벽한 군세를 갖추고 돌격했음에도, 제대로 막아냈다.

그리고 심지어 저렇게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는 모습을 본 건, 이현욱으로서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내 머리 위로 신성 기계 드래곤이 다가오더니, 그의 앞에 내려섰다.

쿵—!

그 거대한 존재의 온몸에서 백색의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으며, 과열된 온갖 기계 장치들이 삑— 삑— 요란한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하긴, 몇 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수많은 전장을 들쑤시며 다녔으니, 제아무리 잘 만든 마법공학 아이템일지라도 한계가 왔을 터였다.

이내 그 위에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기사, 서은하 대위가 뛰어내리며 무어라고 푸념을 내뱉었다.

“큭— 이거 곧 터지는 거 아니야?”

그녀는 몇 시간 동안이나 그 위에 올라탄 채 북한 곳곳에 퍼져 있는 십여 개의 데스 하이브를 포격해서 소거해버린 뒤, 곧장 이곳으로 날아와서 다시 전투를 치렀다.

그렇기에 피로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는데, 철제 투구를 벗자 땀이 폭포처럼 후두두— 쏟아졌다.

이현욱이 그녀에게 마나 물약을 하나를 내밀었다.

"서 대위님, 어떻게 딱 맞춰서 오셨습니다.”

"하…… 뭐야, 네가 최대한 빨리 끝내고 오라고 했잖아?”

"그렇긴 한데, 이제는 늦지 않으시네요.”

"너 설마…… 옛날 부대에 있을 때 얘기하는 거야?”

이현욱이 막 회귀를 했을 때, 서은하는 이상하게도 한 발짝씩 사건 현장에 늦곤 했었는데, 그 옛날이야기를 들먹인 것이었다.

"그런데…… 쟤들은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에이션트 레드 드레이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가 막 와이트 홀을 빠져나왔을 때, 초원을 가득 메운 몬스터 무리를 보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 중 일부가 아군 편에 서서 싸우고 있었으니…… 자초지종을 모르는 그녀로서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제는 우리 편입니다.”

그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실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너 발이 진짜 넓은 것 같다? 그 한 성질 하는 성녀나 깐깐하기로 유명한 세계수의 관리자는 인간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드워프, 다크 엘프, 물의 정령왕…… 이제는 쟤들까지…… 생각해보니까 어마어마하잖아?”

그녀의 말처럼 이현욱의 동맹 중 절반은 몬스터였다.

"그런데, 아직 다 안 온 것 같은데, 내가 1등인 거야?”

그녀의 말처럼 이현욱의 동맹들은 아직 전장에 도착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여전히 뉴욕에서 죽음의 꽃을 마무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올 겁니다. 그리고 다 함께 저 산을 포위해서 마왕성을 뿌리째 뽑아 올릴 계획입니다. 그전에, 서 대위님도 마나 좀 보충하시고 저 녀석도 수리 좀 해야겠군요.”

이현욱은 기계 드래곤을 가리켰다. 그곳의 등 쪽에서 웬 스파크가 튀더니 기어코 폭발이 들렸다.

펑— 펑—

물론, 그 정도의 파손은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크고 단단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 위에 직접 타야 하는 서은하로서는 퍽 놀란 표정이었다.

“와…… 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위에 타고 있던 거였잖아?”

"음, 혹시 모르니까, 폭발 때문에 튕겨 나가지 않게 세계수의 줄기로 안전띠 같은 거 하나 달아야겠군요.”

그러자 서은하가 이현욱을 흘겨보았다.

“아— 나 정도면 폭발 때문에 화상 좀 입더라도 알아서 힐하면 되니까, 잘만 붙들면 된다는 거지, 지금?”

"예, 저는 언제나 서 대위님을 믿습니다.”

“……대장장이들은 저기 캠프에 있어?”

"네, 희설이도 와 있으니까, 우선은 돌아가서 정비부터 받죠.”

지금 이곳은 ‘캠프’로부터 약 2km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기에 수리를 받으려면 다시 날아가야 할 듯했다.

그런데 그때—

쿵——

웬 큰 진동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응?"

그 진동의 발원지는 이상하게도, 지면이 아니라.......

쿵——

“……뭐야, 하늘에서 울리잖아?”

그 진동은 하늘의 공기를 매질로 울리고 있었다.

"뭐, 뭐야, 번개라도 치는 건가?”

"음, 그런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쿵——

“어— 저기 보십시오!”

그때, 브라이언 틸이 하늘을 가리켰다.

이내 이현욱의 시선에 하늘에 떠 있는 작은 존재가 하나 보였다.

그것은 ‘좀비 그리핀’이었는데, 그 위에 한 인영이 타 있었다.

이현욱은 그 즉시 후긴과 무닌의 시점으로 그곳을 관찰했고, 그 인영이 흑색 가면을 쓰고 검은 낫을 쥐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네크로맨서다.’

쿵——

그리고 이 진동은, 놈이 흑색의 낫을 휘두르면서 나는 소리였는데…… 놈은 이상하게도 허공에 낫을 휘두르고 있었다.

쿵——

그럴 때마다 저 먼 하늘에 검은 불빛이 번뜩이는 게, 마치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기괴한 장면이 연출됐다.

“어, 저거 영 불안한데요,”

"저게 뭔지, 감이 오시는 분 있습니까?”

“씁— 글쎄요.”

그러나 이현욱만은 그것의 정체를 알았다.

‘저건…… 스퀴테다. 즉, 하늘을 봉인하려는 거다.’

스퀴테,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의 아버지인 티탄 신 ‘크로노스’가 무기로 쓴 낫으로, 죽음의 낫인 ‘그림리퍼’의 모티브가 된 무기였다.

‘일명 죽음의 수확자…… 네크로맨서의 주 무기였다. 그리고 티탄 보스 몬스터인 크로노스가 놈에게 붙었으니, 두 자루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것에는 다소 기이한 능력이 하나 있었는데,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를 거세했다는 전설에 따라서…….

- 주의! 해당 지역에 ‘하늘 거세’가 발동합니다!

* 30분간 50m 상공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 30분간 모든 ‘공간 이동’ 스킬이 제한됩니다.

이처럼, 하늘을 봉인하는 특이한 능력을 보유한 아이템이었다.

이내 하늘에서 붉은 사슬이 쳐지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이리저리 뒤엉키며 마치 그물 같은 촘촘한 망을 형성하더니 지상을 향해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백 미터 상공에 떠 있던 십여 대의 비공정들은 마치 어망에 걸린 물고기처럼 밀려났고, 급히 엔진을 가동하여 저항했으나 허무하게 지상으로 추락했다.

- 칙— 회피 기동— 회피 기동— 추락에 대비한다!

그래도 추락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멈춰섰고, 지면으로부터 50m 안쪽 공간에 애매하게 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현욱의 후긴과 무닌 역시 밀려나 버렸다.

'그런데…… 왜 지금 저걸 쓰는지가 문제다.’

이현욱은 네크로맨서가 저 아이템을 언젠가 발동하리라는 걸 알고 예상하였다.

이렇게 하늘을 봉인하면 이현욱 특유의 저궤도 포격은 물론이거니와, AD-2를 하늘에 다수 배치하여 강철비를 내리게 할 수도 없었고, 비공정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었다.

즉, 그렇게 이현욱이 가진 거의 모든 수를 묶은 뒤, 한 번에 몰아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가우스함을 만들었던 거긴 한데…….'

그런데 지금 타이밍은 영 어색하기만 했다.

‘이미 한차례 격퇴당한 주제에 갑자기 하늘을 봉인해버리는 건 앞뒤가 안 맞다.’

고작 단 30분을 벌기 위해서라기에는…… 마왕으로서 너무 큰 카드를 꺼내든 셈이 아닐 수 없었는데, 아무리 두 자루를 들고 있다고 해도 시의적절하지 않았다.

‘즉, 뭔가 더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역시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쿠—구—구—구—구——!

"큭!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쿠—구—구—구—구——!

온 세상이 아주 격렬하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 진동이라면 땅이 구겨지고 있다고 표현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그 누구도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고, 분명히 나란히 서 있던 이들이 어느새 서로 다른 높이에 서 있었다.

구—구—구—구—구——!

등 뒤의 땅이 갈리지고 용암이 치솟기 시작했다.

"어어— 모두 조심해요!”

"젠장, 마법 방어막 준비합니다!”

그때, 아가이디카가 이현욱 앞으로 다가왔다.

그 녀석은 무슨 일인지 아는 모양이었다.

“이건 붉은 화산 통제 권능이다.”

"—뭐? 그게 뭐야?”

"저 산, 우리들의 지하 도시 중심에 있는 ‘산의 심장’을 통제한다면 일대의 땅을 가르고 붙일 수 있게 된다.”

즉, 쉽게 말해서 지각 변동을 유도할 수 있는 오브젝트가 있다는 뜻이었다.

'젠장,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어느새 등 뒤로 수백 미터에 이르는 산이 융기했고, 그 안에서부터 다량의 마그마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쿵— 쿵—

그리고 머리 위로 암석 덩어리가, 마치 메테오처럼 쏟아져 내렸는데, 애매한 위치에 떠 있던 비공정들은 회피 기동을 하지 못하고 그걸 뒤집어쓰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그래도 꽤 단단한 마법 방어막이 탑재된 비공정이었으나,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두들겨 맞다가는 얼마 안 가서 추락하고 말 것이었다.

"젠장, 모두 마법 방어막 가동하고, 안으로 피해요!”

그렇게 한바탕 난리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마나를 쏟아부어서 강력한 마법 방어막을 자아냈다.

"후……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죠?”

그들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 잠깐만, 이러면 우리…… 고립된 거 아니에요?”

이들이 있는 곳과 캠프 사이의 거리는 2km였는데, 그사이에 융기한 화산 때문에 완전히 가로막히고 말았다.

또한, 하늘까지 봉인되었으니 비공정이나 기계 드래곤을 이용해서 넘어갈 수도 없게 되었다.

"지금 당장 캠프로 돌아가야 해요!"

“……이미 늦었어요.”

그리고 몇몇 마법사들이 귀환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그것도 소용없었다.

'……하늘 거세는, 모든 공간 이동 스킬까지 차단한다.’

그리고…….

- 칙— 여기는 캠프, 여기는 캠프, 스틸레인 응답하—!

이 목소리는 이교준 팀장이었다.

이토록 다급한 걸 보면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듯했는데, 정반대 편인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 이 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 칙— 지금 이곳으로,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오고 있습니다! 칙— 티탄, 블랙 오크, 언데드…… 적어도 수천 마리입니다!

그제야 이현욱은, 마왕의 계략을 눈치챘다.

“너를 묶어두고, 나머지를 노리려는 거야.”

그렇게 말한 건 서은하였다.

"다 저기에 있잖아, 희설이나 대장장이들…… 그리고 물자들도 있을 테고, 장기전으로 못 가게 하려는 속셈이야. 아, 그러고 보니 성녀까지……."

그녀의 말처럼, 현재 캠프에는 이현욱의 지원하기 위해서, 강정두나 강희설 등의 대장장이들이 와 있었으며 에밀리아 뮐러도 대기 중이었다.

그때, 브라이언 틸이 말했다.

"그런데 지금, 캠프에 누가 있죠?”

"그거야,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있죠.”

이곳에 나와 있는 건 소수의 리더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러니까…… 저 공격을 막아낼 만한 플레이어가 있습니까? 아직, 추가 지원군이 도착 안 했잖아요.”

그의 말에 에드워드 우즈를 비롯한 각 길드 마스터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곳에 자신들이 있어도 수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겨두고 온 부하들만으로는 턱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젠장, 캠프에 있는 사람들 다 죽겠습니다.”

“아, 안 돼……."

결국, 몇몇이 우는 소리를 냈다. 제아무리 강인한 플레이어들일지라도 동료들이 학살당할 예정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하늘이 다시 열리는 30분 전에 확실히 전멸할 것이었으니…….

그때—

“……한 명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건, 이현욱이었다.

"네?"

그 말에,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저 캠프에, S등급 플레이어가 한 명 있습니다.”

이현욱은 마나 메신저를 들어 올렸다.

칙—

"이 팀장님, 들리십니까?”

- 예! 들립니다!

"지금 강희설한테…… ‘제우스 엑스 마키나(Zeus Ex Machina)’ 작전 가동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프리드웬을 포함한 강철 함대의 모든 에너지를 남김없이 끌어다 써도 된다고 해주세요.”

그리고 잠시 후…….

- 칙— 기계 장치의 뇌신…… 가동을 위한 배터리 충전 중입니다. 칙— 파일럿도 준비되었고, 경과 보고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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