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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97화 (197/221)

197화.  < 용사, 축적된 힘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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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류(氣流)’가 바뀐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는 공기의 흐름 같은 자연현상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의 큰 추세나 분위기의 흐름을 은유한다.

지금, 그 기류가 마왕 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마왕 측에서 ‘마왕의 초대장’이라는 이상한 아이템을 뿌려서 이현욱을 중심으로 뭉친 인류를 뒤흔들어 놓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서 사회 각층의 불안 심리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태백 병기창으로 들어오는 재료 아이템 지원이 하루 만에 대폭 줄어들었다.’

단 며칠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단 몇 개의 사건만으로도 기류가 변했다.

‘나한테 투자할 바에 따로 방공호를 짓겠다는 세력도 대거 일어나서 뭉치기 시작하기도 했고…….'

이 세상의 종말을 막지 못하겠다면, 방주를 짓겠다는 고전적인 최후의 방법이었다.

이러한 기류의 결과는, 당장으로써는 그저 무기 제작 숫자가 줄어드는 정도로 그치는 듯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함께 싸워줄 아군의 숫자까지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어떤 나비효과가 되어서 이현욱의 발목을 잡을지 몰랐다.

‘그러나 이번 장면만으로 다시금 분위기를 찾아올 수 있다.’

이현욱은 그 기류를 바꾸기 위해서 아라비아해에 와 있었다.

후우우우——

그는 프리드웬에 탄 채 드넓은 바다를 굽어보고 있었다. 저 멀리 동쪽으로 아라비아반도가 어렴풋이 보이는 망망대해 한 가운데였다.

그리고 그의 귓속으로 온갖 마나 교신들이 날아들었다.

- 칙— 목표물이 A-3 포인트로 접근 중, 도달까지 129초 예상된다.

- 여기는 <레드 탱크>, A-3 포인트 상에 트롤의 피 살포 완료, A-4 포인트로 이동한다.

이 근방 해역에 떠 있는 11대의 비공정과 14대의 고속정이 주고받는 마나 교신이었다.

그것들은 지도상 단 하나의 목표를 둘러싼 채,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며 최종 지점으로 천천히 몰아가고 있었다.

- 칙— 목표물이 A-3에 도달, 현재 트롤의 피를 섭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상 지도상, 목표물의 위치라고 찍힌 부근의 해수면 상에는 그 어떤 움직임이 없었다.

쏴아아아…….

외려, 아주 고요하여 잔잔한 파도 소리만 들렸다.

이는 퍽 이상한 일이었다.

일명 ‘레비아탄’ 그 거대한 놈이 바닷속을 헤집고 있다면 하다못해 파동이 일어나기라도 해야 하거늘, 눈으로는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레이더’나 ‘소나’ 등, 바닷속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할만한 현대 기술들도 그놈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했다.

"......정말로 저 아래에 뭐가 있긴 있습니까?”

이현욱의 등 뒤, 선글라스를 한 남자가 의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는 JJJ시라는 활동명의 인터넷 방송인으로, 무려 5억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가진 국내 최고의 인플루언서였다.

“흠…… 내가 보기에는 너무 고요해서 물고기도 한 마리 없어 보이는데요. 그런데 방송은 언제쯤 시작합니까? 저 물 공포증이랑 고소 공포증 둘 다 있어서 슬슬 힘드네요.”

그는 프리드웬에 바짝 매달린 채, 잔뜩 긴장한 얼굴로 푸념을 내뱉었다.

이현욱은 이번 작전을 독점 송출을 약속하고, 그를 데려온 것이었다.

그편이, 일반적인 방송사를 섭외하는 것보다 보안에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JJJ씨 눈에는 뭐가 보이지 않습니까? 그 눈, 워낙 유명하잖아요? 그저 몬스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추가 정보를 얻는 ‘사냥꾼의 눈’이라고 했죠?”

이현욱이 물었다.

'그래 봤자, 호루스의 눈을 흡수한 나만큼 정확하게 보이는 건 아니고 그저 어떤 직감이 더 해지는 걸 테지만…….'

그걸 전혀 모르는 JJJ는 무려 스틸레인의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음…… 뭐가 보이냐니, 설마…… 해수면 상의 마나 농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지금도 그걸 바탕으로 놈의 위치를 가늠해서 추격하는 중입니다. 저 비공정들에 마나를 감지하기 위한 고위 마법사들이 타 있죠.”

"뭐, 제가 보이게도 특정 부분에서만 약간의 마나 돌출이 느껴지긴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저 잔잔한 물속에 대단한 게 있다고는 확신하기가 어렵지 않나요? 일명 '마나 발자국 추적’ 이거 이제는 영 구식인 방법이죠.”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하지만…… 놈은 보통 놈이 아닌 만큼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숨기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게 최선일 겁니다.”

애초에 레비아탄은 드래곤에 필적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 놈이 작정하고 숨는다면 일개 인간들의 감각과 기술만으로는 포착해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게 놈이 수년간 들키지 않고, 선상의 배들을 야금야금 잡아먹으며 괴담을 퍼뜨릴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현욱만은 달랐다.

그의 감각은 지금 두 마리의 마법공학 까마귀 ‘후긴’과 ‘무닌’에 집중되어 있었고…….

'......좋아, 드디어 보인다.’

- <외눈 왕의 혜안> 세트가 (2/2) 발동합니다!

* 후긴과 무닌이 작동하는 동안 모든 감각이 최대 80배까지 상승합니다. 또한, 일정 밀도 및 부피를 ‘투시’하여 볼 수 있으며 강력한 마나를 감지할 경우 해당 존재의 형태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두 아이템이 세트 효과를 일으키면서, 이현욱은 감각이 폭증하는 걸 느꼈다.

"후......."

그는 어지러움이 조금 드는 한편, 마치 마약이라도 한 듯 모든 신경계가 날뛰는 기분을 느꼈다.

쏴아아아——

이어서 이 거대한 바다가 요동치는 소리가 파노라마로 느껴졌으며,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어디쯤에서 일어나는지조차 직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으, 속이 안 좋군.’

이는 처음 후긴을 얻고 운용했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수십 배로 불어난 감각을 하나의 점으로 집중하여, 마치 현미경 다루듯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자 수백 미터 수심 아래…… ‘마나 튜브’에 둘러싸인 채, 그 무엇보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그림자를 감지해냈다.

우우우우——

이현욱은 감각을 집중해서 그것의 생김새를 더욱 자세히 살폈다.

- 심해의 지배자 ‘레비아탄’ (LV:205)

'……아지 다하카보다 조금 더 강력한 수준이다.’

약 이백여 미터의 거대한 체구…… 그것은 거대한 악어인데 지느러미가 달린 생김새로써 백악기에 살았다는 ‘모사사우루스(Mosasau rus)’를 연상게 했다.

고—오—오—오——

그리고 놈은 거대한 입을 벌려서 마치 배수관처럼 물을 빨아들이며, 수중에 흩뿌려진 트롤의 피를 섭취 중이었다.

‘좋아, 아주 정신 놓고 먹고 있군?’

이현욱은 전생에 보았던 라는, 레비아탄 공략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

그곳에서 공략 팀장이 말하기를, 레비아탄은 식탐이 엄청나며 특히나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육지 생물을 별미로 여긴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마나가 가득 담긴 ‘트롤의 피’를 뿌리면 이성을 상실하고 환장하고 달려드는 걸 확인했고, 그걸로 놈을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렸다고 했다.

이현욱 역시, 그 공략 방법을 답습 중이었다.

'이제 슬슬, 미끼를 물게 해야 한다.’

- 칙— 스틸레인, A-4 지점에 도달까지 5분 정도 남았습니다. 지금 바로 ‘그물’ 팀들에게 스탠바이 명령하겠습니다.

이 목소리는 이교준 팀장으로, 그 역시 현장에 함께 와서 작전을 총괄하고 있었다.

"예, 그렇게 해주세요.”

이현욱이 고개를 돌려서 JJJ를 바라보았다.

“이제 방송 시작하죠.”

“아, 오케이— 알겠습니다!”

JJJ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매니저’가 웬 가방을 하나 열더니 그 안에서 카메라를 비롯한 온갖 촬영 장비들을 꺼내서 설치했다.

"자, 지금 이 버튼만 누르면 라이브 방송 시작인데, 갑니까?”

JJJ가 카메라를 든 채 들뜬 표정으로 재차 확인했다.

"예, 시작하세요.”

“—오케이, 제가 오늘 인터넷 방송계의 새 역사를 써보죠!”

그 신이 난 듯 킬킬 웃더니 매니저한테 이런저런 지시를 내렸다.

“으흐흐— 방송 제목은 일단, 짧고 간결하게 <스틸레인 이현욱과 합방>으로 해!”

그리고 이내 퍽 요란하게 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저는 생생한 레이드 현장을 해설하는 목숨 건 VJ, JJJ입니다!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자—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겁니다! 여기는 무려…… 아마도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강철 함대의 기함 프리드웬입니다!”

그는 이현욱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카메라를 보고 한마디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현욱은 그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음, 스틸레인님은 좀 바쁘신가 봅니다.”

그가 머쓱하게 말했다.

애초에 방송 내용에 어울려주려고 그에게 독점 중계권을 준 게 아니었다.

‘그저 이 장면을 전 세계에 퍼 날라주기만 하면 된다.’

이현욱은 정신을 오로지 이 작전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 ……놈이 그물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이현욱은 그 메시지를 듣는 즉시 지시를 내렸다.

"지금 당장 ‘고스트 모드’로 들어간다.”

그의 말에, 조종석에 앉아 있던 ‘여상민들’이 바빠졌다.

"예! 고스트 모드 활성화합니다!”

이어서 삑— 삑—거리는 웬 신호음이 들리고는 기체가 한바탕 부르르 떨리더니, 프리드웬의 기체 전체에 농도 짙은 마나가 도핑되는 게 느껴졌다.

이제 프리드웬은 ‘클로킹’ 상태가 되어서 눈으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그에 이어서 ‘사일런스 마법’까지 적용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노움제 마법공학엔진’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역시, 전부 마법공학의 힘이었다.

후우우우——

그렇게 자취를 최대한 감춘 프리드웬이 초고속으로, 한 지점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 지금 스틸레인이 하려는 거냐고요? 저도 지금 대충 설명을 들었는데, 여러분들도 다 소식 접하셨죠? 그…… 물자 싣고 한반도로 오던 화물선들이 계속 침몰했잖아요? 그게 어떤 놈의 소행인지 밝혀내서 잡으러 가는 겁니다! 와, 벌써 시청자 수 1억 명 돌파입니다!”

그 1억 명이 전 세계로 소식을 옮길 테고, 순식간에 온 세상이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목격할 것이었다.

그때, 이현욱이 JJJ에게 손짓했다.

"JJJ, 이쪽으로 오세요.”

"예?”

"저기, 저걸 찍으시죠!”

그 말에 JJJ와 매니저가 카메라를 들고 램프도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현욱의 손가락을 따라서 해상, 한 부분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4대의 고속정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토막 난 고깃덩어리를 해상에 쏟아붓고 있었다.

“아, 저건 또 뭐 하는 거냐고요? 그게, 미끼를 뿌리는 거랍니다! 저 바닷속에 엄청난 놈이 있다는데, 솔직히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 무서운 놈의 꼬리도 아직 못 봐서…… 어?”

그때였다.

“……저기 보세요! 뭐, 뭔가 올라옵니다!”

웬 거대한 그림자가, 시뻘건 트롤의 피로 물든 해수면 상에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JJJ는 헉— 하는 단말마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단지 놀란 게 아닌, 생물학적인 쇼크였다.

- 주의! 심해의 공포에 의하여 모든 능력치가 대폭 감소합니다. (-30%)

"—컥!"

JJJ는, 그것의 그림자만을 보았음에도 일순간 경직되면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는 바들바들 떨면서 바닥에 넙죽 엎드리고 말았다.

일명 피어(Fear), 드래곤 같은 격이 다른 몬스터가 내뿜는 근원의 공포가 불어 닥쳤다.

"아, 아니…… 이, 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피어에 걸리더니…… 흡! 헉! 헉!”

그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면서 바닥을 기어서, 프리드웬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아직은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만큼, 직접 바라보지만 않으면 피어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흑— 자, 장난하는 거 아니고요, 조작도 아닙니다. 하, 미친…… 벌써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드, 드는데요?”

그는 손에 든 카메라로 그저 이현욱의 등을 찍으며 방송 진행을 간신히 이어나갔다.

“으으으—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중계하는 건 아무래도 아,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대신 마법 드론을 사용해서, 여러분들이 볼 수 있게 해드릴 테니 조, 조금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손짓에, 옆에서 구토하고 있던 매니저가 힘겹게 기어가더니, 큰 가방에서 마법 드론을 꺼내서 램프도어 밖으로 날렸다.

그렇게 방송 화면이 마법 드론 카메라 시점으로 전환되었고 JJJ도 그 화면을 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후, 이제야 좀 진정되네요. 여러분, 그래도 제가 이래 보여도 레벨 43에다가, 레이드 지식은 웬만한 전문가 뺨치지 않습니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 정도 피어를 발산하는 거 보면, 저거 솔직히 드래곤 급입니다. 제가 확신합니다.”

그는 숨을 들이켜면서도 정신없이 떠들었다.

"그런데, 드래곤이랑 다른 점이 뭔지 압니까? 좆 같이 깊은 바닷속에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건 드래곤 이상으로 잡기 힘들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어…… 방법이 거의 없을 수도 있겠는데요.”

그는 이현욱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거침없이 비관적인 전망을 하였다.

그러더니 시청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는지 목소리를 높여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니, 무조건 까지 말고, 한 번 생각을 해보세요! 뭘 퍼부어도 다 저 바다에 막혀서 상쇄될 테고, 그렇다고 해서 바다에 직접 잠수해서 싸울 수도 없잖아요! 저 괴물 자식이 수천 미터까지 잠수하면 스틸레인의 모글레이 낙하도 안 먹힐 겁니다!”

그의 지적은, 이현욱이 보기에도 아주 정확했다.

‘그냥 운 좋아서 최고의 인터넷 방송인이 된 게 아니었군? 꽤 분석력이 있는 녀석이다.’

그의 주장처럼, 필드 보스 몬스터 ‘레비아탄’은 최악의 레이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제아무리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잔뜩 몰려온다고 한들, 최소 수백 미터 수중에서 활동하는 놈을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이에 이현욱이 수긍했다.

“……JJJ,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역시 괜히 잘 나가시는 게 아니군요.”

“하하하…… 감사…… 예? 그, 그러면……”

이현욱의 칭찬에 머쓱하게 웃던 그의 얼굴에 서서히 그림자가 번져 나갔다.

"어, 어……."

지금, 프리드웬은 저 괴물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는데, 자신의 추측이 정확했다면…… 아주 위험한 곳으로 직진하고 있는 게 아니던가?

“……저걸 어떻게 잡으려고요?”

그는 일순간 등골에 소름이 타고 오르는 걸 느끼면서 멍한 표정으로 이현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현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저는 가능합니다.”

이현욱은 노골적으로 자신의 힘을 피력했다.

그리고 그때—

- 칙— 1번 그물, 활성화합니다.

그런 마나 무전과 함께, 기현상이 벌어졌다.

쿠—구—구—구——

웬 요란한 소리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그건 바다가 요동치는 소리였다.

콰—과—과—과——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물의 정령왕과 그 휘하의 물의 정령들이 온 힘을 다해서, 바닷속, 레비아탄의 주변에 물회오리를 다수 발생시키는 소리였다.

그에 이어서,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며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그것도 무려 네 군데였다. 그 모습을 자세히 살피니, 사각형의 모양으로 바다가 갈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즉 ‘그물 구획’을 ‘격리’한 것이었다.

"와…… 저게 뭐죠? 어, 어떤 힘이 무려 바다를 저렇게 통제할 수 있는 건지…… 마치 사각형의 얼음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러나 저것만으로는 드래곤 수준의 대형 보스 몬스터를 가두어두는 건 말도 안 되어 보였다.

"……저놈이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의 꿈틀거림 만으로도 물회오리를 뚫고 나와서 갈라진 바다를 건너가 버릴 텐데요?”

이에 이현욱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번에도 정확하시네요.”

"어, 예, 그런데 그 말은 이걸 예측하셨다는 건데……."

이현욱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두 번째 그물로 놈을 낚아 올릴 겁니다.”

- 칙— 2번 그물, 활성화합니다.

그건 바로.......

- 주의! 해당 지역에 ‘중력 역장’이 작동합니다!

"아! 이, 이건……."

이성윤, 중력 마법사로 불리는 그가 모든 마나를 쏟아부어서 한 지역의 중력을 역전시켜린 것이다.

쏴아아아——

그러자 사각형으로 재단되었던 ‘그물 구획’이 하늘을 향해 치솟기 시작했다.

아니, 이 지점에는 ‘떨어지고 있다’가 더욱 적합한 표현일 것이었다. 애초에 떨어진다는 것, 즉 추락은 중력에 이끌리는 걸 뜻하니 말이다.

콰—아—아—아—아——!

그 장면은 실로 이질적이고 비현실적이라서 JJJ는 입을 쩍 벌렸다가 도로 다물고 말았다.

이 무한해 보이는 바다의 한 지점이, 신이 상자에 담아서 퍼 올린 것처럼 딱 사각형의 모양으로 허공으로 치솟다니…….

그는 무어라고 말해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렸다.

“……시청자 여러분, 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아름답고, 위험한 수족관을 보고 계십니다.”

그 수십억 톤의 물 안에 있던 모든 존재가 함께 뿌리뽑혀 올라오는 게 당연했고, 거대한 그림자—레비아탄이 분노한 듯 꿈틀거리는게 비춰 보였다.

우우우우——

그리고 시퍼런 불빛이 번져 나오기 시작하는 게, 놈이 분노하여 공격을 준비하는 듯했다.

그때, 이현욱이 마나 메신저에 대고 말했다.

"자, 이제 솎아내주세요.”

그러자 중력 역전으로 치솟던 사각형의 물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 줄기로 흩어졌다.

그러자, 오직 레비아탄만이 그 공간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긴 턱과 긴 꼬리를 지닌 악어 형태의 괴물…… 그 크기는 실로 압도적이었으나, 지금의 모습은 마치…… 그물에 낚여 올라온 한 마리의 나일악어처럼 초라해 보였다.

그—어 —어 —어——!

그놈은 괴성을 내지르면서 헤엄치기 위해서 물갈퀴가 달린 거대한 팔다리를 휘저었으나, 물을 솎아낸바,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놈은 발악하듯 입에서 시퍼런 광선이 뿜어냈다. 그러나 당황해서 마구잡이로 쏜 것인지, 아니면 뒤집힌 중력에 적응하지 못하여 방향 감각을 잃은 건지, 허무하게 허공을 긁어댈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현욱이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이제…… 작살을 꺼낸다.”

그때—

우우우우——

웬 큼직한 비공정 한 대가 프리드웬의 하단으로 바짝 붙었다. 그리고는 프리드웬의 하단부에 철컥— 하고는 맞물리는 소리를 내며 결합하였다.

이어서 그것의 천장 부근이 좌우로 열리며 긴 레일’이 드러났는데, 그 안쪽에 4개의 모글레이가 마치 총알처럼 장전된 게 얼핏 보였다.

그때, 조종실 쪽에서 누군가 외쳤다.

“—프리드웬 동력을 가우스함으로 전환합니다!”

그러자 프리드웬이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정지하며 허공에 멈춰 서더니, 엄청난 양의 마나가 그 비공정으로, 정확히는 레일 부근으로 전이됐다.

기—이 —이—잉——

이내 시퍼런 불빛이 레일을 천천히 달구었고…….

철컥— 소리와 함께 모글레이 한 발이 레일에 얹혔다. 그리고 레일이 천천히 회전하며, 저 멀리 허공에서 발버둥 치는 레비아탄과 직선상에 놓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JJJ가 물었다.

“……설마, 모글레이를 총처럼 쏘는 겁니까?”

이에 이현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오늘 이 장면을 구태여 방송으로 송출하는 이유는……."

그는 카메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부디 이 큰 총구 끝에 서려는 분이 없으시기를 바라서입니다.”

그다음 순간, 레일이 빛을 발했다.

이곳에서 저곳까지, 한 줄의 빛줄기가 그어졌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그 직선상의 공간이 구겨지듯이 아지랑이가 난잡하게 일어났다.

그리고 레비아탄의 큰 머리통이 사라졌다.

이어서 뒤늦게, 바다 위로 긴 상흔이 그어졌다.

단 일격에, 다시금 기류가 뒤바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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