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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95화 (195/221)

195화.  < 종말 대비, 총력전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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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이현욱은 강화도로 향했다.

일명 ‘신목 이식 계획’의 사전 점검을 위해서였다.

지금의 강화도는 모든 주민이 내륙으로 이주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그에 따라서 전 해안가를 따라서 감시탑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4대의 군사 위성이 상공을 순회하며 일대를 내려다보는 한편, 수백 대의 마법 드론이 빈틈없이 모든 지역을 실시간으로 촬영 중이었다.

이토록 첨예한 보안이 적용된 이유는 이곳에 있는 신목 ‘신단수’가 현 시점상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이자 산업 자산이기 때문이었다.

이현욱은 프리드웬을 타고 그 중심부에 마련된 ‘강화 임시 활주로’에 내려서 이교준 팀장과 만났다.

"이 팀장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 여기 강화도 수목원 조성이랑 강원도 토목공사까지, 워낙 큼직한 일을 많이 주고 가셔서 심심할 틈은 전혀 없었습니다. 자, 이쪽으로 가시죠.”

그는 우성문 실장의 심복으로서, 특히나 이현욱과 관련된 국내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는데 그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모양인지, 얼굴이 한껏 수척해졌다.

“이곳에서부터 신단수까지 가는 직선 도로를 깔아두었습니다. 그 길로 모시겠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신단수 주변은 신성력이 없는 모든 비행물체를 감지해서 격추하는 자동 포탑이 잔뜩 설치되어 있어서 헬리콥터나 비공정으로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현욱은 마법 방어막이 방탄 차량에 탑승했고, 수십 대의 호위 차량과 함께 신단수로 출발했다.

“……일명 암호명 단군1, 그러니까 신단수는 첫 등장 때보다 한 2배 정도 커져서 한 11m 정도 되는데, 신성력은 족히 4~5배 정도 강력해졌습니다.”

이교준 팀장의 말처럼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신단수에서 풍겨오는 농도 짙은 신성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생태계가 완전히 달라졌군.’

이현욱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본디 한반도의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논밭과 그 너머의 나지막한 산이 펼쳐졌어야 할 텐데…… 지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 세계에나 있을 법한 신비로운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으며 종종 기이한 색상을 가진 나비나 새들이 날아다녔다.

일명 ‘마나 생태계’ 그중에서도 신성력과 생명력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들이 탄생한 것이다.

이름 모를 산 중턱에서 뿔 달린 백색 사슴 한 쌍이 내달리고 있었다. 이현욱은 그걸 바라보며, 저 뿔 역시 꽤 좋은 재료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엄청나게 귀한 재료 아이템들이 우후죽순 자라고 있었다.

‘좋아,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거다.’

이미 오래전부터 차드 공화국의 위그드라실에서도 매일 같이 다량의 특산품을 들여오고 있었지만, 바다를 건너오는 해운 특성상 빠른 수급이 불가능했다.

그런 면에서 이토록 가까운 곳에 신수가 자라났다는 건 장기적으로 상당한 이점이 될 것이었다.

잠시 후, 이현욱은 고개를 들어 올려서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는 백색의 거목一신단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약 11m의 높이에 782cm의 둘레라고 했다.

- 신목 ‘신단수’가 성장 중입니다. (2단계)

* 현재 사용 가능한 ‘마스터 권한’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신성 방어막 전개 (반경 3km)

2) 생명의 축복 강화 (80분)

3) 생명의 열매 생성 (1분)

‘음…… 전에 봤던 것보다 몇 개 바뀌긴 한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군.’

이현욱은 우선 2번 ‘생명의 축복을 강화’를 선택했다.

- 신단수의 마스터 권한 ‘생명의 축복 강화’를 사용하셨습니다.

* 해당 효과는 80분간 지속합니다. (재사용 대기 : 240시간)

그러자 신단수의 이파리가 발광하더니 그 빛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게 아닌가?

우우우우——

그리고 일대에 있던 모든 동식물의 몸으로 스며 들어갔다.

저 하늘에 떠 있던 새들이 기분 좋게 지저귀더니 한껏 커진 날개를 펼치며 더욱 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주변에서 피어나던 꽃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자라났다.

"오, 이게 뭐죠?”

등 뒤에서 이교준 팀장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제가 쓸 수 있는 권능입니다.”

그는 이어서 신단수에 열린 백색 열매 한 개를 땄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신단수의 생명의 열매(특수)

- 효과 : 섭취 시, 30분간 모든 육체 능력이 50% 증가하며 회복력이 급상승합니다.

이러한 열매가 신단수 곳곳에 수십 개가 열려 있었다.

물론, 아직 위그드라실에 비교할 바는 못 되었다.

"음, 자네가 말한 게 이건가……."

그때, 이현욱의 옆으로 한 다크 엘프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다크 엘프 왕국의 제2 왕자 클라이페우스 그리세오였는데, 이미 몇 시간 전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한창 왕국 재건에 바쁠 텐데 응해줘서 고맙다.”

"넌 우리의 구원자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곧 다가올 전쟁에도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라고, 아바마마께서 전해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는 이현욱의 요청에 따라서 다크 엘프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숲의 정령술사’들을 데리고 왔다.

이현욱이 아는 한 식물을 조종하는 방법에 관해서 가장 정통한 종족이었다. 그들이 신목 이식 작업을 총괄해줄 것이었다.

제2 왕자가 신목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 말대로 우리 숲의 정령술사들이 한 번 검토해봤는데…… 이걸 옮기려면, 우리만으로는 안 돼.”

이현욱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제2 왕자를 쳐다보았다.

“……안 된다는 건가?”

이내 2왕자가 말을 이어갔다.

"저 신목은 단일 개체가 아니라 이 생태계를 책임지는 주체로써, 이 섬이 하나의 몸이라면…… 이건 뇌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뇌를 이식할 정도로 정밀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즉, 섣불리 뿌리를 드러냈다가는, 신목도 죽고 이 생태계도 괴사할 거야. 그래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식 도중에 소멸하는 신성력을 붙들어 줄 프리스트들이 대거 필요할 것 같은데…… 그 성녀였던가? 그 인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수술 도중에 수혈 같은 게 필요하다는 말이야?”

“……그렇게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해볼 만하다는 거잖아?”

“……위험하지만, 꼭 해야 한다면, 최선을 다해보겠다.”

이현욱은 고민하지 않았다. 이 신단수 생태계가 앞으로 가져다줄 이익이 막대하긴 했다만…… 그건 마왕의 침공을 저지한 이후의 이야기였다.

‘신성 모선…… 그걸 만들어 내야지만, 죽음의 꽃에 대응할 수 있다.’

전생, 이현욱이 죽기 2달 전쯤에 완성체가 된 죽음의 꽃은 정말로 끔찍한 존재였다.

그것이 하늘에 떠 있는 한, 어떤 장소라도 네크로맨서에게 최적의 환경인, 죽음의 권역으로 강제로 탈바꿈되었다.

그리하여 그것이 등장한 이후, 몇 번이나 죽음의 군단을 막아냈던 인페르노조차도 패배하고 말았고, 요새화되었던 부산이 함락되었다.

‘내가 아는 한 기존의 방법으로는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완전히 새로 창조해내야 하는데…… 신성 모선, 이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이현욱은 그 모든 게 가능하리라고 믿었다.

이게 게임이라면, 공략 방법이 존재할 테니 말이다.

그때, 조금 멀찍이 서 있던 이교준 팀장이 다가왔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 좋지 않은 소식이 있어서 말입니다.”

"또 마왕 소식입니까?”

그러나 이교준 팀장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어제 새벽부터 위그드라실에서 물자를 싣고 오는 선박 2척이 연달아 실종되었습니다. 그 어떤 구조 요청도 없었고요. 그래서 급히 해상의 선박들에 추가 호위를 파견했는데…… 이런 게 포착되었습니다.”

이교준 팀장이 스마트폰을 내밀고 한 영상을 재생시켰다.

"자, 이걸 보시죠.”

이름 모를 망망대해, 한 선박이 저 멀리 수평선에 떠 있는 게 보였다. 꽤 멀어서 정확한 분별이 어려웠고, 이현욱이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천리안’을 발동했는데…….

콰一앙——!

그 순간, 별안간 수면 아래에서 치솟은 광선이 선박을 허공으로 붕 띄워 올리더니, 반 토막 내버렸다.

그리고 해수면이 요동치며 모든 걸 집어삼켰다.

그 선박을 호위하고 있던 군함 1척 역시 수면 아래에서 치솟은 공격으로 차례차례 침몰했다.

단 두 번의 공격만으로도 두 척의 배가 화면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이게 3번째 침몰이고요, 다분히 의도적으로 누군가 우리의 군수 물자 수급을 방해하려는 것 같습니다.”

“음…… 그래 보이네요.”

이교준 팀장이 이어서 말했다.

"우 실장님께서 경비 병력 급파를 명령하셨지만…… 저게 뭔지는 몰라도 저 큰 선박을 일격에 날릴 정도면…… 젠장, 이대로면 물자 수급에 큰 영향을 받을 겁니다.”

그래, 언뜻 봐도 무지막지한 놈이 저 바다 안에 있을 게 뻔했다.

"안 그래도 정신없는데, 저런 것까지 잡으려면…… 일정이 좀 많이 꼬이겠습니다. 이런 위협이 있는 한, 배를 띄울 수 없을 테니까요.”

이 세상이 게임처럼 변하면서 온갖 기이한 마법과 아이템이 가득하다지만, 여전히 물류 운송의 핵심은 해운으로, 해상이 봉쇄되면 말라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빌런 아니면 마왕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방금 그 광선 공격은 아마도…….'

이현욱은 그게 무엇인지 잘 알았다.

'……레비아탄이다.’

저 정체불명의 존재는 ‘레비아탄(Leviathan)’ 혹은 ‘리바이어던’으로, 우가리트 신화에서 비롯되어 기독교 성서에서 등장하는 바다 괴물이었다.

'본디, 필드 보스 몬스터로서 지금 시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존재다.’

마치 대항해시대 선원들 사이에서 퍼지던 바다 괴담처럼, 지금은 일부 목격담만 퍼져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걸 추격하는 이에게 ‘히든 퀘스트’가 발동되고 해상 도시를 찾아서 전설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이현욱도 그걸 알고 있었고, 상황에 따라서 노려보려고 했지만, 지금껏 필요성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히든 이벤트용 ‘필드 보스 몬스터’까지 마왕에게 복속 당한 듯했다.

‘아주 부지런히도 움직이고 있군?’

8년 후의 미래에서 온 만큼, 자신들이 아는 정보를 바탕으로, 숨겨져 있는 모든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이현욱이 밟아온 행적과 엇비슷했다만, 저쪽은 등장할 때부터 압도적인 힘이 있다는 점에서 훨씬 빠른 속도로 세상을 잠식해나가는 것이었다.

즉, 정보와 힘 모두를 가진 존재, 그게 마왕이었다.

‘하지만 내가 회귀자라는 것까지는 모른다.’

그러니까, 놈들은 자신들이 미래 지식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벌이는 수작들이, 사실은 이현욱의 계획안에 있다는 걸 전혀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한참 유리하다.’

이현욱은 마나 메신저를 꺼내어서 누군가에게 교신을 걸었다.

"저 이현욱입니다.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 예, 말씀하시죠.

이 목소리는 다름 아닌 중력 마법사 이성윤이었다.

그와 가디언 멤버들은 이현욱의 말을 믿고, 고든 프라이스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게 조금 실례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혹시, 반중력 필드를 어느 정도까지 펼치실 수 있습니까?”

이성윤, 그는 중력의 통제자로서 상당한 영역의 중력을 역전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큰 효용이 없고 마나 소모가 커서 잘 사용하지 않았다.

- ……모든 마나를 쓴다면, 제가 지정한 구심(球心)으로부터 최대 1k㎥ 공간의 중력을 역전시킬 수 있습니다만…… 이게 왜 필요하시죠?

그 물음에, 이현욱은 다소 이상한 소리를 했다.

“음…… 혹시 바다낚시 좋아하십니까?”

- 예?

필드 보스 몬스터, 심해의 지배자 레이아탄, 그것은 드래곤 만큼이나 강력한 그 초대형 몬스터였다.

즉, 그걸 잡는 순간, 드래곤을 한 마리 더 사냥한 것만큼이나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또한, 강희설의 마개조 재료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드래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 괴물은 어떤 히든 퀘스트의 희생양으로서, 명확한 약점이 하나 있다. 그냥 맞붙으면 드래곤 만큼이나 잡기 어렵겠지만…… 그 약점을 공략하면 손쉽게 월척을 낚을 수 있다.’

이현욱은 마왕이 내놓는 패가 무엇인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내가 한 수 앞서간다.’

***

그 시각, 인천국제공항으로 몇 대의 화물기가 착륙했다.

거의 모든 화물이 화물선을 이용하지만, 몇몇 중요한 물건들은 항공기로 수송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의 화물기에서 알랭 지암이 내렸다. 그는 손에 든 핸드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검색 중이었다.

- 알랭 지암 "내가 가진 모든 방법 동원하여 스틸레인을 지원할 것”

- 유럽의 큰손 ‘알랭 지암’ 스틸레인과 함께 영웅의 영향력 발휘…… 어제의 라이벌이 한 팀으로

"그래, 좋아. 내 뜻대로 되고 있군.”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는 화물기에서 내려오는 물건들을 살폈다. 그것들은 싹 다 이현욱이 구해달라고 부탁했던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웬 금속 깃대 같은 물건도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발할라의 깃발(전설)

- 효과 : 알 수 없음 (이 아이템을 다루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 필요합니다.)

"그 자식이 이걸 특히나 가지고 싶어 했는데, 진짜로 구해줄 줄은 몰랐을 거다. 으흐흐一”

그는 이걸 구해올 수 있는 자신의 영향력이 만족스러운 한편, 이걸 가져다주었을 때 이현욱이 얼마나 자신을 더 신뢰하게 될지를 가늠하며 음습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네 목을 찌를 칼이 될 거란 건 꿈에도 모를 거다.’

아주 천천히, 목표물의 목덜미를 향해 다가가는 기분이란…… 꽤 짜릿했다.

마치 어렸을 적에 보았던 이연걸 주연의 영화 <영웅>에서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서,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천천히 접근하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는 이현욱에게 전해줄 아이템을 가지고 한 검은 SUV에 탔고, 그의 차는 <태백 병기창>으로 향하는 트럭 행렬로 들어갔다.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웬 텔레파시가 흘러들어왔다.

- 므슈 지암, 오셨군요. 저도 근처에 있습니다.

이 목소리는 그를 빌런의 길로 인도했던 보라색 가면을 쓴 사내였다. 그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을 ‘빌런 리더의 입’이라고 했다.

- 그런데…… 이번에 스틸레인에게 던질 미끼, 그러니까 아이템들 말입니다. 제가 아는 것보다 더 많고 더 좋은 것들이 섞여 있더군요.

그 목소리에는 어딘가 불만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이에 알랭 지암은 쯧쯧一 혀를 차면서 한 수 가르쳐준다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봐, 원래 누군가의 마음을 사고 싶을 때는 그가 요청한 것보다 한술 더 떠서 가져다주는 거다. 이게 사람을 다루는 센스라고, 내가 괜히 이 자리에 있는 줄 아나?”

그는 이현욱의 마음을 완전히 얻기 위해서, 이현욱이 요구했던 리스트 이상의 선물을 준비한 것이었다.

- 뭐, 그 역할을 잘 맡아주시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데 적진 한복판에서 텔레파시를 건 거야?”

- 예, 체어맨의 명령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음, 말해 봐.”

- 어제, 체어맨께서 마왕과 접촉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가 다른 차원에서 온 빌런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다른 차원이라니, 그런 게 정말로 존재하는 거였군.”

- 예, 어쨌든 체어맨과 마왕은 스틸레인 암살 작전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셨고, 그 암수를 선정하셨습니다.

즉, 암살자가 누가 될지 결정되었다는 것이었다.

- 중국 쪽에 아직 멀쩡한 세력이 있습니다.

일명 암성(暗星), 공안부 사조직인 그들은 통째로 빌런 조직이었다.

지금껏 이현욱과의 충돌로 상당수의 인재와 자원을 잃은 빌런 세력 중에서는 그나마 멀쩡한 곳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군……."

알랭 지암을 턱을 만지작거리며 창문 밖을 보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스틸레인 암살이라는 작전을 어떻게 완벽하게 처리할지, 다양한 계획이 생성되었다.

‘지금껏 계속 실패했으니, 아무리 내가 놈의 마음을 얻었다고 한들, 섣불리 시도하면 안 된다.’

그걸 위해서는, 몇 가지 포석이 더 필요했다.

“……우선, 그 중국 애들한테 아이템을 몇 개 준비해달라고 말해.”

- 예? 아이템이라면.......

"내가 지금껏 스틸레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한 일들을 잘 알고 있잖아? 그 결과 어떻게 됐나? 그 자식이 오늘 아침에도 나한테 전화를 해서 감사 인사를 하더군? 그 시니컬한 놈이 그렇게 비즈니스적으로 굽실거린다는 걸 세상이 알까?”

그는 이현욱이 자신을 믿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왜냐하면, 이번에 한국에 입국하면 라퓨타에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어딨단 말인가?’

그곳은 지금껏 외부인은 그 누구도 출입하지 못했다고 알려진, 스틸레인 세력의 심장부였다.

"그러니까 그쪽에…… 그래, 여의봉이라던가, 아직 세간에 공개하지 않은 전설 등급 아이템이 몇 개 있는 줄 아는데, 그런 걸 준비하라고 해.”

- ........

“쯧一 이봐,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봤잖아. 그 자식도 결국은 인간이야. 그리고 그 자식은 지금 마왕과의 전쟁을 위해서 모든 자원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그러니까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라면 환장을 할 수밖에 없고, 놈을 우리가 마련한 장소로 유인할 수 있게 될 거다.”

그는 여유 넘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하一 너희는 나를 믿어야 해, 스틸레인은 지금 나를 크게 신뢰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다 퍼주자고, 어차피 싹 다 다시 가져올 수 있는 것들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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