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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91화 (191/221)

191화.  < 마지막 분기점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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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주역인 플레이어들은 각성과 동시에 몇 가지 ‘능력’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 능력의 조합에 따라서 ‘포지션’ 또는 ‘직업군’이 정해지게 된다.

즉, 전사·궁수·마법사 같은 명칭은 인간이 정한 구분으로 ‘특성’ 혹은 ‘계열’이라고 불린다

좀 더 설명하자면 ‘근접 전투’ 능력에 ‘방어’ 능력이면 ‘기사’ 계열로 구분되며, 거기에서 ‘신성’ 능력을 추가로 얻으면 성기사라는 아주 귀하고 강력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녀석의 능력 이름이 네크로맨서인 건 아니다.’

그건 그저 언데드를 조종한다는 모습 때문에 입혀진 ‘별명’일 뿐이었다.

아마도 네크로맨서의 능력은 ‘죽음 통제’ 정도로 구분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플레이어는 성장하며 쌓아 올리는 능력에 따라서 모습이 점점 달라진다.

이현욱이 신성력을 체내에 쌓아서 무기에 신성력을 부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어둠 계열의 힘을 쌓았다면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을 거다.’

그래서 성녀가 녀석의 상처를 치료하며 신성력을 주입하던 중, 예상 밖의 현상이 일어났다.

그녀의 설명대로라면 ‘죽음을 통제하는 힘’이 신성력을 기반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신성력을 바탕으로 한 죽음의 힘…… <발할라의 깃발>이란 게 있었다.’

그건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템으로 ‘에인헤라르(Einherier)’라는 유령 전사를 소환하고 더 나아가서 죽은 플레이어를 징집하여 ‘에인헤리(Einheri)’로 만들 수 있었다.

전생, 그런 아이템을 얻은 노르웨이의 한 길드가 다크 엘프 왕국의 진격을 막기 위해서 많은 플레이어를 자결시킨 뒤, 에인헤리로 징집했었는데…… 그래도 멸망을 막진 못했다.

‘잠깐만, 만약 이 녀석이 자신을 착취한 고든 프라이스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면…… 어쩌면 <발할라의 깃발>을 구하여, 신성한 유령 전사들을 부리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이지…….'

이 녀석이 고든 프라이스를 싫어할지를 넘어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일단은 살리고, 언데드를 다루는 권능을 무력화한 뒤 정보를 캐내는 게 최우선이었다.

"그런데 이 자식은 계속 이 이상한 장치 안에 갇혀 있던 거예요?”

에밀리아 뮐러가 네크로맨서가 들어 있던 구체 형태의 캡슐을 가리키며 물었다.

"음……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황상 그런 것 같네요.”

"뭔 짓을 한진 몰라도 온몸의 마법 회로가 인위적으로 조작되어 있어요.”

그녀가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역시, 어떤 기이한 방법을 통해서 이 녀석을 행동을 강제한 듯했다.

"쯧— 이거, 이제 제구실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지금 당장은 정신을 차릴 수는 없는 듯했으니, 심문은 밀어야 할 듯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 칙— 모든 지휘관 여러분들, 지금 즉시 신호탄이 터진 성벽으로 와주셔야겠습니다.

이 목소리는 김강석 대령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한쪽 성벽 위에서 주황색 신호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그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포착되었습니다.

***

“이런, 미친……."

그렇게 악다구니를 내뱉은 건 강서윤이었다.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어깨에 둘러멘 활을 꽉 움켜쥐었다.

"지금 그러니까, 아까 그 이상한 놈들이…… 거인의 성채를 쳤다?”

이들은 지금 마나 크리스털이 영사하는 홀로그램을 통해 하나의 영상을 함께 보고 있었다.

"약 10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 장면은 충격적이기 그지없었다.

방금, 이곳에서 그들과 싸웠던 존재들이 약 19km 떨어진 곳의 하늘에 나타났다.

그곳은 ‘제5 전장’이라고 명명된 거인의 성채로, 티탄의 보스 몬스터인 ‘아틀라스’와 ‘크로노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본디, 티타노마키아의 마지막 격전지가 되었을 곳인데…….

훙— 훙—

그곳의 하늘을, 거대한 피막이 날개들이 뒤덮고 있었다.

“저건, 설마 드래곤인가요?”

"그런 것 같네요.”

"아니, 그런데 3마리나……."

이에 이현욱이 대답했다.

“……본 드래곤이 아닐까 합니다.”

이현욱의 성검을 경계하여 이곳에서는 꺼내지 않았던 최강의 언데드였다. 그것들이 ‘제5 전장’을 굽어보며 검은 브레스를 분사했고, 티탄 호플리테스들이 나가떨어지는 게 보였다.

"왜 저길 공격하는 걸까요?”

“……우리의 공을 가로채려는 건가?”

그러나 잠시 후, 전투가 멎었고 네크로맨서가 거인의 성채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마법 드론 캠 시점상 자세히 살필 수는 없었으나, 티탄의 보스 몬스터들과 조우한 듯했다.

그리고 난데없이 거대한 포탈이 열렸고, 다 함께 그 안으로 들어가 버리며 영상은 끝났다.

픽一 소리와 함께 마법 크리스털이 작동을 정지했고, 한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저 장면이 의미하는 바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경악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언뜻 봐도 저 두 집단이 손을 잡고 어디로 간 것 같죠?”

한 남자가 말했고, 이현욱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설마, 몬스터를 포섭할 줄이야…….'

지금껏 빌런은 몬스터와 내통하는 경우는 잦았고, 블랙 오크와 다크 엘프도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몬스터의 비위를 맞추고, 놈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이었다.

제아무리 빌런일지라도, 몬스터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존재였으니 핸들링이 어려웠다.

그런데…….

'……저건 마왕의 능력 중 하나일까?’

마왕(魔王), 말 그대로 몬스터들의 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남다른 능력이 있을 테고, 그건 몬스터를 복속시키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 이러면 티타노마키아는 어떻게 되는 거죠?”

한 여자가 그렇게 물었다. 그녀는 폴란드 소속 길드 마스터였다.

"저 5개의 거인 성채를 모두 점령해야 끝나는 거였는데……."

"음, 아직 퀘스트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목적은 바뀌지 않았다는 거네요.”

"참나, 몬스터가 이벤트를 포기하고 사라지는 게 말이 돼?”

성 주인은 사라졌으나, 그 성에 깃발을 꽂긴 꽂아야 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예요?”

“하……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이들 모두가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플레이어였지만,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지난 며칠간 벌어진 일은 맥락을 짚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죄다 불가해한 사건이었다.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가장 많은 걸 알고 있는 이현욱에게 모일 수밖에 없었다.

"제가, 그 정보를 알아오겠습니다.”

“……예? 어떻게 알아와요?”

그렇게 물은 건 강서윤이었다.

"제가 인질을 잡지 않았습니까?”

“아, 그 남자……."

그녀는 슬쩍 이성윤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저 시선 교환의 의도를 이현욱은 알았다.

'아마도 블러드 로드라는 걸 알아본 걸 거다.’

그리고 가디언은 그가 빌런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예, 잠깐 그 사람과 이야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이현욱은 자신을 바라보는 숱한 시선을 뒤로하고, 프리드웬 안으로 들어갔다.

***

-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끝없이 이어지는 빅 이벤트의 끝은 멸망?

- 전 세계 모든 플레이어 ‘월드 퀘스트’를 받았다고 증언 잇달아…….

- 마왕(魔王)은 도대체 어떤 몬스터인가? 그리고 어디에서 왔는가?

온 세상이 떠들썩해지다 못해 서서히 절망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티타노마키아>까지는 유럽인이 아니고서야 먼 타국에서 벌어지는, 나와는 직결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월드 퀘스트’에는 떡하니 ‘월드 게임 오버’ 즉 세계 멸망이 적혀 있었다.

- 주의! ‘3번’ 목표 실패 시 ‘월드 게임 오버’가 됩니다.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웨이브처럼 도시 하나가 아니라 전 세계가 멸망한다.

그러한 이야기를 퍼지자 전 세계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내 세계 곳곳에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가 발동되고 모든 플레이어가 무장에 나섰다.

- 전 세계 마왕과 전투 준비 시작…… 그런데 마왕은 어디에 있나?

그리고 마왕과 더불어서 또 하나의 키워드가 언급되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용사’였다.

- 음, 지금 듣기로는 용사는 투표로 선출된다고 하죠?

- 예, 마왕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처럼 <킬 더 몬스터>방송 역시 그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 뭐, 큰 이벤트에는 항상 특별한 공략법이 주어지는 법이죠. 가령, 드래곤 성체가 등장하기 전에 아성체가 먼저 등장하여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힘이 되게 하는 것과 같은 거죠.

- 그러니까 용사가 바로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는 적격자다, 그런 뻔한 이야기군요.

- 예, 애초에 이 게임의 모든 면면이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는, 클리셰 덩어리였으니까요.

- 음,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누가 그 용사로 선출을 해야 할지, 그게 문제인데요. 지금 정보를 바탕으로 보자면, 특정 조건에 부합하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용선 선출이 지원할 수 있고, 투표권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떠오르는 사람은 한 명이죠?

이 세상의 절대다수가, 이번 사태를 해결할 사람으로 단 한 사람을 떠올리고 있었다.

- 스틸레인, 그가 이번에도 기적을 일으켜주기를…….

***

그런데 한 시간여 뒤, 세계 각지의 길드 마스터 및 유력 플레이어들이 공동 성명을 냈다.

그것은 <이현욱에게 현 사태의 정보에 관한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라는 제목이었다.

그리고 독일 유력 길드인 <트라움하프트>의 마스터 하인리히 볼코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번 일, 사태가 심각합니다. 그러나 전 세계 누구도 이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고, 지금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딱 한 사람, 스틸레인만이 그걸 알고 있습니다.

그는 하얀 수염이 난 노신사로서, 전 세계의 신뢰를 받는 1세대 플레이어였다.

- 그런데 그는 지금껏 그 어떤 정보도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독식하고 있죠. 그 뜻은, 진정으로 세상을 위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알랭 지담을 중심으로 한 <푸투레>의 소속으로, 알랭 지담이 너무 오랫동안 이현욱을 비판하는 얼굴 역할을 해오며 이미지가 좋지 않아졌기에, 이번에는 그가 총대를 멘 것이었다.

- 그런데 어찌하여 그런단 사람을 믿고 이 세상의 운명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을 한마디로 바꾸면, 이현욱에게 ‘용사’의 권능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 저는, 그리고 저와 뜻을 함께하는 많은 플레이어가 이현욱에게 요구합니다. 지금부터 모든 정보를 세간에 공개하고, 라퓨타를 비롯한 당신의 무기를 공유하십시오. 큼, 인류라는 거대한 배가 가야 할 방향을 단 한 명에게 맡길 수는 없으니…… 부디, 인류를 신뢰하시죠. 그래야지만 저를 비롯한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당신을 믿고 따를 수 있을 겁니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알랭 지담은 헬리콥터에 탄 채 이현욱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노인네, 알아서 잘 해주고 있군.'

그런 그의 눈에는 어떤 퀘스트 하나가 떠 올라 있었다.

[히든 퀘스트]

- 최후에 등장한, 최고의 혁명가…….

1) 특정 플레이어 ‘이현욱’을 암살하시오. (진행 중…….)

* 보상: 승급 (정식 빌런)

이는 얼마 전,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받은 ‘검은 초대장’을 열었을 때 받은 퀘스트였다.

그렇다. 지금 그는 빌런 후보가 되었다. 그리고 이현욱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온 세상이 ‘월드 퀘스트’ 때문에 난리이거늘, 그에게는 그런 퀘스트가 오지 않았다.

전 세계 모든 플레이어가 공통으로 얻었는데 제외됐다니, 그게 의미하는 바는…….

‘즉, 그 마왕이라는 작자도 나와 같은 빌런이라는 뜻이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마왕이 세계를 지배한다면, 당연히 세상이 플레이어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그렇기에 알랭 지암은, 마왕의 승리에 큰 일조를 할 생각이었다.

곧 용사로 선정될 이현욱을 제거함으로써 말이다.

그렇기에 이현욱을 표면상 견제하는 역할을 다른 이에게 넘겼다.

‘나는, 이제 친 스틸레인 세력이 된다.’

그는 이제부터 이현욱을 따르고, 그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천천히 그에게 가까이 접근하여 목에 올가미를 걸어버릴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이현욱을 줄기차게 비판해온 알랭 지암이 다가간다고 해서, 그가 선뜻 받아줄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알랭 지암이 아니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

그건 아이템들, 그러니까 뇌물이었다.

첫째로, 황금색의 나뭇가지였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극한의 레플리카 (특수)

- 효과 : 전설 등급 이하의 아이템을 모방하여 50% 효과로 재현합니다. (수정 불가)

그토록 얻기 어려운 레플리카 제작 아이템, 그것도 무려 전설 등급이었다.

그것 말고도 하나가 더 준비되어 있었다. 그건 은색의 방패였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아이기스(전설)

- 효과

1) 절대 방어 : 180초간 10m 주변에 절대적인 방어막을 형성한다. (재사용 대기 : 12시간)

2) 메두사의 머리 : 50m 거리 내의 적을 ‘석화’ 상태로 만든다. (재사용 대기 : 12시간)

‘내가 그동안 숨기고 숨겼던 이 엄청난 아이템들을 놈의 손에 쥐여주게 된다면, 아무리 지금껏 밉보였던 나일지라도 그놈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거다. 그래, 그렇고말고…….'

알랭 지암, 오늘날 가장 유력한 플레이어 중 한 명인 그는 인간을 움직이는 법을 알았다.

거의 모든 인간은 돈을 따라 움직이고, 거의 모든 플레이어는 좋은 아이템에 끌린다.

이 법칙은 제아무리 고귀한 영웅일지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걸, 그는 여러 번 목격했다.

‘그리고 마왕과의 전투를 앞두고 전투력을 보강해야 할 순간일 테니, 거절할 수 없을 거다.’

***

한편, 이현욱은 프리드웬 안에서 리카르도 올리베이라와 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큭一 헉一 이, 이쯤 하면 되지 않았나? 나, 나는 다 말한 것 같은데 말이지……."

그리고 놈의 발아래에는 끈적한 피 웅덩이가 고여 있어서, 그 내용을 짐작하게 했다.

"그러니까 너희 차원에서는 빌런이라는 집단이 승리한 뒤, 초월 퀘스트라는 게 나왔다?"

“그래……."

"그리고 그 초월 퀘스트의 목표는…… 다른 차원을 멸망시키는 거다?”

이현욱의 물음에 리카르도 올리베이라는 킬킬 웃었다.

"하, 씨발一 그렇다니까? 나는 어차피 다 끝났으니까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거야.”

이현욱이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놈이 화들짝 놀랐다.

“좋아, 그러면 한 가지만 더 묻겠다.”

"......"

"너는 혹시 이 게임, 왜 시작됐는지 아는 게 있나?”

“으흐흐一 아직도 그게 궁금할 때인가?”

이현욱이 왼손을 살짝 뒤틀자 놈이 발작하듯 꿈틀거렸다.

"크아아一 아, 알았어! 컥一”

피를 한 움큼 토해낸 리카르도 올리베이라가 비틀거리며 입을 열었다.

“큭, 그런데 나도 잘 몰라, 그저 추측할 뿐이야!”

"그 추측이라도 좋으니까,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봐.”

그놈은 숨을 헐떡이더니 잠깐 생각을 하듯 눈을 감았다.

“……우리 중 한 명이 최초의 블랙 게이트로 들어가서 누구를 만났다고 했어.”

"그가 고든 프라이스인가?”

"오, 넌 이 시대 사람 맞아? 어떻게 그렇게 맥락을 잘 파악하는 거냐?”

이현욱은 말없이 놈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어쨌든 간에…… 그때 전해 듣기를, 이 게임은 일종의 실험이라나 뭐라나?”

그 대목에서 이현욱은 고개를 갸웃했다.

“……실험이라니 뭘 실험한다는 거냐?”

"그건 나도 모르一 아! 정말이니까 손 움직이지 마!”

이현욱은 천천히 왼손을 움직여서, 놈의 배 속에 있는 신성 쇳조각을 회전시켰다.

“컥一 진짜 모, 몰라! 그, 근데 그 결과물이 초월이야!”

초월, 그게 무엇인지 앞서 듣기로는, 한 차원의 모든 힘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즉, 전 인류를 희생시킨 뒤 단 한 명의 플레이어만이 살아남는 최악의 결말…….

'……실로 빌런다운 마지막 퀘스트다.’

애초에 인류를 학살하고 전 세계를 멸망으로 몰아넣었던 놈들이니 이해가 됐다.

‘그런데 왜 나는 회귀 했고, 왜 이놈들을 막으라는 걸까?’

그런 면에서 이 게임을 좌우하고 있는 절대적인 존재가 원하는 건 그저 학살이 아니었다.

'이건, 빌런들도 모를 거다.’

이현욱은 더는 이놈에게 얻어낼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봐, 그, 그러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나를 살려주면 안 되나?”

이현욱은 그 말을 무시하고 프리드웬의 램프 도어 쪽으로 걸어갔다.

“이, 이대로면 난 퀘스트 실패로 죽을 거야. 그렇게 되면 너도 아쉽지 않나?”

앞서 듣기로, 차원 이동자는 24시간 동안 이 차원의 인간을 죽이지 않으면 게임 오버였다.

"아니, 난 이미 너한테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리카르도 올리베이라의 입에 쇠로 된 재갈을 물렸다.

"읍— 읍— 읍—"

“꽤 괜찮은 것들을 들고 왔던데, 잘 써주마.”

이현욱은 리카르도 올리베이라의 모든 아이템을 빼앗았다.

그중에서는 이현욱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아이템이 여럿 있었다.

‘무려 무닌과 호루스의 눈 1번 조각이다.’

지금껏 이현욱의 승리에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이 된 두 정보 획득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호루스의 눈 1번 조각’을 삼켜서 흡수했다.

- 축하합니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여 ‘인사이트 렌즈’ 스킬이 대폭 강화됩니다.

[스킬 정보]

- 이름 : 인사이트 렌즈

- 등급 : B

- 효과

1) 시스템 분석(3):숨겨져 있는 ‘시스템 정보’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천리안(千里眼) : 시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500%)

* 숨겨진 조건을 만족할 시 스킬 등급이 향상됩니다.

이로써 인사이트 렌즈 스킬이 B등급이 되고 1번 시스템 분석 효과가 3단계가 되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게 됐다는 뜻인데…….

이현욱은 리카르도 올리베이라를 바라보았다.

- 준 초월체 (LV:143)

* 악마승배자, 빌런, 차원 이동자

역시나 한 줄의 정보가 더 추가되어 있었는데, 그 내용이 꽤 중요한 것들이었다.

‘이제는 내 주변에 벌레가 꼬일 일은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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