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85화 (185/221)

185화.  < 두 번째 격돌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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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상대할 적수는…… 높은 확률로 네크로맨서가 될 것이다.’

이현욱은 회귀 직후부터 최후의 목표를 그렇게 상정하고, 놈을 이길 방법을 고안해왔었다.

그리하여 네크로맨서의 천적인 성녀 암살을 막았으며, 그녀의 도움으로 강화도에서의 놈과 첫 대면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남 때는 다를 테지…….'

이미 한 번 성녀의 신성력의 위력을 뼈저리게 느낀 이상, 빌런 측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들의 최종 병기인 네크로맨서를 키웠을 것이었다.

즉, 이전처럼 에밀리아 뮐러의 신성력에만 기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여전히 대체 불가한 ‘해답’인 건 사실이었다.

그녀가 없다면, 네크로맨서의 죽음의 권능을 약화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방법을 고안하기보다는 그녀의 신성력을 극대화하는 게 정답이다.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해서…….'

이현욱은 다크 엘프 왕국으로 가기 전 에밀리아 뮐러와 도널드 해리스는 위그드라실로 보내서 ‘네크로맨서 환영 파티’를 준비하게 했다.

그것은…….

'……위그드라실의 힘을 빌려서 성녀가 차드호의 물을 전부 성수로 바꾼 뒤에, 차드호 안에다가 와이트 홀을 연다.’

즉, 그 거대한 호수의 물을, 신성력을 입힌 상태로 전장에 쏟아 부어버린다.

‘싹 다.’

이어서 물의 정령왕에게 약속받았던 대로 ‘대홍수’라는 궁극 스킬을 사용하여 그 호숫물을 파도와 소용돌이로 몰아친다.

심지어 이곳은 ‘거인의 산채’ 안이기에, 언데드 군단은 빠져나가지 않고, 신성한 대홍수 안에서 떠돌다가 소멸하고 말 것이었다.

그게 바로 더욱 강력한 상태로 나타날 네크로맨서에게 이현욱이 선사하는, 회심의 일격이었다.

쏴아아아——

지금, 와이트 홀 안에서 물의 정령왕, 에밀리아 뮐러, 도널드 해리스가 공기 방울을 타고 내려와서 허공에 나란히 늘어섰다.

그들 모두 양팔을 지면을 향해서 드리운 채 각기 다른 권능을 발현했다.

우우우우——

그리하여 수십만 톤의 성수가 허공에서 뒤틀리며 수십 줄기의 물회오리가 만들어졌다.

콰—과—과—과—과——!

그것이 내리꽂히며 언데드 군단을 통째로 박살 내버린 뒤, 바닥을 움쭉 패게 했다.

단 몇십 초 만에 일대가 물에 잠겼고, 그 물이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나서 집어삼킨 모든 걸 잘근잘근 씹어댔다.

'저 정도면, 버틸 수 없을 거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홍수에 잠긴 언데드들이 마치 염산 속에 빠진 고깃덩어리처럼 살이 분해되고, 뼈가 삭고 있을 것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성수의 양이 워낙 많은 만큼 성녀의 신성력이 희석될 수밖에 없는 데다가, 네크로맨서의 죽음의 권능 역시 압도적으로 강했다.

그래서 성수 안에 잠긴 채로 언데드들은 분해와 재생을 반복하며, 아직 버티고 있을 것이었다.

‘그래도 빠져나오지 못하게만 한다면, 놈을 막을 수 있다.’

제아무리 쉽게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할지라도 깊은 물 속에 담근다면 그 불길은 번져나갈 수 없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그 불은, 언젠가 꺼지고 만다.’

그런데 그때, 수면 밖으로 좀비 티탄의 손이 하나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붙잡을 건 없지만, 허우적거리며 수면 위로 상승했고, 그런 놈들의 몸뚱이를 붙잡고 언데드 군단들이 물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역시…… 저 거인들의 힘은 막강해서 대자연의 힘도 거스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걸 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우르르르.......

어느새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에서 번개가 쏟아져 내리며 좀비 티탄들에 적중, 놈들을 다시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쩌—저—저—저——!

허공, 프리드웬의 램프도어, 박준모가 묠니르를 들고 번개를 유도하고 있었다.

그의 손짓에 따라서 물 안으로 스며 들어간 전류가 번뜩이며 기이한 형태의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냥 빠져나오기도 힘든 가친 물살 속에서 전류가 함께 맴돌며, 좀비 티탄들의 감전시켜서 몸을 굳게 만들었다.

그리고 김세희 역시 바람을 통해 파도를 일으켜서, 물 위로 올라오는 놈들을 휩쓸어버렸다.

‘나도 간다.’

이현욱은 거대한 금속 무기를 조형한 뒤, 그것에 ‘아르게틀람’의 스킬 ‘고상한 자의 지휘’를 통해 3단계 신성력을 부여했다.

- 아르게틀람의 스킬 ‘고상한 자의 지휘’가 발동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허공에 줄 세운 뒤에, 물 밖으로 기어 나오는 언데드를 하나씩 요격했다.

퍽——!

거친 물줄기를 힘겹게 뚫고 나오던 좀비 티탄의 머리통에 3단계 신성력이 담긴 3m짜리 쇠 말뚝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리박혔다.

그어어어.......

놈은 순간적으로 힘을 잃고는 도로 물살에 휩쓸리며 가라앉아 버렸다.

이렇듯, 네크로맨서로서는 웬만한 방법으로는 성수 대홍수를 벗어날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재생력이 떨어지며 결국 소멸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현욱은 완벽하게 승기를 잡았음에도 아직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가 상대했던 네크로맨서는 마치 지금의 자신처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반전을 만들어내던, 전장의 마술사였다.

또 어떤 마술을 펼칠지 모르기에 놈을 상대하는 이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그렇게 정신을 바짝 차리더라도…… 결국은 전부 패배했었다.

그건 이현욱의 직접 경험했던 일이었기에, 그는 결코 방심할 수 없었다.

'놈은 반드시 플랜 B를 준비해두었을 거다. 아니, 플랜 C까지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펑——!

웬 폭음과 함께 격동하는 대홍수의 수면을 찢고 무언가 튀어나왔다.

쏴아아아…….

그것은 그 길이가 약 30m에 이르는 거대한 원형의 물체였는데, 자세히 살피니 식물의 씨앗 혹은 껍질 같은 모양새였고 하단부에 식물 뿌리가 길게 매달린 채 꿈틀거렸다.

언뜻 본다면 거대한 해파리가 비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현욱은 그게 무엇인지 알아봤다.

‘저건…… 죽음의 꽃, 네크로맨서의 이동 기지다.’

이현욱이 기억하는 크기보다는 작았지만, 벌써 저런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게 최종 형태로 성장하면, 라퓨타와 비견될 공중 도시가 된다.’

이내 그것의 껍질 부분이 벌어지며 보라색 꽃잎이 피어났는데, 군데군데 붉은색 점박이가 찍혀 있었다.

딱 봐도 독이 가득할 것만 같은 화려하고도 음습한 모양새 …….

츠—츠—츠—츠——

그곳에서부터 기묘한 소리가 흘러나오며 녹색의 무언가가 흩날렸다.

언뜻 보면 꽃가루처럼 보였으나…….

‘아니, 꽃가루가 아니다.’

이현욱은 후긴의 눈으로 그걸 자세히 살폈다.

그 형태가 불명확한 녹색의 비행체는 다름 아닌 유령…… 스펙터(specter)였다.

그것들이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죽음의 꽃 주변을 배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꽃 중심부에서, 검은 로브를 쓴 존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어, 저게 그 죽음의 통제자일까요?

김세희가 마나 메신저를 통해서 물어왔다.

아무래도 저런 특별한 등장은 죽음의 군단을 부리는 자가 직접 등장한 것처럼 보였다.

즉, 네크로맨서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이현욱의 눈一인사이트 렌즈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한 정보가 출력되었다.

- 죽음의 대리자 ‘리치’ (LV:206)

앞서서 강화도에서 등장했던 죽음의 추종자 ‘밴시’와 마찬가지로, 원래는 플레이어였겠지만 ‘몬스터화’한 네크로맨서의 권속이었다.

즉, 이번에도 네크로맨서는 직접 등장하지 않고 권속을 보내서 전투를 치르려는 듯했다.

그때, 그 리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이런 식의 공격은 정말로 예상 못 하셨다고, 제 주인이 말씀하십니다. 제가 봐도 꽤 놀라웠습니다.」

놈의 머리 위에 입 모양의 마법진이 피어나 있었다. 그건 일종의 확성 마법이었다.

그리고 저렇게 태연하게 말을 전하는 걸 볼 때, 놈들에게도 아직 카드가 남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겁니다. 스틸레인, 이제 당신도 우리의 권속으로 만들어드리죠.」

이현욱은 후긴의 시점으로 곳곳을 살피며 예정된 반격에 대비했고, 상급 리치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드는 걸 확인했다.

'……뭐지?’

그건 웬 해골바가지처럼 보였다.

놈이 그것에 숨결을 불어넣자 해골바가지의 눈이 녹색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 저 해골바가지가 꺼낸 또 다른 해골바가지 보여요?

에밀리아 뮐러, 그녀의 어딘가 불안한 목소리가 마나 메신저로 흘러들어왔다.

"네, 보입니다.”

- 저거…… 느낌이 좋지 않아요. 스페어타이어처럼 제 머리통 깨지면 갈려고 준비한 건 아닐 것 같으니까 조심해요.

그녀가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하는 걸 볼 때, 아마도 반(反)선성력 아이템인 듯했다.

‘아마도 그리고리 아자젤, 그 시리즈의 아이템일 거다. 저런 걸 가지고 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웬만한 수준으로는 성녀에게 영향을 줄 수 없을 텐데.......'

이현욱은 후긴을 조금 더 가까이 접근시켜서 그것에 시점을 맞췄고, 인사이트 렌즈로 그것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그리고리 아자젤의 두개골(전설)

- 효과 : 죽음의 힘을 불어넣고 ‘시전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영역’에 있는 인물을 지목할 시, 해당 존재의 신성력을 10분간 대폭 감소시킵니다. (-50%)

* 단, 이 능력은 전설 등급 이상의 ‘대천사의 보구’를 가진 이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젠장, 무려 전설 등급이잖아?’

지금껏 그리고리 아자젤 시리즈는 여러 번 등장했지만, 기껏해야 신비 혹은 영웅 등급 정도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설 등급…… 빌런들이 성녀를 제압하기 위해서 최고의 카드를 준비한 것이었다.

위위위위——

이내 기묘한 소리가 세상천지를 뒤덮었고…….

「아아— 그리고리 아자젤의 의지를 받들어서, 가장 밝은 빛에서 가장 큰 어둠을 끌어내길 청하오니…… 이 목소리를 듣는 위선의 빛의 추종자는, 반드시 그 빛을 잃게 되리라…….」

리치, 놈의 사악한 목소리가 확성 마법을 통해서 모두의 귓가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 순간, 에밀리아 뮐러의 신음이 들렸고, 이현욱은 고개를 들어 올려서 그녀를 살폈다.

한 공기 방울 안, 그녀가 고통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 큭, 이런 썅…….

“저게 당신한테 영향을 준 겁니까?”

- 제 능력의 절반이 10분간 봉인됐어요. 어, 어떻게 이딴 식으로 쉽게 견제를 당할 수 있는 거죠? 저거 대체 뭐길래.......

그렇다는 건, 현재 유리하게 맞춰진 신성력과 죽음의 힘의 균형이 깨졌다는 소리였고…….

그어어어——

이내 대홍수의 물결 아래에서부터 다수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자,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으흐흐一」

- 젠장, 바로 반응이 오네요. 야一 이 개새끼들아, 살판났다 이거냐?

"......."

- 하…… 이제 어쩌죠? 10분, 너무 길잖아요.

"……일단 몸부터 사리세요. 저놈들, 그저 당신을 억제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결국, 에밀리아 뮐러는 거인의 성채 위로 내려왔고 그녀의 주변으로 와이트 트리 가드가 늘어섰다.

그중에서도 12명의 하이가드가 모여서 성녀를 보호하기 위한 절대적인 방어막 ‘신념의 방벽’을 시전할 준비를 했다.

"이 상태로 10분을 버티던지, 아니면 저 리치 놈을 처리하던가 해야겠군요.”

- ……10분을 버티면,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네, 그렇겠죠.”

그렇기에 리치를 처리하는 게 답이겠지만, 쉽지는 않을 듯했는데…… 놈의 주변에 흑색 갑옷 입은 기사들이 우뚝 서 있었기 때문이다.

- 죽음의 수호자 ‘데스나이트’ (LV:155)

- 죽음의 수호자 ‘데스나이트’ (LV:156)

- 죽음의 수호자 ‘데스나이트’ (LV:171)

- 죽음의 수호자 ‘데스나이트’ (LV:165)

'벌써 데스나이트가 4마리라니…… 한동안 고위 기사 계열 플레이어 실종 사건이 있었겠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푸화아——!

결국, 신성한 대홍수의 물결을 헤집으며 거대한 뼈들이 탈출에 성공했는데…… 평범한 스켈레톤이 아니었다.

- 적골화 ‘본 와이번’ (LV:118)

그것들이 거대한 피막의 날개를 펼치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런 게 총 16마리…….

‘놈이 슬슬 숨겨둔 카드를 쏟아내는군.’

그리고 그것들의 등 뒤, 발 등에 다수의 언데드들이 달라붙어 있었는데, 녹아내리던 몸뚱이가 성수를 빠져나오자 빠르게 재결합되고 있었다.

덜그럭一 덜그럭一

이렇게 된다면 죽음의 군단을 신성한 대홍수에 장시간 수장시켜서 무력화한다는 계획이 수포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 젠장, 스틸레인 여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웬 다급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피터 클라크였다.

이현욱은 고개를 돌려서 에밀리아 뮐러가 있는 거인 성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와이트 트리 가드가 성녀를 보호하고 있었고, 그들을 향해서 한 인영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 죽음의 축복을 받은 좀비 무사 (LV. 179)

‘저건…… 오키타 카이토다.’

놈은 강화도에서도 좀비가 된 채 나타나서 수많은 플레이어를 베어 넘겼고, 끝내 오경표의 팔까지 잘라낸 바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뼈가 붉어진 적골화 상태로 한층 더 강화된 듯했으며…….

‘저 검은, 발리사도르잖아?’

발리사도르(Balisada), 샤를마뉴 대제 전설에 나오는 마법의 검으로, 사물을 통과해서 벨 수 있는 검으로 알려져 있었다.

저 검도 그 모티브를 그대로 따르는데, 놈이 생전 즐겨 쓰던 아공간 발도술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었다.

촥——I

그 순간, 놈은 제 앞을 막아서는 성기사 둘, 놈이 검을 휘둘렀고, 그 검은 방패와 갑옷을 통과一단 일격에 둘을 참수했다.

붕—붕—

그리고 놈의 등 뒤에서는 2개의 팔이 더 돋아났고, 그 팔에도 격이 꽤 높은 검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렇게 총 4개의 검을 든 채, 놈은 긴 성벽을 내달리며 앞을 가로막는 성기사들은 벗단 베어 넘기듯이 쓸어버렸다.

“컥!”

"헉!”

심지어 놈은 그레고리 아자젤 시리즈의 아이템로 보이는 목걸이까지 차고 있었다.

그것은 일정 범주 내에 신성력을 약화했다.

즉, 성기사들로서는 놈을 막을 재간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저놈을 성녀 암살을 위한 스페셜 리스트로 꾸며놨다.’

결국, 와이트 트리 가드의 방어 라인이 허무하게 허물어져 내리는 중이었다.

"노, 놈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옵니다! 어서 ‘신념의 방벽’을 쳐야 합니다!”

"—더 버텨!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이대로라면 성녀를 지키지 못할 상황이었으니, 우선, 저놈을 막아야 할 듯했다.

이현욱은 놈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러자 하늘에 떠 있건 금속 무기 중 절반이 놈을 향해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챙! 챙! 챙! 챙!

놈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가며 4개의 칼을 휘둘러서, 이현욱의 금속 무기를 쳐냈다.

쩍—

하지만 생전의 오키타 카이토만큼 노련하지는 못했는지, 결국, 페일노트 한 발이 놈의 발목을 끊어버렸다.

놈은 주저앉으며 바닥을 한 바퀴 구른 뒤 멈춰섰는데, 놈의 발목 절단부가 부글거리며 녹고 있었다.

이현욱의 모든 무기에는 현재 3단계의 신성력이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웅——

그러나 이내 그 신성력이 씻겨나가며 녹색의 죽음의 힘이 감돌더니, 놈의 다리가 재조합되었다.

덜그럭一

놈은 다시 일어나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3단계 신성력만으로는 네크로맨서의 죽음의 권능을 차단할 수 없는 건가…….'

지금의 네크로맨서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단계 이상의 신성력이 필요한 듯했는데…… 그 정도를 발현할 수 있는 건 성녀가 유일했다.

이현욱은 오키타 카이토를 향해서 금속 무기를 쏘아 보내면서, 마나 메신저를 들어 올렸다.

"에밀리아, 지금 상태가 안 좋겠지만 한 가지만 부탁드리죠.”

- 내가 팔 하나 잘려도, 당신 말 잘 들었던 거 몰라요? 나 당신 말은 찰떡 같이 믿으니까,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요!

“저한테, 최대한의 신성력 버프 좀 걸어주세요.”

비록 그리고리 아자젤의 저주에 걸려서 신성력이 대폭 감소한 그녀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현욱이 보유한 3단계 신성력보다는 더 나을 것이었다.

- 내 쪽으로 가까이 와요.

이현욱이 그쪽으로 다가가자, 하이가드에게 둘러싸여 있던 에밀리아 뮐러가 손을 뻗었다.

- 자, 내 기사단, 와이트 트리 가드에게 부여되어 있던 모든 권능을 당신에게 몰아줄 거예요.

우우우우——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온 한 줄기 빛이 이현욱의 가슴팍에 닿았다.

- 당신은 ‘빛의 대전사’로 지정되었습니다.

* 해당 버프가 지속하는 한, 신성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500%)

이는 와이트 트리 가드들이 두르고 있던 신성 버프인 듯했다.

그 힘이 오로지 한 사람, 이현욱에게만 적용된 것이었고, 그에 따라서 와이트 트리 가드 전원의 몸에서 풍겨오던 어떤 격이 약해졌다.

'역시, 성녀는 성녀다.’

이현욱은 자신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진한 신성력에 감탄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 축하합니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여 ‘아르게틀람(전설)’의 ‘클리브 솔리스’가 활성화됩니다!

"......응?"

클리브르 솔리스, 그것은 아르게틀람의 3번째 스킬 이름이었는데, 지금까지는 비활성화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활성화되었다는 건…….

'......신성력이 활성화 조건이었던 건가?’

그는 오른팔에 차고 있던 건틀렛, 아르게틀람의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아르게틀람(전설)

- 효과

1) 고상한 자의 지휘 : 모든 무기, 모든 권속에 ‘3단계 신성’ 효과가 부여됩니다.

2) 치유 권능 : 상처 부위에 얹고 마나를 불어 넣을 시 ‘2단계 치유’ 효과를 발휘합니다.

3) 클리브 솔리스 : 단 하나의 무기에 ‘성검(聖劍)’ 효과를 부여합니다.

아르게틀람의 주요 효과가 신성력과 관련된 만큼, 3번째 스킬인 ‘클리브 솔리스’ 역시 신성력과 관련된 능력일 것으로 추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 성검 옵션일 줄은 몰랐다.’

성검(聖劍)이라면, 어둠의 힘에 대해서는 최강의 무기다.

이현욱이 아는 가장 유명한 성검 아이템은 단연 ‘엑스칼리버’였다.

그것은 암흑의 힘에 대항할 때만큼은 절대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옵션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도난당한 뒤 되찾을 수 없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그것도 빌런의 소행이었을 것이었다.

'어쨌든…… 운이 좋군.’

딱 지금 필요한 스킬을 얻은 셈이었다.

'이렇게 되면, 성녀가 전장 이탈을 해도…… 상황을 바꿀 수 있다.’

그럴 것이, 성검에 담긴 신성력은 ‘직접 타격’할 경우를 한정해서 성녀 이상이었다.

이는 밸런스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게, 단 한 명의 플레이어가 단 한 개의 무기가 발휘할 수 있는 화력은 극히 한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현욱이라면 달랐다.

그는 1번 모글레이를 불러 왔다.

‘그리고 내가 다루는 성검은, 규모가 다를 거다.’

- 모글레이(전설)이 성검으로 지정됩니다.

고一오—오—오——

짙은 흑색의 투박한 거검이, 어울리지 않은 찬란함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검을 쥐고, 성벽을 내달리고 있는 오키타 카이토 앞에 착지, 그를 가로막았다.

턱—

"……넌, 아무래도 나한테 두 번 죽을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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