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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82화 (182/221)

182화.  < 반란, 반격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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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오트리스산 인류통합군은 ‘거인 산채’ 2곳을 동시에 타격하던 중 오히려 반격을 당하고 있었다.

"一11시 방향에서 무언가 날아온다!”

한 경계병의 외침에 광역 공격 마법을 준비 중이던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캐스팅을 멈추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플레이어들 사이에 육중한 무언가가 내리꽂히며 흙더미가 퍽 하고 튀어 올랐다.

“헉!”

그것은 티탄의 거창이었고, 정말 다행히도 그것에 직접 직격당한 사람은 없었으나.......

"젠장, 마법 방어막으로 캐스팅 벼, 변경—”

퍼—엉——!

약 2초 뒤, 거창 주변으로 마나 폭발이 일어나면서 시퍼런 기류가 일대를 헤집어버렸다.

그 범위 안에 속해 있던 플레이어들은 돌풍에 휩쓸리는 낙엽처럼 허공으로 떠오르며 나가떨어졌고, 곳곳에서 힐러를 찾는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어어…… 또 온다! 어서 피해!”

마치 미사일 세례처럼, 거창들이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었고, 포물선을 그리며 인류통합군의 전열 위로 사정없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퍼—버—버—버——!

"젠장, 쟤들은 공격 못 하는 거 아니었어?”

"그냥 우리의 착각이었나 본데, 어— 피해!”

이처럼 티탄 쪽에서도 3km 이상의 거리를 가로지를만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지금까지 그걸 쓰지 않았던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저쪽에서 공격을 마음먹은 듯했다.

그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

"제기랄! 모두 우왕좌왕하지 말고, 어서 대규모 마법 방어막을 준비해!”

이내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힘을 합쳐서 돔 형태의 마법 방어막을 형성했다.

쿵— 쿵— 쿵— 쿵—

거창들이 돔에 막히며 튕겨 나갔지만, 부딪힐 때마다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지는 게 영 불안하기만 했다.

"이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어요?”

“……4분이면 효력을 다할 겁니다.”

그 말에 곳곳에서 탄식에 새어 나왔다.

"뭐? 겨, 겨우 4분이요?”

"씨발, 쟤들 마법 방어막은 온종일 때려도 안 부서지는데, 이거 완전히 불공평하잖아!”

4분이 지나면 다시 거창 세례에 무방비로 노출될 터, 이러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 알랭 지암 말이 맞았어……."

"그래, 결국 무의미한 작전이었잖아?”

지금 이 상황에서 비관적인 생각이 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하— 이런 상황에 스틸레인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거야?”

“……혼자 도망친 거 아니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애타게 불렀던 이름인 스틸레인은, 이제는 증오의 대상으로 변했다.

그리고 심지어, 그들을 노리는 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투창만이 아니었다.

쿠구구구…….

"어어— 바닥은 갑자기 왜 움직이는 거야?”

꾸드드드——

인근 지면이 들썩거리더니, 순식간에 뒤집어 까지며 녹색의 넝쿨들이 간헐천처럼 뿜어져 올랐다.

"어, 저, 저건 뭐야?”

“……식물이잖아?”

그린 웨이브, 그 존재를 아는 이는 거의 없었기에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즉,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컥!”

"악!”

눈 깜짝할 사이에서 수십 명이 그린 웨이브에 붙잡히더니 그 넝쿨 더미 안으로 끌러 들어가 버렸다.

그 위에 어떻게 된 지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꿀럭— 꿀럭—

잠시 후, 붉은색으로 적셔진 넝쿨이 기어 나오는 걸 볼 때,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대강 예측할 수는 있었다.

“힉! 저 촉수에 가까이 가지 마!”

"이,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머리 위에서는 수십 미터 차리 거창 폭격이 쏟아지고, 발아래에서는 그 크기를 헤아릴 수 없는 식인 넝쿨이 솟아난다.

이대로라면 제한 시간 내에 ‘빅토리 플래그’ 점령은커녕, 전멸을 피하는 것조차도 어려울 듯했다.

“—사령관님,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ROK AMT의 부사령관, 김강석 대령이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사령관, 최정철 중장은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이런 진퇴양난이군, 김 대령, 내가 지금이라도 세미 아마겟돈을 써야 한다고 보나?”

아크메이지, 최정철의 궁극 마법인 ‘세미 아마겟돈’의 쿨타임은 무려 24시간이다.

이현욱이 그걸 아껴두라고 일러둔 뒤 어딘가로 사라졌기에, 그가 올 때까지는 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가 사라진 지도 어느덧 14시간이 지났고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제 생각에는 저 녹색 촉수들은 지면 아래에서 있어서,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온전한 타격을 줄 수는 없을 겁니다.”

"흠, 그건 또 그렇군그래. 저것들을 막으려면…… 주문 시전자들을 무력화하는 게 답이지만, 세미 아마겟돈만으로는 불가능할 거야."

즉, 세미 아마겟돈을 쓴다고 한들 지금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수세에 몰린 인류통합군 진영에서 이탈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젠장, 우린 끝났어! 어서 탈출해!”

일부 플레이어들이 단거리 포탈을 열어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는 일종의 탈영이었지만, 애당초 인류통합군은 지휘 계통이 불확실했기에 그들을 막을 수 있는 명령권자가 없었다.

아직 야영지를 벗어나지 않은 이들은 한 곳에 모여서 화염 마법을 위주로 그린 웨이브의 접근을 차단 중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차단’만 하고 있을 뿐이지, 점차 포위망이 좁혀지며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곧 마법 방어막도 깨질 겁니다!”

이대로면, 수백 명의 최정예 플레이어들이 아무것도 못 하고 학살을 당하고 말 것이라는 걸,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씁—김 대령, 안 되겠다 이거……."

심지어 최정철 사령관마저도 더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내가 세미 아마겟돈 포기하고 그 마나를 전부 텔레포트로 돌리면, 다 같이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예, 역시 이 이상 버티는 건 무리일 것 같습니—”

그런데 그때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어? 저것들이 멈춰 섰습니다!”

츠츠츠츠......

그린 웨이브, 성난 파도처럼 밀고 들어오던 그 넝쿨들이 말린 미역처럼 축 늘어지는 게 아닌가?

"어?”

마치, 누군가 전원을 끈 것처럼, 수없이 많은 넝쿨이 한순간에 움직임이 멈춰 서버렸고, 그에 대응하던 플레이어들마저도 똑같이 멈춰 섰다.

아주 잠깐, 정적이 흘렀다.

이내 한 플레이어가 소리쳤다.

“—뭐 해! 지금이야, 남은 마나를 전부 끌어모아서 마법 방어막에다가 집중해!”

"그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거창 폭격을 막고 봅시다!”

어떤 변화가 일어난 건지는 몰라도, 천만다행이 아닐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린 웨이브가 갑자기 멈춰 선 이유는 정찰팀의 마법 드론에 의해 포착되었다.

- 칙— 현재 거인 성채 관측 결과, 다크 엘프 병력이 갑자기 다 멈춰 섰습니다.

“……멈춰 서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 보고를 전해 들은 최정철 사령관이 물었다.

- 예, 마치 작동 정지된 로봇처럼 갑자기 고개를 내리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습니다. 확실한 건 전투 불능 상태가 된 듯합니다.

그 장면 하나를 가지고 정확한 원인을 알 수는 없었으나, 그 때문에 저 녹색 넝쿨들이 멈춰 섰다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거, 이현욱이 한 건 한 것 같지 않나?”

"예, 제 생각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고 사라진 뒤로 놀고만 있지는 않다는 걸 확신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인류통합군의 사기는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는데, 이현욱이 어떤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걸 아는 이가 거의 없었으니 당연했다.

"뭐해? 이때 어서 빠져나가자!”

"그래, 이건 절대로 못 이긴다.”

더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전장을 이탈했는데, 자발적으로 모인 만큼 해체도 빠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해체 작업에는 알랭 지암도 한몫했다.

그는 여전히 각종 방송에 출연해서 공성전은 미친 짓이라는 의견을 피력 중이었다.

심지어…….

- 아아— 플레이어 여러분, 저는 알랭 지암입니다.

한참 전투를 치르는 플레이어들의 머리 위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들어서 확인하니, 드론 한 대가 고성능 마법 스피커를 단 채 비행 중이었다.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서 그 지옥 같은 현장을 벗어나시기 바랍니다! 애초에 그 작전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스틸레인은 여러분을 버렸습니다!

"그래, 이제는 그 말 인정한다!”

"큭, 스틸레인, 정말로 믿었는데……."

오늘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알랭 지암의 주장을 정치 공작이라고 여기며 스틸레인을 지지했던 플레이어들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의 목소리가 옳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ROK AMT 안에서 후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민태 하사님, 우리 부대도 빠져나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한 일병이 그렇게 물었고, 이제 부사관이 된 안민태는 과감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저 말 듣지 마.”

"아무리 그래도 지금 상황이……."

"이런 상황, 나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겪었다. 이제 곧 반전이 일어날 테니까 내 말 믿어.”

"그게…… 정말입니까?”

사실 안민태로서도 근거가 없는 믿음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경험상, 이현욱이 이렇게 아군이 밀리는 상황을 내버려 두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설령 아무리 많은 플레이어가 희생되더라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그러니까 결정적인 한 방을 위한 밑거름일 거라고 믿었다.

“……분명히, 여기에서 버티고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거야.”

- ……여러분, 스틸레인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대로 버티다가는 전멸을 면치 못할 겁니다!

"젠장, 도움도 안 되면서 더럽게 시끄럽네……."

그는 머리 위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저 마법 드론을 격추하고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때—

- 칙— 사령관님—

최정철의 마나 메신저로 웬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 이제 곧 제가 말한 시간이 왔습니다.

이 목소리는…… 다름 아닌 이현욱이었다.

최정철은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으며 마나 메신저를 들어 올렸다.

"젠장, 후— 처음으로 자네에게 쓴소리하고 싶은 심정이군그래."

- .......

"그래서, 도대체 언제 오는 건가?”

그 순간—

- 주의! 해당 지역에 초광역 텔레포트 ‘와이트 홀’이 열립니다.

그러한 시스템 메시지가 이 근처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의 눈앞에 떠올랐다.

- ……지금입니다.

이내 하늘에 거대한 백색의 고리가 형성되었고, 그 고리 안쪽의 공간이 구겨지듯 일렁이더니—

쩌—엉——!

폭음과 함께 하늘이 개방되었고 모두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우우우우——

“……어? 지금, 누가 오는 거야?”

"저건, 숲 같은데?”

이곳에서 올려다보이는 와이트 홀 너머의 세계는 오직 녹음만이 가득했다.

그곳이 베를린 침식 지역인 ‘그린 헬’이라는 걸 알아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곳에서 내려오는 두 자루의 거검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아차렸다.

"왼쪽에 저거, 모글레이 아니야?”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세상에서 가장 위력적인 거검이었다.

그것들을 양쪽에 낀 채, 스틸레인이 천천히 전장을 향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와, 왔다! 스틸레인, 그가 드디어 왔다!”

그의 부재에 단단히 불만을 품고 있던 플레이어들이지만, 그가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묘한 기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의 뒤로 거대한 벌 떼가 함께였는데…… 자세히 살피니 그 벌 위에 다크 엘프들이 타 있는 게 아닌가?

이에 플레이어 대다수가 의문과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알기로는 다크 엘프는 무조건 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때, 스틸레인의 목소리가 ‘확성’ 마법을 타고 울려 퍼졌다.

- 아— 거인의 성채에 있는 다크 엘프들에게 알린다.

온 전장이 그리고 전 세계가 그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이어서 그가 내뱉은 말은, 실로 충격적이었으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 나는 지금, 너희 다크 엘프 왕국을 정복하고 오는 길이다.

"뭐?”

“그게…… 말이 돼?’’

지금까지 그가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가 무려 다크 엘프 왕국을 정복하러 갔었다는 말이며, 그리고 그게 성공했다는 말인가?

하나 같이, 아군으로서도 좀처럼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 이게 바로 그 증거다.

이현욱이 왼손을 뻗자 웬 철판이 하나 앞으로 나아갔는데. 그곳에는 갑옷을 입은 다크 엘프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그게 누구인지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두 눈을 끔벅일 뿐이었지만, 거인 성채 안에 있을 ‘바인가드’를 제외한 다크 엘프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왜냐하면, 그 다크 엘프가 바로 보스 몬스터인 ‘대장군’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목덜미에 2발의 은색 화살이 박혀 있었으며, 심장 부근에는 ‘아킬레우스의 창’이 꽂혀 있었다.

즉, 죽은 상태였다.

아직 본격적인 전투를 치르기도 전에, 적장 한 명을 잡았다는 뜻이 아니던가?

- 그리고 바인가드가 멈춰섰다는 것도 알 것이다. 즉, 너희들은 끝났다. 하지만 다시 권좌를 차지한 왕실 측에서 내게 대신 전해달라고 하기를, 이제라도 속죄하고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운다면 죄를 용서하겠다고 했다.

이현욱은 나긋나긋이 말하면서, 후긴을 띄워서 거인 성채를 낱낱이 살폈다.

그곳에 있는 다크 엘프 대다수는 ‘바인가드’로서 현재 권좌에 앉아 있는 2왕자의 의지에 따라서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다크 엘프가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들은 ‘대장군’을 따르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놈들이 아이템 무력화 그물을 펼치고 있다.’

그걸 제한해야지만, 모글레이를 낙하시켜서 거인 성채의 마법 방어막을 단번이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었다.

후우우우——

이현욱이 잠깐 말을 잇지 않는 사이에, 을씨년스러운 바람 소리가 전장을 훑고 지나갔다.

- 그러니까…… 내 공격을 막는 선택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이현욱은 말을 끝마친 뒤 왼손을 앞으로 뻗었고, 100t의 거검이 검 끝을 바닥으로 드리운 채, 천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게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김 대령, 전군에 진군 준비를 하라고 명령해!”

최정철 장군의 외침에 김강석이 마나 메신저를 들어 올렸고, 이내 곳곳에 흩어져 있던 ROK AMT 병력, 더 나아가서 모든 플레이어 병력이 의기를 품고 무기를 들어 올렸다.

후우우우——

그러는 사이, 모글레이가 적당한 고도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이현욱은 ‘아이템 무력화 그물’이 사라졌음을 감지했다.

“가라—”

그의 왼손이 바닥으로 내리꽂혔고, 모글레이가 고속 낙하를 시작했다.

쉬—이—이—이——!

비록, 저고도까지는 올릴 여유가 없었으나, 그 거검에 ‘하늬’가 달라붙어서 회오리바람으로 가속도를 부여했고, 단 몇 초 만에 펑— 소리와 함께 음속에 돌입, 거인 성채의 방어막에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쩌—어—어—어—어——!

무려 21시간 동안 온갖 마법으로 두드려댔음에도 깨지지 않았던 거인 성채의 마법 방어막이, 비닐처럼 늘어나더니 기어코 무너져내렸다.

촤—자—자—자—자——!

그리고 이제는 2왕자의 의지를 따르는 바인가드, 그들이 조종하는 그린 웨이브가 역으로 움직이며 거인 성채를 옭아맸고, 그 압도적인 압력에 아파트만 한 크기의 성벽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바닥을 파고 들어가서 성 내부에서 치솟으며, 그곳에 도열해 있던 티탄의 사지를 묶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놈들은 버둥거리면서 저항을 시작했으나, 아무리 티탄이라고 할지라도 21시간 동안 ‘배양’한 그린 웨이브를 뿌리칠 수는 없었다.

'좋아, 다리를 묶으면 훨씬 쉬운 상대다.’

이현욱은 마나 메신저를 들어 올렸다.

"최 사령관님, 이제 세미 아마겟돈을 준비해주십시오. ……단숨에 쓸어버리는 겁니다.”

그 순간, 세상은 다시 한번 스틸레인의 이름 앞에서 경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무려 21시간 동안 두드렸음에도 꿈쩍도 안 하던 거인의 성채가 그의 등장 단 몇 분 만에 함락되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인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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