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 위그드라실, 그린 웨이브, 죽음의 드래곤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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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에 의해서 건물이 통째로 주저앉았지만, 그 안의 움직임은 멎지 않았다.
"숲의 관리자들이여, 대자연의 고삐를 움켜쥐고 절대적인 힘을 불러일으켜라一!"
지하, 어둠 속에 늘어선 다크 엘프 ‘숲의 정령술사’들이 검은 아우라를 방출했다.
그들은 어떤 열매를 삼킨 뒤 한계 이상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수의 숲의 정령들을 소환하여 식물에 대한 권능을 발휘 중이었는데.......
"자! 숲의 충복들에게 고난을 부여하여 몸을 불사르게 하여라一!”
그런데 그 숲의 정령들을 목에는 하나같이 보랏빛의 마법 사슬이 채워져 있었으며, 당장이라도 소멸할 듯, 작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끄아아아——!」
「차, 차라리 죽여줘!」
이 잔혹한 광경은 일명 ‘블랙 엘리멘탈리스트’라고 불리는, 정령을 착취하는 정령술이었다.
「끄에에에…….」
강제로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내기에 하급 정령들은 몇 분 버티지 못했다.
힘을 다한 정령들이 기화되듯 소멸해버리는 것도 부지기수였지만…….
"방금 열세 놈이 소멸했다! 정령 우리 2개를 추가 개방하여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자 한쪽에 쌓여 있던 ‘정령 감옥’ 하나가 개방되며 10마리의 숲의 정령이 끌려 나왔다.
이렇듯, 다크 엘프들은 숲의 정령을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것이 아주 익숙한 듯했다.
그런 기이한 힘을 바탕으로 숲의 정령사들은 그린 웨이브의 씨앗을 뿌리고 급속 생장시켰고, 무너지는 천장을 떠받드는 데 성공했다.
이어서 건물 잔해를 비집고 나가기 시작했다.
“오一역시 정령 지배력의 극한에 이른 ‘숲지기’들의 정령술은 상상 이상이군요.”
한편 빌런 측 관계자인 뿔테 안경을 쓴 중년 남자, 마리오 리마는 감탄을 마지 못했다.
그 역시 블랙 엘리멘탈리스트였기에, 이러한 광경이 친숙하면서도 경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이 정도의 정령을 확보하려면…… 채집에 열을 좀 내야겠습니다?”
그 말에, 옆에 서 있던 여자 다크 엘프 ‘플로스 루베르’가 코웃음을 쳤다.
"하一 모르는 소리구나, 우리의 축복받은 숲에는 이런 게 널리고 널려서 아주 손쉽다.”
"그 숲은 과거에는 베를린이라고 불렸었죠. 저도 과거에 몇 번 가봤습니다.”
“쯧, 너희의 추하고 더러운 도심은 우리가 키워낸 대자연에 의해 무너진 지 오래다.”
"으흐흐一 아무렴요. 이 정도로 멋진 힘이라면, 그깟 도시쯤 기꺼이 내어드려야죠.”
마치 선진 문물을 접한 듯 연신 감탄하는 마리오 리마였지만, 속내는 달랐다.
‘이것들을 잡아서 연구하면…… 꽤 괜찮은 작품이 나오겠는데?’
그는 이런저런 망상을 펼치며 새어 나오는 비릿한 웃음을 억눌렀다.
사실, 땅의 정령 군체를 바탕으로 ‘도시 청소기’를 만든 자가 바로 그였고,
이번에는 숲의 정령을 통해서 무엇을 만들지, 잠깐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지금은, 스틸레인이라는 최악의 적수를 상대하는 데 집중해야만 했다.
'이번에도 그 자식에게 발목이 붙잡히다니, 허一 이거 꽤 재밌어지잖아?’
솔직히 이번에도 스틸레인이 등장해서 방해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빌런이 준비해둔 계획은 그게 다가 아니었기에 아직은 조급하지 않았다.
"어쨌든, 계획이 틀어졌으니 2차 계획을 위해서 저는 자리를 이동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구석에 작은 포탈이 하나 생성되어 있었다.
“이제…… 위그드라실 뿌리의 연한 부분을 해킹해서, 니드호그의 위치를 알아내야죠.”
이들은 위그드라실의 뿌리 아래에 갇혀 있는 드래곤, 니드호그를 풀어줄 계획이었다.
앞으로의 전쟁을 위해서 위그드라실을 안에서부터 흔들 계획은 다양하게 세워둔 것이었다.
쩌저저저一一
그러는 동안, 그린 웨이브가 건물 잔해를 헤집고 치솟아서 지면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계획을 망치고 저 위로 도망간 놈이 스틸레인이라고 했었나?”
플로스 루베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고, 마리오 리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번에 자료를 보내드렸었죠. 보셨다시피 종잡을 수 없는, 아주 귀찮은 놈입니다.”
스틸레인, 도널드 해리스와 더불어서 빌런이라는 집단의 대의를 가로막는 벽…….
"그래, 강철을 다룬다고? 대단한 능력이지만, 나한테는 아주 쓸모없는 재롱일 거야.”
흔히, 나무를 베고 수풀을 재단하는 데 쓰이는 건 당연하게도 금속 장비들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단 한 그루를 베기 위해서 아주 오랜 시간 때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본디 대자연의 숲이란 건, 가공된 금속 따위로 무너뜨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많은 금속 무기를 동원하더라도, 대자연 수준의 숲을 지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 숲이, 특별한 힘으로 계속해서 자라날 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이 그렇다.
"놈은 내 앞에서 한낱 먹잇감일 뿐이니, 내 친히 놈을, 숲의 양분으로 삼겠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고, 그녀의 발아래로 넝쿨들이 모여들었다.
콰드드드——!
그 넝쿨 사이에서 웬 거대한 꽃망울이 피어나 그녀의 몸을 감싸더니 하늘로 치솟았다.
***
차드호 인근, 두 개의 회오리가 당장이라 맞부딪힐 듯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정령왕과 세계수의 관리자, 둘이 맞붙으면 이 도시는 반파된다.’
방금, 정령왕의 달과 그녀의 친구들을 태운 프리드웬이 서쪽 하늘로 날아갔다.
그녀가 정령왕과 대면하기만 한다면 이 상황을 무마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거는 그거고.......
꾸드드드——
지하에서 치솟은 녹색 넝쿨 다발들이 벌써 건물 수십 개를 집어삼킨 상태였다.
이현욱, 김세희, 박준모는 허공에 뜬 채 그 장면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비밀 작전이 완벽하게 틀어졌는데도 적진에서 싸우려고 한다?’
그걸 볼 때 빌런들의 음모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이현욱의 추측이었다.
‘그렇지 않고는, 계획이 완전히 우그러졌는데도 도주가 아닌 농성을 선택할 리가 없다.’
그 또 다른 수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저 넝쿨 사이를 헤집어 볼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이제부터 저걸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다소 까다로운 상대인 것 같군요.”
"뭐, 언제는 까다롭지 않은 적이 있었나요? 그렇게 말하고 또 혼자서 다 쓸어버릴 거죠?"
김세희가 허공에 뜬 채 단검 두 자루를 꺼내 쥐며 말했다.
"그러고 싶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저로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때—
콰드드드——!
일대를 잠식한 그린 웨이브 사이에서 웬 연보랏빛의 꽃망울 같은 게 하나 치솟더니 마치 탑처럼 우뚝 섰다. 그 꽃망울이 살짝 벌어졌고, 그 안에 한 인영이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다.
긴 은발을 휘날리는 우아한 여자가, 고고하게 선 채 붉은 눈동자를 치켜떴다.
- 다크 엘프 숲의 관리자 플로스 루베르 (LV:119)
이미 저 여자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재확인하니 혀가 절로 차졌다.
‘쯧, 또 하필이면, 나한테 제일 까다로운 상대가 직접 오다니…….'
전생, 다크 엘프 군단이 유럽을 정복하고 위그드라실까지 무너뜨린 뒤, 중동으로 진격했다.
그때, 인류 연합군은 이스라엘一요르단 국경 지대에 저지선을 형성하여 놈들을 막아섰었다.
‘그리고 나는, 예루살렘 전장에서 저 여자와 3번이나 싸웠다.’
이현욱은 저 여자 다크 엘프에게 여러 차례 패배했다. 그가 아무리 많은 강철 무기를 동원하여 비처럼 쏟아 부어대도, 끊임없이 생장하는 식인 생물의 홍수를 막아낼 수 없었다.
‘결국, 인페르노가 합류해서 그린 웨이브를 통째로 태워버린 끝에야 멈출 수 있었지…….'
상식적으로, 숲의 정령술사를 상대할 때 가장 좋은 건 역시나 화염 계열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현욱이 사용할 수 있는 화염 계열 무기는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AD-2 안에 '파이어 트랩’이 몇 개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 한다.
‘그나마 유효한 건 묠니르의 스킬 중 하나인 염화 폭풍일 텐데…….'
그러나 그 한방으로 모든 걸 정리하길 기대하는 건, 요행에 기대는 것이었다.
‘그걸로 틈을 내서, 저 넝쿨 안에 있는 숲의 정령술사들을 노려야 한다.’
심지어 지금은, 이곳이 다른 어디도 아닌, 하필이면 ‘위그드라실’ 근처라는 것도 문제였다.
그 막대한 생명력이 담긴 존재는 일대의 모든 식물의 생장 속도를 대폭 상승시킨다.
이미 한 번 뿌리를 내린 이상 ‘그린 웨이브’도 똑같이 그 축복을 머금고 계속 자라난다.
‘오히려, 놈들의 본거지인 <그린 헬>에서 상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이곳으로 숲의 정령술사라는 정예부대를 보내온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리라…….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 단 하나도 유리하지 않다. 하지만 허를 찌를 순 있다.’
이현욱은 전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지 수를 떠올린 뒤, 김세희와 박준모를 바라보았다.
“저 넝쿨 다발들은 일종의 숲입니다. 그러니까 곧 온갖 몬스터가 튀어나올 겁니다.”
이어서 치솟는 작은 꽃봉오리들, 그 안에서 또 다른 다크 엘프들이 나타났다.
- 다크 엘프 드루이드 (LV:62)
총 14명…… 저것들은 ‘그린 헬’에 자생하는 몬스터를 길들여서 무기로 삼는다.
"그리고 당연한 소리겠지만, 권속을 다루는 적은 ‘주문 시전자’를 처리하는 게 답입니다.”
저기 14명의 다크 엘프 드루이드와 보스 몬스터인 플로스 루베르를 노려야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하에서 여전히 정령들을 소멸시키며, 그린 웨이브를 생장시키고 있을 놈들까지…….."
"저놈들을 어떻게든 처리하는 게 이번 전투의 핵심이니까, 기회를 잘 노려야 할 겁니다.”
말이 쉽지, 그린 웨이브로 뒤덮여 있는 지면을 뚫고 그놈들을 노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현욱의 말에 두 사람이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는 무기를 빼 들었다.
"그리고 박준모, 내가 지시할 때 묠니르의 ‘염화 폭풍’을 쓴다.”
박준모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묠니르를 양손으로 확실하게 움켜쥐었다.
“예, 정신 바짝 차리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순간, 다크 엘프 드루이드들이 웬 오크통 같은 걸 꺼내 들더니, 그 뚜껑을 열었다.
"어, 저게 뭐죠?”
그 안에서는 벌떼, 그렇게 묘사할 수 있을 것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왜—애—애—애—!
‘저 통들…… 포켓 스페이스다.’
포켓 스페이스란, 생명체도 머물 수 있는 고차원의 아공간이었다.
저 나무 원통 안에, 상당히 큰 규모의 벌레 둥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 그린 헬 맹독 벌레 (LV:34)
고작 34레벨짜리지만, 그 숫자가 수천 마리에 이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저 통을 닫지 않는 한, 족히 몇 배로 불어날 수도 있었다.
그 벌레 떼가 마치 검은 안개처럼 넘실거리며, 넓은 부채꼴 형태로 다가왔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김세희였다.
“윽— 역겹지만…… 저건 제가 처리할게요!”
그녀는 앞서서 은밀하게 흘려놓았던 바람들을 감지하여 마치 고삐 당기듯이 잡아당겼고,
그 순간 느슨하게 흐르던 바람이 거칠게 움직이며 돌풍이 발생, 일대를 헤집었다.
촤—자—자—자——!
날아들던 벌레 떼가 믹서에 돌려진 듯 갈려 나가며 녹색 핏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저 여자 봤어? 아무래도 바람의 정령술사 같은데?”
“오一 잡아서 자기 정령이랑 서로 죽이게 만들자!”
흔히 알려진 엘프라는 고귀한 캐릭터성과 맞지 않게 그런 끔찍한 소리를 잘도 지껄였다.
한편, 김세희의 일격은 대단했지만, 겨우 한쪽 면을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그다음으로 박준모 나섰다. 그는 비행 스킬이 없기에 헤엄치듯 휘적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후! 저도 그럼, 계속 연습하던 걸 한번 써 보겠습니다!”
그의 양손에서 전류가 흘러나오더니 한 대 뭉치며, 몇 개의 구체를 형성했다.
“흐얍—!”
그것들이 앞으로 쏘아지더니, 일정한 간격으로, 사방으로 전류를 방출했다.
쩡! 쩡! 쩡! 쩡!
일종의 자동 포탑처럼 기능하며 접근하는 모든 걸 지져버린다. 서로 가까이 붙어서 비행하는 벌레 떼에, 한 번 적중하면 전류가 벌레들의 몸뚱이를 타고 넘으며 다수가 감전된다.
"오…… 박준모, 꽤 늘었잖아?”
그렇게, 두 사람이 연달아서 스킬을 발휘하자 다가오는 벌레 떼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역시, 둘 다 다수를 상대하기에 최적이니까, 드루이드 정도는 잘 묶어 둘 거다.’
이현욱은 숲의 드루이드들은 두 사람에게 맡기고, 플로스 루베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조심해…… 저 여자, 세계수의 관리자 말고는 내가 본 그 어떤 정령술사보다 강해!」
마루는 플로스 루베르의 압도적인 ‘정령 지배력’을 느끼고, 잔뜩 경계했다.
"네놈, 정령술사도 아닌 주제에 꽤 괜찮은 정령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알 수 있다.”
그녀의 목소리가 어떤 마법에 의해서 퍼지며, 수백 미터 밖에서도 선명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건 멍청한 짓이니, 정령을 지배할 힘이 없으면 그건 마나 낭비에 불과하다.”
그녀가 창백한 손가락을 우아하게 뻗자, 바닥에서 마치 말미잘처럼 꿈틀거리며 날아들었다.
이현욱은 더 높은 하늘로 치솟으며 모글레이 프로펠러를 제작하여, 회전을 부여했다.
투一두一두一두一두——!
2t, 4t의 중량을 지닌 금속 회전체가 접근하는 넝쿨을 죄다 잘게 갈아버렸다.
“오, 기발한 능력 활용이지만, 그런 어설픈 재주로는 아주 잠깐 목숨을 이어갈 뿐이다!”
플로스 루베르는 혀를 차며 이번에는 양손을 모두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린 웨이브 사이에서 웬 대롱처럼 생긴 식물들이 우후죽순 고개를 들더니, 입을 벌리고 무언가를 내뿜었다.
츄츄츄츄——!
“一모두 조심해요!”
그건, 수백 발의 독침이었다. 단 한 발만 맞아도 해당 부위가 10분이나 마비된다.
전생, 이스라엘의 최상위 플레이어 부대가 저걸 뒤집어쓴 뒤 허무하게 전멸하고 말았다.
작은 침들이 넓게 퍼진 채 날아드니, 피하는 게 어려웠고 사실상 큰 방패가 필요했다.
이현욱은 다급하게 금속을 생성하여 방패를 제작, 세 사람 모두를 가리려고 했는데.......
「저런 건 내가 막을 테니까, 저 여자나 어떻게든 해 봐!」
그 순간, 마루가 건물 한 동의 옥상을 으스러뜨려서 통째로 들어 올렸다.
콰직一
그것들을 잘게 부수더니 지면을 향해 넓게 흩뿌렸고, 독침은 그 돌조각들에 걸렸다.
“……역시, 쓸만해.”
「겨우 쓸만해? 내가 너희를 살린 거야!」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뭔가 또 온다!」
이번에는 보라색의 꽃들이 피어나더니, 꽃봉오리에서 웬 구체들이 뿜어져 올랐다.
펑! 펑! 펑! 펑!
그 구체들이 허공에서 연달아 터지면서, 위그드라실의 그늘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다.
겉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저 안에 걸리면 피부가 치즈처럼 녹아버릴 것이었다.
이현욱은 빠르게 허공으로 치솟으며 그 반경을 벗어났지만, 나머지 둘이 걱정이었다.
‘젠장, 저 둘까지 신경 써서 움직여줄 수는 없다.’
그래도 김세희는 바람을 타고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었지만, 이렇다 할 이동 스킬이 없는 박준모는 허공에 뜬 채 허우적댔다.
정말 다행히도, 하늬가 날아가서 그를 구해냈다.
"아오, 하여튼 박준모一 손이 많이 가!”
“……으, 죄송합니다.”
"너는 일단 공격에 집중해, 내가 방어할 테니까!”
그런데 김세희와 박준모, 두 사람은 생각보다 합을 잘 맞췄다.
"그럼 제가 저 꽃들을 요격할 테니까, 저를 땅을 향해 날려주세요!”
박준모의 말에, 김세희가 그의 몸을 지면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그를 향해 날아드는 구체들을, 그러나 김세희가 돌풍을 쏘아내어 그 궤도를 트는 동시에 하늬가 그의 몸을 움직였다.
"으아아아一 가, 간다一!”
그 순간, 박준모가 흩뿌리듯 내던진 다수 전기 구체들이 보라색 꽃들을 향해 쏟아졌고,
펑一 펑一 펑一 펑一
적중과 동시에 시퍼런 전류가 터져 나오며, 일대를 짓이겼고 보랏빛 꽃잎이 녹아내렸다.
한편, 이현욱은 모글레이 프로펠러를 돌리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 오거라—!”
어느새 플로스 루베르가 앉아 있는 꽃망울과 백여 미터 거리까지 도달했다.
이현욱이 접근하자, 그녀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스틸레인, 이 몸은 네놈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숱하게 들었다.”
"......."
“그 뜻은…… 내가 네 무기에 대해서, 꿰뚫고 있다는 거다.”
그녀가 와 볼 테면 와보라는 듯, 양팔을 벌리며 기고만장하게 말했다.
이현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AD-2 12대의 아공간을 열었다.
쉬一쉬一쉬一쉬一쉬——!
수백 개의 무기가, 단 하나의 점을 향해서 맹렬하게 돌진했다.
하지만…….
“그래, 강철비, 그런 뻔한 공격으로 나올 줄 알았다!”
그녀가 무언가를 뽑아 들 듯, 양손을 움켜쥐더니 양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꾸드드드——
그러자 지면에서 ‘그린 웨이브’가 수직으로 치솟으며 거대한 녹색 벽을 자아냈다.
얼핏 보면, 계속 격렬하게 움직이는 게 거대한 녹색 파도를 연상게 하기도 했다.
“어디, 나를 뚫을 수 있겠나?”
그 넝쿨 다발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날아오는 금속 무기를 쳐내기 시작했다.
텅! 텅! 텅! 텅!
"네놈의 무기 중, 그 거대한 검만 주의하면 충분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쳐낸 건 모글레이를 극히 일부의 금속 무기뿐이었다.
나머지 수백 개의 금속 무기는 그대로 넝쿨 다발에 처박혔다.
이현욱이 그것들을 뽑아내려고 금속 통제력을 부여했는데…….
꾸륵— 꾸륵—
"쯧쯧, 소용없다.”
아무리 힘을 가해도 뽑혀 나오지 않았다. 그의 무기들이 넝쿨 다발에 뒤엉켜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힘을 주어서 뽑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이 넝쿨은 건물을 부술 정도로 힘이 세다.”
마치 늪에 빨려 들어가듯이, 이현욱의 무기들이 넝쿨 다발 안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이현욱은 눈을 감고, 금속 통제력을 발휘하여 금속 무기들이 어디쯤 있는지를 감지했다.
'전부 지하로 끌고 들어가고 있다. 못 꺼내게, 확실하게 잡아두려는 거다.’
저 깊은 곳, 그린 웨이브의 뿌리가 있는 곳에다가, 그의 무기를 구속해 버린 것이었다.
"이제 알겠는가? 네놈의 잘난 명성은 내 앞에서는 한낱 재롱일 뿐이도다.”
모든 게 계획대로 풀려가는지, 플로스 루베르는 아주 신이 나서 외쳤다.
그러나 이현욱은 포기하지 않고, 또 한 번 수백 개의 금속 무기를 쏘아댔다.
쉬一쉬一쉬一쉬一쉬——!
"흠? 이거…… 생각보다 멍청한데? 왜 배우지를 못하는 거지?”
이현욱은 역시나 멈추지 않고, 모든 금속 무기를 쥐어 짜내서 퍼부었다.
쉬一쉬一쉬一쉬一쉬——!
"설마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는 거냐? 그 거검의 스킬을 아끼지 말고 써보는 건 어때?"
이제는 다소 권태로운 표정이 되어서,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조언까지 했다.
"사, 사장님…… 하, 하나도 안 먹히는데 그렇게 쏟아부어도 되는 거예요?”
심지어 근처에서 전투를 이어가던 김세희마저 당혹 어린 표정으로 걱정을 표출했다.
이현욱의 힘은 다수의 금속 무기를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음에도 나온다.
그런데 저렇게 넝쿨에 먹혀버리면, 그 무기들을 잃어버리는 셈이 아닌가?
저 안에서 파쇄를 쓰더라도,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 못할 테니 말이다.
즉, 누가 보더라도 이현욱은 그답지 않게 손해가 막심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그런데…….
“……음, 슬슬 반응이 올 때가 됐는데?”
이현욱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금속 무기의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응? 지금 무어라고 한 거냐?”
플로스 루베르의 물음에, 이현욱은 처음으로 미소를 머금고는 대답했다.
"내가 한 가지 알려주자면,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탈이 난다.”
“……뭐?”
"너희 종족은, 안타깝게도 이런 뻔한 교훈도 없나 보군?”
그리고 그때, 정말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일대를 잠식한 채 넘실거리던 그린 웨이브가 눈에 띄게 쪼그라드는 것이었다.
마치 제초제를 끼얹은 수풀처럼 건강하던 초목들이 한순간에 말라비틀어진다.
“……이, 이게, 무슨 일이냐?”
뒤늦게 그 증상을 눈치챈 플로스 루베르는 인상을 찌푸리며, 누군가에게 교신했다.
이 그린 웨이브에 힘을 공급하고 있는 건, 지하에 있는 숲의 정령술사들이었다.
- 컥一 수, 숲의 관리자시여, 저희 모두에게 갑자기 이, 이상한 저주가 부여되었습니다!"
"응? 저주라니, 너희가 있는 곳은 전투의 영향이 미치지 않거늘, 그게 무슨 소리더냐!”
그녀는 눈을 감고, 자신의 숲의 정령들을 통해서 자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을 감지했다.
그리고…….
- 주의! 발뭉의 저주 ‘고통의 굴레(3단계)’에 빠졌습니다.
* 일시적으로 모든 치유 효과가 감소합니다. (-40%)
* 일시적으로 신체 곳곳에서 '막심한’ 출혈이 발생합니다.
* 일시적으로 정신력이 ‘대폭’ 감소하여 환각•환청이 발생합니다.
* 일시적으로 신체의 강도가 ‘대폭’ 감소합니다. (-50%)
* ‘악령의 구속’에 의해 모든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20%)
자신의 부하들에게 위와 같은 상태가 부여 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렇다. 저 아래, 그린 웨이브가 끌고 들어간 무기 중에는 ‘발뭉’도 있었다.
‘전생, 저 여자가 나를 골탕 먹였던 방법의 하나가, 이렇게 무기를 봉인하는 거다.’
그리고 영리하게도, 모글레이처럼 광역 스킬이 있는 무기는 튕겨냈었다.
이현욱이 어떤 무기를 사용하지는 정확히 알고, 철저하게 공략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현욱이 ‘발뭉’을 선보인 적이 없기에, 그 검을 걸러내지는 못했다.
'......즉, 저 여자의 전술을 역이용한다면, 이렇게 제대로 허를 찌를 수 있다.’
결국, 그 검은 저 아래 지하로 빨려 들어가서 일대에 ‘저주’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그린 웨이브의 생산을 책임자던 숲의 정령술사들이 그 저주에 절여지면서 힘을 잃게 된 것이다.
'이제는 그린 웨이브의 재생이 현격하게 약해진다.’
이현욱은 양손을 들어 올렸고, 그의 등 뒤에 4개의 모글레이와 수다르사나가 도열했다.
그리고…….
박준모, 지금이다!”
"아, 예! 바로 갑니다!”
그 순간 박준모가 묠니르를 내던지는 동시에 ‘염화 폭풍’을 시전했다.
이현욱은 그 지점을 향해서 4개의 모글레이를 낙하시키며, 모든 스킬을 사용했다.
지축이 한동안 뒤흔들렸고, 숲이 잿더미가 되어 무너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