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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55화 (155/221)

155화.  < 예상 밖의 전조들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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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런 환경에서 가고일을 상대하는 건 좋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는 이교준 팀장이었다. 그는 바닥에 쳐진 붉은 라인의 한 걸음 뒤에 선 채, 손전등으로 천장을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는 3m짜리 괴물 조각상들이 마치 박쥐처럼 매달려 있었다. 총 12개, 가고일 오브젝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에 발을 내딛는 순간, 결계가 생겨서 탈출할 수도 없게 됩니다. 이 정도 보안 설비면 적어도 수백억짜릴 텐데, 돈 좀 썼네요.”

그 돈 중 대부분은 로비로 얻은 걸 테고, 일부는 국고에서 나왔을 것이다.

"일단은 제대로 된 탱커 팀이 올 때까지 기다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괜히 이 좁은 곳에서 저런 것들하고 뒤엉켰다가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손해죠.”

이교준이 이현욱을 힐끔거렸다. 물론, 이현욱을 못 믿는 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절대 유리하지 않은 환경 앞에서 구태여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우성문 실장이 그에게 항상 당부하기를, 그 무엇보다 이현욱의 안위가 우선이라고 했다. 뭐, 그가 당할 일은 웬만해서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지 않는가?

‘이현욱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잃어서는 안 되는, 최강의 무기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현욱에게 너무 과한 힘이 실리는 것 같아서 걱정이었던 이교준이지만, 이제는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없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이현욱이 이런 잡일에 직접 나서는 것을, 이교준은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현욱은 이미 AD-2 한 대를 끌어와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팀장님, 쥐들이 굴을 떠나서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빨리 불을 지펴야죠.”

"아, 그래도 굳이 무리하실 필요는……."

"걱정하지 마세요. 가고일 12마리 정도는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붉은 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 주의! 당신은 ‘2급 마법 보안 에이리어’에 입장하셨습니다.

* 해당 지역은 등록된 플레이어 외 출입 금지 지역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현욱은 마나 패턴은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그 순간, 터널이 붉은빛으로 물들며 어디선가 사이렌이 터져 나왔다.

애—애—애—앵——!

"잠깐만요! 아무리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우리 팀원들이랑 좀 같이—”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현욱의 등 뒤로 결계가 처지며 출입이 통제됐다.

그리고 천장의 가고일 조각상들이 꿈틀거리더니 붉은 안광이 빛을 발했다.

그것들의 몸 곳곳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며, 관절이 쩍—하고 돌아갔다.

- 2등급 가고일 (LV:71)

카아아아——!

12개의 암석 괴수들이 이현욱을 향해서 뻣뻣한 혀를 날름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71레벨쯤이야, 한 무더기로 덤벼도 쓸어버릴 수 있다.’

이현욱은 등 뒤에 있던 AD-2의 아공간에서 모글레이 4자를 전부 소환했다.

그리고 금속을 생성해서 모글레이 2자루를 손잡이끼리 이어붙였다.

2t짜리 원본끼리 가짜리 레플리카끼리, 2쌍의 ‘쌍날검’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어…… 그건 또 뭐죠?”

결계 밖, 이교준 팀장이 의아함을 담아서 물었다.

"음, 모글레이 프로펠러라고 해야 할까요?”

"예? 프로펠러요? 아, 그렇게 생기긴 했는데……."

위아래로 완벽하게 대칭되는 2개의 거검, 이현욱은 그곳에 회전을 부여했다.

웅—웅—웅—웅—웅——!

그러자 육중한 무게에 원심력이 실리며 헬리콥터의 로터처럼 강력한 회전력을 품기 시작했다. 그 광폭한 회전으로 일어난 돌풍이 터널을 가득 채웠고, 결계 밖에 서 있던 이들도 양팔로 머리를 가리며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큭!

투—두—두—두—두——!

정말로 바로 앞에 거대한 헬리콥터 2대가 이륙하고 있는 것 같은 소리였다.

이현욱은 개방 5m에 이르는 ‘모글레이 프로펠러’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그와 동시에 12마리의 가고일이 천장을 박차고 이현욱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 좁은 곳에서 5m짜리 회전 칼날을 피할 수는 없다.’

그가 왼손을 펼치는 순간, 모글레이 프로펠러가 가고일들을 휩쓸어버렸다.

퍼—버—버—버—버——!

그게 끝이었다. 단 한 번의 손짓에 12마리의 가고일이 갈려 나가며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마치 건물 철거 현장처럼 바닥에 돌무더기가 너저분하게 깔렸다.

앞서서 걱정을 숨기지 못했던 이교준 팀장은 머쓱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허…… 뭐, 미, 믿고 있었지만, 혹시 몰라서 조심하자고 했던 겁니다, 예."

그때, 이현욱이 몸을 허공으로 띄우더니 한쪽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

"어라, 지금 어딜 가시는 겁니까?”

“……여기에 뭔가 있는 것 같아서요.”

[오브젝트 정보]

- 이름 : 공감각 신기루 장막(영웅)

- 효과 : 일정한 공간을 ‘공감각 신기루’로 위장합니다.

이현욱은 그걸 움켜쥐었다.

턱—

‘전혀 위화감 없는 콘트리트 질감이다. 그냥 천장을 만지는 것 같군.’

하지만 이 감각마저도 위장된 것이었다. 이현욱은 한 부분을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그러자 무언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마치 허물을 벗듯, 천장의 일면이 슥— 하고 흘러내리더니, 가리어져 있던 실체가 드러났다.

“……어, 그거 문입니까?”

이현욱의 손에는 검은 장막이 들려 있었고, 천장에는 철문이 달려 있었다.

"예, 아무래도 진짜 금고는 여긴 것 같네요.”

그곳에도 각종 보안 장치들이 걸려 있었다만, 뜯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쾅!

이현욱은 1.5짜리 마법 금속 철문을 뜯어내고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다락 같은 공간이었는데, 온갖 물건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래, 딱 봐도 황연수의 비자금용 아이템 창고군?’

꽤 값진 것들이 많았지만, 함부로 챙길 수는 없었다.

어떤 게 결정적인 증거물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음?"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뭐야, 저것도 검인가?”

약 2.3m, 모글레이보다도 조금 더 큰 녹슨 거검(巨劍)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완전히 식어버린 검

- 효과 : 열을 흡수하여 ‘열기’를 방출할 수 있습니다.

"이건…… 잠재 아이템 같은데?”

그게 아니고서야, 이런 잡동사니 같은 아이템을 여기에 두었을 리가 없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피니 이것과 엇비슷한 디자인의 검 한 자루가 떠올랐다.

평범한 인간이 휘두를 수 없는 육중한 크기에다가 마그마처럼 검붉은 검신이 특징이었으며, 지면에 내리박히면 일대를 화산 지대로 탈바꿈하는 마검…….

"설마…… 수르트의 검, 레바테인인가?”

북유럽 신화 속에 등장하는 불의 거인 ‘수르트’가 라그나로크 때 불꽃의 검으로 온 세상을 태우는데, 그 검의 이름이 바로 ‘레바테인’이라는 속설이 있었다.

‘전혀 몰랐는데, 이게 황연수의 손을 거쳐 갔던 모양이군?’

훗날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결국 인페르노의 손에서 '잠재력 개방’한다.

그 뒤로 네크로맨서가 인페르노를 살해하고 이 물건을 손에 넣게 된다.

‘나도 이 검의 잠재력 해방 방법을 모르지만, 아마도 불과 관련이 있겠지?’

그러니까 그 누구도 잠재력을 해방하지 못하다가, 인페르노가 성공했던 거다.

이현욱은 이 다락 방에서 다른 건 몰라도, 이 거검만은 챙기기로 했다.

‘그저 증거품으로 쓰기에는 너무 중요한 물건이야.’

그 이후, 다락 안쪽의 작은 마법 금고 안에서 작은 USB를 발견했다.

이교준이 그 USB를 노트북에 연결해서 내용을 살피더니 피식 웃었다.

"와…… 황 처장 이 자식, 업무는 등한시하더니 꽤 꼼꼼한 편이었네?”

USB 안에 담긴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 나라 유력 인사들을 상당수 날려버릴 만한, 온갖 비위 행위들이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이었다.

즉, 결정적인 증거물—스모킹 건(smoking gun)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허— 이 정도면 물청소가 아니라 아주 수재가 일어나겠는데요?”

이교준은 어딘가 신이 난 표정으로 자꾸만 킬킬 웃어댔다.

이걸로 이 나라의 썩은 가지를 치기 위한 명분은 마련되었다.

이제는 우성문이 칼춤을 추는 걸 지켜보기만 하면 될 것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이현욱은 오더 타워에 앉아서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었다.

- [속보] 연희동 ‘패닉 룸’ 다수의 정·재·플계 인사가 연루된 것으로 추정

흔히 말하는 관용구로써 ‘나라가 뒤집힌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충격에 빠지고 분노할만한 사건이 터졌을 때 자주 등장하곤 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드래곤 공략—미궁 공략—이현욱 암살 미수—연희동 게이트까지…….

그야말로 전 국민의 시선을 깡그리 끌어당길 만한 빅 이슈의 연속이었고, 그 대단원에 드러난 악당의 실체 앞에서 국민의 분노가 폭풍이 되어 몰아쳤다.

이미 대통령 지시가 떨어진바, 우성문은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연희동 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정·재·플계 용의자들을 깡그리 잡아 들이기 시작했다.

- 연희동 게이트 일각의 ‘사화’ 주장에 국민은 콧방귀 "용납할 수 없는 일”

한편, 그러한 음모를 꾸민 세력이 노린 게 이현욱이었고, 그들을 추적해서 일격에 소탕해버린 것도 이현욱이었으니 그의 이미지가 절로 좋아지고 있었다.

- 이현욱, 몬스터만 잡는 게 아니라 국가의 암적인 요소까지 소탕?

- 구원자,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이현욱의 행보에 초당적 지지 쏟아져

오죽하면 이현욱이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농담이 인터넷을 채우고 있을까?

이러한 여론을 볼 때, 우성문의 칼춤에 브레이크가 걸릴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죄목이 낮은 인물 중 일부는 이상하게도 언급이 안 되고 있는데?’

이현욱이 알고 있는 '명부’ 중에서 우성문의 칼춤을 피해간 이들이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우 실장이 길들여서 사냥개로 삼은 것 같은데?’

분명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은 인물들이겠지만, 그들 모두를 일시에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중 몇몇을 잘 회유해서 ‘앞잡이’로 삼는 게 전략적이었다. 미처 확보하지 못한 증거들을 알아서 물어다 줄 테니 말이다.

물론, 훗날 정세가 다시 안정화 되다면 그것들은 토사구팽이 될 운명이었다.

‘과감하게 이용하고 과감하게 제거하고, 그게 바로 우성문의 스타일이다.’

그때, 오더 타워의 문이 열리고 서은하와 김세희가 들어왔다.

"여기 진짜 넓긴 하다. 후, 진짜 한참 걸었네……."

"그런데 아직 개방 안 된 공간도 있더라고요.”

"아, 그래? 부동산을 치면 이게 도대체 얼마야?”

김세희가 서은하에게 라퓨타 곳곳을 안내해준 모양이었다.

그런데 서은하는 웬 유모차를 끌고 있었는데, 그 안에 실려 있는 건 푸른색의 거대한 알, 드래곤의 알이었다. 그녀는 유모차를 한쪽에 조심스럽게 주차했다.

"이현욱, 이 알이 언제쯤 깨어날지 알고 있어?”

"음…… 글쎄요. 일단은 계속 신경 써주셔야 합니다.”

"알아, 그래서 이렇게 데리고 다니는 거잖아.”

드래곤의 부화에 관해서는 이현욱도 솔직히 잘 몰랐다. 전생, 저 알을 소유했던 러시아의 드래곤 나이트는 이현욱과 관계가 그리 깊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래도 얼핏 듣기로는 확보 이후 약 한 달 정도 뒤에 부화했다고 했나?’

사실 그조차도 정확한 정보는 아니었는데, 드래곤은 부화 직후가 가장 안전이 취약한 시점인 만큼 세간에는 그 어떤 정보도 노출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그 알 옆에 계속 있어야 주셔야 합니다.”

"야, 그거 몇 번을 말해? 아주, 알 품는 암탉이 된 기분이다.”

"흠, 더 좋은 표현이 많을 텐데, 굳이 그렇게……."

"야, 야, 군인 신분보다 오히려 더 억압받는 기분인 걸 네가 알아?”

그리고 서은하가 지휘하는 공략중대 일부가 <흑조>로 흡수될 예정이었다.

즉, 전생과 마찬가지로 서은하가 이현욱의 팀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뭐, 아무튼—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한다.”

이현욱의 지원을 받으며 상장하고 드래곤까지 부화한다면 그녀는…….

'……전생 이상의, 최고의 탱커가 되어줄 거다.’

***

다음 날, 이현욱은 대장장이들의 연락을 받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마스터, 도착했습니다.」

이현욱의 타고 있던 오토 리프트가 멈춰 섰고, 정면의 문이 열렸다.

푸쉬이—

눈앞에 거대한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은 라퓨타 지하 1층의 ‘메인 도크’였다.

이곳은 라퓨타에서도 가장 큰 단일 공간이었는데, 상부 천장이 열리면 ‘비공정 포트’와 바로 연결되는 격납고로써, 수십 척의 비공정을 적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것들이 그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건…… 약 70m짜리 블랙 드래곤의 시체, 그것도 무려 2구였다.

한쪽 구석에, 그레이 드워프와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었다.

"아니, 그쪽 부분은 그렇게 쓰면 손해라니까— 이 생각도 게으른 난쟁이야!”

"아오— 이 인간 자식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만 나불거리는 거야!”

아마도 저 거대한 재료를 어떻게 요리할지 토론 중인 듯했고, 이현욱은 그들의 건설적인 토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안 쪽으로 들어갔다.

한편, 강희설 그녀는 드래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구경하고 있었다.

"야— 이것아! 입 근처에는 가면 안 되다고 말했어, 안 했어?”

강정두의 고함에 아지 다하카의 머리를 살피던 강희설이 뒷걸음질 쳤다.

그럴 것이, 드래곤 몸속에 있는 ‘브레스 룸’ 안에는 여전히 강력한 산성 브레스가 고인 채 조금씩 빠져나오는 중이라서 상당히 위험했다. 그래서 그 주변에 펜스를 쳐서 접근 금지 푯말을 달고, 마법 방어막까지 몇 중으로 둘러놓았다.

"아! 내가 그걸 모르겠어? 다 안전 장비하고 있으니까, 걱정 좀 하지 마!”

"이년이, 이제 망치질 좀 할 줄 안다고 그렇게 큰소리를 떵떵 치는 거냐?”

사실, 강희설은 어느덧 대장장이 중에서도 최고 수준에 이른 상태였다. 애초에 언젠가 드워프 장인 7명에게 선택을 받고 ‘엘더 스미스’가 될 재목이기 때문에 잠재력이 남달랐다. 최근 성능 좋은 물건 대다수가 그녀의 작품이었다.

"—어, 물주님 오셨다!”

그녀는 이현욱을 발견하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왔다. 그러더니 저 값진 재료를 어떻게 쓰고 싶은지 재잘거리며, 나름의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생각에는 드래곤 이빨은 ‘용아병’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용아병이라…… 그 대목은 이현욱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용의 이빨을 기반으로 탄생한 병사로, 최강의 권속이 되어줄 것이었다.

‘분명 유용하겠지만, 네크로맨서와 만나면 통제력을 빼앗길 수도 있다.’

설정상, 용아병은 죽은 존재의 몸을 재료로 하는 ‘언데드’에 가깝다. 즉, 아무리 마스터 권한을 확보했다고 해도 네크로맨서에게만큼은 빼앗길 우려가 컸다.

그런데.......

"그런데 그냥 용아병은 영 재미없으니까, 제가 요즘 <거신병 연구소>의 설비들을 쭉 살펴보고 있는데, 그— 아이언 골렘의 코어랑 융합해서 어떻게 물주님이 사용하기에 적합하게, 기계 병사들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그 대목에서 이현욱이 눈을 빛냈다.

"……그런 게 가능할까?"

"뭐, 그건 해봐야 알겠죠?”

"좋아, 그쪽으로 한 번 연구해줄래?”

“오— 앗싸! 잘 해볼게요!”

강희설이 신이 나서 망치를 이리저리 휘둘러 댔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강정두에게 부탁할 게 있었다.

"강 소장님, 우선은 아지 다하카의 가죽으로 방어구를 만들어주시겠어요?”

"예, 안 그래도 지금, 가죽의 어느 부분이 적당하지 살피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현욱에게는 ‘강체화’라는 상당한 수준의 고유 방어 스킬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려 드래곤 방어구와 비교할 수는 없을 거다.’

그리고 강체화 위에 드래곤 갑주를 덧입으면 방어력이 배로 뛸 터였다.

"그리고 드래곤 하트는 웬만하면 아직 건드리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예, 주제 밖의 물건을 실험이랍시고 만지작거리는 건 장인의 도리가 아니죠."

에드워드 우즈는 아성체 드래곤의 하트를 겨우 마법 방어막으로 활용했다.

‘그건 드래곤 하트를 그저 엄청난 마나 생성 장치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솔직히 언뜻 봐서는 그저 압도적으로 강력한 마력 덩어리로 보였다.

하지만 그건 플레이어가 ‘용언’을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쪽 지식이 생긴다면, 드래곤 하트의 용도는 실로 무궁무진해진다.

‘가령, 최상위 등급의 마법을 자판기처럼 뽑아 쓰는 마법 주크박스라든지…….'

아직은 용언을 해석할 방법이 없지만, 곧 발견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날 밤.......

「마스터, 인근 하늘에서 포탈 생성이 감지되었습니다!」

탈로스의 긴급 보고에 이현욱은 서둘러서 오더 타워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서쪽 하늘, 검은 하늘에 걸린 회색 구름에 사이에서, 빛이 번뜩였다.

이현욱은 서둘러서 후긴을 띄웠고, 웬 새 한 마리가 날아오는 걸 포착했다.

- 베드르폴니르 (LV:112)

‘저건, 세계수에 사는 매…… 즉, 도널드 해리스의 권속이다.’

훙——

아마도 도널드 해리스의 전언이 온 듯했다.

‘이제 슬슬 니드호그 사냥을 준비해야겠군?’

도널드 해리스와의 약속대로 세계수 지하의 니드호그를 사냥해줄 차례였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3개에다가, 드래곤 장비까지 생기면 어렵지 않을 거다.’

이내 백색의 매 ‘베드르폴니르’가 이현욱의 바로 앞, 난간에 착륙했다.

그런데 녀석이 도널드 해리스의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닌가?

"스틸레인, 잘 지냈나?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지?"

"해리스 씨, 직접 날아오셨군요?”

"아니, 직접은 아니고, 이 녀석이 내 목소리를 전하는 거야.”

그런데, 그가 가지고 온 소식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스틸레인, 문제가 복잡해졌다네……."

"예? 무슨 일이죠?”

"아무래도, 차드 공화국이 침공당할 듯해.”

이현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기억상, 그럴 일은 없었다.

"그래서 전쟁을 준비 중이라서, 니드호그 공략을 좀 미뤄야겠군.”

"도대체 누가 차드 공화국을 공격한다는 겁니까?”

"그게 말이지, 흠— 혹시 다크 엘프라고…… 자네는 모르겠지?”

3차 웨이브—베를린의 침식 지역의 녹색 지옥…… 그곳의 지하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을 '다크 엘프 군단’이, 예상보다 이르게 출정식을 치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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