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 팔달산, 드래곤 미궁의 비밀 - 1 >
=====================================
눈앞에 드래곤의 보물, 즉 값비싼 아이템이 들어 있는 상자들이 쌓여 있다.
그 내용물을 볼 수는 없지만, 그중 어딘가에 1등 아이템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손에는 그 상자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쥐어져 있다.
하지만 사방팔방이 경쟁자들로 득실거리기에 제 몫을 챙기는 건 영 쉽지 않다.
즉, 하이에나들 사이에서 제 사냥감을 지켜야 하는 한 마리 짐승의 심정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그 누가 바닥을 자세하게 살필 수 있을까?’
그리고 보상의 순간은 위기의 끝이라고 학습되었기에 가장 방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즉, 제2의 보물창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고 확인하는 이는, 역시나 없었다.
이현욱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리라는 걸 일찌감치 예측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었으니까…….'
전생의 이현욱도 그러했다. 오로지 먼저 상자를 고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때의 나는 오리할콘 한 덩이와 최고급 물약 세트 정도만 얻었다.’
그 속 쓰린 경험 덕분에 지금은 보물을 넝쿨째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드르륵—
이현욱은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막고 있던 상자를 치우고, 왼손을 들어 올렸다.
철컥—
그러자 족히 수 톤은 될법한 큼직한 철제문이 저절로 열리며 지하의 찬 공기가 흘러나왔다.
"......뭐야 저건? 설마 또 공간이 있는 거야?”
앞서서 이현욱이 보물창고가 ‘이중’인 것 같다고 말했지만, 다들 혹시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저 널찍한 지하 통로로부터 묘한 백색 빛이 흘러나오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어…… 저 안은 여기랑은 뭔가 많이 달라 보이는데?”
"그러게? 솔직히 여기는 보물창고치고는 너무 칙칙하긴 했지……."
조금 전, 에드워드 우즈가 이 칙칙한 곳이 보물창고라고 선언했을 때, 슬레이어즈 길드원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꼭 보물창고라고 해서 휘황찬란한 빛이 새어 나오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런 전형적인 형태가 아니었기에 더욱이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곳이 꽝으로 가득했던바, 저 찬란한 빛이 대박의 징조로 여겨지는 게 당연했다.
저벅— 저벅—
이현욱이 그 빛을 뚫고 계단 아래로 내려갔고,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주춤주춤 따라나섰다.
“와…….."
이내, 고풍스럽고 웅장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높게 청동 기둥들이 유난히 높은 반구형의 천장을 떠받치고 있었다. 그리고 천장, 벽, 바닥, 기둥 모든 면면에 화려한 문양들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게 마치…… 궁전 같았다.
그리고…….
- 축하합니다! 블랙 드래곤 아지 다하카의 보물창고(負)를 발견하셨습니다!
또 한 번의 보물창고 입장 메시지가 떠올랐는데, 이번에는 참 진(資)자가 붙어 있었다.
"야 이러면, 두말할 것도 없이 여기가 진짜 보물창고라는 거잖아?”
"하…… 그리고 심지어 위에 있는 건 사실상 페이크였다는 뜻이고……."
여기저기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에드워드 우즈의 낯빛이 점차 어두워져만 갔다.
그리고 그 공간의 끝자락, 긴 대리석 선반 위에 웬 상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와, 씨! 저것 봐! 상자 모양 자체가 다르잖아!”
"그리고 색깔도 가지각색인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위층에서 열었던 거칠고 눅눅한 위의 상자와 달리, 하나같이 고풍스러운 디자인이었다.
"저 멋들어진 상자에서는 대체 뭐가 나올까?”
"뭔지 몰라도 최소한 영웅 등급 아닐까?”
"에이, 무려 드래곤인데, 전설 등급은 나올걸?”
진짜 보상 앞에서 모두가 마른 침을 꿀꺽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 상자를 열 수 있는 자격은, 그들에게는 없었다.
37개의 상자 중 36개가 이현욱의 소유가 될 터…….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오묘한 기대심을 느끼고 있었다.
"후, 뭐가 나올지 몰라도 기대된다.”
"그러게, 대리만족이라는 게 이런 건가?”
이 정도 규모의 공간이 오로지 보상을 위해서 만들어져 있다니.......
도대체 어떤 물건이 나올지, 설레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이내 이현욱이 상자 앞으로 다가가서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쩌저저저——
"응? 손에서 금속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데?”
그래, 강체화를 넘어서 양쪽 손아귀에서 금속이 죽— 죽—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금속 생성, 여러모로 꽤 유용할만한 스킬이다.’
이는 얼마 전, 오딘의 팔찌인 ‘드라우프니르’를 삼키고 개화한 스킬이었다.
[스킬 정보]
- 이름 : 금속 생성/저장
- 등급 : D
- 효과
1) 생성 : 마나를 소모하여 금속을 자체 생성합니다. (10g 당 1의 마나 필요)
2) 저장 : 체내에 10kg만큼의 ‘자체 생성 금속’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 숨겨진 조건을 만족할 시 스킬 등급이 향상됩니다.
말 그대로 아무런 재료도 없이, 오로지 마나만으로 금속을 생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까지는 금속이 모자란 적이 없었다.’
원 없이 많은 자원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까…….'
공중투하장치의 지원이 막힌다던가, 그런 비상 상황에서 이 스킬이 유용하게 작용할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전생에도 금속이 모자라서 위기에 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 최대 약점은 금속을 동원할 수 없을 때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니…….'
그리고 실험 결과, 지금은 ‘던전 강’ 정도의 격을 가진 금속을 생성할 수 있었다.
앞으로 스킬 등급이 향상된다면, 아다만트 정도도 가능하다고 추정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아다만트 광산 그 자체가 되는 건가…….'
여러모로 몸이 점점 더 복잡하고 기이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듯했다.
어쨌든, 이현욱은 그렇게 생산한 금속을 쇠사슬로 총 36개의 상자를 칭칭 돌려 묶었다.
촤르르르——
"......응? 저걸로 대체 뭘 하려는 걸까?”
등 뒤에서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상자들을 쇠사슬로 이은 뒤, 마지막으로 그럴듯한 철제 바퀴까지 제조했다.
"아! 저거, 한 번에 들고 가려고 포장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 그 상자들이 일렬로 나란히 연결돼서 한 번에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자, 됐다. 박준모, 이정준 팀장한테 2팀 데리고 들어오라고 해.”
그의 말에 박준모가 어디론가 마나 교신을 했다.
직후, 밖에 대기 중이던 희망 길드원들이 들어와서 상자를 옮기기 시작했다.
"저는 제가 가진 열쇠 숫자만큼 상자를 골라서 가져가겠습니다.”
즉, 여기에서 상자를 열지 않고, 따로 가져가서 열겠다는 말이었고,
이는 자신이 얻게 될 아이템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아쉬움이 담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뭐가 나오는지 보고 싶었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새로운 무기가 될 아이템을 미리 공개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어떤 게 나올지 몰랐다면, 에드워드 우즈처럼 궁금해서라도 성급하게 열어봤을지도 모르지만, 이현욱은 이미 저 중에서도 어떤 상자가 1등, 2등, 3등인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우측 끝에 있는 유독 작은 상자는 뭐지? 여기에 저런 붉은 색감을 가진 게 있었나?’
이곳에 있는 고급스러운 상자들은 각기 다른 색깔의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 붉은색 상자…… 이현욱의 기억상 전생에는 저런 게 없었다.
그 당시, 저 색깔 차이를 두고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한참을 논쟁했기에 기억에 남았다.
‘내가 기억 못 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일단 전부 가져가서 확인해야지, 뭐.’
이현욱은 미련 없이 등 돌려 계단을 올라갔고, 모두 그 모습을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스틸레인, 잠시만요.”
이현욱을 멈춰 세운 건 에드워드 우즈였다.
"잠깐 대화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예, 뭐, 그렇게 하죠.”
두 사람은 구석으로 갔고, 한 마법사 플레이어가 사일런스 마법을 걸어준 뒤 사라졌다.
이내 에드워드 우즈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 도대체 드래곤은 언제 잡았던 겁니까?”
“……그거야, 방금 잡지 않았습니까?”
이현욱이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하자, 에드워드 우즈가 고개를 거칠 게 내저었다.
"그 말이 아니라…… 그전에 이미 한차례 잡은 거 알고 있습니다. 어쩐지, 드래곤 공략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게 말이 안 된다 싶었는데, 이미 한 번 공략해봤던 겁니까?”
아무래도 이현욱의 모글레이에 담긴 드래곤 슬레이어 옵션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전에 한 차례 드래곤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거군?’
하긴, 에드워드 우즈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무기가 미래에서 날아왔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차원 이동자, 그 사건이 벌어졌을 때 보는 눈이 꽤 많았는데…….'
미래에서 온 윌리엄 버나드가 자신이 ‘미래에 온 재앙’이라고 말했었다.
그때, 그 말을 들은 이는 적지 않았으나 아직 제대로 이슈화되진 않았다.
아무리 이 세계가 게임으로 변했다고 한들, 그건 다소 허황한 말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 소문을 허투루 넘겨짚는 건 아닐 테지만…….
“……그렇게 계속 시치미 떼실 겁니까?”
이현욱은 계속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에드워드 우즈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생각은 없으시군요?”
이현욱은 이번에도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스틸레인, 당신이 대단하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좀 얄궂게 굴었던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모든 걸, 혼자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시죠.”
그는 그 말을 남기고 사일런스 마법 영역 밖으로 나갔다.
‘저건…… 조언을 한 건가? 아니면 경고를 한 건가?’
저런 거물급 인사와 적대 관계가 되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현욱은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귀찮게…… 빌런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피곤한 삶이다.’
그렇기에 주변인들 한 명 한 명의 비위를 맞출 순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나도 혼자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건 확실했다.
전생에 경험한 참혹한 결말…… 그건, 영웅들이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기보다는 오직 자신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라고 해서 혼자만 성장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의 주변에는 박준모, 김세희, 우성문, 에밀리 뮐러 등의 조력자들이 있었다.
물론, 앞으로 언젠가는 기성 플레이어들의 힘을 빌려야 할 순간이 올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강력한 권력을 가진 그들과 지금부터 엉켰다가는, 골치 아파진다.’
그들 역시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것과 별개로 나름대로 욕구와 목적을 가진 인간이다.
즉,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빌런들 외에도 이미 잘난 영웅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가, 독보적으로 강해져야만 한다. 내가 모두를 통제할 수 있게 말이다.’
그런 고로 이현욱이 고수하고 있는 ‘독식’ 방식은 달라지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슬레이즈 길드 측에서 보란 듯이 ‘미궁’ 공략을 선포했다. 그 안에 있을 보상을, 이번만큼은 스틸레인보다 먼저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피력한 셈이었다.
즉,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휴식도 없이 이렇게 바로 공략을 시작하다니…… 나한테 제대로 기분 상한 모양인데?’
하지만 힘겹게 미궁을 돌파한 뒤, 마지막 방 앞에서 좌절을 맞보게 될 것이었다
‘그 앞에 서면, 자격을 증명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어떤 힌트가 주어진다.’
그 내용은, 그 문을 열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추적 결과, 러시아에 있는 한 기사 계열의 F등급 플레이어로 밝혀지고,
그를 데리고 다시 문 앞에 서면, 자격을 증명했다는 내용과 함께 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된 건…….
‘……무려 드래곤 알이다.’
즉, 그 문을 여는 이가 무려 드래곤 한 마리를 얻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드래곤을 성체로 키워내기만 한다면, 가히 최강의 전력이 된다.’
저쪽에서 생각보다 일찍 움직였으니 ‘드래곤 나이트’를 조금 더 빨리 찾아야 할 듯싶었다.
이현욱은 레드홀 마을 측에 위장 신분과 러시아행 비행기 표를 요청했다.
'이러면 본의 아니게 에드워드 우즈를 다시 한번 꺾게 되겠는데…….'
***
오더 타워, 그곳에 36개의 보물상자가 두 줄로 늘어서 있었다.
"와, 총 36개…… 저 안에 이번 이벤트의 진짜 보상이 있는 거죠?”
박준모가 그것들을 쭉 둘러보며 침을 꼴깍 삼키고 콧바람을 쉭— 내뱉었다.
하긴, 당첨 확정 복권들이 눈앞에 줄지어 있는데, 흥분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손아귀에서 전류가 줄줄 새어 나오는 건 심했다.
파지지지——
"야! 박준모, 손—!”
"앗! 이게 갑자기 왜……."
김세희가 소리를 꽥 지르자, 박준모가 양손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오…… 이 자식, 좀 이상한 버릇이 있네?”
"아니, 그게……."
"웩, 흥분하면 손에서 그런 게 흘러나온단 말이지?”
"아니, 그게……."
"앞으로 네 애인할 사람은 큰일 났다.”
“아오, 좀——!”
반면 이현욱은 어떤 아이템이 나오는지 알고 있는 만큼, 딱히 기대되지 않았다.
철컥—
그는 기계적으로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
"오…… 이게 전부 오리할콘이라니, 대박 아닙니까?”
첫 번째 상자에서는 오리할콘 1.5kg이 나왔다.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 이런 게 나올 것이었다.
철컥— 철컥—
이현욱은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고, 상자를 연달아 열기 시작했다.
"박준모, 거기, 다음 상자 가져와.”
"아, 예! 이게 33번째입니다!”
그렇게 36개 중 33개에서는 최고급 재료 아이템들이 줄지어 나왔다.
"음, 이제 3개 남았는데, 설마 이것도 꽝이진 않겠죠?”
오리할콘 같은 게 꽝이라고 볼 수 없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었다.
이어서 상자 하나를 더 여는 순간, 마침내 장비 아이템이 하나 등장했다.
“……오! 영웅 등급이 아이템이에요!”
박준모가 먼저 확인 한 뒤, 이현욱에게 가지고 왔다.
그건 언뜻 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황금색의 긴 밧줄 같은 것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아테나의 황금 고삐(영웅)
- 효과
1) 전장의 통제자 : 일시적으로 최대 권속 수가 대폭 상승합니다. (+50)
2) 영물 사육 : 이 고삐를 몬스터에게 채운다면 ‘권속’으로 길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 이게 2등 상품이다.’
최대 권속 수가 무려 30만큼 증가하다니, 꽤 괜찮은 옵션이 아닐 수 없었다.
이현욱은 곧장 다음 상자를 열었다.
우우우우——
그런데 그곳에서 터져 나오는 진한 백색의 빛줄기…… 영 심상치 않은 기운이었다.
"어, 뭐야…… 아우라가 엄청나게 강한데요? 그게 1등 상품인가요?”
근처 소파에 앉아서 무덤덤하게 지켜보고 있던 김세희 역시 벌떡 일어서며 물었다.
그건 손가락 두 마디 만한, 넓적한 눈알 모양의 금속 조각품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호루스의 눈의 2번 조각(전설)
- 효과 : 평범한 방법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게 해줍니다.
* 모든 ‘조각’을 모으면 진정한 힘이 해방됩니다.
일전에 한 번 획득하여서 흡수했던 호루스의 눈, 그 다른 조각을 얻은 것이었다.
'이 조각을 전부 다 모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의 기억상, 전생에도 이 조각은 한 곳에 모인 적이 없다.
‘이번에는 이 조각들을 내 몸속에서 맞춰봐야겠군?’
그게 총 몇 조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두 조각은 이현욱의 손에 들어왔다.
꿀꺽—
이게 소화가 되면 숨겨진 정보를 블 수 있는 ‘인사이트 렌즈’ 스킬 등급이 오를 것이었다.
"어, 이제 한 개 남았네요?”
어느새 마지막 단 한 개의 상자를 남겨두게 되었다.
그건 바로 붉은색 보석이 박힌, 이현욱에게도 영 낯선 상자였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전생에 없던 상자가 확실하다.’
무슨 이유에서건 전생에 없던 보상이 주어졌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왜지? 너무 일찍 시작해서 보상이 달라진 건가?’
그 이유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내용물을 확인하고 짐작하는 수밖에…….
이현욱이 조심스럽게,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었다.
"오, 이번에는 검이에요."
박준모의 말처럼 그 안에 든 것은 웬 작은 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우라가 안 터지는 걸 보니까, 별거 아닌가 본데요?"
김세희가 시큰둥하고 말했고, 이현욱이 그 검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알 수 없는 권능이 담긴 검
- 효과 : 이 검은 현재 힘이 개방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기사 계열의 플레이어가 소지하면 ‘자격 증명 퀘스트’가 주어지며, 최종적으로 ‘강력한 동료’를 얻을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 내용을 확인한 이현욱의 눈이 커졌다.
"아니, 잠깐만……."
"왜요? 그게 뭔데요?”
회귀 이후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는 그였거늘, 이번에는 꽤 놀랐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 내용을 보건대, 상세 정보가 숨겨져 있는 ‘잠재 아이템’인 듯했다.
하지만 이현욱은 그것의 정체를 대번에 알아봤다. 이건 바로…….
'......드래곤 나이트의 검이잖아?’
그래, 원래대로라면 러시아의 F등급 나이트가 지니고 있어야 할 바로 그 검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드래곤 알’이 잠들어 있는 미궁 끝의 방을 열 수 있는 그 증명의 열쇠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 상자에서 튀어나오다니…….
‘설마, 6년이나 일찍 공략해서 인과관계가 조금 달려져 버린 건가?’
아무래도 러시아의 드래곤 나이트가 탄생하기 전에, 또 다른 트리거를 작동시킨 듯했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굳이 러시아까지 날아가서 드래곤 나이트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이 검을 주어서, 드래곤 나이트로 각성시키면 된다.
‘그런데, 누가 있지?’
이 검을 맡길 만한 ‘기사’ 계열의 플레이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