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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45화 (145/221)

145화.  < 수원, 블랙 드래곤 사냥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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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인간이 70m에 이르는 절대적인 존재 ‘드래곤’을 공격하여 고꾸라뜨렸다.

푸—욱——!

심지어 그 ‘드래곤 브레스’ 정면으로 뚫고 들어가서 목덜미에 창을 쑤셔 박았다.

흡사 기독교 전설 속, 용을 죽였다는 성 게오르기우스가 재림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뒤이어서 도달한 ‘레드 스팅어’ 멤버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그 과정은 아주 찰나였지만, 수차례 연습한 대로 드래곤의 급소를 향해 정확히 쏟아붓는 치명타의 연속이었다.

결국, 아지 다하카의 입에서 고통에 찬 포효가 흘러나왔다.

「크아아아——!」

그건 정말이지 기적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당연하게도 <킬 더 몬스터>방송을 비롯한 전 세계 중계진들은 목소리를 드높였다.

- 역시 드래곤 슬레이어, 자신의 그렇게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증명합니다!

- 허—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완벽하게 공략해낼 줄은 몰랐습니다.

- 예! 이번 드래곤 공략, 이변의 연속이자 감탄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종전, 슬레이어즈 공식 방송 채널이 갑자기 종료되며 논란이 일고 있지 않았던가?

그 전에 벌어졌던 숱한 NG의 이질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그들을 비꼬는 중이었다.

그런데 방금의 한 장면으로 인해서 그 모든 오명이 단숨에 씻겨 내려갔으며,

오히려 슬레이어즈와 에드워드 우즈를 예찬하는 반응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 오늘, DS의 슬레이어즈가 한국을 구해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환호는 얼마 가지 못했다.

- 주의! 해당 지역에 아지 다하카의 ‘고유 권역’이 개방됩니다.

그 시스템 메시지를 보는 순간, 에드워드 우즈의 눈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레드 스팅어 전원이 드래곤을 경계하면서도 그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들을 보건대, 이 역시도 훈련된 상황 중 하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보스, 이거……."

"그래, 후퇴한다!”

그가 명령하자 마법사 둘이 준비하고 있던 텔레포트를 사용, 즉시 현장에서 이탈했다.

바로 그 순간—

둥—— 둥—— 둥—— 둥——

마치 지하 깊은 곳에서 거대한 북이 울리듯, 지축이 무겁지만 느리게 진동했다.

그리고 그 울림이 멎는 순간.......

웅——

일대에 무거운 적막감이 감돌았다. 공기의 흐름과 마나의 움직임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심지어 아지 다하카를 짓누르고 있던 코도 코시로의 토네이도마저 한순간에 흩어져버렸다 .

"응? 갑자기 내 바, 바람 통제력이 먹히지 않아!”

즉, 아지 다하카 주변의 모든 현상이 멈춰 선 것이었다.

그때, 놈이 다시 몸을 일으키며, 뿌연 연기 속에서 두 개의 안광이 천천히 높아졌다.

고—오—오—오——!

놈의 몸 주변에서 검은 일렁임이 모락모락 피어나며 사방으로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짐에게 위해를 가하다니…….」

차갑게 식은 목소리가 땅을 낮게 쓸며 울려 퍼졌다.

“—모두 서둘러서 빠져나간다! 곧 고유 권역이 시작된다!”

에드워드 우즈의 목소리에 따라서 슬레이어즈 연합 측이 다시 바빠졌다.

고유 권역이 발동하면 드래곤 주변 1km 내가 일정한 ‘속성’의 필드로 격변한다. 그 속성이 현재로서는 '산성’일 것으로 추측되었다만, 공략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했다.

즉, 거리를 두고 시간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성이 있었다.

- 아! 이거 아무래도 페이즈2가 벌써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잠깐 의아함에 빠졌던 <킬 더 몬스터> 측도 무슨 상황인지 파악했다.

보스 몬스터 공략이 ‘페이즈’ 단위로 나뉜다는 건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상보다 훨씬 이르게 페이즈 전환이 이루어졌다.

그럴 것이, 드래곤의 페이즈 2는 ‘상처’ 입는 순간에 급발진하듯 발동한다.

그만큼 드래곤의 배리어를 뚫고 데미지를 입히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 페이즈1은 사실상 맛보기에 불가하다고들 하죠. 이제 본격적인 레이드 시작입니다.

- 아! DS와 휘하 레드 스팅어 멤버들은 그걸 눈치채고 재빨리 빠진 거군요?

- 예! 아무래도 페이즈가 바뀌면 공격 패턴이 완전히 달라지니까, 경과를 봐야만 합니다.

- 크— 역시 노련합니다! 페이즈2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 제 생각으로는, 저 드래곤도 결국 에드워드 우즈의 이력에 한 줄로 남게 될 겁니다.

타이론 톰슨, 그 역시 슬레이어즈 길드의 활약에 경도되어 그들의 승리를 점쳤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은 에드워드 우즈의 이름을 열렬히 연호하고 있을 것이었다.

- 자! 그러면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는 유명 플레이어들의 SNS를 잠깐 볼까요?

띵— 소리와 함께 방송 화면 한쪽에 SNS 내용이 우후죽순으로 떠올랐다.

- @JK_S224 : lol 믿을 수 없어! 그가 드래곤을 이구아나처럼 길들이고 있어!

- @boneslove:스틸레인은 멋졌지만, 오늘은 비가 더는 오지 않을 것 같아.

- @Firefist_:DS는 이 분야에서 최고야. 스틸레인이 애송이처럼 보이다니 믿기지 않아.

죄다 DS를 칭찬하는 내용이었고 때때로 스틸레인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도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세계적인 유명 플레이어들은 스틸레인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타이론 톰슨도 그 분위기에 가세했다.

- 역시 두 플레이어의 대결 구도에서 DS의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네요. 스틸레인의 활약은 대단했지만, 정작 드래곤한테는 조금도 피해를 주지 못했죠. 예,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 역시도 티 내지는 않았지만, 어린 졸부 같은 느낌의 스틸레인보다는 정통 신사 느낌의 에드워드 우즈가 한 건 해주기를 내심 바랐고, 그렇게 되어 가자 괜스레 신이 난 듯했다.

한편…….

- 주의! 해당 지역에 아지 다하카의 고유 권역 ‘어시딕 존’이 형성되었습니다.

아지 다하카를 중심으로 1km 범위가 녹색 가스로 가득 찼다. 그 내부의 모든 것들— 건물, 파편, 바닥 등이 얼음처럼 녹아내리며 푸르스름한 유독가스를 모락모락 뿜고 있었다.

츠츠츠츠——

언뜻 봐도 절대로 발을 들이면 안 될 것 같은, 지옥과도 같은 풍경…….

저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면, 두어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폐가 녹아서 죽을 것이었다.

꾸륵— 꾸륵—

또한, 지면에 암녹색의 비정형적인 형체들이 이리저리 기어 다니는 게 눈에 띄었다.

"보스, 저 안에 어떤 몬스터가 소환된 것 같습니다.”

"저건, 강력한 산성 필드에 사는 어비스 슬라임이다.”

아마도 일시적으로 다른 차원과 겹치는 순간에 새어 나온 듯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보통 많은 게 아닌 게, 언뜻 봐서는 마치 녹조가 낀 강물이 넘실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되면…… 웬만한 방법으로는 절대로 진입할 수 없겠군.”

그런 절대적인 방벽을 두른 채, 아지 다하카는 목에 난 상처와 배리어를 회복 중이었다.

'……이로써 결국은 원점인 셈이다.’

이미 예상했던 전개였지만, 에드워드 우즈는 괜스레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

곧 펼쳐질 2차전 때는 훨씬 강해진 블랙 드래곤을 마주하게 될 테니…….

‘그리고 방금과 같은 수는 두 번 다시 통하지 않는다.’

방금 놈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건 제대로 허를 찔렀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놈이 내가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걸 모르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드래곤은 인간 이상의 지성체로서, 모든 걸 빠르게 학습한다.

이미 한 번 선보인 수를 다시 시도했다가는, 세 번째 기회는 없을 것이었다.

'우리 팀이 단숨에 전멸할 거다.’

그리고…… 에드워드 우즈의 계획상 2페이즈는 엄청난 난전이 될 것이었다.

"보스, 명령을 내려주시죠.”

아만다 엔더슨의 말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한편, 일부 방송 드론들이 노골적으로 낮게 날며 이쪽을 촬영하고 있었다.

에드워드 우즈는 그걸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자! 전부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다음 단계, 이다음 공략까지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어필한 것이었다.

"최대한 멀리 후퇴해서 저 산성 필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대비책을 마련한다!"

지금부터는 훨씬 더 험난한 길이 될 테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보스, 스틸레인은 여전히 현장에 있습니다.”

"응?"

"우리가 이대로 가버리면 저 사람, 괜찮을까요?”

스틸레인은 지금 ‘어시딕 필드’에서부터 백여 미터 남짓 떨어진 상공 곳에 떠 있었다.

즉, 여전히 전장에 바로 위에 있는바, 아직 전투를 이어갈 의지가 있다는 뜻이었다.

“……설마, 계속 싸우려는 걸까요? 그게 아니면 상황 파악이 덜 된 게 아닐까요?”

일순간, 에드워드 우즈는 스틸레인의 무덤덤한 얼굴이 떠올랐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담겨 있는, 그 특유의 무표정…….

‘설마…… 또 무슨 수가 있는 건가?’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기분 탓이야. 저걸 뚫은 방법은 없다.’

그때, 부관이 끼어들었다

"보스, 스틸레인이 이미 공격을 시도 중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조종하는 금속들이 어시딕 필드 안으로 쏘아지고 있었다.

쉬—쉬—쉬—쉬——!

하지만…….

치이이이——!

몇 미터 날아가지 못하고 표면에 기포가 발생하더니, 이내 완전히 녹아서 사라져버렸다. 꽤 괜찮은 마법 금속조차도 여름 햇볕 아래 고드름처럼 녹여버리는 광경에 모두가 기겁했다.

그 대목에서 에드워드 우즈는 확신했다.

'역시, 저걸 뚫은 방법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뭐— 좀 아쉬워서 뭔가 해보고 싶은 모양인데, 아마 곧 포기할 테지......."

그는 그냥 돌아서려다가,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이 타이밍에 스틸레인한테 공개적으로 한 마디 던져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스틸레인에게 마나 교신이 왔던 게 떠올랐다.

그때 그가 내뱉었던 말들…… 제삼자가 듣기에는 꽤 멋졌던 말들이었다.

그리고 그의 자존심을 벅벅 긁었던 말들이었다.

"부관, 스틸레인한테 마나 교신 걸어주세요.”

“예?”

"지금 바로 부탁드립니다. 급히 할 말이 있습니다.”

"아, 네!"

그는 부관에게 마나 메신저를 건네 받았다.

"아, 스틸레인, 들리십니까?”

- 예, DS, 잘 들립니다.

찝찝하게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하기만 했다.

"보시다시피 이 일대가 고유 권역으로 변했습니다. 놈은, 그 안에서 회복 중이고요.”

- 고유 권역이라…… 그렇군요.

“예, 드래곤의 권능인데 절대로 못 뚫습니다. 저 안에서 호흡하면, 폐가 다 녹을 겁니다."

- .......

"저놈도 배리어 회복에 나선 듯하니까, 일단 빠져서 공략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가 직전에 보여준 활약 덕분에 그의 말에는 엄청난 권위가 실려 있었다.

그런데…….

- 예, 저도 여기에서 공략 방법을 고민하려고 합니다.

그 대답에 에드워드 우즈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지금, 그러니까, 거기에서 그렇게 가만히 서서 방법을 찾겠다는 말씀입니까? 드래곤이 곧 회복해서 공격해올지 모르는데, 허— 그 렇게 빨리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 예.

단 한 음절, 짧고 확실한 대답이었다.

“스틸레인, 부디…… 이제는 인정하셔야 합니다. 저 드래곤 공략은 저에게 맡기시죠.”

이 대화 과정 역시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있었다.

이에 각종 방송을 본 전 세계 사람들이 스틸레인을 걱정하거나 비방하기 시작했으며 <킬 더 몬스터>의 두 MC 역시 이현욱의 반응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가웃거렸다.

- 음…… 경쟁 과열일까요, 상황이 영 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죠?

- 스틸레인이 앞서서 드래곤 슬레이어의 활약을 보고 경쟁심이 발동한 것 같습니다.

그때, 에드워드 우즈가 길게 탄식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방금 시도하셨다시피, 저 어시딕 필드는 아다만트조차 녹여버리는 수준입니다!”

- 그렇죠. 하지만…… 안 녹는 금속이 하나 있죠.

안 녹는 금속이라니, 그런 게 당연히 있긴 있었다.

“……오리할콘 말씀하시는 겁니까?”

최상위의 마법 금속이자, 가장 강력한 마법 저항력을 품은 재료 아이템…….

그 금속은 자체적인 마법 장벽을 두르고 있어서 웬만한 공격에 상하지 않는다.

- 예, 맞습니다.

그 대답에 에드워드 우즈는 답답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많은 이들이 그와 같은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저 괴물이 회복하기 전에 치명상을 줄 만큼 많은 양의 오리할콘 무기는, 그건, 전 세계에서 끌어모아도 모자랍니다! 스틸레인, 이제 그만하시고 저와 같이 다음을 기약하죠!”

경쟁 상대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하며,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미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현욱은 대답이 없었다. 그쪽을 바라보니, 그는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그가 바라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라퓨타’였다.

‘설마, 저 안에 또 뭐가 있는 건가?’

에드워드 우즈는 괜스레 심장이 덜컥했다. 왠지 모르게 그럴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패턴이 하나 같이 그러하지 않았던가?

“……어? 저게 뭐죠? 저기 이상한 게 서 있어요!”

에드워드 워즈의 등 뒤에서 누군가 그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라퓨타의 좌측 난간, 그곳에 웬 키 큰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아니, 사람이 아니야.’

왜냐하면, 사람이 그렇게 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키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금속 거인이었다.

"뭐야…… 설마 그때 그 아이언 골렘인가?”

이현욱은 이미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을 한 차례 선보인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라퓨타의 난간에서 점프하여 히드라를 내리찍었었다.

“어, 아닙니다! 그 엄청 큰 골렘도 저기, 옆에 있습니다!”

이내 15m 정도로 보이는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도 모습을 드러냈다.

에드워드 우즈는 고개를 갸웃하며 마나 메신저를 들어 올렸다.

"스틸레인, 뭘 하려는 건지 몰라도 저것들도 결국 어시딕 필드 안에 들어가면 녹습니다!”

그러나 그의 경고를 무시하듯, 그 두 금속 거인이 라퓨타 난간을 박차고 뛰어내렸다.

“—어! 떨어진다!”

그것도 배리어를 회복하고 있는 아지 다하카의 바로 위로, 정확하게—

그러나 놈은 그걸 감지하고, 힐링 필드를 제거한 뒤 날아올랐다.

"흠, 무게로 한 번이라도 짓누르려고 한 모양인데, 실패다.”

에드워드 우즈가 그렇게 회의적으로 진단한 그 순간—

우르르르——!

라퓨타 주변에 떠돌고 있던 먹구름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건—!”

이미 수차례 이현욱이 선보였던 묠니르의 스킬 ‘뇌신의 분노’였다.

지금 그걸 사용하는 건 이현욱이 아니라 박준모였다.

파—자—자—자—자—!

수백 발의 뇌격이 장대비처럼 쏟아지며 아지 다하카의 온몸을 내리꽂혔다.

마치 빛의 사슬에 뒤엉켜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장대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방전도 되지 않고, 계속해서 아지 다하카의 몸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하! 이딴 조잡한 공격으로 짐을 어쩔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리 유효한 데미지는 입히지 못한 듯했다.

그래도 감전이 되긴 됐기에, 반응속도가 다소 느려진 게 눈에 띄었다.

즉, 두 강철 거인이 고속 낙하며, 자신의 등 뒤를 덮치는 걸 피해내지 못했다.

콰—앙——!

분명 하늘에 떠 있는 존재를 내리친 건데,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하며 지축이 뒤흔들렸다.

「큭——!」

아지 다하카는 두 금속 거인과 뒤엉킨 채 바닥으로 추락했다.

콰—아—앙——!

수천 톤짜리 두 금속 거인이 찍어 누르자, 제아무리 드래곤이라도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라퓨타에서부터, 밧줄처럼 보이는 3가닥의 선이 지상을 향해 풀리기 시작했다.

촤르르르——

'좋아, 됐다.’

이현욱은 그 3가닥의 실선들—세계수의 갈고리를 감지했다.

‘무려 세계수의 넝쿨와 오리할콘 코팅된 갈고리, 어시딕 필드 안에서도 버틸 수 있다.’

까—앙——!

그때, 요란한 굉음과 함께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의 한쪽 팔이 날아갔다.

‘역시, 저 녀석은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앞서서 네크로맨서의 ‘레드 드레이크 스켈레톤’한테도 당했었으니…… 그리고 어시딕 존 안에 들어간 이상, 아무리 큰 금속 덩어리라도 점점 부피가 줄어들며, 빈약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오리할콘 거인, 탈로스는 그 압도적인 격에 맞게 아주 잘 버텨내고 있었다.

그사이에, 이현욱은 수십 개의 갈고리를 조종해서 아지 다하카의 몸을 칭칭 휘감았다.

「으으으으——!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놈이 몸을 뒤흔들자 처음 휘감긴 몇 개의 세계수의 넝쿨이 텅—하고 뜯어졌다.

하지만 두 금속 거인이 온몸을 써서 각각 머리와 꼬리를 찍어 누른 상태로, 이현욱이 집중을 발휘해서 재빨리 칭칭 묶어버리자, 견더낼 수 있는 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즉, 포박에 성공했다.

‘됐다! 이제 놈을 어시딕 존 밖으로 끌어내면 된다!’

「크어어어——!」

그런데 70m에 달하는 괴물을 포박했다고 한들, 어떻게 1km 밖으로 끌고 나간단 말인가?

카우보이가 코디액 곰을 밧줄로 묶었다고 해서 농장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됐다! 지금이야, 상승해!”

그 방법은, 이현욱이 소리치는 순간 드러났다.

우우우우——!

드높은 하늘에 떠 있는 공중도시, 라퓨타가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세계수의 갈고리의 끝은 여전히 라퓨타에 연결된 상태였다.

「감히 짐에게 이런 굴욕을 주다니, 멸족시켜버리겠도다——!」

아지 다아카가 악다구니를 내뱉으며 온갖 마법이 사방으로 뿜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려 ‘세계수의 갈고리’를 뜯어내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으으으으——!」

그 거대한 블랙 드래곤이, 마치 거미줄에 엉킨 한 마리 새처럼 비루해 보였다.

조금 더 비하하자면, 마치 인형 뽑기에 잡힌 악어 인형 같은 모양새였다.

한편,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에드워드 우즈는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젠장, 허리케인! 지금 나를 저쪽으로 날려 보내줄 수 있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내가 저 드래곤의 심장에 이 창을 박아 넣을 기회야!”

그는 자신의 창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코도 코시로는 고개를 내저었다.

“안 돼! 잘못하면 저 산성 지역에 떨어질 수 있단 말이야!”

조금 전, 자신의 권능이 한순간에 무효로 돌아간 걸 경험했던 코도 코시로였다.

"하지만…… 저 사람한테는 저 드래곤을 끝장낼 힘이 없어……."

스틸레인은 블랙 드래곤을 제대로 속박했다. 그건 실로 놀라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화력만으로는 드래곤을 죽일 방법이 없을 것이었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저 드래곤을 죽일 기회가 다시 안 올 수도 있어! 젠장, 역시 경쟁이고 뭐고 협력했어야 해! 그러면 이런 중요한 순간에 합을 맞춰서 빨리 끝낼 텐데…… 여기에서 실패하면 엄청나게 많은 희생을 담보로 하는, 긴 전투를 치러야 한단 말이야……."

지금 이 순간의 대사가 비장하게 그려지길 바라며,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의도는 어느 정도 먹혔고, 방송 진행자들도 한목소리로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 DS의 말대로 희생을 최소화하고 공략을 마칠 순간으로 보입니다!

- 예! 맞습니다! 젠장, 경쟁을 떠나서 이 재앙을 조속히 막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때…….

쿵——!

갑자기 지축이 뒤흔들리는 터에, 일대의 플레이어들이 중심을 잃고 뒤뚱거렸다.

“악!”

"뭐, 뭐야!”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웬 큰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건…….

「(*^^)/실례하겠습니다!」

26.5m에 달하는 오리할콘 거인, 탈로스였다.

녀석은 그 금속 거인의 얼굴에조차 이상한 이모티콘을 띄우며 손을 흔들었댔다.

진한 반가움이 담겨 있었으나, 플레이어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헉— 이게 갑자기 여기에 왜……."

"저건 또 정체가 뭐야? 몬스터야?”

“스틸레인의 권속 같은데……."

그때, 에드워드 우즈가 쥐고 있던 마나 메신저에서 목소리가 들려 나왔다.

- 칙— DS, 후폭풍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무, 무슨 후폭풍 말입니까?”

콰—앙——!

그때 또 한 번의 충격, 이번에는 모글레이 한 자루가 탈로스의 바로 앞에 내리박혔다.

그리고 그 모글레이는 저절로 상승하더니 꽤 높은 허공에 우뚝 섰다.

이어서—

쉬—쉬—쉬—쉬——

하늘에서부터 엄청난 양의 금속 무기들이 마구잡이로 날아들었다.

그것들은 한 지점에서 '융해’되고는,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뭘 만드는 것 같은데?”

그래, 아주 긴 강철 장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부분이 하늘에 떠 올라 있던 모글레이의 손잡이 부분에 뒤엉키는 게 아닌가?

"저거 설마…… 창이야,

그건 거대한 창이었다.

인간은 쥘 수조차 없는, 약 40m짜리의 창…….

그것도 촉 부분이 무려 ‘모글레이’로 이루어진 창이었다.

쿵— 쿵—

그리고 26.5m의 오리할콘 거인이, 그것을 움켜쥐었다.

‘잠깐만, 저건…….'

에드워드 우즈는 별안간 어떤 기시감을 느꼈다.

저 모글레이에서 어렴풋하게 어떤 익숙한 감각…….

‘……마, 말도 안 돼! 저건 드래곤 슬레이어잖아!’

그 순간, 오리할콘 거인이 창 던지기 선수 같은 자세를 취했다.

쩌저저저——

거대한 두 발이 내리밟은 바닥 면이 콰드드—— 소리와 함께 깊게 패고,

끼기기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매끄럽게 뻗어 나간 금속 사지가, 마치 공업용 용수철처럼 늘어난다.

"어……."

그렇게 뒤로 젖혀진 몸이 앞으로 퉁겨지듯 움직이며 그 거창을 내던지는 순간—

콰—아—앙——!

스틸레인이 경고한 후폭풍이 일어나며, 플레이어들의 몸이 붕 떠올라 뒤로 나동그라졌다.

40m의 거창이, 소닉붐을 일으키며 공간을 양단— 드래곤의 숨통을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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