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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43화 (143/221)

143화.  < 수원, 블랙 드래곤 사냥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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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도심에 5개의 게이트가 열리며 몬스터 군단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거대한 코끼리의 등에 얹힌 북, 그 울림이 텅 빈 도심을 헤집으며 멀리 퍼져나간다.

조로아스터교의 최고 악신인 ‘앙그라 마이뉴’ 그의 이름을 내건 어둠의 군단…… 그리고 그 대열의 최종 악장에 등장할 보스 몬스터가 바로 ‘아지 다하카’라는 블랙 드래곤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수십 대의 드론 카메라가 그 장면을 찍어서 전 세계로 실어나르고 있었다.

한편, 슬레이어즈 공식 채널 다음으로 많은 시청자가 모인 곳은 <킬 더 몬스터>였다.

- 마침내 드래곤 게이트가 열렸다는 소식—그것도 무려 5중 게이트랍니다!

- 지금까지 5중 게이트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역시나 드래곤은 엄청나네요.

- 그리고 1차 분출에서 첫 번째로 등장한 몬스터가 무려 트윈 헤드 오우거라니요!

- 예, 이거 좋지 않습니다. 절대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되리라고 예상해봅니다.

그때, 일대를 원경으로 조명하던 마법 드론 카메라에 특이한 점이 하나 포착되었다.

이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현장의 카메라 감독이 그 지점을 포커싱하라고 지시했다.

윙—

줌인한 결과 그건.......

- 어, 저기 보십시오! 누군가 하늘에 떠 있습니다!

한 남자가, 공중에 뜬 채 앙그라 마이뉴의 군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스틸레인—! 그가 나타났습니다!

- 굉장히 빠른 등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어떻게 이렇게 즉각 대응한 거죠?

세계의 이목이 쏠린 대국(大局)에 스틸레인이 첫수를 올린 것이었다.

- 자, 첫 번째 쟁점은 누가 먼저 드래곤 게이트 발생을 포착해서, 대응하는가 아니겠습니까?

MC가 운을 띄우자 오늘의 객원 해설인 타이론 톰슨은 고개를 내저었다.

- 글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는데, 의외로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는 미국 플레이어 랭킹 5위이자 북미 최강 길드 <알파라인>길드의 공략전략실장이었다. 즉,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플레이어계 최고의 고견이라고 평가받고 있었다.

- 오, 그렇습니까? 다른 전문가들과는 다른 이례적인 의견인데, 그 이유가 뭘까요?

- 드래곤이 첫 번째 ‘분출’부터 나오진 않을 테니, 선제공격은 체력 낭비가 될 겁니다.

- 아! 그러니까 먼저 치더라도 진짜 목표인 드래곤 살해와는 상관이 없다는 건가요?

- 예, 오히려 먼저 치는 쪽이 드래곤이 나오기 전에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스틸레인일지라도 해도 저 많은 병력을 빠르게 해치울 수는 없고 결국 낭비를 치르겠죠.

하지만…….

- 어, 저, 저건 또 뭐죠?

하늘, 먹구름을 뚫고 라퓨타가 등장하는 순간, 그 모든 예측과 의견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 .......

이 순간을 조명하고 있는 모든 방송사의 출연진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을 뿐…….

- 세, 세상에, 또 무슨 일이…… 톰슨, 이게 무슨 상황인지 예상이 가십니까?

MC의 물음에 타이론 톰슨이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리고 고개를 내저었다.

- 후……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역시나 스틸레인,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을 꺼내 드네요.

여전히 진중한 그의 목소리가 옅게 떨리고 있었다.

그 안에는 묘한 흥분감이 담겨 있었다.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조차 전율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 그렇다면 라퓨타의 출현이 엄청난 이변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상하시는 겁니까?

- 저 거대한 공중도시를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가 아는 것 이상의 화력을 발휘할 겁니다.

이현욱의 화력을 결정짓는 요인은 총 3가지로 나뉜다.

첫째, 일시에 움직일 수 금속의 숫자, 즉 ‘양’이다.

둘째, 그 금속 자체의 기능성 수준, 즉 ‘질’이다.

셋째, 금속을 보관하고 공급할 수 있는 방식, 즉 ‘보급’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건 단연 세 번째, 보급이었다.

그런 면에서 광역 마법인 링크—포탈을 이용한 강철비나 공중투하장치가 유용했다. 저절로 떨어지는 힘인 ‘중력’을 이용한다면, 한 번에 운용할 수 있는 금속량이 대폭 늘어난다.

그렇기에 그는 공중투하장치를 계량하고 워 박스 같은 걸 제작하는 데 비용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라퓨타는,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재현할 수 없는 최고의 공중투하장치다.’

이현욱은 먹구름을 찢으며 내려오는 라퓨타를, 그 안의 금속들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그 주변으로 강철 함대가 전개하며 라퓨타를 완전히 둘러쌌다.

그때, 탈로스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마스터, 모든 무기 스탠바이 완료입 니다!」

“그래, 대기 해.”

지금까지는 라퓨타 자체가 보호 대상이었기에 서울역 상공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적이 라퓨타를 노리지 않으며 서울 인접 거리에서 전투가 발생한다면.......

'……라퓨타는 최고의 무기가 된다.’

사실상 하늘에 떠 있는 항공모함 전단이나 다름없는, 아니, 그 이상의 폭장량을 품고 있다.

그어어어——!

머리 위로 라퓨타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자, 앙그라 마이뉴 군단이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공성 병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꽤 체계적인 움직임이다.

"그래 봤자 내 공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면……."

이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몬스터들이 강철비라는 존재를 알 턱이 없었다.

“……좀 많이 맞으면서 배워야 할 거다.”

피이이이——!

그 시작은 저고도에서 출발하여 하늘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3개의 섬광, 모글레이였다.

흔히 ‘신의 지팡이’라고 알려진 질량 투하 병기는 사실 같은 무게 TNT 정도의 위력에 불과하다. 즉, 단일 지점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나, 거대한 면적을 초토화하는 건 어렵다.

그리고 지면을 박살 내서 크레이터를 만들어도, 그 범위 안의 몬스터가 죽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단순한 충격파만으로는 고위 몬스터의 ‘배리어’를 깰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단 하나의 표적, 트윈 헤드 오우거라면 확실한 성능을 발휘할 것이었다.

- 악신의 광신도 트윈 헤드 오우거 (LV:109)

그 거대한 보스 몬스터는 먹구름을 꿰뚫고 내리꽂히는 섬광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저런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이렇다 할 대응이 떠오르지 않았고, 행동이 굼떠졌다. 뒤늦게라도 위기감을 느끼고 몸을 움직였으나, 모글레이의 추락 속도보다 빠를 순 없었다.

쾅——! 쾅——! 쾅——!

3개의 모글레이가 3마리의 트윈 헤드 오우거를 꿰뚫으며 일대의 지축이 뒤흔들렸다.

콰—가—가—가——!

아스팔트 도로가 융단처럼 출렁이며 치솟아 자갈이 되어 흩어졌고, 양옆의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 충격에 족히 5층 건물만 한 코끼리 몬스터조차 무릎을 꿇고 엎어졌다.

첫 번째 공세에 앙그라 마이뉴의 군단의 대형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지금부터, 모든 화력을 전개한다.”

- 칙—전 함대, 침략자들에게 불벼락을 선사한다.

귓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라퓨타의 겉면의 마법 회로가 빛을 발했다.

웅——

직후, 라퓨타의 하단부가 개방됐다.

그리고 그 안에서부터 검은 점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뒤이어서 강철 함대 전체에서도 같은 작업이 이루어졌다.

휘—이—이—이——!

그건 길쭉한 원통형의 금속 덩어리였다.

수백, 수천…… 멀리에서 본다면 까마귀 떼의 하강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휘—이—이—이——!

그것들이 어느 정도 지면에 가까워졌을 때, 이현욱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는 마구잡이로 떨어지던 금속 원통들을 넓은 범위로 흐트러뜨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앙그라 마이뉴 군단의 머리 위로 골고루 배치했다.

그리고 조금 더 낙하했을 때—

‘파쇄—’

까—가—가—가—강——!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원통이 찌그러진다. 그것들의 ‘포장지’ 벗겨낸 것이었다.

하나의 원통 안에서 수십 개의 붉은색 쇠 구슬이 터져 나오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저게 진짜다.’

그건 강화도에 심어두어서 블랙 오크 군단의 발아래에서 터뜨렸던 ‘파이어 트랩’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파이어 트랩(고급)

- 효과 : 주의! 중심부에 큰 충격을 가할 시 ‘화염 폭발’을 일으킵니다.

같은 아이템일지라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따라서 전혀 다른 무기가 된다.

‘이번에는 폭격용 고폭탄으로 개조했다.’

즉, 구태여 바닥에 심지 않더라도 기습적으로 놀라운 위력을 선사할 수 있게 되었다.

쉽게 말해서 ‘융단폭격’이었다.

퍼—버—버—버—버—버——!

이계의 손님을 반기는 환영의 팡파르가 격하게 울리며, 온 세상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

에드워드 우즈를 비롯한 슬레이어즈의 간부들은 수송기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한발 늦었지만, 그뿐이다. 결국은 내가 따라잡는다.’

그래, 겨우 한 발자국 늦었을 뿐이다. 지금 이 상황은 결과와는 아무 상관 없다.

에드워드 우즈는 여전히 침착했고 그에 따라 주변인들도 평정심을 되찾았다.

숱한 역경을 이겨내온 리더답게, 그의 태도에 따라서 분위기가 결정되곤 했다.

"제 생각에는 드래곤 공략은 단거리 육상이 아니라 철인 3종 경기입니다.”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그렇게 한 마디 슬쩍 던졌고 PD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철인 3종 경기에서 누가 더 스타트가 빠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죠?”

"그렇습니다. 세 가지 종목을 완전히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수행해야만 합니다.”

철인 3종 경기 우승은 단순히 체력만 좋다고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드래곤 레이드 역시 화력이 있다고 해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모든 순간을 이해하고, 알맞은 전략을 짜고, 정확하게 수행해야만 했다.

"그는…… 화력은 있을지언정, 그다음이 준비되어 있는지, 저는 사실 조금 걱정됩니다. 며칠 전에 스틸레인이 인터뷰에서 공략 방법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지만, 글쎄요……."

그는 여전히, 결국 자신이 승리하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자, 이 대목에서 소개해드리죠. 여러분이 잘 아는 인도의 유명인사 니샤 케이프입니다.”

그가 손짓하자 누군가 카메라 앞으로 나와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지금까지는 기밀이었지만, 저도 슬레이어즈 연합에 참여했습니다.”

그녀는 S등급의 지원 계열 플레이어, 세계 최고의 버퍼 니샤 케이프였다.

그녀의 등장은 작지 않은 이슈가 되며, 인터넷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슬레이즈 연합 측에서 일찌감치 언론사에 뿌려 둔 보도자료의 엠바고가 풀렸다.

대략, 드래곤 슬레이어의 ‘공략 비법’이 하나씩 공개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니샤는, 이번 공략 작전에 정말 큰 일을 해주실 겁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레이드란, 절대로 혼자서…… 막무가내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에드워드 우즈는 그녀가 걸어주는 ‘정신 방벽’으로 ‘드래곤 피어’를 무마할 계획이었다.

즉, 이번 공략에 있어서 그녀의 능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핵심이었다.

‘이 정도 정신 방벽이 없는 한 스틸레인은 드래곤이 등장한 순간부터 무너질 거다.’

그는 런던 드래곤 사태 때를 기억했다.

‘그것을 마주한 순간, 마치 한 마리 토끼가 된 기분이었지…….'

그건, 정신력만으로는 견뎌낼 수 없는, 근원적인 공포였다.

그런데 성체 블랙 드래곤이라면, 훨씬 강력한 드래곤 피어를 발산할 터,

스틸레인은 드래곤 등장 직후 빛을 잃고 퇴장하고 말 운명이었다.

'......스틸레인이 밀리기 시작하고 죽을 위기에 봉착했을 때, 내가 구해낸다.’

제멋대로 막무가내로 날뛰던 라이벌이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하고 등장하는 주인공 꽤 괜찮은 연출이 될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곧 도착합니다!”

이내 텅 빈 8차선 도로 위로 수송기들이 연달아 착륙했다.

그때, 길드원 한 명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보스, 이 이상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쿠—구—구—구—구.......

5중 게이트 일대가 완전히 불바다가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앞서서 이현욱이 경고한 대로,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쾅! 쾅! 쾅! 쾅! 쾅! 쾅!

라퓨타 곳곳에서 튀어나온 캐논이 지면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전함이 무인도를 갈아버릴 기세로 함포를 쏘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무한 동력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공중요새, 그것도 공격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공중요새라니…… 심지어 저 안에는 첨단 마법공학 기술들의 원천이 담겨 있다고 하지 않던가?

꿀꺽—

과연, 그 누가 저걸 탐내지 않을까?

솔직히, 괜스레 스틸레인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슬레이어 연합 측은 한동안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현욱이 경고한 대로 저 전장으로 진입할 수 없으니, 닭 쫓던 개처럼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었다.

"젠장, 저건 아주 일부러 우리 못 오게 하는 거 아니야?”

"그러게 혼자 다 먹겠다는 오만한 심보가 또 발동한 거지?”

그런 불만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자, 에드워드 우즈는 부관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부관이 달려가서 그들을 제지하고 카메라 마이크로부터 멀리 떨어뜨렸다.

생방송에 그런 목소리가 들어가면 품격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 십여 분 뒤, 전장의 국면이 또 한차례 바뀌었다.

"저 보스…… 관측에 따르면, 이미 거의 모든 몬스터가 토벌되었다고 합니다.”

1차 분출에서 등장한 그 엄청난 군세를 스틸레인이 깡그리 쓸어버린 것이었다.

"......."

바로 그때였다.

"어?”

"큭!"

별안간, 다수의 플레이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신음을 내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너, 너도 이거 느껴져?”

"큭,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에드워드 우즈가 급하게 부관을 찾았다.

"부관, 지금 당장 게이트 쪽 실시간 영상 좀 보여주세요!”

아니나 다를까, 5중 게이트 중 오른쪽 끝에 열린 게이트가 확장되고 있었는데.......

콰—아—아—아—아——!

그곳에서 엄청난 풍압이 터져 나오며 일대의 건물들이 모래성처럼 쓸어버렸다.

그와 함께 엄청난 양의 마나가 터져 나오며, 일대의 마나 농도가 대폭 상승했다.

"뭐, 뭐지…… 숨쉬기가 갑자기 더 어려워졌는데?”

마치 깊은 물 속에 들어온 것처럼, 심장을 짓누르는 중압감이 느껴졌다.

그런 당혹감 사이로, 에드워드 우즈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며 입을 열었다.

“……그것, 여러분이 느끼고 있는 게 바로 드래곤의 권능입니다.”

드래곤, 그 이름이 마침내 등장했다.

"허…… 이 상태로 도대체 어떻게 싸워야 하죠?”

"그러게요! 이렇게는 제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여기저기에서 날아드는 물음, 그건 계획된 대사 즉, 연출이었다.

그리고 에드워드 우즈가 싱긋 웃으며 역시나 예정된 대답을 했다.

"그건, 제가 다 준비해 뒀......."

하지만 그의 말은 이번에도 끊기고 말았다.

쾅!

근처의 고층 빌딩이 한 채가 무언가로 얻어맞은 듯 박살 났다.

그 파편이 플레이어들을 향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젠장, 갑자기 뭐야!”

"머리 위 조심해!”

그렇게 상층부가 날아간 빌딩 너머로 웬 거대한 검은 형상이 얼핏 보였다.

그건, 피막의 날개였다.

훙—— 훙——

그것의 날갯짓마다 반쯤 으스러졌던 빌딩이 마치 갈려 나가듯 조금씩 더 낮아졌다.

이내, 그것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드높은 하늘에 두 개의 붉은 안광이 맺혔다.

검은 먹구름과 희뿌연 먼지가 배경이 되어, 흡사 우주에 떠오른 두 개의 초신성 같았다.

"헉—”

한편으로는 얼핏 보면 거대한 루비 보석과 같은 영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담긴 형언할 수 없는 격을 체감하고, 본능적인 공포에 빠지게 된다.

결국, 저도 모르게 시선을 낮추게 되면 그제야 그 존재의 우아한 몸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아름답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매끈하고 단단한 비늘의 몸……. 머리부터 꼬리까지 70m이며, 날개를 펼치면 그보다 3배는 더 클 것이었다.

모든 부분이, 위압감과 공포감이라는 이름의 재료로 조각된 거대한 존재.......

고—오—오—오——

마침내 블랙 드래곤, 아지 다하카가 등장한 것이다.

그것이, 지상을 굽어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약한 인간들…… 짐은, 너희를 한 줌 재로 만들기로 다짐했다.」

그 목소리는 음성이 아니었다. 그렇게 들린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인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크—아—아—아——!

그 존재가 포효하는 순간—

"억, 컥— 헉—”

"으, 으으으......."

"끄아아아——”

여기저기에서 신음과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들의 눈에는 경고성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 주의! 드래곤 피어에 노출되었습니다.

* 감당할 수 없는 공포심을 느끼게 됩니다.

* 모든 능력이 대폭 감소합니 다. (-40%)

포효와 함께 발현된 드래곤 피어에 노출되며, 피어에 빠진 것이었다.

바로 그때, 에드워드 우즈의 준비된 카드—니샤 케이프가 움직였다.

탁—

그녀가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치며 어떤 주문을 외웠다.

고—오—오—오—오——

그러자 플레이어들의 머리 위에 황금색 방패 기호가 떠올랐다.

드래곤 피어를 견더낼 수 있는 ‘정신 방벽’ 마법을 걸어준 것이었다.

"허......."

이내 피어를 이겨낸 플레이어들이 탄식을 내뱉으며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에드워드 우즈 쪽을 바라보았다.

"......."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고히 서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그 칭호 덕에 유지할 수 있는 반듯한 자세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한 가운데, 그가 창을 움켜쥐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 스틸레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나설 차례입니다!"

이어서 붉은 창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며 가장 극적인 전진을 명하려는 순간—

“저, 저…… DS, 상황이 조금……."

이번에도, 극적인 순간에 맥을 끊는 NG가 발생했다.

에드워드 우즈의 눈썹이 격하게 꿈틀거렸다.

그런데 이번에 NG를 낸 건 다름 아닌 PD였다.

"그게…… 이것 좀 보시죠.”

그는 넋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에드워드 우즈에게 태블릿PC를 내밀었다.

"......."

그 화면을 확인한 에드워드 우즈는 고개를 돌려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하늘, 아지 다하카의 건너편, 그곳에 여전히 하나의 점이 떠올라 있었다.

"스틸레인……."

에드워즈 우즈의 말대로라면, 그는 드래곤 피어에 절은 채 공포에 떨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하늘에 고고히 뜬 채, 블랙 드래곤을 마주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 자루의 모글레이가 그의 옆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왼손이 앞으로 뻗었고 그 검이 천천히 수평으로 누우며, 블랙 드래곤을 겨누었다.

절대적인 존재, 블랙 드래곤을 마주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맞서려는 기세가 느껴졌다,

그렇다는 건 그도 드래곤 피어를 예측하고 대응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말이다.

“……왜, 스틸레인은 저렇게 멀쩡한 거죠? 설마, 공략 방법을 다 알고 있는 걸까요?"

PD가 방송은 잊은 듯 저도 모르게 물었다.

"......."

그게 잘못된 질문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그게……."

“PD님, 그냥, 방송 그만합시다.”

에드워드 우즈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이었으나, 그 목소리는 왠지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블랙 드래곤이 아니라, 스틸레인 쪽을 향하고 있었다.

“……네?”

"방송, 여기까지 하자고요.”

"그, 그건……."

"어서, 방송 끕시다.”

"이제부터는 정말 제대로 해야겠습니다.”

결국, 슬레이즈의 공식 방송 채널은 중도 종료되었다.

그 직후, 에드워즈 우드는 자신의 팀원들을 불러모았다.

"스틸레인이 가지고 있다는 공략 방법, 어떻게 된 건진 몰라도 유효하다.”

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가워져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스틸레인에게는 결정적인 무기가 없다.”

어느 정도까지 공략을 준비했는지는 몰라도, 절대로 준비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붉은 창을 빼 들었다.

그건 런던의 레드 드래곤 아성체의 숨통을 끊었던, 바로 그 창이었다.

“……나에게 드래곤 슬레이어의 칭호와 무기가 있는 한,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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