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40화 (140/221)

140화.  < 재앙 예언, 사냥 준비 - 2 >

================================

라퓨타의 에드 온인 ‘거신병 연구소’는 유사시 비공정 모드로 운용이 가능한 구조물이었다.

그래서 블랙 오크 군단이 모종의 계기로 노획한 뒤 비공정으로 사용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마도 상하이 블랙 오크 왕국에 드워프가 등장하면서 이 비공정을 끌고 나온 걸 거다.’

어떤 드워프 종족이 재수 없게도 그 땅에 게이트를 열고 나타났다고 들었다.

그리고 설정상 드워프 종족은 노움의 유품을 소지한 채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지금은 그 형태가 ‘에드 온 모드’로 변해서 이제는 비공정이라기보다 건물처럼 느껴졌는데, 지상에서 올려다본다면 하나의 큰 원 옆에 작은 원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거신병 연구소는 2층의 원반형 구조이며 가장 넓은 면의 지름은 23m입니다.」

등 뒤, 허공에 탈로스의 ‘스피커’가 허공에 둥둥 뜬 채 따라오고 있었다.

녀석은 시설 전반을 관제할 수 있는 만큼, 순식간에 시설을 스캔한 뒤 보고했다.

직후, 이현욱이 건물 안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사방에서 환한 불빛이 커졌다.

웅——

- 3번 에드 온 ‘거신병 연구소’에 입장하셨습니다.

「1층은 격납고, 2층은 연구실입니다.」

마치 우주선 안에 들어온 것처럼 긴 복도가 펼쳐졌고 좌우로 큰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1층 격납고는 말 그대로 거신병을 보관해두는 장소인 듯했는데, 현재는 텅 빈 상태였다.

그 대신 블랙 오크들의 흔적으로 보이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너저분하게 굴러다녔다.

아직 청소가 안 되었기 때문에 돼지우리에 들어온 것만 같은 역한 악취가 풍겼다.

"설마, 그 자식들이 이 시설을 망치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블랙 오크가 오랜시간 점거했지만, 시설 전체에 손상된 흔적은 거의 없습니다.」

하긴, 노움의 최첨단 시설이 그렇게 쉽게 망가뜨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잡동사니 사이에 거신병의 부품으로 보이는 것들도 굴러다녔는데…….

「앗! 저건 제가 애용하는 몸과 비슷하게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 탈로스가 현재 전투용으로 사용 중인 ‘청동 파수꾼’과 같은 모델으로 보였다.

‘여기에서 청동 파수꾼 같은 전투 기계들이 만들어지는 거다.’

즉, 이 시설에서는 청동 파수꾼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마기계 병단, 그걸 만들어낼 기회가, 마침내 손에 들어온 것이었다.

이현욱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음…… 여기는 왜 잠겨 있지?”

가장 안쪽에 있는 가장 큰 문인 ‘0번’ 문 앞에 푸른색의 자물쇠 아이콘이 떠 있었다.

"여기가 유독 크고…… 심지어 마법 방어막까지 처져 있잖아?”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0번 이글루 : 보관 중]

"탈로스, 이 안에는 뭐가 있나 본데, 확인할 수 있나?”

「현재 보안 상태라서 저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직접 열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마음대로 열 수 없겠지……."

블랙 오크 놈들이 이 비공정을 소유한 시간이 짧지 않았음에도 이 문만은 끝내 뜯지 못한 듯했다. 새삼스럽지만, 노움이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현욱이 문으로 다가가서 손을 얹었고, 문에 새겨진 마법 회로가 파랗게 빛을 냈다.

푸쉬——

이내 문 안쪽에서부터 압력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 완전히 열린 문 안에는…….

고오오오——

엄청난 크기의 검속 거인이, 웅크려 있었다.

어둠 속, 검푸른 빛깔의 매끈한 금속 몸뚱이가 빛을 받으며 번뜩였다.

그 어떤 장식도 작은 도드라짐조차 없는 다소 밋밋한 디자인…….

하지만 그렇기에 훨씬 고풍스러우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묘한 아우라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저건…….'

이현욱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 거대한 외양에 압도된 게 아니었다.

전생에 이 거인을 마주쳤던 무시무시한 순간이 조건 반사처럼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와 반대로, 탈로스는 보물이라도 발견한 양 신이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Q(°0°)Q 오오오오——저, 저게 여기에 있을 줄은 저도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렇게 ‘스피커’의 화면상에 놀라는 이모티콘을 띄우더니, 빙글빙글 돌아댔다.

이 녀석의 격한 반응이 증명하듯, 저 거인은 바로…… 탈로스의 본체였다.

‘저걸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한 걸 보면, 그때의 기억이 강렬하긴 했나 보군…….'

전생, 가디언의 멤버들이 라퓨타에 침투했을 때 마주했던 파수꾼…….

무려 26.5m의 오리할콘 거인이 날뛰었던 순간을, 이현욱은 기억했다.

‘그 한태산조차 저 거인의 발길을 맞고, 라퓨타 밖으로 날아가 버렸었다.’

이현욱 역시 한 마리가 개미가 된 듯, 그 발길질을 피해서 정신없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리할콘을 구성된 만큼, 말도 안 되는 마법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백 발의 마법을 폭격처럼 퍼부어대더라도 긁힘 자국 하나 낼 수 없을 정도였다.

‘적일 때는 최악의 상대였지만, 이제는 내 소유란 말이지…….'

한편, 탈로스 녀석은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며, 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 마스터 이게 바로 제가 전투 시에 사용하던, 제 진짜 몸입니다!」

지금까지의 탈로스는 '비전투 모드’였다. 물론 청동 파수꾼을 해킹해서 이용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궁여지책일 뿐, 진짜로 이 녀석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게 필요했다.

"지금, 저걸 컨트롤 할 수 있어?”

「그게…… 너무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어서 동기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내 오리할콘 거인의 머리 위로 파지지—— 스파크가 일어났다. 아마도 탈로스가 무언가를 시도한 모양이었는데, 어떤 저항이 있는 건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약 1분여 후…….

웅——

이내, 오리할콘 거인이 머리를 들어 올렸고 파란 안광이 점등했다.

그리고 천장 부근이 열리며 26.5m에 달하는 거인이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 탈로스 ‘전투 모드’ (LV:170)

‘170레벨이라니…….'

이 정도 수준이라면, 앞으로 다가올 드래곤 사냥에서 제대로 한몫해 줄 것이었다.

"어때, 기능상 문제는 없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유랑했을 텐데 아주 멀쩡합니다!」

"그러면, 지금 당장 전투에 참여할 수 있겠어?”

「그런데 제대로 쓰려면 어느 정도는 적응 기간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 비싼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녹여서, 다른 거로 쓰는 것만 못하니까……."

이현욱이 감지하기로는 이 거인의 무게는 무려 1,415t이었고 그중 상당 부분이 오리할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쩌면 시중에 풀려 있는 오리할콘보다 더 많은 양일지라도 몰랐다.

「헉! 여, 열심히 노력해서 제 몫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저 정도 격의 거신병이라면 녹이고 싶어도 녹일 수 없을 테지만 말이다.

***

다음 날, 이현욱은 강원도 산지의 ‘병기창’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앞서서 보고 받기로는 몇 주 내에 병기창 건설이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가 빼곡한 산지였던 곳이 지금은 거대한 군사기지처럼 변했다.

개간된 땅 위, 수십 채의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으며 곳곳에 감시 타워가 솟아 있었다.

그리고 잘 포장된 도로 위로 트럭들이 줄지어 다니며 온갖 자재를 쏟아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 공간 전체에 거대한 ‘마법 방어막’이 펼쳐져 있었다.

워낙 넓은 만큼, 산속에 발생한 몬스터의 습격을 방지한 것이었다.

또한 ‘신기루 마법’을 통해서 외부에서의 관측도 차단해놓기까지 했다.

‘이 공간 밖에서 보면, 여전히 울창한 숲으로 보일 거다.’

이현욱은 인근 산 중턱에 올라서 건설 현장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오늘 작업이 마무리되면 78% 정도 완공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현욱에게 보고하는 이 여자는, 이현욱이 명목상 팀장으로 있는 특수비밀경찰국 <흑조> ‘신도시계획실’의 부팀장인 송윤아로, 병기창 건설의 관리•감독을 맡은 중책이었다.

"지금처럼만 진행된다면, 13일 뒤에 완공식 및 발대식을 진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 완공식 같은 건 안 해도 됩니다. 굳이 요란해서 좋을 건 없죠.”

"그래도 이곳에서 일할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 소소한 행사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가? 이현욱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 공사 현장에서 웬 시퍼런 에너지가 피어났고, 모두가 그곳을 고개를 돌렸다.

이내 한쪽에서 쌓여있던 온갖 건설 자재들이 흡사 자석에 이끌리듯 저절로 떠오르더니…….

철컥—철컥—

마치 레고 조립이 되듯, 서로 맞물리며 한 채의 건물이 완성되는 게 아닌가?

‘역시, 최고 수준의 건축가 계열 플레이어의 능력이다.’

게임 속에서 클릭 한 번으로 건물을 쌓아 올리듯 손쉽게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저렇게 단숨에 건물 한 채 지어주고는 받는 돈이 몇백억이다.

아무리 쿨타임이 240시간이라고 해도, 걸어 다니는 건설 회사라고 불릴 만했다.

'역시 정부의 지원이 있으니까, 모든 게 속전속결이다.’

두두두두——

그때, 서쪽에서부터 AMT 헬리콥터 2대가 날아오더니 간이 헬기 포트 위에 착륙했다.

그곳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우성문 실장과 그 휘하 팀장들이었다.

그들은 이현욱이 있는 곳을 확인하더니, 다소 급한 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 실장…… 요즘 너무 피곤해 보이는 것 같은데?’

아직 정정한 나이였지만, 요즘 따라서 부쩍 늙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일지라도 계속해서 불어 닥치는 재앙의 연속에 적잖은 속앓이를 할 것이었다.

‘나처럼, 미래를 미리 알고 있지 않은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긴 하지…….'

그 누구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직책인 만큼, 혈색이 좋으면 그게 이상했다.

그리고 또 다른 재앙이 예고된 만큼, 혈색이 회복될 겨를조차 없는 듯했다.

“……드래곤, 그것도 성체가 우리나라에 나타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우성문 실장의 첫마디가 그가 이곳에 직접 찾아온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세계수 관리자의 재앙 예견, 그 내용을 이현욱이 일러주었던 것이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이현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땅에 마가 낀 게 아닐지, 무당을 찾아가 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블랙 오크 왕국의 침공을 막으니까 그다음은 블랙 드래곤이라니…….

이 게임에 운영자라는 게 존재한다면, 이 나라에 원한을 품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영국의 드래곤 슬레이어를 불러야 하지 않나, 회의 중이었습니다.

3년 전, 아성체의 레드 드래곤이 런던 시내 등장하여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때, 영국의 플레이어인 에드워드 우즈의 공략팀이 간신히 놈을 사냥했다.

그가 후에 밝히기를, 자신은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드래곤이 찾아오면 잡아서 애완 이구아나처럼 기를 거라는 농담도 했었다.

그때의 임펙트 덕분에 그는 용 계열 몬스터 공략의 자문을 맡아오고 있었고, 만약 드래곤이 나타난다면, 그가 최고의 대적자가 될 것이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드래곤 슬레이어, 그 효과가 있다면 누구보다 훨씬 잘 대응할 테니 말입니다.”

그 말에 이현욱은 고민하는 척하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음…… 제 생각에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언제나 그렇듯, 외부의 힘을 빌리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그대, 이교준 팀장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진짜 신중해야 합니다. 무려 드래곤, 사실상 최종 보스 같은 존재 아닙니까?”

이 세상이 게임으로 변했고 그 형식은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판타지 속에서 드래곤이라는, 절대적인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강인한, 사실상 신에 준하는 생명체…….

드래곤, 그 이름만으로도 모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혹시, 이미 공략 방법을 생각해두신 겁니까?”

그렇게 질문하는 우성문 실장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는 재앙이 불어닥치기 직전, 언제나 이현욱의 표정부터 살폈다.

이번에도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이현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우성문은 묘한 미소를 띠었다.

이현욱이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나는 것들을 잡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땅으로 떨어뜨리는 거죠.”

그레이 드워프의 이주 당시, 그레이 와이번의 날개를 묶어서 손쉽게 제압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살충제로 모기를 떨어뜨렸다고 한들, 독수리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 그레이 와이번과 블랙 드래곤은 그 정도 격차가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드래곤을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훨씬 더 강력한 도구를 이용해서 놈의 날개를 묶으면 된다.’

그는 왼손을 들어 올렸다.

쩌저저저——

강체화된 손바닥에서부터 얇은 금속이 2줄 솟아나더니 서로 배배 꼬였다.

그렇게 탄생한 강삭(鋼索)—와이어가 이현욱의 검지와 중지를 칭칭 묶었다.

"아주 거대한 강철 그물을 만들어서, 드래곤을 잡을 겁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이들의 얼굴에는 묘한 경악이 어렸다.

그리고는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이 그냥 큰 새도 아니고, 그런 방법으로 잡히겠습니까?”

이교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 영국 런던에 등장했던 아성체 드래곤의 크기만 해도 34.2m였다.

그놈의 가벼운 날갯짓만으로 이층 버스가 날아가는 장면이 영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 정도의 힘을 가진 날개를 도대체 어떤 줄로 묶을 수 있단 말인가?

"그건 맞는 말씀이지만, 꽤 튼튼한 재료를 미리 구해놨습니다.”

"우선, 아다만트 100%의 와이어를 잔뜩 짤 생각입니다.”

이현욱이 비밀리에 관리하는 레드홀 마을의 아다만트 광산, 그곳의 일일 채굴량은 근래 들어서 11kg으로 상승한 상태였다. 그걸 이용해서 와이어를 짠다면 꽤 쓸만할 것이었다.

"흠…… 아무리 아다만트라도, 드래곤을 제압할 수 있을지는……."

하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현욱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다만트만으로는 안 될 겁니다.”

"아니, 그럼 어떻게 하실……."

그런데 그때—

우우우우——!

웬 거대한 그림자 머리 위로 드리우며, 강풍이 일었다.

그레이 드워프들의 초대형 비공정 <그레이슬러그>의 등장이었다.

"아, 마침 왔네요.”

“……네?”

"제가 주문한 드래곤 사냥 재료가 도착했습니다.”

<그레이슬러그>의 하단부가 열리며 몇 개의 상자가 리프트에 매달린 채로 내려왔다.

"사장님, 전부 도착했습니다!”

상자와 함께 리프트를 타고 내려온 남자, 이정준이 그렇게 소리쳤다.

이어서 그가 첫 번째 상자를 열어 보였는데, 그 안에 든 건…….

"—세계수의 넝쿨, 총 5.5km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구할 수 없다는, 세계수의 부산물이었다.

그것도 무려 5.5km라니…… 입이 떡 벌어지는 양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이렇게 많은 넝쿨을 대체 어떻게......."

"저 정도 양이면,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지 않나?”

세계수의 관리자, 도널드 해리스는 세상만사에 깐깐하고 배타적인 인물로 유명했다.

온갖 대재앙이 불어닥치며 세계 곳곳을 좀 먹더라도, 그는 그 어떤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렇게 과할 정도의 세계수 아이템 제공은, 실로 놀라운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많은 양을 얻어오는 건 국가가 나서서 협상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마, 도널드 해리스가 직접 경고까지 해주고 지원까지 해주기로 한 겁니까?”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계수의 갈고리’를 꺼내 들었다.

"자, 이 세계수의 넝쿨들을, 이제부터 이런 식으로 개조할 겁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세계수의 갈고리 (숙련)

- 효과 : 넝쿨 끝의 ‘갈고리’를 어딘가에 걸고, 마나를 부여하면 신비로운 힘으로 아주 쉽게 끌어당길 수 있습니다.

이 아이템을 쓰는 장면은 이미 몇 차례 공개된 바 있었다.

"아! 한태산 씨가 이걸로 거대화한 수막트의 한쪽 팔을 묶어서 제압했었죠?”

"하지만 그 한태산이 기껏해야 한쪽 팔을 묶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까?”

가장 힘이 센 플레이어인 한태산조차도 고작해야 수막트의 한쪽 팔을 묶는 데 그쳤었다.

그것도 토르의 허리띠인 '메긴기요르드’를 차서 2배의 힘을 얻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그보다 강한 블랙 드래곤을 제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흠…… 전사 계열 플레이어들이 몇십 명이 매달려도…… 그게 될까요?”

그러한 의문에, 이번에도 이현욱이 해답을 제시했다.

"제 부하 중에서 힘 좀 쓰는 녀석이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올리며 누군가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그레이슬러그 안에서부터 또 다른 리프트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위에 타 있는 건…… 사람 형상, 그러니까 거인처럼 보였다.

쿵——!

그걸 아주 천천히 내려놓았음에도, 땅이 움푹 파이며 먼지가 피어났다.

웅——

"응?"

금속 거인, 정확히는 오리할콘으로 만들어진 거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것의 검푸른 표면이 햇빛을 반사하며 마치 통에 담긴 액체처럼 반들거렸다.

그리고 얼굴에 두 개의 안광이 점등하더니…… 갑자기 웬 이모티콘이 떠오른다.

「(^_^) 반갑습니다. 라퓨타 관리자의 인공지능 비서, 탈로스라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이현욱이 꺼내놓은 수는 하나 같이 기상천외하기 짝이 없었다.

"이 친구의 힘으로 세계수의 갈고리를 잡아당기면, 수만 톤도 끌어당길 수 있습니다."

"이건 일부분이고, 아직 시간이 있으니 계속해서 준비해나갈 겁니다.”

이쯤 되자 모두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걱정하고 부정하더라도, 이현욱은 그에 관한 반론을 꺼내 들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결정적인 수가, 내 손에 있다.’

정말로 드래곤을 추락시킬 수 있다고 해도, 놈의 숨통을 끊는 건 다른 문제였다.

‘전생에도 중력 마법사 이성윤이 중력을 역전시켜서 3번이나 추락시켰었지…….'

하지만 끝끝내 데미지가 부족하여 놈이 다시 날아오르게 두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정말 수도 없이 많은 플레이어가 회생되었고, 수원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산성의 땅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드래곤을 죽일 때 가장 필요한 건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힘이었다.

이미 한 번 ‘드래곤 하트’를 파괴함으로써 드래곤의 권능이 몸에 밴 존재들…….

그리하여 드래곤 특유의 절대적인 ‘배리어’를 무효화하는 힘을 얻게 된다.

현 시점상, 그런 힘을 품은 존재는 에드워드 우즈와 그의 창이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어제부로 하나가 추가됐다.’

그건 바로…….

[아이템 정보]

- 이름 : 모글레이(영웅)

- 효과

1) 질량 해방(1~5):봉인된 ‘질량’를 해방하며, 사용자에게 ‘강골(强骨)’을 부여합니다.

2) 쇼크웨이브 :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킵니다. 이 파괴력은 1번 질량 해방과 비례합니다.

3) 마나 폭검 : 칼날에 ‘태풍의 힘’이 부여되어서 다음 일격에 ‘돌풍’을 일으킵니다.

4) 스페이스 커터 : 아주 예리한 바람의 칼날이 쏘아지며 넓은 면적을 절단합니다.

5) 드래곤 슬레이어 : 드래곤을 살해하는 힘으로써, 드래곤의 권능을 일부 무시합니다.

이현욱이 전생에 사용했던 모글레이…….

수원 상공에서 블랙 드래곤 아지 다하카의 머리를 꿰뚫었던 그 물건,

바로 그 거검이 지금, 이현욱의 손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드래곤 슬레이어’ 기능은 여전히 유효했다.

‘이 모글레이라면, 전생보다 훨씬 쉽게 놈의 머리통을 꿰뚫어버릴 수 있을 거다.’

그는 블랙 드래곤 아지 다하카, 그런 이름의 대어를 낚아 올릴 자신이 있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