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 재앙 예언, 사냥 준비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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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은 프리드웬 안에서 도널스 해리스와 마주 앉아 있었다.
온몸에서 까칠함이 풀풀 풍기는 대머리의 백인 노인…….
이현욱은 전생에도 이 남자를 두어번 정도밖에 못 봤다.
그렇기에 그가 어떤 성격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는 짙은 인간 불신을 품고, 외부와 소통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성녀와 마찬가지로, 세계수 안의 비밀 서재에 틀어박혀서, 일절 외부 출입을 하지 않는다는 은자…… 그가 어떤 왜 이 먼 곳까지 직접 행차한 건진 몰라도, 예삿일이 아닌 듯했다.
그때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담배였는데, 평범한 담배는 아닐 것이었다.
"혹시 실내 금연인가?”
"아, 상관없습니다.”
“자네도 한 대 피우겠나?”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자 세계수의 어린잎으로 만든 거라서 오히려 좋은 버프를 준다고 덧붙였다.
몸에 좋은 담배라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 세계수의 부산물이라면 가능하다.
치이이—
그의 손가락 끝에서 작은 불씨가 일어나서 담배 끝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반대쪽 손에서 워터 볼이 형성되더니, 얼어붙으며 컵이 되었다.
쪼르르—
그 안에 저절로 냉수가 차오른다.
이게 언뜻 봐서는 조금 신기한 마술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4개의 정령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S등급의 정령술사…….'
즉 불•물•땅•바람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그것도 그저 마법 몇 개 부리는 게 아니라, 그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이 이를 수 있으니…… 실로 사기적인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직후, 바람의 정령이 그의 어깨에서 피어나더니, 두 사람의 몸 주변을 회전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아주 빠르게 회전하며 공기의 흐름—소리가 차단됐다. 일종의 사일런스 마법이었다.
그리고는 불필요한 서론 없이,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제 막 전쟁 이벤트가 끝난 시점이지만, 이 땅에 또 빅 이벤트가 닥칠 거라면, 믿겠나?”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예언 같은 말을 했다.
'빅 이벤트?’
하지만 이현욱의 기억상, 당분간은 큰 이벤트랄 게 없었다.
그렇기에 저 말이 진짜인지, 저의가 의심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그 빅 이벤트가 무엇인지 묻기 전에, 어떻게 아느냐는 물음이 먼저 나왔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보통은 그냥 곧이곧대로 믿던데, 자네는 아니군?”
“그렇게 이벤트를 예견하는 것도 세계수의 능력 중 하나인 겁니까?”
도널드 해리스는 냉수를 음미하듯 마신 다음에 슬며시 냉소를 머금었다.
"이거야 원, 내 말을 못 믿겠다는 눈치야. 그렇지?”
"그건 아닙니다만, 최대한 조심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조금 더 자세히 말해주면 되겠나?”
이현욱이 고개를 끄덕였고, 도널드 해리스가 설명을 시작했다.
"열매, 세계수는 주기적으로 다양한 열매를 맺는데, 그중에서 검은색의 열매가 있고, 그걸 삼키면 세계수의 권역 내에 생성될 예정인 이벤트가 보여. 마치 영화 예고편처럼 말이야.”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그 열매를 먹고 차드 공화국에 나타날 게이트 숫자를 예견해왔다.
그리고 때마침 바로 오늘이, 그 열매를 수확하는 날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그걸 삼켰는데, 눈앞에 좀 낯선 풍경이 펼쳐지더군. 아무리 봐도 차드는 아니었고, 찾아보니까 바로 이 땅, 한국이지 뭐야? 아마도 신목 간에 어떤 연결이 있는 듯해.”
"……그래서, 뭘 보셨다는 겁니까?”
“이 나라 어딘가의 도심이 잿빛이 되어서 불타고 그 위로 거대한 날개를 가진 존재가 스쳐 지나가는 장면…… 앞으로 30일 이내에 일어날 일이니까 지금부터 대비해야만 할 거야.”
그는 담배꽁초를 완전히 불태워서 바람에 날려 보내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우리가 쥐고 있는 이 축복은 사실은 재앙을 빚진 셈이야.”
축복이 재앙을 빚진 것이라니……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오히려 반대로 재앙을 막아야지만 축복 즉, 보상이 찾아온다.
세계수, 라퓨타, 신단수 전부 다 막대한 재앙을 공략한 결과물이지 않던가?
‘하지만 생각해보면 결국 언젠가 또 다른 재앙을 맞이해야 한다.’
이건 게임이다. 그리고 재밌는 게임이란 갈등이 반복되며, 그 규모가 점점 더 커져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현존하는 ‘축복’의 총량이 높다면…… 다가올 재앙도 그만큼 커야만 했다.
그게 바로 게임의 밸런스인 ‘레벨 디자인’이 개념이다.
'설마 내가 너무 앞서나가는 바람에 난이도가 급상승한 건가?’
전생과 비교해보자면 지금은 너무나 평화로워지긴 했다.
앞서서 4차 웨이브를 완벽히 공략하여 침식을 차단했다.
그리고 몇 년이나 일찌감치 블랙 오크 군단을 괴멸시켰다.
‘아직 보스 몬스터 스토녹스가 살아있지만, 이벤트 상 공략이 된 셈이고…….'
전생에는 몇 년 뒤에나 해결되었던 문제들이, 너무 일찍 끝난 것이었다.
이현욱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그 빅 이벤트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도 아시는 겁니까?”
그 대답 전에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었다. 혼자서 고독하게 사는 노인의 취미인 걸까?
그나저나 냄새가 좋을 거라더니 그 연기 특유의 탄 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후—"
직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담배 연기보다도 메케했다.
“……앙그라 마이뉴의 군대와 함께 ‘아지 다하카’라는 성체 드래곤이 등장할 거야."
그 대목에서 이현욱은 숨을 천천히 들이 마셨다.
‘드래곤, 그것도 성체라…….'
현 시점상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단 한 차례 등장했다.
하지만 그건 헤츨링 단계에서 막 벗어난 아성체였다.
그렇기에 성체 드래곤의 등장이란, 최악의 재앙이었다.
하지만 이현욱은 놀란 한편, 묘한 기대감을 품었다.
‘……아지 다하카, 내가 잡았던 놈이다.’
몇 년 후 수원에 등장하는 블랙 드래곤과 그 휘하의 병단…….
이 땅의 플레이어 전체가 나서서 레이드를 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이현욱이 놈의 머리에 모글레이를 박아 넣어서 죽였다.
물론, 저고도에서 모글레이 떨어뜨린다고 해서 즉사시킬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게 가능하도록 드래곤의 마나 실드를 깎아야 했는데, 그건 쉽지 않았다.
'어쨌든 한 번 잡아본 놈이니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나?’
이현욱은 그 199레벨짜리 초대형 보스 몬스터의 공략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도널드 해리스가 싱긋 웃으며 상체를 기울였다.
"그리고 자네가 그 재앙에 대응하겠다면, 내가 지원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무려 세계수의 관리자가 지원을 해준다니…….
지금까지, 성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세계수의 힘을 받아 썼었다.
그런데, 도널드 해리스가 직접 손을 건넨다면…… 차원이 다를 것이었다.
그러나 이현욱은 그 말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선뜻 도와주려는 거지?’
그가 아는 한 도널드 해리스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쉽게 선의를 베풀 사람이 아니었다.
전생, 이현욱이 가디언이었을 때, 그에게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가 기억이 났다.
애초에 가디언이고 뭐고, 전부 속이 시커먼 놈이라고 배척했던 인물이 아니던가?
‘결과적으로 그가 옳긴 옳았지만…….'
어쨌든, 다른 이유 없이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아니나 다를까…….
"물론, 조건이 하나 있긴 해.”
이현욱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세계수, 위그드라실에도 드래곤이 한 마리가 있어, 니드호그란 놈이지……."
니드호그, 북유럽 신화에서 위그드라실의 뿌리를 갉아 먹고 사는 드래곤이었다.
지금은 도널드 해리스가 놈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가둬두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미래에 다크 엘프 군단이 차드 공화국을 점령한 직후 니드호그를 풀어준다.
그리고 그놈이, 끝까지 세계수에 남아서 항쟁한 도널드 해리스를 집어삼킨다.
"지금은 세계수의 힘으로 억누르고 있지만, 갈수록 많은 힘이 필요해서 말이야.”
“……그게 세계수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는 거군요?”
"그래, 그래서 하루빨리 놈을 제거해야지만, 나도 노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지?”
탄생 직후 폭발적으로 세를 넓히던 세계수였지만, 어느 순간 성장이 멈춰 섰다.
세간에서는 그게 세계수의 완전체일 거라고 평가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듯했다.
"자네가 아지 다하카를 죽이고, 드래곤 슬레이어가 된다면, 그땐 나를 돕는 거야.”
한 번 드래곤을 잡으면,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업적’을 얻게 된다.
그리고 드래곤을 죽인 무기 역시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옵션’이 붙는다.
그다음부터 드래곤을 사냥할 때, 훨씬 수월해지는 것이었다.
"어때, 다가올 빅 이벤트를 막는 것뿐 아니라 드래곤 슬레이어가 될 수 있겠나?”
이현욱은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라를 통째로 옮길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잡아야겠죠.”
"역시 재밌군? 표정 하나 안 변하는 걸 보아하니 허세는 아니야. 꽤 믿음직해.”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믿지 않고 독고다이로 행동했던 이 남자가 그런 말을 하다니…….
‘나를 좋게 본 거야 뭐야?’
아무리 생각해도 여러모로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찝찝한 느낌과 별개로 이현욱은 이 대화에서 챙길 건 챙길 생각이었다.
“아, 그런데 저도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음? 조건이라니, 여기에서 또 무슨 조건이 필요하지?”
"죄송하지만, 저는 아직 거래를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도널드 해리스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내가 직접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딜을 하겠다는 건가?”
세계수 관리자의 지원이라면, 아직 그 정도를 논하지는 않았지만 절대로 손해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오히려 더 요구하고 나선다니, 멋 모르는 애송이 같은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게…… 솔직히, 해리스 씨의 지원이 없이도 해낼 자신이 있으니까요.”
아쉬울 게 없다는 식으로, 거래 자체를 뒤엎을 자신이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었다.
‘애초에 누가 더 큰 패를 가졌는지를 떠나서, 먼저 거래해온 쪽이 더 아쉬운 거다.’
그 말에 도널드 해리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래, 그 조건이 뭐지?”
이현욱은 품속에서, 4차 웨이브 때 얻었던 아이템을 꺼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미스틸테인의 씨앗 (알 수 없음)
- 효과 : 없음
그건, 신살(神殺)의 병기 ‘미스틸테인(Mistilteinn)’이었다.
아직 씨앗 단계지만, 겨우살이답게 신목에 기생하여 자라날 수 있었다.
"세계수의 힘 좀, 빌려 쓸 수 있겠습니까?”
신단수를 얻었지만, 기왕이면 위그드라실의 힘을 양분 삼는 게 더 좋을 것이었다.
***
대화를 마친 후, 두 사람은 프리드웬 밖으로 나와서 신단수 앞에 섰다.
웅——
가까이 접근하자, 품속에 넣어두었던 ‘팔주령’이 반응했다.
- 신목 ‘신단수’가 뿌리를 내리는 중입니다. (31%)
* 현재 사용 가능한 ‘마스터 권한’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신성 방어막 전개 (반경 3km)
2) 생명의 축복 강화 (60분)
‘뿌리를 내리는 중이라니, 아직 모든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때, 도널드 해리스가 신단수에 손을 얹었다.
"신단수, 신목 신앙에 관해 찾아보다가 본 적이 있지, 이 나라의 건국 신화에 나오는 거지?”
"예, 맞습니다. 그런데 해리스 씨가 보실 때는 세계수보다는 확실히 약한 존재입니까?”
"음…… 세계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그 힘이 옅지만, 그래도 신목은 신목이야. 자네가 무얼 기대하든 그 이상의 축복이 되어 줄 거야. 하지만 그만큼 적도 많아질 거고……."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등 뒤에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새, 흐레스벨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녀석의 목덜미에 채워진 거대한 가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뭡니까?”
긴 나무 막대 끝에 새 모양의 목각 조각상이 붙어 있었다.
‘솟대?’
그때, 바람의 정령들이 나타나서 그걸 하늘 높이 띄우더니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쩍—!
솟대가 바닥에 내리박히는 순간,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웅——
- 해당 지역에 ‘수호령의 마당’이 활성화 합니다. (남은 시간 : 15일)
"자, 앞으로 15일간은 몬스터와 어둠 계열 플레이어의 접근이 차단될 걸세.”
신목을 경계하는 놈들이 초창기에 노리려고 들 가능성을 차단해버린 것이었다.
"저 솟대는 1년에 한두 개밖에 만들 수 없는, 아주 귀한 선물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그의 선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거, 이걸 설치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야.”
그는 웬 투명한 유리 상자를 내밀었다.
그 안에 무언가 들어있었는데…… 다름 아닌 벌집이었다.
[오브젝트 정보]
- 이름 : 신목벌집
- 효과 : 해당 오브젝트 ‘설치’ 시 아래와 같은 효과가 적용됩니다.
1) 서식지 방어 : 일정 반경(3km) 내에 ‘적대자’ 접근 시 집단 공격을 가합니다.
2) 신성 벌꿀 생산 : 일정 시간마다(1일) 신성력이 담긴 꿀을 생성합니다.
* 해당 오브젝트는 오로지 ‘신목’에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일종의 경비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까?
이현욱은 신단수 가지 중 가장 두꺼운 곳에 그 오브젝트를 설치했다.
"그 이미 알겠지만, 신목의 마스터 권한 중에 방어막 기능이 있으니까, 그것도 활용하게.”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선 ‘마스터 권한’ 메뉴에서 돔 전개를 선택했다.
우우우우——
신단수의 우둠지에서부터 반투명한 돔이 번져나가 주변 3km 반경을 뒤덮었다.
"좋아, 앞으로 몇 달이 지나면 이 섬은,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섬이 되겠군?"
며칠 안에 신단수의 힘이 강화도 전체를 뒤덮고, 마나 생태계로 바꿀 것이었다. 그에 따라서 신선한 마나가 섬 곳곳에 스며들며 진귀한 약초가 피어나고 물이 성수로 바뀌게 된다.
‘이 힘을 제대로 활용할 때가 온다면…… 네크로맨서를 제압할 수 있을 거다.’
물론, 빌런 측도 두 번째 신목의 등장을 알아차렸고, 성녀의 존재감도 제대로 확인했다.
‘당연하지만, 놈들도 그에 대응해서 총력을 기울여서 무언가를 준비할 거다.’
그리고…… 확실하게 준비하는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었다.
***
차드 공화국에서 온 지원군은 ‘월드 브릿지’를 열어서 돌아갔다.
이현욱은 역시 이교준 팀장에게 신단수의 경비를 맡기고 라퓨타로 돌아왔다.
이현욱은 오더 타워에 앉아서, 밀린 작업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차원이동자 윌리엄 버나드를 사살하면서 퀘스트 내용이 갱신되어 있었다.
[메인 퀘스트]
- 두 번째 삶의 기회, 의무, 운명…….
1) 이 세상 어딘가에 열려 있는 ‘블랙 게이트’를 추적하시오.
2) 전생—첫 번째 세계에서 찾아올 ‘차원 이동자’를 처치하시오. (1/3)
3)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 ‘■■■’와 조우하시오.
‘3분의 1이라…… 총 3명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잖아?’
미래의 빌런들 중 윌리엄 버나드는 그나마 쉬운 상대였다.
하지만 그 외에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들은 하나 같이 까다로웠다.
그리고 특히나…….
‘네크로맨서…… 그놈이 온다면, 그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시점의 네크로맨서와의 대결에서도 밀리고 말았다.
그런데 8년 뒤의 네크로맨서가 온다면…….
‘……무조건 진다.’
그런데 차원 이동자가 등장의 ‘트리거 작동’은 현재의 윌리엄 버나드와의 조우였다.
‘설마…… 마주하는 것만으로 차원 이동이 시작되는 건 아니겠지?’
어쩌면 이번 전투 때, 네크로맨서를 직접 마주하지 않은 게 천만 다행히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 충분히 준비되지 않는 이상, 네크로맨서와는 부딪히지 않는 게 좋았다.
그리고 윌리엄 버나드가 등장했을 때 했던 말 중, 한가지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놈이 몇 번이고 중얼거렸던 말, 초월 퀘스트…… 그게 대체 뭐지?’
그게 바로, 놈들이 이곳으로 넘어오는 이유일 터…….
지금 당장은 감이 잡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그 베일이 벗겨낼 순간이 찾아올 것이었다.
‘그때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힘을 키워야 나가야 한다.’
그리고 힘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나 좋은 아이템이었다.
딱—
이현욱이 손가락을 튕기자 어디에선가 금속 상자가 하나 날아왔다.
그 안에 담긴 건, 다름 아닌 윌리엄 버나드의 해골이었다.
‘이러니까 무덤을 도굴하는 기분인데?’
이현욱은 놈의 몸에 걸쳐져 있는 아이템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 블랙 드레이크 가죽 갑옷(숙련)을 획득했습니다.
- 아다만트 풀 플레이트 아머 세트(숙련)를 획득했습니다.
- 다크 엘프 암살 단장의 보검 : 레드 쉐도우(영웅)를 획득했습니다.
손을 댈 때마다 숙련이나 영웅 등급 아이템이 줄줄이 등장한다.
‘역시나 쓸만한 게 많군?’
그리고 마침내,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하나 찾아냈다.
- 드라우프니르(전설)를 획득하셨습니다.
'이것도 내 거였지…….'
전생, 그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대부분 이 자식이 가져간 듯했다.
이 팔찌, 드라우프니르는 북유럽 신화의 최고 신 ‘오딘’의 보물 중 하나로서 9일마다 8개가 복제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조금 다른 능력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드라우프니르(전설)
- 효과
1) 생성 : 9일마다 ‘무작위의 마법 금속’을 100~200g씩 총 8개 생성합니다.
2) 보관 : 생성되는 마법 금속을 총 81개까지 자체 아공간에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황금 팔찌를 복제하는 게 아니라 마법 금속을 생산하는 거로 바뀌어 있었다.
‘아무래도 황금 같은 건 이 게임에서 영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이 아이템의 기능은 전투보다는 생산적인 측면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한테는 일종의 간식 주머니였지…….'
전생에는 이 팔찌의 기능 외에 질 좋은 금속을 쉽게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는 뒤늦게 성장한 탓에 가디언의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팔찌도 금속이지만 아까워서 감히 삼킬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다르다.’
꿀꺽—
그는 ‘드라우프니르’를 과감하게 삼켰다.
이걸 먹으면 과연 무슨 스킬이 나올지, 이현욱도 궁금했다.
그때, 마나 메신저가 울렸다.
- 사장님, 부탁하신 거 알아봤습니다. 현재 확보 가능한 비행석은 약 2t 정도라고 합니다.
이 목소리는 강정두였다.
- 그런데, 이걸 어디에 쓰신다고 하셨죠? 제가 직원한테 전달받지 못해서 말입니다.
"아이언 골렘이나 리빙 아머를 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 .......
그 말에, 잠깐 침묵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꽤 무리한 아이디어인 모양이었다.
그때, 머리 위에서 공처럼 생긴 탈로스의 스피커가 내려왔다.
「(°><°) 드디어 저도 날 수 있는 겁니까?」
이 녀석이 언젠 한번 날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긴 했다.
- 그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비행석도 많이 필요하고, 마나 공급도 문제고…….
강정두는 근래, 그레이 드워프와 교류하면서 비공정 제작 기술도 익히고 있었다.
그러나 리빙 아머를 날게 하는 건, 그것과 전혀 다른 맥락인 듯했다.
- 그런데, 어떤 일 때문에 비행 기능이 필요하신지, 말씀해주시면 정도를 맞춰보겠습니다.
“비행 몬스터…… 그러니까 곧, 날아다니는 걸 잡아야 해서 그렇습니다.”
- 아, 저번에 사냥했던 그 와이번? 그런 걸 잡으시려는 겁니까?
"이번에는 그것보다 조금 더 큰 걸 잡을 겁니다.”
- 그렇군요. 그럼 직원들이랑 이것저것 실험해본 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현욱은 강정두와의 교신을 종료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거신병 연구소를 확인해볼까?”
블랙 오크 군단과의 전쟁 승리 후 에드 온 <거신병 연구소>가 라퓨타에 융합했다.
그 거대한 비공정은 하나의 건물이 되어서 라퓨타의 오른쪽 면에 달라붙었다.
"탈로스, 거신병 연구소 출입할 수 있지?”
「앗! 아직 동력 공급을 해놓지 않았는데, 바로 가능합니다!」
잠시 후, 그곳에 도착했을 때, 엄청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어?"
그리고 그걸 목격하는 순간, 이현욱보다도 탈로스가 훨씬 흥분했다.
「Q(°0°)Q 오오오오——저, 저게 여기에 있을 줄은 저도 꿈에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