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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32화 (132/221)

132화.  < 고대신, 메인 퀘스트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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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

전생에 달성했었던 금속 통제력을 현생에 뛰어넘는 순간, 메인 퀘스트가 도착했었다.

이현욱은 그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메인 퀘스트]

- 두 번째 삶의 기회, 의무, 운명…….

축하합니다! 당신은 두 번째 삶이라는 기회를 훌륭하게 수행 중입니다.

그리하여 ‘결말’로 나아갈 수 있는 운명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 세계의 핵심 요소들을 목격하고, 진실로 한 발자국 다가가십시오!

1) 이 세상 어딘가에 열려 있는 '블랙 게이트’를 추적하시오.

2) 전생—첫 번째 세계에서 찾아올 ‘차원 이동자’를 처치하시오.

3)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 ‘■■■’와 조우하시오.

결말, 이 지옥 같은 게임의 결말…… 그걸 볼 수 있다는 걸 누가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하나같이 모호한 목표라서, 이걸 어떻게 추적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지금 이 타이밍에 메인 퀘스트 내용이 갱신되었다는 건, 어떤 트리거가 작동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수막트—고대 신의 충복을 잡으라니, 그렇다면 고대 신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

그것 말고는 현재로서 딱히 짚이는 게 없었다.

이현욱의 기억상, 고대 신이라는 존재는 꽤 먼 미래까지 정확한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럴 것이 전생에는 블랙 오크 왕국과의 본격적인 전투도 지금보다 한참 뒤에 일어났다.

이렇게나 빨리 블랙 오크 왕국의 보스 몬스터들을 처리하게 되리라고는 그도 예상 못 했다.

어쨌든, 전생에도 고대 신과 관련한 초대형 이벤트가 시작될 예정이긴 했었는데…….

'……플레이어 간의 대전쟁이 일어나면서 뒷전이 되어 버렸었지, 아마?’

아마도 그가 죽고 빌런이 승리한 뒤에야 고대 신과 관련된 이벤트가 진행되지 않았을까?

즉, 고대 신의 정체는 이현욱의 미래 지식 상에서도 베일에 싸인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고민보다,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게 우선이었다.

쿵— 쿵—

수막트, 정확히는 고대 신의 충복이라는 이름의 거인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놈을 잠재우기 위해서 ‘게 보그’라는 필살을 일격을 준비했지만,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한 방에 즉사시키지 못한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한 방이다.’

그렇기에 그 확실한 한 방을 마련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는데…….

그 첫 번째 단계는, 놈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 것이었다.

"젠장, 더 빨리 밟아!”

AMT 군용 트럭 행렬이 텅 빈 도심을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우우우우——!

"이러다가 사정권이 들어간다니까, 더 밟아!”

“서, 선두 차량이 바로 앞에 있어서 무리입니다!”

“젠장…… 저 큰 덩치가 왜 이렇게 빠른 거야?”

1중대장, 곽용준 소령이 그렇게 소리치며 사이드미러를 바라보았다.

쿵— 쿵— 쿵— 쿵—

지축을 뒤흔들어대며 도심을 질주해오는 거대한 괴물이라니…….

이 장면, 할리우드 괴수 영화에서나 볼 법한 한 것임이 분명했다.

“저, 전 병력 명심해! 저, 절대로 아까처럼 가까이 붙으면 안 돼!”

놈이 서울역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장면을 본 이상, 가까이 접근할 용기가 생길 리가 없었다. 그렇게 날아간 건물의 잔해들은 청파동에 운석처럼 쏟아져 내려서 일대를 초토화했다.

한편, 한 트럭 안에 1중대 5분대 병력이 타 있었다.

"......."

그들 모두 겁에 질린 표정이었으나, 그 정도에는 그러데이션이 존재했다.

선임병일수록, 정확히는 4차 웨이브를 겪은 병사일수록 왠지 모를 의연함이 섞여 있었다.

"야, 강민석, 너 토할 거 같은 거 아니지?”

"그, 그건 아닙니다!”

"네 표정이 아주, 당장이라도 짬밥 브레스를 뿜을 기세라서 물어봤다.”

안민태는 그렇게 말하며 분대 막내인 강민석 이병의 어깨를 토닥였다.

뒤에서 쿵— 쿵— 거리는 죽음의 소리가 찾아오거늘, 안민태는 유독 태연했다.

"저…… 아, 안민태 병장님은, 거, 걱정이 안 됩니까?”

그 질문에, 안민태는 약간 허세를 부릴까 했지만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 나는 토는 아닌데 오줌 지릴 것 같긴 해.”

어쩌면 트럭째로 날아가서 다른 동네에 처박힐 수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안 무섭겠는가?

"저런 괴물이 따라오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안 무서우면 그건 구라 아니겠냐?”

"아……."

"그런데…… 우리 지금, 도망이 아니라 작전지 이동이라는 거, 들었지?”

그는 마지막 말에서 어떤 자신감을 내보이며 싱긋 웃어 보였다.

이 도주 과정은 어디까지나 다음 작전의 한 갈래라고, 앞서서 김강석 대령이 전파했었다.

“……그렇다는 건, 어떤 방법이 확실한 방법이 있다는 거야.”

그가 비장하게 말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최태용 상병이 한 마디에 거들었다.

"그 방법, 이번에도 우리 현욱이 형이 중심이겠죠? 우리는 느낌 알잖아요?”

그러자 몇몇 병사들이 이 상황에 걸맞지 않게 낄낄 웃어댔고, 강민석은 여전히 의아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저 괴물을 잡을, 방법이란 게……."

그 역시 앞서서 히드라라는 괴물을 토막 내는, 이현욱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등병인 그도 알 수 있는 건…… 수막트는 차원이 다른 괴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래, 곧 제대로 된 레이드가 시작될 것 같으니까 잘 봐둬, 좋은 경험일 거야.”

그때, 그들의 머리 위로 무언가 스쳐 지나간다.

우우우우——

정사각형의 비행물체, 외부에서는 혼히 스틸레인의 ‘웨폰 박스’ 혹은 ‘아이언 클라우드’라고 불리는 AD-2였다. 총 22대가, 대열을 거슬러서 수막트를 향해 정면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자, 슬슬 시작될 모양인데?”

그것들이 일제히 아공간을 개방하면서 강철 무기를 미사일처럼 분사했다.

쉬—쉬—쉬—쉬—쉬——!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놈의 질긴 피부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고, 놈이 마치 벌레 쳐내듯 양손을 이리저리 휘두르자 강풍이 일어나며 AD-2들이 저 멀리 밀려나 빌딩에 처박혔다.

쾅—!

그중 하나는 5분대가 탄 트럭 바로 옆에 처 박히는,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

이에 강민석의 얼굴은 한층 더 굳어질 수밖에 없었고, 안민태가 머쓱하게 웃었다.

"어…… 아직 시작은 아닌가 보다? 하하하—”

어느새 숙대입구역을 지나서 삼각지역에 도달했다.

- 칙— 여기에서 지연 작전을 시작한다.

전 차량의 마나 메신저에서 김강석 대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1대대 병력이 차량에서 내려서 일사불란하게 이동했다.

- 전 병력, 광역 스킬에 대비한다!

이현욱이 부대에 있을 때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우수해진 플레이어 병력이었다.

4차 웨이브 이후, 대테러 특화 부대로 확대 재편된 만큼, 확실히 강해진 상태였다.

- 공략 2소대, 지하철 안으로 진입한다!

한편, 이현욱은 김강석 대령과 함께 1호 차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내리며 서울역 방향, 수막트의 접근을 바라보았다.

"음, 아무래도 우리 팀이 그 작업을 마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예, 제가 시간을 벌고 있겠습니다만…… 최대한 빨리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현욱은 그렇게 말한 뒤, 하늘로 비상했다.

쿵— 쿵— 쿵— 쿵—

전속력으로 거리를 벌렸음에도 놈은 벌써 수백 미터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는 마나 메신저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한태산 씨, 준비되셨습니까?”

- 준비는 무슨 준비, 나는 원래 몸에 다 익어 있다.

최선두에 선 한태산은 이현욱이 빌려준 ‘메긴기요르드’를 차고 있었다.

- 너, 그런데 이런 걸 도대체 어디에서 난 거냐? 진짜 물건이네, 이거…….

그는 탐이 나는지, 메긴기요르드를 손으로 쓱쓱 문질러댔다.

"……그거, 잠깐만 빌려드리는 겁니다.”

이현욱은 재차 강조한 뒤, AD-2에서 세계수의 갈고리를 꺼내어 그의 발아래 내려놓았다.

"제가 이걸 놈의 몸에 어떻게든 묶을 테니까, 그다음을 부탁드립니다.”

메긴기요르드와 세계수의 갈고리, 두 아이템 조합이라면 한태산의 괴력이 몇 배가 된다.

적어도 여객기 한 대 정도는 손수처럼 끌고 다닐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었다.

"자, 그럼 레이드를 시작하죠.”

이현욱의 말에, 곳곳에서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 오케이, 나도 준비 완료!

가장 먼저 오경표가 4m 정도 되는 마법의 투창을 자아냈다.

이어서 강서윤이 시위를 당겼는데, 그녀의 주변으로 마나가 요동쳤다.

그다음으로, 안양 듀오가 서로를 마나를 합쳐서 16개의 마법진을 피워냈다.

각각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을 준비한 것이었다.

이내, 1대대 병력까지 합세하여 온갖 마법이 준비되었고,

수막트가 ‘삼각지역 사거리’에 도달한 바로 그 순간—

"—발사!”

그 위로 온갖 마법이 쏟아지며 가지각색의 연무가 피어난다.

퍼—버—버—버—벙——!

하지만 이상하게도, 놈의 진격 속도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아니, 되려 속도를 높이며 그 모든 공세를 정면돌파하는 게 아닌가?

"어?”

온몸에서 피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걸 보면 데미지는 있으나, 무시하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젠장, 저거 무슨 고질라도 아니고……."

그때, 놈의 오른손의 뼈 망치 주변으로 검은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했다.

"오, 온다, 그거다!”

이번에는 평범한 풍압 공격이 아니라, 검은 일렁임이 담긴 마법 폭풍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곳곳에서 마나 방어막이 피어올랐다.

콰—아—아—아—아——!

폭풍이 바닥을 긁고 올라오자 일대의 건물이 장난감처럼 들어 올려지며, 하늘로 치솟는다.

마치 쟁기로 긁어 올린 듯, 그 반경에 직접 노출된 용산초등학교가 통째로 삭제되어버린다.

"끄아아아—”

일부 마법 방어막이 녹듯이 벗겨지며 AMT 병사들이 무더기째 떠올랐다.

-안 돼!

어느새 상공에 떠 있던 프리드웬, 그 안에서 김세희가 몸을 던졌다.

그 희생자들이 그녀의 후임인 2중대 병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하늬가 바람을 통제하여, 허공에 떠오른 이들을 건져 올렸다.

하지만 그렇게 구조되었다고 한들, 모두가 살아남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 이대로 6호선 라인 위까지, 놈을 유도한다.

김강석 대령의 침착한 목소리에 병력이 도보로,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현욱의 AMT 수송 트럭 5대를 들어 올려서, 놈을 향해서 집어 던졌다.

그 안에는 각종 금속 무기가 들어 있었기에 보기보다 더 무거웠지만…….

‘이제 이 정도는 가뿐하다.’

직전, 넥타르를 흡수하여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이 310% 상승했다.

- 현재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 : 46,108kg

수송 트럭들은 놈을 향해 날아가다가, 종이처럼 구겨지며 공 모양으로 뭉쳐버렸다.

그러다가 다시 실타래처럼 풀어지는 기현상을 보였는데, 그건…… 쇠사슬들이었다.

촤라라라——!

놈은 큰 덩치 때문에 반응 속도가 느렸고, 16개의 쇠사슬이 놈의 팔다리에 엉켰다.

하지만…….

카—앙——!

그저 몸을 뒤트는 것만으로도, 두꺼운 쇠사슬이 허무하게 끊어졌다.

'……예상했던 결과다.’

애초에 평범한 금속 재질의 쇠사슬로 저런 놈을 구속한다는 게 말이 안 됐다.

하지만 이현욱은 멈추지 않았다. 하나를 끊어내면 두 개를 걸어버렸다.

그리고 끊어지더라도, 그 찰나의 순간에 ‘변형’과 ‘융해’를 사용하여 다시 엮었다.

놈은 귀찮다는 듯이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댔고, 자연스레 시선이 분산됐다.

'좋아, 됐다.’

그러는 사이에 은근슬쩍 세계수의 갈고리를 기어 보내어, 놈의 양쪽 팔에 엮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놈이 마침내 ‘6호선 라인’에 도달했다.

- 칙— 놈이 체크 포인트에 도달했다.

- 수신 완료, 폭파한다.

바로 그 순간—

쾅—쾅—쾅—쾅——!

지하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며 일대가 뒤흔들렸고,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3개의 모글레이가 떨어지며 수막트 주변의 지면에 내리꿎히는 순간— 놈이 서 있던 바닥이 푹 꺼졌다.

쿠—구—구—구.......

삼각지역 6호선은 지하 4층으로, 그곳에 폭탄을 터뜨려서 통째로 주저앉힌 것이었다.

그리하여 14m의 거인이 깊디깊은 지하 시설 안으로 가라앉듯이 쑥 빠져버렸다.

그어어어——!

마치 구덩이에 빠진 불곰처럼, 놈의 상반신 일부만이 지상으로 드러나 있었다.

한태산 씨, 놈의 팔을 끌어내리세요!”

그때, 한태산이 놈의 오른손에 걸린 세계수의 갈고리—그 넝쿨 부분을 힘껏 잡아당겼다.

으저저저——!

그가 내리밟고 있는 아스팔트가 진창처럼 뒤집혔다.

「마스터, 저희도 시작하겠습니다!」

왼쪽 팔 쪽에는 탈로스와 리빙 아머들이 매달려서, 넝쿨을 줄다리기하듯 잡아끌었다.

그렇게, 놈의 양쪽 팔이 양옆으로 잡아 당겨지며 몸뚱이가 무방비 상태로 드러났다.

- 큭! 이현욱, 이 정도면 충분히 벌린 것 같지 않나?

한태산의 목소리가 종용하듯 들려오는 게, 영 버티기 힘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성급해서는 안 됐다.

'……두 번은 없다.’

어떻게든 단 일격에 죽여야만 한다.

‘정확히, 심장을 노린다!’

이현욱은 숨을 내쉬며, 바로 옆 허공에 띄워두었던 움켜쥐었다.

"에밀리아, 나한테 집중해줘요.”

- 그 어느 때보다 맨정신으로 노려보고 있어요!

성녀, 에밀리아 뮐러는 지금 프리드웬 안에 타 있었다.

지지지지——

이현욱은 ‘게 볼그’에 마나를 불었고, 어마어마한 통증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큭......."

하지만 온몸이 개조되는 통증까지 견뎌냈던 이현욱에게는 참을 만한 시련이었다.

‘좋아, 된다.’

그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려서 투창 자세를 취했다.

마치 용수철에 묶인 것처럼, 잡아당기는 것조차도 벅찼다.

질긴 마나 사슬이 창의 곳곳을 얽매고 있는 듯했다.

지지지지——

하지만 기어코 잡아당겨서 창끝을 놈을 향해 조준하는 데 성공했다.

- 주의! 게 볼그의 스킬 ‘죽음의 창’을 사용할 경우 심각한 신체 손상이 우려됩니다!

시야를 가리는 붉은 경고성 메시지,

이현욱은 그걸 꿰뚫듯이,

창을, 있는 힘껏 내던졌다.

투—쾅——!

공기가 찢어지다 못해 분해되는 굉음, 붉은 직선이 이현욱의 손끝에서 쏘아져서 수백 미터까지 늘어졌고, 그 반동이 이현욱의 왼손을 잘근잘근 으스러뜨리며 어깨를 탈골 시켰다.

그 순간, 이현욱은 직감했다.

이 한 방이면, 전쟁은 종결된다.

'......!'

그런데 놈의 오른손이 들어 올려지는 게 아닌가?

「헉! 안 돼——!」

어느새 리빙 아머들은 죄다 바닥을 구르고 있었으며 탈로스의 4개의 팔 중 3개가 통째로 뽑혀서 허공에서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었다. 놈이, 묶여 있던 왼손을 뜯어낸 것이었다.

그 거대한 손이, 게 볼그를 막기 위해서 앞으로 뻗어 나왔다.

저 손에 게 볼그가 박힌다면, 고작해야 팔 한쪽 날리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이었다.

'아니…… 통제할 수 있다.’

이현욱은 눈을 감고, 빠르게 멀어지는 게 볼그를 온전히 느꼈다.

그리고 그 강철 덩어리의 운동 궤도에 관여—부드럽게 조정해냈다.

그 순간, 직선으로 날아들던 게 볼그는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놈의 왼손을 빗겨나갔다.

그리고—

쩌—어—어—어——!

총공세로도 뚫지 못했던 신격이 담긴 몸, 그 가슴팍을, 검은 창대가 비집고 들어갔다.

직후,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뻐—어—어—엉——!

이내, 가시와 같은 검은 빛줄기가 놈의 가슴팍을 꿰뚫고 나왔다.

이어서 목덜미를, 눈을, 이마를, 정수를 꿰뚫으며 검은 빛줄기가 우후죽순 튀어나왔다.

그 끔찍한 과정에서도 놈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일말의 육성이 흘러나오기 전에 머리가 통째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

그 누구도 몸을 움직이지도 입을 열지도 못했다.

모두가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반응은…… 어떤 시스템 메시지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 축하합니다! 전쟁 퀘스트 <종말인가, 번영인가>를 성공적으로 공략하셨습니다!

* 공적 포인트에 따라서 보상이 지급됩니다. (1등)

이내 전쟁이 끝났음을 직관적으로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와——!

그 순간,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현욱은 추락하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헉——"

그리고 단말마와 같은 숨을 토해냈다.

그의 머리 위로 힐이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됐다.’

온몸이 으스러진 상태였지만, 성녀의 집중 케어 덕에 버텨냈다.

이제는 막대한 보상을 손에 쥘 차례였다.

- 축하합니다! 특별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목록]

6) 전쟁 영웅

- 조건 : 전쟁 이벤트에서 최대 공적을 세운다.

- 효과 : 전쟁 이벤트 참여 시 모든 능력 상승 (+50%)

'전쟁 영웅이라…… 앞으로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이어서 최고 공적에 따른 1등 보상이 그의 눈앞 나타나기 시작했다.

- 아르게틀람(전설)을 얻었습니다.

그건 건틀렛이었는데, 고급스러운 은색 빛이 은은하게 흘러넘치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오른팔 부분, 한쪽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아르게틀람(전설)

- 효과

1) 고상한 자의 지휘 : 모든 무기, 모든 권속에 ‘3단계 신성’ 효과가 부여됩니다.

2) 치유 권능 : 상처 부위에 얹고 마나를 불어 넣을 시 ‘2단계 치유’ 효과를 발휘합니다.

3) 클리브 솔리스(조건 필요):현재 활성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켈트 신화 속 신들의 왕인 누아다, 그의 잘린 팔을 대신했다는 의수를 모티브로 한 건틀렛으로써, 그 위대한 신의 힘이 깃든 물건인 만큼, 실로 엄청난 옵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신성력 부여라니…… 딱 내가 원하던 옵션이잖아?’

이어서 두 번째 보상이 나타났다.

- ‘고대 국가의 유물’을 획득했습니다.

* 획득과 동시에 귀속되는 아이템입니다.

별 모양의 금속 덩어리, 여덟 방향으로 갈라진 가지 끝에 방울이 달려 있었다.

짤랑— 짤랑—

흔히 청동 방울이라고 부르는 ‘팔주령(八珠齡)’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고대 국가의 유물

- 효과 : 알 수 없음

‘이건 뭐지?’

직관적으로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걸 보아하니 퍼즐 형식의 아이템인 듯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 모든 상황이 어디에선가 본 느낌이었다.

'이거…… 라퓨타의 마스터키를 처음 얻었을 때와 느낌이 비슷한데?’

이번 전쟁 이벤트는 4차 웨이브만큼이나 규모가 컸다.

즉, 보상도 그와 엇비슷한 수준일 될 것이었다.

그런데 보상이 거기서 끝이 아니었기에, 그 아이템은 잠시 품속에 넣어두었다.

- 축하합니다! 전용 퀘스트 <라퓨타의 옛 영광 되찾기>를 성공적으로 공략하셨습니다!

* 고대 유적 라퓨타의 ‘마스터 권한—거신병 연구소’가 해금됩니다.

저 멀리, 서울역 인근에 추락했던 노움제 비공정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게 보였다.

저 자체가 ‘에드 온’인 거신병 연구소로, 아마도 저절로 라퓨타와 융합될 듯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이번에만 3개의 퀘스트를 동시에 수행했잖아?’

- 축하합니다! 메인 퀘스트 <1번 : 블랙 게이트 추적>의 힌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드디어…… 메인 퀘스트의 첫 번째 힌트를 얻는 순간이었다.

웬 검은색의 구슬 같은 게, 이현욱 손 위로 툭—하고 떨어졌다.

-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파편(특수)을 획득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정보를 확인하기 직전, 마나 메신저로부터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 칙— 이현욱, 내 목소리 들리는가?

김강석 대령이었다.

"예, 잘 들립니다.”

- 방금, 강화도 쪽에서 우 실장님께서 급히 연락을 해왔는데…….

아마도 그쪽에도 전쟁 이벤트가 끝났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전해졌을 것이었다.

-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그곳에 ‘초월급 오브젝트’가 탄생한 것 같다고, 급히 와달라는군.

“……예?”

- 아무래도 거기에는 늑대들이 잔뜩 모여 있으니까, 늦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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