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 고대 신, 메인 퀘스트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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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이 느끼기에 언데드 군단을 상대하는 건 큰 화재를 진압하는 것과 같았다.
불은, 웬만해서는 꺼지지 않고 주변의 탈것을 잡아먹으며 빠르게 몸집을 불려 나간다.
하지만 연소의 3대 요소를 차단할 방법이 존재한다면 의외로 손쉽게 끌 수 있기도 하다.
언데드는, 웬만해서는 죽지 않고 주변의 시체가 또 다른 언데드로 일어나며 군세를 더한다.
그러나 그 죽음의 권능을 약화할 힘인 ‘신성력’이 있다면, 의외로 쉽게 리타이어된다.
‘……물론, 제때 진화하지 못하면 감당할 수 없는 재해가 되어 닥칠 것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네크로맨서였다.
절그럭— 절그럭—
하지만 이번 사태를 예견한바, 이현욱은 재해를 막아낼 방책을 준비해두었다.
'세인트 돔의 힘이라면 웬만한 어둠 계열을 제압할 수 있다.’
이전에도 이현욱을 돕기 위해서 한 차례 방문한 적은 있었으나, 그건 극비 사항이었다.
즉, 이 자리에 성녀가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아니 설령 예상했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린 이상 부두 주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현욱은 바로 그 순간을 노리고 구태여 이 엄청난 지원군을 숨겨두었던 것이었다.
전열의 가다듬는 와이트 트리 가드, 하나의 단단한 벽이 되며 찬란한 기운을 가득 품는다.
"방패를 들어 올려라—!”
이내 피터 클라크의 고함과 함께 선두 15명의 성기사가 한 걸음 전진하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후열, 갑옷을 입고 있지만, 프리스트 계열인 이들이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홀리 라이트 연계, 전방을 향해 일제히 분사한다!”
그 모든 무기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오더니, 허공의 한 점에서 뭉치며 백색 구체를 이룬다.
지지지지——
그곳에서 7줄기의 굵직한 광선이 쏟아져 나오더니, 한강대로를 죽— 지지며 훑고 나아간다.
께에에——!
이에 미친 듯이 달려들던 구울 떼거리가 역풍이라도 맞은 듯, 일제히 고꾸라졌다. 어떻게든 그 빛줄기를 피해내기 위해서 몸을 뒤틀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빛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마치 살충제를 피해서 흩어지는 개미 떼처럼, 지랄 발광을 하며 몸을 기괴하게 뒤틀어댔다.
"—바로 지금입니다.”
이현욱이 마나 메신저에 대고 외치는 순간, 머리 위로 각종 마법과 화살이 뿜어져 오르며 흩어지고 있는 구울 떼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뒤에 대기 중이던 1대대 병력의 공세였다.
콰—과—과—과—광——!
폭음과 함께, 꽤 질겼던 구울의 몸뚱이가 손쉽게 박살 나고 다시 재생되지도 않았다.
"오, 이제는 통한다!”
이미 강력한 신성력을 뒤집어쓴 상태이기에, 어둠의 힘의 가호가 사라진 건 물론이거니와 압도적인 회복 속도도 현저히 감소하여 일반적인 공격으로도 데미지를 입힐 수 있게 됐다.
아무리 강력한 산불이라도 비가 오는 환경에서는 그 기세가 꺾일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자, 전진해서 깡그리 쓸어버린다.”
이현욱의 명령에 43대의 리빙 아머가 일제히 움직였다.
절그럭— 절그럭—
그리고 선두 중 10기가 큼직한 원통형의 기관총을 들어 올렸다.
‘저게 얼마 전에 강희설이 새롭게 개발했다던 그 무기군?’
[아이템 정보]
- 이름 : 그레이버팔로 (고급)
- 효과
1) 아공간 탄창 : 10개의 ‘탄띠’를 아공간에 ‘삽탄’할 수 있습니다.
2) 아공간 탄창 : 10개의 ‘탄띠’를 아공간에 '삽탄’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버팔로라니, 작명 센스하고는…….'
어쨌든, 이건 내부에 마나 동력 기관을 장착하여 만든 일종의 마법 기관총이었다.
이현욱도 실물은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그 화력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역시나 아공간이, 비록 조금 급이 떨어지는 10칸짜리지만, 2개나 탑재되었다.
두—두—두—두—두——!
일제 사격, 던전 강 베이스에 아다만트를 얇게나마 도금한 탄두가 뿜어졌고, 그 화망에 걸린 구울은 말 그대로 분쇄되었다. 구울이 홀리 라이트 뒤집어쓰고 약화한 상태인 것도 있지만, 인상적인 화력인 건 확실했다.
‘이거…… 투자 좀 더 해서 양산해야겠는데?’
저런 게 만약 몇 배로 늘어난다면 상당히 쓸만할 전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군용 병기를 대체할 정도로 양산이 된다면…….
‘일반적인 AMT 병사들까지 능력 불문하고 강력한 화력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마법공학으로 제작된 아이템은 인첸트된 일반 소총과 비교할 게 아니었다.
그때, 몇몇 구울이 빌딩 벽면이나 신호등 같은 걸 타며 총알 세례를 피해내기 시작했다.
"젠장, 더럽게 빠르잖아!”
수백 마리가 무리 지어 움직이는 걸 노릴 때는 맞추기 쉽지만, 저렇게 개별적으로 움직이니 상황이 달라졌다. 그것들은 리빙 아머 대열 한 복판으로 뛰어내리며 발톱을 휘둘러댔다.
까—앙—!
기본적인 급은 구울 쪽이 한참 높은바, 리빙 아머가 깡통처럼 찢어졌다.
그때, 탈로스가 앞으로 나아가며 4개의 팔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왜—애—애—앵——!
5~6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탈로스가 한 번 팔을 휘젓자 사분오열되며 너부러졌다.
그 뒤에도, 곡예를 부리며 화망을 돌파한 놈들은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고 가장 위협적인 탈로스를 향해 달려들었는데, 그건 분쇄기에 제 발로 뛰어드는 부나방 꼴이었다.
그러나 디에블이 산화하여 탄생한 ‘악령 구도자’ 역시 두 눈 뜨고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조심해요!”
그놈의 양손에서 피어난 검은 송곳들이 하늘로 비상하더니, 이쪽을 향해서 쏟아졌다.
그 공격에, 선두의 리빙 아머 5대가 뜨거운 포크로 찌른 치즈처럼 녹아버렸다.
이어서 탈로스에게도 몇 발이 내리꽂혔지만, 급이 다른 몸체인 만큼 파괴되진 않았다.
「(>3d_d)o 감히, 내가 아끼는 몸을...... 승부다!」
그렇게 외치며 한쪽 팔이 캐논 형태로 변형시켰다.
콰—앙——!
시뻘건 불기둥이 쏘아지며 구울 십여 마리를 가루로 만든 뒤 악령 구도자를 덮쳤다.
하지만 놈은 연기가 변하며 하늘로 치솟아서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다.
「와…… (v_v ;;) 언젠가는 나도 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때, 라퓨타에서부터 그 무엇보다 밝은 빛이 터져 나오며 모두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시작됐군?’
그건 라퓨타에 와 있는 성녀, 에밀리아 뮐러가 직접 나섰다는 뜻이었다.
즉, 제대로 된 신성 공격의 시작이었다.
하늘 위로 반짝이는 빛무리가 넓게 깔린다. 그건, 무수히 많은 빛의 화살이었다.
그 장면은 흡사 은하수가 피어나는 것처럼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이내 빛의 화살이 악령의 구도자를 향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
그 공세에 맞은 놈이 당장이라도 증발할 듯이 불안하게 타오른다.
촤르르르——
그리고 몇 개의 화살들은 형태를 바꾸더니, 빛의 사슬이 되어 놈의 팔다리를 구속했다. 그 상태로 계속해서 화살이 내리박히며 다소 잔혹해 보일 정도로 일방적인 데미지를 가했다.
그아아아——!
저게 바로 성녀의 힘…… 모두가 그 장면을 입을 쩍 벌린 채 바라보았다.
그런데, 오직 한태산만이 팔짱을 낀 채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어서 오경표도 창대를 들어 올리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런데 저 자식은 친구들이 좆 되고 있는데도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영 수상한데……."
그러고 보니…… 수막트, 놈은 이 난전 속에서도 나서지 않고 있었다. 그저 도끼를 어깨에 얹은 채 꽤 여유롭게 이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씁, 아마도 페이즈2가 시작될 것 같은데, 저거……."
강서윤 역시 불길함을 느꼈는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때 공격을 버티다 못한 ‘악령의 구도자’가 구체로 변하더니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 외에도 아직 움직이고 있던 모든 구울이 산화하여 검은 기운이 되더니, 하늘로 솟구쳤다.
웅——
그 모든 것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수막트— 놈은 그 모든 걸 집어삼켜버렸다.
그러자 언뜻 봐도 강렬한 에너지가 놈의 온몸에서 자글자글 끓어 넘치기 시작한다.
이 자리에 있던 모든 블랙 오크의 생명력 에너지가 수막트에게 모인 것이었다.
"뭐야…… 설마 저걸 기다리고 있던 거야?”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놈이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는데…….
"아? 저거…… 뭔지 몰라도 영 안 좋아요.”
강서윤의 말에 오경표가 고개를 갸웃했다.
"강 대표, 이번에도 뭐가 보이는 겁니까?”
“……무슨 물약 같은데, 그 주변 공기가 진동하네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일대의 공기를 뒤흔드는 액체, 저 힘, 이현욱은 익숙했다.
‘저건 넥타르잖아?’
이현욱도 가지고 있는 신의 음료 ‘넥타르(Nectar)’ 그게 놈의 손아귀에 있었다.
'놈이 저걸 마시면 상황이 곤란해진다.’
연금술 단지의 연구소장, 최태준이 저걸 마시고 ‘몰렉의 화신체’라는 끔찍한 괴물로 변했었다. 그런데 이미 압도적인 보스 몬스터인 수막트가 그것을 마셔서 신의 몸을 얻는다면…….
“……마셨다.”
우득— 우득—
그와 동시에, 놈의 몸이 더욱더 커지기 시작했다.
"저건, 거대화다.”
한태산이 그렇게 말하며 반사적으로 양팔에 시퍼런 기를 둘렀다.
"아니요, 그냥 거대화가 아닙니다.”
이현욱이 고개를 내저었다.
"방금 삼킨 그거, 뭔지 아냐?”
"아마도, 신격이 담긴 걸 겁니다.”
"그게 뭐야, 별 좆 같은 게 다……."
전설 등급의 소비 아이템인 넥타르, 그걸 복용하는 자가 충분히 강인하다면 신의 육체를 얻게 된다. 만약 이미 계약을 맺은 신격이 있다면, 그 신의 힘을 일부분 빌려올 수 있다.
‘최태준이 몰렉이라는 악마의 힘을 받고 화신체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수막트는…… 아마도 ‘고대 신’의 화신체가 될 것이었다.
우득— 우득—
놈의 등뼈 꿈틀거리는 게 보이더니, 변형되며, 순식간에 10m 정도까지 자라났다. 그리고 턱 부근에 웬 촉수 같은 게 수염처럼 돋아났는데, 아마도 고대 신의 형상을 띄는 듯했다.
그어어어——!
이어서 놈의 오른팔이 쩍— 소리와 함께 꺾이고 그 안에서부터 검은 뼈가 돋아난다.
쩌저저저——
뼈가 넝쿨처럼 꼬이더니 거대한 망치 모양으로 변형되었다. 그 길이가 약 7m에 이른다.
- 블랙 오크 전사장 수막트 : 이름 모를 고대 신의 대전사 (LV : 171)
……레벨이 무려 171이다.
블랙 오크 국왕 스토녹스가 175인 만큼, 사실상 동격이었다.
거기에다가 ‘고대 신’의 힘이 깃들었으니 훨씬 까다로운 적수였다.
‘젠장, 저걸 어떻게 잡아야 하지?’
이는 이현욱도 예상 못 한 전개였다.
‘171레벨이라면, 웬만한 공격으로는 흠집도 못 낸다.’
그때 놈이 한 걸음 내디디며 오른손의 뼈 망치를 무작정 휘두른다.
"어—!
콰—아—아—아——!
그러자 마법 폭풍이 일어나며 바닥에 붙어 있는 모든 것들이 하늘로 떠오른다.
놈의 오른쪽 반경에 있던 서울 문화역과 서울역사 L마트 부분이 통째로 뿌리뽑힌다.
그리고 철길이 엿가락처럼 구부러지며, 마치 사다리처럼 허공으로 치솟았다.
"전원, 1번 링크 마법—홀리 가드를 시전한다!”
웅——
그 찰나의 순간에 성녀와 와이트 트리 가드 전원이 힘을 모아서 신성한 방어막을 조형하지 않았더라면,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폭풍에 휩쓸려서 날아가 버렸을 것이었다.
"이 ‘홀리 가드’가 유지되는 시간은 60초 남짓입니다!”
피터 클라크가 그렇게 외치며, 부하들에게 탈출을 위한 텔레포트 마법 준비를 명령했다.
"하…… 미친— 저걸 무슨 수로 잡아야 합니까?”
"방금 그거 못 봤어요? 후퇴밖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곳저곳에서 회의적인…… 아니, 사실상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강화도에 있는 병력까지 싹 와서 대규모 레이드를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서울도 잃는 거고…… 심지어 라퓨타도 날아갈 수도 있잖아요.”
"젠장, 애초에 전쟁 이벤트인 만큼 최종 보스가 말도 안 되게 강한 게 당연한데……."
그러는 사이에 머리 위에 드리운 ‘홀리 가드’가 깜빡이며 옅어지기 시작했다.
"어…… 60초, 거의 다 된 듯한데요?”
쿵—쿵—
그 너머에서 14m까지 자라난 수막트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이현욱은 고민 끝에, 사실상 최후의 수나 마찬가지였던 방법을 떠올렸다.
“……에밀리아, 들립니까?”
- 아니, 저건 도대체 뭐예요—!
짜증과 당황으로 얼룩진 목소리가 꽥— 하고 날아들었다.
그녀는 지금 라퓨타에서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저런 게 나타난 이상 라퓨타도 안전하지 않았다.
"저게 뭐든 방법이 있으니까, 죽지 않게 힐을 좀 집중적으로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모두가 이현욱을 쳐다보았다.
- 내 칭호가 뭔지 몰라요? 그거야 제 전문이죠. 근데 누구요, 권왕한테요?
"그 사람도 신경 쓰긴 써야겠지만…… 제가 죽을 수도 있어서요.”
- 잘 도망을 다니지, 죽긴 왜 죽어요?
"아, 그렇게 죽지는 않을 겁니다. 그, 음독자살에 가까운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 ……네? 나 오늘 술 별로 안 마셨는데, 왜 개소리가 들리지?
이현욱은 AD-2 한 대를 등 뒤로 가져와서,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넥타르(전설)
- 효과 : 알 수 없음
‘넥타르는 나도 있다.’
이건 강동구 연금술 단지 안 내부의 비밀 시설에서 얻었던 물건이었다.
언젠가 연금술 산업이 제대로 발전했을 때, 잘 가공해서 쓸 생각이었는데…….
‘이걸 생으로 마시면 부작용이 크지만, 그걸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이 병 안에 150mL가 있으니, 그중에서 아주 조금만 마시면 될 것이었다.
그리고 넥타르를 마셔야만 하는 실질적인 이유인 또 다른 아이템을 하나를 꺼내 들었다.
츠츠츠츠——
2.5m 정도 길이의 흑색 창이었는데, 자루부터 창끝까지 한 덩어리였다.
그리고 검은 일렁임이 번져 나오는 게, 상당히 음산한 물건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게 볼그(전설)
- 효과
1) 죽음의 창 : 투창 적중 후 마나를 불어 넣으면 ‘죽음의 가시’를 방출합니다.
* 주의! 해당 스킬 사용 시 경우에 따라서 ‘죽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게 볼그(G6e Bolg) 켈트 신화 속 위대한 영웅인 ‘쿠 훌린’이 사용했다는 작살 혹은 투창, 이걸 맞추는 순간에 50개의 가시가 튀어나와서, 적중당한 이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무지막지한 물건인 만큼, 오버 핸디캡이 엄청나다.’
그때, 그 아이템의 정체를 알아본 강서윤이 놀란 토끼 눈을 뜨며 다가왔다.
"잠깐만…… 지금 그거, 쓰려는 거예요?”
"저 쓰라고 준 거 아니었습니까?”
“아, 아니, 그렇긴 한데…… 알잖아요, 그건……."
4차 웨이브 때 그녀가 즈믄나래 길드 소유의 게 볼그를 보상으로 내걸었고, 이현욱이 얻었다.
“……그 창을 쓰는 대가, 오버 핸디캡은 무려 생명력이에요.”
이현욱은 알고 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거기에 달린 스킬은 아직 아무도 제대로 사용 못 했어요.”
즉, 전설 등급 무기지만 계륵이었다는 소리였다.
그저 기본 공격을 하는 것만으로도 생명력을 소모하는 강력한 무기다.
그런데 죽음의 창이라는 스킬을 쓴다면…… 말도 안 되는 생명력이 소모된다.
"그 스킬을 썼던 호걸, 김태혁 씨는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요.”
호걸 김태혁, 광명 오우거 전투 당시에 트윈 헤드 오우거 챔피언을 향해 이 창을 던졌던 남자였다. 그는 당시 한국 플레이어 랭킹 5위로서, 백호로 변신하는 최강의 탱커였다. 그날, 이 창을 던져서 단 일격에 98레벨짜리 보스 몬스터를 죽이며, 세상을 놀라게 했었지만......
"그 창을 던지고 난 뒤에 육체가 붕괴하기 시작해서 세인트 돔으로 후송 갔어요.”
그리고 세계수의 힘을 빌려서 무려 6개월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이현욱, 지금의 당신은 그걸 쓰면 반드시 죽어요.”
그때, 한태산이 다가왔다.
"이현욱, 너보다는 내가 쓰는 게 좋을 거다.”
그는 자못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리 그일지라도, 이걸 쓰면 심각한 신체 손상을 입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 말고는 감당할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았다.
"한태산 씨, 이 창을 명중시키기 위해서 저놈을 묶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이현욱은 그렇게 말하며 허리띠, 메긴기요르드를 풀어서 내밀었다.
"이걸 사용하면 근력이 2배가 될 겁니다. 아, 빌려드리는 겁니다.”
이어서 당기는 힘을 대폭 증가시켜주는 ‘세계수의 갈고리’까지 꺼냈다.
"이걸로 저놈을 움직이지 묶어주세요. 그때 제가 놈의 심장을 노리겠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홀리 가드가 사라져버리고, 수막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쿵— 쿵— 쿵— 쿵—
"젠장, 모두 피해!”
이현욱은 창대를 움켜쥐고는 허공으로 치솟았다.
지지지지——
손아귀 가득, 기분 나쁜 고통이자 감당하기 어려운 힘이 차오른다.
‘지금 내 몸으로 이걸 쓰면, 확실히 죽는다.’
그는 넥타르의 병을 열고, 아주 살짝 한 모금 마셨다.
- 주의! 당신은 신의 음료를 복용했습니다.
* 아직 초월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
온몸이 저며지는 것 같은 통증에, 이현욱은 신음조차 흘리지 못했다.
그리고 마나 메신저를 켜고 간신히 입을 열어서 한 마디를 내뱉었다.
"힐 좀……."
그렇게 말하는 순간, 하늘에서 빛줄기가 내리쬐며, 이현욱의 온몸을 뒤덮었다.
“헉—!”
- 젠장, 뭘 처먹었길래 갑자기 온몸이 파괴되는 거예요? 진짜로 음독자살이야, 뭐야!
이는 넥타르를 흡수하는 동안, 격에 맞지 않는 신체가 실시간으로 붕괴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완전히 흡수하기 전에 죽어야 마땅했을 테지만, 성녀가 있다만 이야기가 달렸다.
실시간으로 타들어 가는 세포와 신경계가 실시간으로 회복되며, 묘한 쾌감이 든다.
그러니까 사실상 억지로 흡수시키는 셈이었고…….
- 축하합니다! 신의 음료 ‘넥타르를’ 흡수하셨습니다.
*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10%)
* 30분간 모든 능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300%)
* 30분간 모든 상태 이상 효과에 ‘면역’이 됩니다.
* 30분간 모든 정신 계열 저주에 ‘면역’이 됩니다.
실로 압도적인 힘이, 온몸에서 요동치는 게 느껴진다.
"후…… 에밀리아, 방금 힐 고마워요. 그런데 한 번 더 힐이 필요해요.”
이현욱 오른손에 쥐어져 있는 흑색 창, 게 볼그를 들어 올렸다
츠츠츠츠——
강화된 몸이지만 이 창을 던지는 순간, 신체 붕괴가 다시 일어날 것이었다.
- 그런데 좀 멀쩡하게 죽으면 부활시켜줄 수 있기는 해요. 불구는 면치 못하겠지만."
"그거참, 안심되는 말이네요.”
이현욱은 숨을 고르며 게 볼그를 들고, 더 높은 하늘로 상승했다.
‘이건 도박 수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예상대로 되리라는 법은 없었다.
이번에도 어떤 변수가 벌어졌으나, 다행히도 대응할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저런 걸 잡을 수만 있다면, 엄청난 보상이 뒤따를 것이었다.
즉, 이현욱은 실제로 도박을 감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 (!) 메인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
- 축하합니다! 메인 퀘스트 <1번 : 블랙 게이트 추적>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조건 : 블랙 오크 전사장 수막트 ‘이름 모를 고대 신의 대전사’를 사냥하십시오!
‘아무래도 맞는 길로 가고 있는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