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 서해안에 상륙한 블랙 오크 군단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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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주)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의 무게를 2,024t에서 802t으로 수정했습니다. 비슷한 크기의 철제 장비들을 재차 검토해보니, 아무리 크기가 커도 너무 무거웠던 감이 있네요.
이현욱은 라퓨타의 난간에 선 채 저 멀리 지평선을 보고 있었다.
“……사장님,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 왜 오신 거죠? 강화도 쪽에 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의 등 뒤로 이정준, 김세희, 박준모 등이 달려오며 물었으나 이현욱은 대답이 없었다.
"......."
어느새 라퓨타와 마천루 사이의 하늘에 ‘후긴’이 떠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지금 후긴에 동화되어 라퓨타 아래, 서울 도심을 굽어보는 중이었다.
고—오—오—오——!
기이한 광풍을 몰아치며 802t짜리 거인이 거대한 운석 덩어리처럼 추락하고 있다.
이현욱일지라도 현재로서는 그 육중한 금속 덩어리를 통째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허공에 뜬 상태에서 가장자리를 조금 움직이는 것으로 방향을 조절할 수는 있다.
‘지상까지는 약 1.7km…… 정확하게 저 괴물의 머리 위에 내리꽂힌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동안, 상대해야 할 거대 보스 몬스터가 무엇인지 파악했다.
- 히드라의 첫 번째 머리 (LV. 98)
- 히드라의 두 번째 머리 (LV. 109)
- 히드라의 세 번째 머리 (LV. 110)
- 히드라의 네 번째 머리 ★ (LV.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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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개, 각 머리의 레벨은 98-113이다. 그중에서 네 번째 머리가 ‘중심부’인 듯했다.
생각 외로 레벨이 높지는 않지만, 그런 게 무려 9개가 합쳐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리고 히드라의 머리는 계속해서 재생한다.’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12가지 시련 중 하나였던 히드라,
그 신화대로 저 마수 역시 엄청난 재생 능력과 강력한 독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격에 끝장내버리지 못하면 전투는 점차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재빨리 모든 머리를 제거한 뒤, 재생할 수 없게 불로 지져야만 한다.’
그때, 놈도 머리 위에서 드리우는 그림자를 느꼈는지, 몇 개의 머리를 치켜들었다.
크에에에——!
경계 어린 포효, 3개의 머리가 주둥이를 쩍 벌리고 짙은 녹색의 액체를 분사한다.
푸쉬이이——!
그 악명 높은 맹독이 부채꼴로 뿜어져 오르며 양측 건물 외벽을 생크림처럼 녹여버렸다. 이내 그 영향권에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이 들어갔고, 표면이 산화하여 자글자글 끓었다.
하지만 그뿐, 그 거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낙하하며 지면과 가까워져 간다.
‘이럴 줄 알고 융합 때 겉면에 오리할콘과 아다만트를 얇게라도 발라 두었다.’
일반적인 금속보다 휠씬 항마력이 강한 두 금속 덕에 맹독과 산을 견뎌낸 것이었다.
‘그래서, 세이브다.’
결국,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의 몸뚱이가 히드라의 머리 위로 정확히 내리꽂힌다.
콰—아—아—앙——!
……깔아뭉개버렸다. 그것 외에는 적합한 표현이 없었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에 쥐고 있던 20m짜리 아다만트 창으로 머리통 하나를 내리찍었다.
쿠구구구......
낙진이 일며 그렇지 않아도 뒤틀려 있었던 일대의 빌딩들이 기우뚱 흔들린다.
이 전투가 끝나면 아무래도 중구 도심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듯싶었다.
쿵! 쿵! 쿵! 쿵!
마치 모래 폭풍을 맞이한 두바이 도심처럼, 수십 층의 마천루가 먼지에 잠겨버렸다.
그 사이에서 21m짜리 금속 거인과 그보다 2배는 더 긴 마수가 뒤엉켜서 사투를 벌인다.
‘좋아, 2개의 머리를 제압했다.’
하나는 아다만트 창으로 꿰뚫었고 하나는 체중을 실어서 밟아 으스러뜨렸다.
하지만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금방 새로 재생된 머리와 상대하게 될 것이었다.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아야 한다.’
이현욱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허공에 3개의 모글레이가 미리 소환되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이어서 이현욱의 손짓에, 그것들이 추락하며 중력 가속도를 입었다.
쉬—이—이—이——!
퍽— 퍽— 박제되듯, 2개의 머리가 모글레이에 꿰인 채 땅에 내리박혔다.
그러나 그 낙하 공격은 일종의 ‘장전’에 불과했다. 이현욱이 방아쇠를 당겼다.
‘플레어 윕—’
그 순간 개당 6개씩, 총 12개의 붉은 채찍이 피어나며 일대를 짓이기기 시작했다. 그 범위 안에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도 포함되는 바람에 그것 몸뚱이도 함께 듬성듬성 썰려 나갔다.
쩡—! 쩡—!
하지만 골렘은 ‘코어’가 파괴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주변 금속을 끌어당겨서 재조립된다.
히드라 역시 빠르게 재생하고 있었지만, 만신창이가 되어 몸놀림이 확연히 느려진 상태였다.
이현욱은 지상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그리고 두 가지 주문을 외웠다.
“융해— 변형—”
그러자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 그 몸뚱이가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녹아내리더니, 가슴 부분이 수십 줄기의 쇠사슬로 변형되어서 히드라의 9개의 머리를 칭칭 동여매기 시작한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쇠사슬들이 서로 맞물리는 순간, 다시 ‘융화’되며 용접한 것처럼 단단하게 뒤엉킨다.
그건 802t짜리 강철의 구속복이나 다름없었다.
게에에에——!
히드라가 발작하듯 몸을 뒤틀지만, 쉽게 풀어낼 수는 없을 것이었다.
"박준모, 그 허리띠 좀 다시 줄래?”
"예? 허리띠…… 아, 맞다! 예!”
이현욱은 강화도로 가기 전, 박준모에 2가지 아이템을 빌려주었다.
그건 ‘묠니르’와 첸나이 경매장에서 얻은 ‘북쪽 장사의 허리띠’였다.
"그런데 이게, 갑자기 잠재력 해방이라는 게 돼서......."
이현욱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역시 알고 주신 거군요?”
이 ‘북쪽 장사의 허리띠’의 정체는 토르의 허리띠인 ‘메긴기요르드’였다.
하지만 아직 잠재력 해방이 되지 않아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일정량 이상의 전류 면역력을 가진 자가 착용해야 잠재력이 해방된다.
그리고 박준모의 전류 저항력은 사실상 면역…… 아니, 오히려 전류가 버프가 된다.
그리하여—
[아이템 정보]
- 이름 : 메긴기요르드(전설)
-효과
1) 힘의 허리띠 : 신체 강도 및 근력이 2배로 상승합니다. (+100%)
2) 뇌신의 흔적 : 전류 면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50%)
그걸 착용하는 순간, 온몸이 뜨거워지며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어서 ‘묠니르’까지 건네받는 순간—
- <토르의 무구 세트(2/3)〉효과가 발동합니다!
* 모든 근접 공격에 강력한 ‘전류’ 속성이 부여됩니다.
이현욱은 난간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그의 몸은 추락하지 않았다. 마치 투명다리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서 정확히, 히드라의 수직 선상에 멈춰 섰다.
"곧 라퓨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시작될 겁니다.”
그 말에 라퓨타에 대기 중이던 세 사람의 얼굴에 긴장이 퍼져나갔다.
"그런데 혹시…… 저 손님들은 계속 기다리라고 합니까?”
근래 라퓨타 경비대장 역할을 맡은 이정준이 물었다.
"예, 제가 신호할 때까지 대기하라고 하세요.”
이현욱은 그 말을 남기고 마치 물속으로 가라앉듯, 수직으로 떨어졌다.
후우우우——
그와 반대로 지면에서부터 수직으로 상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건 한 자루의 모글레이였다.
두 직선의 교차지점, 이현욱은 모글레이의 힐트를 잡아챘다.
서울의 구원자 특성상 모든 능력치가 2배가 된다. 즉, 근력도 2배가 된다.
그리고 2배가 된 상태에서 이걸 작용하는 순간 또 2배가 된다.
쩌저저저——
여기에다가 강체화가 더해지며, 이현욱의 폭발적인 괴력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수직 낙하한다. 그리고 2t짜리 거검의 끝에 모든 금속 통제력을 담는다.
훙——
시야 속, 빠르게 커지는 빌딩과 두 괴수, 이현욱은 어느새 빌딩 사이에 들어와 있었다.
그는 쇠사슬로 구속된 히드라를 스쳐 지나가며 모글레이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까— 앙——!
그것의 목덜미를 휘감고 있는 쇠사슬까지 함께, 절단해버렸다.
그 일격에 6번, 7번 머리가 동시에 잘려나갔다.
철퍽—
이어서 그가 손짓하자, 바닥에 내리박혀 있던 모글레이 2개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헬리오스 열선, 거검이 수천 도의 고열로 달궈진 것이었다.
이현욱은 그걸 움직여서, 히드라의 목, 절단면에 가져대 댔다.
치이이이——!
‘이렇게 인두처럼 지져버리면 재생이 중단된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헤라클레스가 히드라를 제압한 방법 그대로였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이현욱, 계속해요! 우리가 엄호할 테니까요!”
아마도 강서윤인 듯했다. 그녀가 이현욱에 날아드는 웬 검은 구체를 화살로 맞춰 튕겨낸다.
“6시 방향, 주술사 3마리가 뭔가를 준비한다!”
"오케이, 뒤로 빠져서 자리 잡아! 내가 막는다!”
이어서 안양 듀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현욱은 그들을 믿고, 히드라를 마무리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치이이이——!
‘이걸로 4개의 머리를 끝냈다.’
이현욱은 그렇게 히드라를 요리하면서도 후긴을 통해서, 주변부를 빠르게 훑었다.
서울역 사거리에 발생한 거대한 구덩이…… 그 안에 몇 개의 인영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스토녹스는 없다.’
예상외로 블랙 오크 왕국의 국왕은 이 땅에 오지 않은 것일까?
그 대신…….
- 블랙 오크 전사장 수막트 (LV. 142)
'이번 페이즈에서는 저 자식이 진짜 보스 몬스터다.’
3대 블랙 오크 중 하나인 전사장 수막트…… 무려 142레벨의 보스 몬스터다.
즉 이 히드라라는 소환 마수는 일종의 ‘중간 보스’ 개념에 불과한 것이다.
그놈이, 거대한 도끼를 짊어진 채, 수십 마리의 친위대를 이끌고 구덩이를 걸어 나온다.
그런데 그 뒤로 또 하나의 보스 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 블랙 오크 주술사장 디에블-꼭두각시 (LV. 139)
역시 3대 블랙 오크 중 하나인 디에블이었다.
'저놈은 분명히, 내가 죽였다.'
이현욱이 상하이 병력집결지에서 저고도 모글레이 투하, 내리찍어버리지 않았던가? 그건 제아무리 보스 몬스터일지라도, 방어력이 약한 주술사 계열로서는 버틸 수 없는 데미지였다.
‘잠깐만, 꼭두각시라…… 아, 스토녹스가 조종하고 있는 건가?’
아무래도 강령술 같은 걸 통해서 시체를 일으켜서, 스토녹스가 빙의한 채 온 듯했다.
그런 식의 기이한 방식을, 고대 신과 연관된 주술사들이 종종 선보이곤 했었다.
한편, 그놈은 어떤 주문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고—오—오—오......
사방에 쓰러져 있는 블랙 오크들—아마도 제물로 보이는 것들의 몸뚱이에서 검은 에너지가 넘실거리며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꼭두각시의 손에 들린 검은 수정 구슬로 흡입된다.
‘저 수정 구슬은 포켓 스페이스를 품고 있다.’
포켓 스페이스(Pocket Space), 어떻게 보면 아공간과 비슷하지만, 생명체도 머물 수 있는 물질 우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고차원적인 공간이었고, 그만큼 조성하기 어렵다.
즉, 유지 비용이 아주 값비싼데…… 저걸 형성하는데 수백의 생명을 제물로 바쳤을 것이다.
‘그리고 저기에 군대를 숨겨서, 이곳으로 공간 이동을 한 거다.’
이내, 그놈이 준비하던 주술이 완성되었다.
콰—아—아—아—아——!
검은 수정 구슬로부터 검은빛이 터져 나오며 광풍이 몰아친다.
그 안에 담겨 있던 압축 공간이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 뜻은…… 그 안에 담긴 군대가 등장한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이현욱은 히드라의 마지막 머리를 절단 낸 뒤,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 뒤로 몸을 피했다.
“—젠장, 갑자기 뭐야! 전부 내 뒤로 와요!”
안양 듀오 중 탱커인 이혜민이 방패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집채만 한 크기의 반투명한 방패가 형성되며 광풍을 막아냈다.
콰—아—아—아—아——!
이 난전 속에서도 운 좋게 살아남았던 가로수가 통째로 뽑혀나가며 하늘 높이 날아간다.
"......."
잠시 후, 그 광풍이 멎자 어느새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들이 드리워 있다.
이에 모두가 고개를 들어 올려서 태양을 가려버린 그 무언가를 직시했다.
털—털—털—털——
36대의 조잡한 비공정들이, 서울의 하늘에 너저분하게 늘어서 있었다.
‘누더기 함대…….'
저것들은 동력 기관은 마나가 아니라 생명력을 삼키며 동력을 발생시키는 ‘악마수’의 코어로써, 그것의 뿌리로 추정되는 것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정신 사납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한편, 그 사이에는 이현욱의 퀘스트 목표물인 ‘에드 온-거신병 연구소’도 섞여 있었다. 누더기 함대 사이에서 유난히 거대하며, 세련된 빛을 머금고 있는 것이 눈에 딱 들어왔다.
털—털—털—털——
이내 누더기 함대가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항로의 종착지는 보나 마나 ‘라퓨타’였다.
선두 몇 척의 천장 부근 뚜껑이 열리더니, 블랙 오크들이 머리를 내밀고 불덩이를 쏘아댄다.
쿵— 쿵— 쿵— 쿵—
이에 라퓨타에서도 응사를 시작했다.
콰—앙——!
그레이 드워프들이 만든 대형 캐논이 불을 뿜으며, 선두의 누더기 함선 한 대가 반파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라퓨타 안에도 적지 않은 숫자의 경비병력이 대기 중이었다.
‘거기에다가 청동 파수꾼 상태의 탈로스도 있으니…….'
아마도 쉽게 점령당하지는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것들이 꾸역꾸역 밀고 들어가는 걸 두고만 볼 생각은 없었다.
이현욱은 품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건 원형의 칼날인 차크람, 수다르사나였다.
그 전설 등급의 무기를,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쉭——!
초고속으로 비상하며 곡선의 붉은 잔상을 남기는 수다르사나,
이내 한 누더기 함선의 바닥 면을 수레바퀴 구르듯, 세로로 긋고 지나간다.
카가가가——
그렇게 찢긴 부분에서 뒤늦게 화염이 치솟으며 천천히 추락한다.
펑——!
‘역시, 누더기 함대는 방어력이 사실상 없다.’
직후, 수다르사나가 누더기 함대의 중심부에 도달하는 순간—
‘차크라 폭발—!’
이현욱이 수다르사나의 스킬을 시동했다.
그 순간, 수다르사나가 한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는 풍차라도 된 양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윙—윙—윙—윙——!
거친 회전 궤적을 따라서 강렬한 붉은 빛이 마치 수채 물감처럼 번져 나온다.
그 농도가 짙어지자, 하늘에 태양이 하나 더 떠오른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내 회전 속도가 종잡을 수 없이 빨라져서, 튕겨 나갈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드는 순간—
콰—가—가—가—가——!
그렇게 번져 나왔던 붉은 빛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그다음 장면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윽—"
그 빛이 너무나 강렬하여 모두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쿠구구구…….
다시 시야가 되돌아 왔을 때는 누더기 함대 36대 중 23대가 반파되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어어어——!
그 충격적인 장면에, 서울역 사거리의 구덩이 안에 현현한 오크 군대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그럴 것이, 이현욱에 의해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본 게 벌써 3번째였다.
이번에도 또 너냐, 그런 원한이 담긴 듯한 괴성이 서울역을 서럽게 뒤덮었다.
그때, 등 뒤에서 또 다른 함성이 들려온다.
“—부대, 전투 준비!”
괴물들의 싸움에서 피해 있던 제3항마여단 1대대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이현욱, 우리도 도움이 되어줄까 싶은데, 괜찮을까?
이 목소리는 김강석 대령이었다. 그도 이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이현욱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조금만 더 대기해주십시오.”
- ……설마, 또 보여줄 게 남은 건가?
"사실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허공으로 띄웠다.
마치 투명 엘리베이터를 탄 것처럼, 그의 몸이 수직으로 부드럽게 떠오른다.
이내 수십 층 마천루와 눈높이를 맞출 정도의 고도에 이르렀을 때,
그가 양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웅——
그 순간, 쏟아져 내리던 누더기 함대의 굵직굵직한 파편들이 하나둘씩 멈춰섰다.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려서 하늘에 매달린 것 같은 풍경에, 모두가 넋을 놓았다.
직후, 그 금속 파편들이 ‘금속 변형’되며 거대하고 넓적한 형태의 '판’이 되었다.
쩌저저저——
“……내가 왜 굳이, 라퓨타를 옮기지 않고 여기에 그대로 두었을까?”
라퓨타, 그건 확실한 표적으로 반드시 공격받고 말 것이었다.
그에 따라서 서울 중구, 이 중요한 도심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현욱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구태여 이곳을 전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이곳, 서울이 내게 힘을 준다.”
서울의 구원자라는 업적, 서울이 전쟁이라면 이현욱의 전력은 정확히 2배가 된다.
그리하여......
- 현재 조종 가능한 금속 무게 : 11, 246kg
지금, 한 번에 11t의 금속을 조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도시에는…… 금속이 미친 듯이 많지……."
그가 양손을 더욱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자 처참하게 무너진 빌딩의 잔해, 그 속에 있던 H빔 같은 철골들이 하나둘 일어선다.
그 외에도 거리를 따라서 이어지는 가로등이나 신호등이나, 맨홀 뚜껑까지 날아오른다.
그리고 역시나 금속 변형되며 넓은 ‘판’ 같은 형태가 되었다.
공중에서 떨어지던 금속, 지상에서 일어난 금속,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마치 열차가 된 양, 이현욱의 손짓을 따라 열을 이루며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
텅—텅—텅—텅——!
그때, 거대한 강철판들이 낙하하며 세종로의 아스팔트 위에 내리박힌다.
그건…… 기나긴 벽이었다.
그렇게 세종로가 7~8m 높이의 철벽으로 가로막혔다.
텅—텅—텅—텅——!
이어서 퇴계로와 통일로가 동시에 완전히 가로막혔다.
텅—텅—텅—텅——!
마지막으로 한강대로까지…… 사거리 전체가 강철의 장벽으로 둘러싸인 것이었다.
즉, 포켓 스페이스로부터 등장한 블랙 오크 군단의 사방이, 완전히 틀어박혔다.
이현욱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묠니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벼락을 쏟아부으려는 건 아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몰니르(전설)
- 효과
1) 강철 벼락 : 투척 시 파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2) 리터닝 : 소유자가 복귀를 명령할 시 다시 돌아옵니다.
3) 뇌신의 분노 : 강력한 전류를 방출합니다.
4) 염화 폭풍 : 압도적인 열기를 방출합니다.
얼마 전, 전설 등급의 오브인 ‘태양의 파편’을 묠니르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4번째 스킬, 염화 폭풍이 생겼다.
이번에는 그걸 실험해볼 생각이었다.
이현욱이 천천히, 묠니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서울에 온 걸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