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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28화 (128/221)

128화.  < 서해 안에 상륙한 블랙 오크 군단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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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 검은 촉수들, 그것들이 빌딩을 타고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콰드드드——

“미친…… 저게 도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온 거야?”

반쯤 기울어진 빌딩, 그곳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착지한 강서윤이 화살에 시위를 걸었다.

희뿌연 먼지가 도심을 자욱하게 뒤덮은 탓에 저 촉수의 형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사수 계열 플레이어인 만큼, 이 거대 몬스터의 생김새를 빠르게 분석했다.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기어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지하 시설에서 소환되면서 이 주변 빌딩의 지하층을 박살 내버린 듯했다.

그래서 하중을 견디지 못한 빌딩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녀는 이어서 ‘사냥꾼의 눈’이라는 스킬을 통해서 이 괴물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정체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어…… 뱀이잖아?”

흡사 촉수처럼 매끈하게 길게 뻗은 곡선의 연속 그 끝에, 붉은 눈동자가 떠올라 있다.

크에에에——!

그리고 독니가 도드라진 아가리가 쩍 벌어지며, 빌딩의 외벽을 덥석 물어 으스러뜨린다.

콰드드드——!

그런 초대형 분쇄기가 같은 머리통은 하나가 아니었다.

지면의 구덩이 속, 총 9개의 가닥이 일어서며 희뿌연 먼지 뒤에서 넘실거린다.

'저건…… 히드라다!’

히드라(Hydra) 최상급 마수로서, 세계적인 랭커일지라도 웬만해서는 마주하기 힘든 존재였다.

심지어 이 나라 4위인 강서윤조차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젠장, 저게 온전히 소환돼서 독을 꿈기 시작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신화 상, 히드라의 맹독은 신조차 자살하게 만들기로 유명했다.

지금 당장 막지 않으면, 곧 이 도시 전역에 끔찍한 독을 흩뿌릴 것이었다.

‘내 공격이…… 먹힐까?’

강서윤은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자세를 낮추고 시위를 당겼다.

콰—과—광——!

그녀의 화살이 놈의 4번째 머리통에 적중하는 순간,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놈은 꿈쩍하지 않았다.

츠츠츠츠——

그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더니, 붉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한다.

강서윤은 재빨리 한 트럭 뒤로 몸을 숨겼다.

철컥—

그러면서 화살집에 스위치를 조작하여 촉을 순도 100% 오리할콘으로 교체했다.

이걸로 눈을 노린다면 유효한 관통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었다.

- 자, 모두 침착해요! 저거 딱 봐도 거대 보스 몬스터잖아요? 내가 얼마 전에 저런 거한테 물려봐서 아는데, 저런 종류는 절대로 혼자서는 상대 못 하니까, 객기 부리지 맙시다! 응?

그때, 귓속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오경표였다.

그의 말이 맞았다.

아주 오랜만에 감히 객기를 부릴 수 없을 정도의 상대를 마주하게 된 듯했다.

- 그러니까, 일단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체계적으로, 우리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요?

"후…… 하지만 시간이 없어요. 곧 소환이 완료될 거예요.”

- 강대표, 저걸 소환할 놈이 여기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렇죠. 역시나 보스 몬스터…… 플레이어라면, 기백준 이상의 소환술사일 거예요.”

그 소환자가 블랙 오크라면, 적어도 보스 몬스터 등급의 주술사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놈을 호위할 만만치 않은 수준의 전사들도 함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 자식은 지하에 있나?”

이 목소리는 한태산이었다. 그는 어느새 강서윤의 등 뒤에 서 있었다.

그리고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히드라를 향해 거침없이 걸어갔다.

"야! 객기 부리지 말고, 다 함께 칠 생각 해!”

그런데 한태산은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들어 올려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쯧— 또 이현욱, 그자식이 왔군……."

"응? 이현욱이 여기에 왔다니, 그럼 강화도 쪽은 어떻게 된 건데?”

- 음, 이현욱은 지금 강화도 습격 작전 선두에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에 있다는 겁니까?

그렇게 묻는 건 오경표였다. 그는 강화도 전투 현황을 실시간으로 전혀 듣고 있었다.

“그럼 저건 뭐야?”

한태산이 검지를 들어 올려 하늘을 가리켰다.

우르르르——

어느새 짙은 먹구름이 서울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번개가 요동쳤다.

강서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이현욱이 썼던 낙뢰 스킬 같긴 한데……."

그녀도 제주도 파에톤 레이드 당시, 이현욱이 저런 걸 쓰는 걸 목격했었다.

왜—애—애—앵——

그때, 머리 위에서 웬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어…… 라퓨타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 아무래도 이거, 우리보고 피하라는 것 같으니까 빨리 물러납시다!

그들은 직감적으로 히드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세상이 백색으로 물들었다.

쩌—저—저—저—정——!

이내 수백 발의 낙뢰가, 구덩이를 비집고 나오고 있는 히드라에게 떨어졌다.

콰—과—과—과—과——!

언뜻 보면 빛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물줄기가 쏟아지는 것만 같은 압도적인 양의 전류들…… 그에 무너진 건물 잔해들이 이리저리 튕겨 나가며 일대의 건물을 두들겨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파지지지——!

그렇게 내리친 낙뢰는 방전되지 않고, 다시 상승하며 거대한 전기 구체로 변했다.

그 상태로 히드라의 몸 전체를 감싼 채로 요란스레 뒤엉키며, 통째로 튀겨버린다.

마치 거대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것처럼, 히드라의 몸이 빠르게 익어간다.

“음…… 설마, 그 이현욱이 데리고 다니던 그 꼬맹이인가?”

한태산이 쯧— 하고 혀를 차면서 라퓨타를 올려다보았다.

박준모, 그 역시 이현욱과 더불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긴 했다.

하지만 이현욱처럼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 녀석은 또 언제 이렇게 큰 거지?”

그런데…….

치이이이.......

"젠장......."

그렇게 엄청난 전류 공세를 맞았음에도, 히드라는 아주 멀쩡했다.

어느새 그 괴물의 거대한 몸뚱이에는 어떤 검은 장막이 덧씌워져 있었다.

“……그 순간에 어떤 존재가 상당한 수준의 방어 마법을 적용했어요.”

그리고 그 뒤로, 몇의 블랙 오크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푸쉬이이——

그와 동시에, 연기 속에서 히드라의 9개의 머리, 18개의 시뻘건 눈동자가 떠올랐다.

***

강화도 전역에 무려 105,000개의 ‘마법 금속 아이템’이 매설되어 있었다.

그 외에 다른 섬에 매설된 것까지 따진다면, 실로 천문학적인 양이 아닐 수 없었다.

‘단기간에 이 정도의 무기를 확보한 건, 정부가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현욱의 요청으로 지난 며칠간 군 병기창이 밤낮으로 총력 가동된 결과였다.

'......국민의 혈세가 내 화력으로 치환되었으니, 제대로 써야 할 의무가 있다.’

한편, 105,000개 중 대부분은 ‘파이어 트랩’이라는 신병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파이어 트랩(고급)

- 효과 : 주의! 중심부에 큰 충격을 가할 시 '화염 폭발’을 일으킵니다.

이 아이템의 작동 방식은 ‘마나 주입’이 아니라 ‘작약 폭발’로 설정되었다. 이는 취급이 위험하지만 적은 마나를 투자하여 ‘연쇄 폭발’을 유도할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었다.

즉, 매설만 잘 되어 있다면 이현욱 혼자서 105,000개를 모조리 터뜨려 버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방금, 그게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쿠—구—구—구.......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강화도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면면이 희뿌연 회색 연기로 뒤덮인 채 자글자글 끓고 있는 게, 흡사 다 타버린 숯덩이를 내려다보는 것만 같은 광경이다.

그리고 블랙 오크 병력이 군집해 있던 해안가와 일부 평탄한 지형은 거대한 쟁기로 갈아버린 것처럼 완전히 뒤집어 까져 있었다. 그곳에서 절절한 괴성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이현욱의 눈앞에 공적 획득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줄지어 올라오는 중이었다.

- 블랙 오크 전사를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4)

- 블랙 오크 전사를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7)

- 블랙 오크 정예 전사를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11)

.

.

.

‘이 함정만으로 단숨에 2,105마리를 죽였다.’

그건 확실하게 숨통을 끊은 숫자만 해당했다.

‘이외에 폭발에 휩쓸려서 불구가 된 숫자까지 포함한다면, 몇 배가 될 거다.’

즉, 침략자들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제대로 한 방 먹이는 데 성공했다. 제아무리 용맹한 블랙 오크라도 발아래에서 용솟음치는 폭발에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승리를 가져왔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 전쟁의 종지부가 될만한,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그래, 바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 칙— 강화도 상륙작전을 시작한다.

우우우우——

이내 강철 함대를 필두로 항공 수송대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또한, 해상에 대기하고 있던 고무보트 수백 대가 일제히 시동을 걸었다.

텅 비어있던 강화해협이 순식간에 온갖 것으로 뒤덮였다.

마치, 물소가 병들어 쓰러지는 걸 목격한 하이에나 떼처럼 재빠른 공세였다.

그 모든 것들이 빠르게 나아가며 검은 돔을 향해 온갖 마법을 뿜는다.

단 하나의 지점에 집중된 수십 발의 마법들.......

퍼—버—버—버—벙——!

이내 검은 돔의 한쪽 면이 으스러지며 유리창 깨지듯이 우수수 쏟아진다,

- 3-1 지점, 균열이 생겼다! 그곳으로 침투한다!

강화도를 뒤덮었던 검은 연기는 흩어졌지만, 폭발로 일어난 회색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나 있다. ROK AMT 상륙부대는 오히려 그 현상을 ‘연막탄’ 삼아서 과감하게 진격해 나갔다.

쾅——!

어디에선가 날아온 화염 마법이 고무보트를 노렸지만, 다행히도 죄다 빗나갔다. 시야가 차단된 이상 이 길디긴 해협을 건너는 작은 고무보트를 맞추는 건 웬만해서는 불가능했다.

- 칙— 저격수들, 해안가 및 산간에서 대공화기를 식별하여 파괴하라!

비공정, 안정적인 ‘호버링’이 가능한 그 마법 기체에서 저격수들이 몸을 내밀고 활과 석궁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이현욱의 ‘발파’에서 살아남은 ‘대공화기’를 집중사격하여 파괴한다.

- 물개1팀, 상륙 성공, 전면 민가 경계한다!

- 물개4팀, 상륙 성공, 우측 둔덕 점령한다!

줄지어 밀려오는 교신들을 통해서 상륙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11시 방향, 블랙 오크 9마리 출현, 제압 사격한다!

쉬—쉬—쉬—쉬——!

이미 폭발을 뒤집어쓰고 만신창이가 된 블랙 오크들은 이렇다 할 저항을 하지 못한다.

“—프리스트 2소대, 후속 상륙부대 진입로에 마법 방어막 전개해!”

“3시 방향 내리막에 방패벽을 형성하여 적의 습격을 대비한다!”

섬 장악 작전, 이는 며칠 전부터 수차례 연습한 ‘시나리오’대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단 5분 만에 섬 전역에 수백 명의 AMT 병력이 상륙하여 자리를 잡았다.

직후, 해안가 곳곳에 시퍼런 빛줄기—텔레포트가 연달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그 안에서부터 걸어 나오는 건 김포국제공항에 모여 있었던 ‘지원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들 중에서 장거리 텔레포트가 가능한 팀들이 과감하게 먼저 도착한 모양이었다.

"후— 여기가 그, 블랙 오크들이 장악한 섬 맞지?”

"와, 미친! 진짜로 섬 하나를 혼자서 날려버렸잖아?”

그들은 주변을 쭉 둘러보더니, 무기를 빼 들고 팀별로 포지션을 잡는다.

하지만 앞선 AMT 상륙부대와 달리, 다소 껄렁거리는 등 여유가 묻어났다.

"자, 정신 차리고 빨리 레이드 준비해! 한 마리라도 더 먹어야 하잖아?”

"이게 빅 이벤트라는 거 다들 잊지 말고, 이건 진짜 다시 없을 기회다!”

이렇게 탐욕스러운 대사를 외치며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블랙 오크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는데…… 그 공세는 실로 막강했다. 어쩌면 탐욕이 있기에 강해진 걸지도 모를 정도로…….

"오! 이 자식들, 고작 오크치고는 좀 버티는데?”

"야, 방심하지는 마. 그래도 정예 블랙 오크는 꽤 세다던데?”

“으하하— 그래 봤자 오크 아니겠냐? 죽어 이 짐승 새끼야—!”

뻑—!

비교적 멀쩡한 상태의 블랙 오크 백여 마리가 몰려왔지만, 순식간에 정리되어버렸다.

한편, 이현욱은 허공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와…… 스틸레인 저 자식 봐라, 무슨 장군이라도 된 양 한가롭게 구경하고 있잖아?”

"참나, 자기는 이미 ‘공적’을 쌓을 대로 쌓았다는 거 아니겠냐? 좀 재수 없네……."

"야, 방금 그 한 방으로 몇 마리를 죽였는데, 나라도 이제는 그냥 마음 편히 놀겠다.”

그러나 사실, 이현욱은 후긴을 통하여 강화도의 중심부를 훑는 중이었다.

이 정도 공습이 이루어졌다면, 보스 몬스터들이 ‘페이즈3’를 준비할 테니 말이다.

그 순간을 빠르게 포착해내지 못하면, 예상 외의 반격을 허용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데…… 스토녹스가 직접 온 게 아닌가?’

강화도의 중심부는 여전히 짙은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지만 스토녹스의 흔적은 없었다.

아니, 그 외에 다른 보스 몬스터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 저건?’

그때, 그의 시야에 자못 수상한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그 검은 연기 안에, 다수의 블랙 오크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데 그곳의 지면에는 그 어떤 폭발의 흔적도 없었다.

아마도 순간적으로 어떤 스킬을 사용해서 이현욱의 ‘발파’ 방어한 듯했다.

그런데도 저렇게 많은 블랙 오크가 한 자리에 죽어 있다니…….

'저건…… 제물로 이용된 거다.’

블랙 오크들이 사용하는 ‘주술’은 ‘흑마법’과 그 근본이 같다.

다만, 주술은 어떤 대가성이 컸다. 그리고 그 대가는 대부분 ‘인신 공양’으로서, 오크 국왕 스토녹스는 넘치는 병력을 소모품처럼 사용하여 고대 신의 권능을 빌려 쓰는 것이었다.

지금, 강화도의 중심부에 수백 마리의 제물을 공양한 확실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이현욱이 지켜본바, 그 어떤 광역 스킬이나 소환 스킬이 포착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대규모 공간 이동 마법이다.’

이현욱 황급히 마나 메신저를 켜서 여상민을 호출했다.

"여상민, 지금 라퓨타 쪽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해 봐.”

여상민의 분신은 지금 프리드웬과 라퓨타, 양쪽에 모두 존재했다.

그렇기에 즉시 양측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 아, 방금 전해 서울역에…… 정체불명의 거대 몬스터가 소환된 것 같아요.

이제야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여기에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놈들은 순식간에 전략을 달리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적잖은 병력이 리타이어되자 장기 농성은 의미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었다.

곧장 핵심 목표물에 남은 모든 전력을 투입하여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는 거다.

이현욱은 AD-2 한 대의 아공간에서 몇 가지 아이템을 꺼냈다.

그건 CAR에서 얻었던 ‘아이언 골렘의 코어’였다.

총 5개, 이현욱은 그걸 강화도 섬 내 곳곳으로 흩뿌려졌다.

그리고 마나를 부여하자—

쩌저저저——

사방에 흩어져 있던 금속 조각들이 아이언 골렘의 코어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빠르게 융합되더니 순식간에 4개의 아이언 골렘이 탄생했다.

- 아이언 골렘의 ‘마스터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4/43)

"어…… 저건 갑자기 뭐야?”

그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독 큰 거 하나는 계속해서 ‘융합’을 진행 중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의 코어(영웅)

- 효과 : 마나를 불어 넣을 시, 주변 금속을 끌어당겨 ‘골렘’이 된다. (주입된 마나 양과 주변의 금속량에 따라서, 생성되는 골렘의 크기가 최대 2배까지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 녀석의 원래 크기가 12m, 1,000t 정도였나? 그런데 그 2배까지 갈 수 있는 거지?’

즉, 최대 24m, 2,000t에 이르는 거대한 강철 골렘이 탄생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는 실로 엄청난 양의 금속이 널브러져 있었다.

105,000개의 ‘파이어 트랩’이 섬 곳곳에서 산화했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 사이즈의 괴물을 만들고 남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금속이었다.

그리고 이현욱은 마치 소금을 뿌리듯, 몇 가지 아이템을 그 위로 툭— 내던졌다.

그건 순도 100% 아다만트로 만들어진 쇠 말뚝들이었는데, 그 양이 약 30kg 정도였다. 물론 저 녀석의 사이즈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양이다. 기껏해야 손가락 몇 개나 이룰 수 있을까?

‘하지만 단 하나의 무기를 이루기에는, 충분히 유효한 양이다.’

이현욱은 30kg짜리 아다만트를 금속 조형하여 하나의 창 촉으로 만들었다.

이어서 다른 금속들을 끌어와서 20m짜리 창대를 형성— 두 가지를 이어 붙였다.

쩌저저저——

그 순간, 반쯤 완성된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이 그 창대를 움켜쥐었다.

쿵——!

24m짜리 금속 거인, 그게 한 걸음을 떼자 강화도 전체가 뒤흔들리듯 지진이 일었다.

그리고 그 걸음걸음마다 주변에 파묻혀 있던 금속 조각들이 날아들며 몸을 확장해나간다.

그건 이 치열한 전투를 통째로 일시 정지시킬 만큼 엄청난 구경거리였다.

"미친, 저 아이언 골렘 코어 멀쩡하게 구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저 큰 건 또 뭐야?”

"저거 아무리 봐도 이현욱이 조종하고 있는 건데…… 어, 어떻게 그게 가능해?”

그런데 뒤이어서 벌어진 장면은 더욱이 이해할 수 없었다.

"......응?"

프리드웬의 램프 도어에서 웬 갈고리가 흘러나오더니 골렘들의 몸을 칭칭 동여매기 시작했다.

"설마 저걸 공중 수송하거나, 그러려는 건 아니겠지?”

"그 엄청나게 큰 무기 상자도 막 저렇게 갈고리 걸어서 순간 이동하던데?”

"에이, 그건 자체적으로 포탈 여는 기술이 있는 거겠지……."

이현욱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허공에 떠 있던 그의 몸이 천천히 움직여서 프리드웬의 램프 도어로 들어갔다.

"우 실장님, 저는 라퓨타 쪽으로 가겠습니다. 뒷정리,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 프리드웬과 아이언 골렘들이 동시에 사라졌다.

***

쾅——!

2,042t짜리 금속 거인이 오더 타워의 비공정 포트에 내려앉으며, 라퓨타가 출렁거렸다.

「(X_X) 으악! 비, 비공정 포트가…… 일부분 파손되었습니다, 마스터…….」

머릿속으로 탈로스의 화들짝 놀란 듯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꽥— 하는 그레이 드워프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_+) 오! 그 아름다운 거인은 무엇인가요?」

"여상민, 서울역이 잘 내려다보이는 지점으로 이동해.”

여상민이 프리드웬을 조종하여 라퓨타의 돔 밖으로 나갔다.

이내 저 아래, 서울역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을 내려다보았다.

“……음, 건물이 몇 채 비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 난장판 사이에 9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 뱀, 히드라가 내려다보였다.

"헤라클레스가 히드라를 잡을 때, 머리를 무거운 돌로 눌러놓았다고 했었나?”

이현욱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에이션트 아이언 골렘을 조종했다.

쿵—— 쿵——

그것이, 육중한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라퓨타의 난간 부근에 섰다.

“내가 떨어뜨릴 수 있는 게, 비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겠군.”

그 순간 2,042t의 금속 거인이 20m짜리 아다만트 창을 쥔 채,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서울역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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