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 서해안에 상륙한 블랙 오크 군단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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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의 예상대로 블랙 오크 군단은 서해상의 섬, 강화도에 상륙했다.
그 사실은 종군 기자들을 통해서 각국으로 퍼지며 한국군이 ‘예상하지 못한 일격’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뉴스화되고 있었는데, 너무나 손쉽게 상륙을 허용하며 전황이 복잡해졌다고 해설했다.
그건 액면 상 맞는 말이었다. 외적의 침입을 막을 때 상륙을 차단하는 게 기본인 건 당연했다.
- [속보] 강화도에 블랙 오크 군단 상륙…… 한국군, 아무런 대응 못 해 (1보)
- 충격, 두 눈 뜨고 상륙 허용…… 대한민국 멸망론에 세계적인 불안감 고조
그렇기에 이 전쟁에 관한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도 능사가 아니었고, 자신만만하게 참전 선언을 하여 한국군과 접촉하던 세계 각지의 플레이어들은 은근슬쩍 잠적하기 시작했다.
“……잘 됐어. 오히려 밥 벌러 오는 족속들을 걸러낸 셈이야.”
어차피 그런 덜 떨어진 기회주의자들은 없어도 그만이라는 게 우성문 실장의 생각이었다.
"강화도 블랙 오크 상륙지, 관측 결과 들어왔나?”
그가 헬리콥터에서 내리며 물었다. 이곳은 대 강화도 ‘전초기지’인 김포국제공항이었는데, 공황 활주로 한편 가득 군용기들이 늘어서 있었고 입구로 수십 대의 트럭 행렬이 진입 중이었다.
이내, 그의 옆으로 정보팀장이 달려오며 보고를 시작했다.
"그 돔 형태 방어막 두께 측정 결과, 이현욱의 모글레이 드롭으로도 깰 수 없는 강도입니다.”
"그렇다면 웬만한 공격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는 뜻인데, 설마 쿨타임까지 기다려야만 하나?”
그렇게 된다면, 적들이 전쟁 준비를 마칠 때까지 두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저 섬 안에 함정을 설치해두었다고 한들, 후속 진압 병력 투입이 없으면 작전 실패였다.
"아, 그 상층부에만 방어막 강화가 집중되어 있어서 지면과 가까운 가장자리는 좀 두들기면 깨질 듯합니다. 그놈들이 좀 과하게 마나를 소모하면서까지 머리 위를 감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오로지 이현욱의 저궤도 모글레이 투하를 특정하여 대비한 마법 방어막이었다.
"그리고 실장님, 이것 좀 보시겠습니까?”
정보팀장이 한 테블릿 PC 화면을 보여주었는데 김포 해안에서 강화도를 찍은 사진이었다.
해협 건너의 해안가 부근, 검은 연기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블랙 오크들이 얼핏 보였다.
"음, 내가 보기에는 뭘 설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맞나?”
"예! 아마도 대공 포대 같은 것 같은데, 엄청나게 많습니다.”
강화도 전체를 검은 연기로 채우고, 검은 돔으로 덮은 뒤, 해안선을 따라서 대공 포대를 설치한다. 이현욱의 말대로 하나의 땅을 통째로 집어삼키기 위해서 요새화하는 움직임으로 보였다.
"강철 함대의 접근을 확실하게 막겠다는 거군?”
"예, 강제 돌파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 안에서는 ‘토템’이 설치되고 있을 터, 곧 ‘침식’을 일으킬 것이었다.
그 결과로 어떤 강력한 버프가 작용할 테고, 그걸 두른 블랙 오크 군단이 진격해올 거다.
그때까지 넋 놓고 기다린다면 훨씬 고된 전투가 될 터, 먼저 움직여야만 했다.
"또한, 이상파동관측 결과 중심부에서 알파2 이상의 마나 분출이 감지되었습니다.”
이상파동관측기는 게이트의 발생을 포착하는 아이템이었다.
"음? 그건 예상외인데, 저 안에 게이트가 열렸다는 뜻이 아닌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적어도 차원에 균열이 일어나고 그 안에서 무언가 기어 나올 준비 중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게이트 또는 소환 마법…… 뭐가 됐든 불길한 징조다.’
이는 이현욱에게도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우선 파동이 얼마나 지속하는지 분석하고…… 이현욱은 지금 어디에 있지?”
"어…… 현재 강화해협의 프리드웬에 있습니다. 후긴으로 적진을 살피는 듯합니다.”
"그래, 우리도 우선은 적 동태를 살피면서…… 이현욱의 판단을 기다린다.”
우성문은 김포국제청사 지하에 마련된 쉘터로 들어가면서, 작전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비형랑팀, 모든 ‘지원 플레이어’들을 은밀하게 감시하게 해.”
"역시 그들 사이에 테러리스트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추측하시는 겁니까?”
그 물음에 우성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덧붙였다.
"우리의 적은, 블랙 오크만이 아니다.”
***
국내외의 민간 플레이어들이 김포국제공항에 마련된 ‘전초기지’에 모여들었다.
그들을 태우고 온 온갖 헬리콥터가 활주로 곳곳에 착륙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두두두두——
잠시 후, 플레이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무슨 사교 모임인 양 꽤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다.
이게 전쟁을 앞둔 군부대의 모습인지 아니면 어떤 대학교 축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특히나, 착용하고 있는 질 좋은 아이템들이 하나 같이 휘황찬란하니 더욱이 그렇게 보인다.
“……쯧, 하여튼 잘난 플레이어들 모아두면 무슨 야유회 온 것 같습니다.”
국내외 지원 플레이어들 통제를 맡은 이교준 팀장이 그 장면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런 행태는 흔히 있는 것들이었다.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자신은 죽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에서 오는 사명감 결여라고 해야 할까? 그런 면에서 이건 군대는커녕 용병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말 그대로 '게임 팀’이다.
그렇기에 불특정다수의 플레이어들에게 체계적인 전술을 요구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었다. 물론, 각 팀은 최고 수준의 공략팀이겠다만 협력 의지가 없는 한, 제멋대로 싸울 수밖에 없다.
세상이 게임처럼 변하자 사람들도 서서히 게임처럼 사고하기 시작하는 것인가……
"저걸 통제한다는 걸 말도 안 되고 그냥, 판을 잘 짜서 쟤들의 화력이 잘 먹히게 만드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몬스터 쳐 죽이는 건 확실하게 잘 할 테니 말입니다.”
이교준 팀장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하자 우성문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애초에 저 중에서 이 나라를 구하러 온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런 영웅이 있긴 있겠지만, 다들 흔히 말하는 파밍을 하러 온 거겠죠.”
"그게 바로 플레이어란 작자들이고 무려 우리의 세계를 지탱하는 희망이지……."
그게 현실이었다.
한편, 플레이어들은 현 상황에 관해서 가십거리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그 섬 전체가 무슨 연기로 뒤덮여서 그 모글레이인가? 그거 투하도 못 한다면서요?”
"하긴, 뭐가 보여야지 조준하고 쏠 텐데, 그냥 돔만 부순다고 장땡이 아니잖아요?”
"응? 제가 듣기로는 그게 아니라, 아예 저 돔이 깰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고 하던데요?”
그 가십거리의 주제는 대부분 스틸레인, 이현욱이었다.
그리고 그의 잘난 화력이 무력화되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거 이러면…… 이현욱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지고 우리가 먹을 게 늘어나겠다.”
"그럴 수밖에 없을걸? 이현욱의 화력은 하늘이 열리지 않으면, 맥을 못 출 것 같던데?”
"맞아! 그 거대한 무기 상자들은 지면 가까이에서 운용하기에는 영 장애물이 많잖아?”
갑자기 세계 최고의 영웅으로 발돋움한 이현욱에 대한 질투가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세상의 주목을 받고 사는 플레이어들로서는 알게 모르게 상호 경쟁 심리를 품는다.
"그런데 그 오크 국왕, 그거 장난 아니던데 …… 좀 위험하지 않을까?”
"야, 그게 등장하며 그냥 잽싸게 튀면 되는데 뭘 그렇게 걱정하냐?”
이렇듯 적당하게 해먹을 생각으로 이번 전쟁에 뛰어든 이들이 대다수였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전쟁이 아니라, 어려우면 포기하는 게임으로 인지한다.
그런데 반대로, 오히려 작정하고 나서려는 이들도 존재했다.
"마스터, 잘 됐습니다. 이현욱에게 최악의 조건이 형성되었네요.”
활주로 구석, 안경 쓴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누군가에게 사슬 갑옷을 걸쳐주고 있었다.
"그렇죠. 제 스킬은 하늘이 닫혀 있어도 제 위력을 발휘할 테니까요.”
그렇게 대답한 이는 에이엔 길드의 마스터, 코도 코시로였다.
"이 전쟁이야말로 이현욱이 내 아래라는 걸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겁니다.”
그는 오키나와 언럭키 이벤트 당시 이현욱과의 승부를 잊지 못했다.
그 이후, 일본 본토에 돌아가서 기자들 앞에 섰을 때 수치심이란…….
‘오늘, 반드시, 모든 걸 청산한다.’
그 외에도 꽤 이름값 있는 플레이어들이 이현욱이라는 이슈에 편승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전쟁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스틸레인이다. 그런데 만약, 그보다 앞서는 활약을 한다면?
국제 사회에 자신의 이름 혹은 길드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비장의 칼을 갈며, 전투를 기다리는 플레이어들이 상당수였다.
그때였다.
- ROKAMT 작전 사령부에서 전 플레이어 여러분에게 전파 드립니다.
어디에선가 확성기 소리가 울렸고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한 보딩 브릿지(Boarding Bridge) 위에 우성문 실장이 서 있었다.
- 아, 작전 사령관을 맡은 우성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한국을 위해서 지원 온 플레이어들에게 짧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 곧 블랙 오크 전초기지로 총공세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 말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짙어졌다.
우선, 그런 중대한 문제를 대놓고 방송한다는 게 이상했다.
그런데 그건 둘째치고, 방금 발언 자체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깐만요! 총공세라니, 뭘 어떻게 길을 뚫는다는 겁니까?”
한 플레이어의 질문을 시작으로 이내 여기저기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죄송하지만, 우리가 아는 정보로는 저 섬은 완벽하게 방어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무리 나라를 구하려고 해도, 우리는 달걀로 바위 치기처럼 싸워줄 수는 없어요!”
이거야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렇게 방비가 완벽한 섬으로 쳐들어간다니…….
그건, 화살과 끓는 기름이 쏟아지는 성벽을 기어오르기보다 어렵다.
- 저희 쪽에서 확실한 작전을 준비해두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그게 뭡니까?”
- 그건 곧 직접 목격하게 되실 겁니다.
그 모호한 대답에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원성들…….
- 여러분께서 이 작전을 반대하신다면, 내륙 방어 작전에만 힘을 보태주셔도 됩니다.
"젠장, 여기까지 왔는데 관광이나 하고 가라는 소리야 뭐야?”
이에 몇몇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마법 드론을 띄워서 강화도 쪽을 살피기 시작했다.
- 여러분, 수고스럽게 직접 확인하실 필요 없이 현장 상황은 저희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때, ROK AMR 소속 한 마법사의 지팡이에서 웬 거대한 비눗방울 같은 게 피어오르더니, 애드벌룬처럼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다. 이내 그 안에서 어떤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건 영상…… 흡사 홀로그램이었다.
팟—
"어…… 저기가 어디야? 알아보겠어?”
"그, 블랙 오크가 점령한 섬 같은데?”
강화해협, 그곳의 상공에 십여 대의 비공정, ‘강철 함대’가 대기 중이었다.
그 주변으로 정찰 헬기들과 마법 드론들이 요란스레 오고 가고 있다.
그런데 그 대형의 최선두 부근, 어두운 하늘에 떠 있는 한 명의 남자가 보인다.
“아— 스틸레인이다!”
그의 몸 주변에 늘어서 있는 30개의 AD-2 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 뭐지? 이번에도 저 사람이 뭔가를 하려는 것 같은데?”
"하지만 하늘이 꽉 막혀 있는데, 자기가 뭘 어쩌겠다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남자가 홀로 해낼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냥 그 존나 큰 검으로 저 돔 깨보려고 시도하는 거 아니야?”
"젠장, 저걸 깬다고 쳐도 누가 저 섬으로 들어가겠어? 완전 자살행위잖아!”
그런데 그때,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그 이유는 홀로그램 속 이현욱이…… 왼손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꿀꺽—
저렇게 비장한 걸 보면 뭔가 있긴 한 것 같다는 직감을, 여러 플레이어가 느꼈다.
그 순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펼쳐졌다.
섬을 뒤덮은 검은 연기 장막 그 하단부가 가마 속 숯처럼 붉게 달아오른다.
이어서 어떤 울림이 들려온다. 그건 수백, 수천 번의 폭발이 자아낸 굉음이었다.
쿠—구—구—구—구——!
그 충격에, 섬의 연안에 해수면이 치솟아 나지막한 파도가 되어 김포 해안으로 몰려온다.
그리고 마치 어항이 깨지고 물이 쏟아지듯, 섬을 채우고 있던 검은 연기가 터져 나온다.
그 무엇도 떨어지지 않았거늘 섬 전체가, 안쪽에서부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이내 그 먼 곳에서 일어난 폭발의 진폭이, 이 활주로까지 닿으며 발아래에서 꿈틀거린다.
"—뭐, 뭐야! 갑자기 웬 폭발이야?”
"저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지?”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당혹감 어린 목소리들…….
언뜻 보면 이현욱이 신이 되어서 화산 폭발을 일으킨 것만 같았다.
쿠—구—구—구—구——!
그 폭발은 수 분간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저 위에 서 있을 블랙 오크 군단은 어떻게 된단 말인가?
"......."
이들 모두 베테랑 플레이어들이었지만,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서, 설마…… 섬에다가 폭탄 같은 걸 심어두었던 거야?”
"쟤들은 그것도 모르고 그 위에 기지를 건설했던 거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쟤들이 어디에 상륙할 줄 알고?”
그때, 우성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 자랑스러운 플레이어 여러분, 길이 열렸습니다.
쿠—구—구—구—구——!
그 순간까지 폭발은 거듭되고 있었다.
그렇게 섬 전체가 발파되었다.
***
서울역 근처 한 빌딩, 그곳의 16층에 마련된 소형 쉘터에 몇몇 플레이어가 앉아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이는 몇 명 되지 않았으나. 질적으로는 아주 완벽한 구성원들이었다.
랭킹 2위 한태산, 랭킹 4위 강서윤, 랭킹 13위 오경표, 랭킹 17위 강준성, 랭킹 18위 이혜민까지, 이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플레이어 중에서 국가가 협조적인 이들은 다 모인 셈이었다.
그들이 임무는 ‘라퓨타 방어 작전’이었다.
그러나 그들끼리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지 한동안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때 한 정부 요원이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오경표에게 귓속말을 했다.
"음, 그래? 자, 강화도 쪽에서 작전 시작했다니까, 우리도 슬슬 준비해야겠는데요?”
오경표는 정부 소속 블랙 요원이었기에 이번 작전의 통솔을 맡게 되었다.
그 말에 강서윤이 벽에 기대두었던 활을 집어 들었다.
"그럼 슬슬 몸 좀 풀고 있죠. 지난번에는 기백준, 그 자식이 라퓨타를 노렸다면서요? 이번에도 분명 꽤 강력한 플레이어든 몬스터든 저번보다 더 빡빡하게 나올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모두가 사뭇 긴장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지난번 라퓨타 습격 사태 때, 그 자리에 오경표가 있었다.
그는 기백준이 소환한 마수 때문에 꽤 고생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이상의 존재가 나타날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강 대표님, 그런데 이거 확실한 정보에요? 우리 헛스윙 크게 하는 거 아니죠?”
안양 듀오 중 탱커 포지션인 이혜민이 물어왔다.
그녀는 누군가 이곳을 칠 거라는 예상 자체가 못 미더운 듯했다. 아니, 만약을 대비하는 건 좋은데 이 엄청난 전력을 여기에 한가로이 박아두는 건 다분히 손해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뭐, 우성문 실장이 직접 부탁한 건데, 맞겠지? 그 사람이 이런 쪽에선 확실하잖아.”
"아니, 내가 봤을 땐 그거 그 아저씨 의견 아니야.”
그렇게 말한 건 한태산이었다.
"그 아저씨 요즘, 새파랗게 어린놈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 거 모르시나?”
그는 의자에 앉아서 탁자에 발을 올린 채 만사 다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강희설이 콧방귀를 뀌며 반문했다.
"응?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권왕께서 그런 음모론을 제시하실까?”
“쯧, 딱 보면 모르겠어? 이현욱, 그 자식의 입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걸?”
그러자 강희설이 피식 웃었다. 사실 그녀도 이현욱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태산이 저렇게 씩씩거리며 질투하는 걸 보니까 퍽 재밌어졌다.
"제주도에서 제대로 붙어서 깨졌다던데, 설마 질투하면서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거 아니지?”
"뭐? 아줌마, 내가 그때 진짜로 제대로 했다고 생각해? 그러면 아줌마 아직 하수야.”
그 말에 강희설의 눈썹이 꿈틀거리자 오경표가 둘 사이에 끼어들어서 허허 웃었다.
"어쨌든, 본 게임은 여기라잖아? 우리를 여기에다가 박아둘 정도면, 확실한 거 아니겠어?"
쿵—!
그때 어디에선가 꽤 거대한 진동이 울려 퍼지며 모든 대화가 중단되었다.
“……이거, 영 평범하지 않은 진동 아닌가요?”
이혜민이 그렇게 말하며 소파에서 일어나서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블라인드를 올렸다.
그 순간—
콰—앙——!
정면의 빌딩이, 통째로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어서 그 옆의 건물도 폭파 철거되듯 폭삭 주저앉는다.
이 근처의 빌딩들이 죄다 무너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건…… 이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젠 장— 지금 당장 탈출해!”
콰—과—과—과——!
거대한 무언가가, 지하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창문을 깨고 건물 밖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 강희설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그건, 30층짜리 빌딩 전체를 휘어 감고 있는 거대한 촉수 다발들이었다.
***
같은 시각, 라퓨타의 외곽 난간에는 박준모와 이정준을 비롯한 경비대원들이 모여 있었다.
"아…… 이번에도 정말로 누군가 라퓨타를 노리네요.”
박준모는 라퓨타의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 옆에 서 있던 이정준 역시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진짜 끈질기네요. 수나라도 저렇게까지 침략 안 했을 것 같은데…… 이 사장님이 괜히 저 대단한 지원군들을 불러서 라퓨타에 몰래 숨겨둔 게 아니었군요.”
그때, 박준모가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들어 올려다.
그건 다름 아닌 ‘묠니르’였다.
파지지지——!
그 안에서, 짙은 전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후— 저, 전설 등급의 무기라니…… 제가 혹시라도 난간 아래로 떨어뜨리진 않겠죠?”
박준모는 문득 그렇게 말하다가, 진짜로 겁이 났는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
어느새 지상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빌딩 몇 채가 주저앉으며 피어오른 희뿌연 먼지가 라퓨타까지 치솟는다.
"자, 뭐가 올라오든 그냥 전기구이로 만들어 버리세요!”
"네! 오늘을 위해서 번개를 진짜 수도 없이 맞았어요!”
지난 며칠간, 이현욱이 묠니르의 스킬인 ‘뇌신의 분노’를 박준모에게 내리꽂았다.
그리하여 그의 몸에는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전류 통제력이 감돌고 있었다.
우르르르——
심지어 아직 ‘뇌신의 분노’ 스킬을 쓰지 않았음에도 막대한 양의 먹구름이 모여드는 중이었다.
그리고…….
- 축하합니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여 ‘잠재력’이 해방됩니다. (전류 통제력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