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을 먹는 플레이어-126화 (126/221)

126화.  < 서해안에 상륙한 블랙 오크 군단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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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블랙 오크 병력집결지, 그곳이 불바다로 변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에 세상은 스틸레인이라는 이름을 다시금 헤드라인 삼으며 경탄해 마지않았다.

- ……이번에도 역시나 스틸레인이었습니다. 그가 다시 한번 강철비를 흩뿌렸습니다!

- 잠깐만요, 이번에 뿌려진 그걸 단순히 강철비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완전 징벌이죠!

서울역 앞 도로에 주차된 기갑수색차량에서 라디오가 흘러나온다.

이는 주파수를 이용한 실제 라디오 방송은 아니었고 미국의 위성 방송으로,

오늘날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 시사 프로그램인 미국의 <킬 더 몬스터>였다.

일반인이라면 영어로 들릴 테지만, 플레이어들은 저절로 번역되어 들렸다.

- 그리고 아무리 기습이라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교환비라고 할 수 있겠죠?

- 예, 이번 전쟁은 어떻게 보면 기회가 될 겁니다. 블랙 오크 왕국을 끝장낼 기회요.

- 오,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 국제침식지형조사국 정보에 따르면 아직 다수의…….

한편, 조수석에서 최태용 상병이 서서 화살을 닦고 있었다.

"야, 최태용! 인마, 전쟁이 났는데 여유롭게 라디오를 듣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등장한 이는 1중대 5분대장, 안민태 병장이었다.

그는 차에 기대어 두었던 방패를 등에다 차며 혀를 끌끌 찼다.

"내가 없으면 네가 분대장 역할을 해줘야 한다니까, 짬 좀 찼다고 빠져서 말이야.”

"아, 정말…… 이현욱 병장님 이야기가 나오길래 그냥 잠깐 틀어 놓은 겁니다.”

"그 민간인 아저씨가 왜 병장이야? 그리고 요즘 어디를 틀어도 그 사람 얘기잖아.”

"그냥, 우리 현욱이 형 활약상 듣고 있으면 뿌듯하고 막 자랑스럽고 그러지 않습니까?”

"어이구, 이제는 우리가 감히 비빌 수 있는 언덕이 아니다. 옛 영광에 너무 빠지지 마.”

안민태는 킬킬 웃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서울역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의 원인인 공중 도시 라퓨타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저곳에서 강철 함대라는 이름의 비공정들이 비상하는 걸, 2시간 전에 목격했다.

‘저 엄청난 것도 전부 그 사람의 소유물이겠지?’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지만, 세상은 그렇게 추정 중이었다. 그리고 안민태 역시 가장 가까이에서 본바, 4차 웨이브의 최고 보상을 받을 사람은 이현욱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안민태 병장님, 그나저나 작전 회의에서는 뭐랍니까? 우리, 계속 여기 있는 겁니까?”

"뭐, 그 블랙 오크놈들이 분명 라퓨타를 노릴 테니까 우리보고 막고 있으라는 거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쯧—”

얼마 전, 1중대원들은 이곳에서 전투를 치렀다.

상대는 블랙 오크 부대와 태산 길드의 배신자들…….

그날, 이 자리에서 적지 않은 수의 중대원이 전사했었다.

‘그런데 또 여기를 방어하게 되다니…….'

안민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분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때, 맨 뒤에 서 있던 이등병 하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저, 안민태 병장님,

"어, 민석이, 왜?”

강민석, 그는 불과 3일 전에 전입한 신병이었다.

"그…… 스틸레인, 이현욱이 저희, 5분대장이었던 게 정말입니까?”

그 물음에, 안민태는 피식 웃으며 강민석의 전투모를 툭 쳤다.

"이 자식이, 넌 지금까지 뭘 들은 거냐?”

전입 왔을 때부터 이 대(大) 5분대의 유구한 역사를 설명해준 바 있었다

그런데 인제 와서 이렇게 되묻는 걸 보면, 그걸 못 믿었다는 말인가?

하긴, 전입 3일 차다. 한창 어리바리해질 때인데 무려 전쟁이 터졌다. 얼이 나갈 만도 하다.

"아! 죄,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건 없고……."

그는 강민석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사뭇 무게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바로 그 강철중대의 핵심이었단 말이야.”

…… 그건 들었지만, 다시 들어도 놀랍습니다.”

부끄럽지만, 이 말도 몇 번이고 했던 것 같았다.

"저, 그런데…… 그래서 저희가 그, 브, 블랙 오크와 맞서 싸워야 합니까?”

안민태는 그제야 눈치챘다. 애초에 그 말을 꺼낸 게 이것 때문인 듯했다.

"응? 왜? 블랙 오크랑 싸우게 될까 봐 겁나냐?”

"그, 그것보다는……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개를 쭉 숙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레벨은 11입니다. 그런데 블랙 오크는 아무리 못해도 50레벨이라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이 레벨도 훈련용 더미 오브젝트로 올린 건데…… 브, 블랙 오크와 싸우라면......."

하긴, 일개 AMT가 게이트 공략을 하는 것도 특별한 케이스이거늘, 다른 무엇도 아닌 ‘블랙 오크’를 상대로 ‘라퓨타’를 지켜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아마 자기도 이 부대로 오게 될 줄은 몰랐겠지…….

"야, 민석아,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레벨이 다가 아니야.”

그 말에 강민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끔뻑였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 같은 AMT 병사들이 어떻게, 4차 웨이브를 막을 수 있었을까?”

물론, 이현욱이라는 희대 영웅의 지휘를 받은 게 컸지만…….

어쨌든, 세상 모두가 정의한 어떤 ‘틀’을 깨고 이룬 업적임은 분명했다.

"자고로 레이드란, 레벨로 하는 게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하는 거야.”

"......."

"환경, 아이템, 플레이어 등…… 그러면 우리도 블랙 오크를 잡을 수 있다니까?”

이 말을 해준 것도 이현욱이라고 말할까 하다가 말았다.

너무 팔불출처럼 그 무거운 이름을 자주 언급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야, 내가 4차 웨이브 겪기 전까지는 딱 네 레벨이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41이야.”

그는 실제로 E등급에서 C등급 1티어로, 말도 안 되게 가파른 성장을 겪었다.

강민석은 ‘와……’ 하고 중얼거리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 실제로 블랙 오크랑 싸워도 봤는데…… 솔직히 1대1로는 못 이긴 해.”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려 서울역 앞 대로변을 둘러보았다.

최소 레벨이 50인 블랙 오크, 그것들은 노련한 전사인 만큼 1대1 승부는 무리였다.

"그래서 중대원 몇 명이 전사하긴 했지만…… 결국은 ‘우리’가 이겼다.”

그는 ‘우리’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서 라퓨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틸레인이 우리가 지게 두지 않을 거야.”

"아, 그때도 그럼 그분이 나타나셨던 겁니까?”

"그래, 그랬었지…… 하지만 그런 요행에 기대면 안 돼.”

이에 강민석 일병의 표정이 사뭇 달라진 것 같았다.

한편, 기갑수색 차량에서는 계속해서 라디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세계 각지의 플레이어들이 지금, 한국에 지원을 가겠다고 나서고 있다네요.

- 하하…… 솔직히 속 보이는 행동이 아닙니까? 잘 된 요리 한 숟가락 떠먹겠다는 거죠!

- 그런데 그거, 요리는 맞아요? 막, 숟가락 집어넣는 순간 폭발하는 거 아닙니까?

- 그렇긴 하죠. 이렇게 농담처럼 말하지만, 결국 많은 ‘게임 오버’가 발생할 겁니다.

- 아, 전쟁은 전쟁일 테니까요. 어쩌면…… 4차 웨이브 때보다 많은 사상자가 나겠어요.

"야, 최태용! 이제 라디오 끄라고, 좀!”

***

비록 마지막에 블랙 오크 국왕 스토녹스에게 당하고 황급히 도주하는 장면이 포착되긴 했다만, 아무리 그래도 결과적으로 이현욱과 최정철, 단 두 사람의 압도적인 승리가 확실했다.

그렇기에 블랙 오크 왕국을 꺾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 세상은 여기기 시작한 듯했다.

- [속보] 日 에이엔 길드 韓에 ‘허리케인’ 코도 코시로 포함 ‘플레이어 48명 급파’ 선언

- [속보] 美 핏불 형제를 필두로 전사 부대 긴급 파견 "한반도 전투의 선두에 설 것”

- 한반도에 모여드는 전 세계의 영웅들…… 인류 통합군 VS 블랙 오크 왕국 구도가 되나?

- 이현욱이 불러일으킨 희망의 불씨, 전 세계로 퍼지며 대 오크 항쟁의 불로 번지다!

이 두 소식 외에도, 전 세계 각지에서 응원 메시지와 함께 참전 선언이 이어졌다.

이현욱의 활약에 경탄 되어 희미해졌던 인류애가 셈 솟기라도 하는 것일까?

정작 이현욱 본인은 그러한 세상의 반응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올 지원 병력은……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다.’

저들 중 절반 이상은 다른 속셈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일부는 이 빅 이벤트에 빨대를 꽂으려는 거고…… 일부는 나와 라퓨타를 노릴 거야.’

전자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발목만 잡지 않는다면 오히려 도움이 되긴 될 것이었다.

예의주시해야 할 건 역시나 후자, 빌런 세력이었다.

지금까지 수차례, 그들이 내건 카드를 이현욱이 수차례 찢어발겼다.

‘그렇기에 슬슬 더 강한 조커가 나올 때가 됐다.’

그놈들로서는 이번만큼 확실한 기회도 다시는 없을 것이었다. 전초기지였던 태산 길드까지 완벽하게 몰락한바, 이런 전쟁 이벤트가 아니라면 이 땅에 발을 디딜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을 뒤흔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인 블랙 오크 왕국마저도 막힌다면…….

'……한국이 최후의 보루가 된다는 내 계획이 완성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전쟁, 절대로 쉽지 않을 것이었다.

‘스토녹스, 최종 보스 몬스터가 직접 등장한 이상 단숨에 페이즈2로 넘어간 셈인데…….'

보스 몬스터 레이드처럼, 전쟁 이벤트에도 ‘페이즈(phase)’라는 개념이 있다.

그 페이즈1은 병력집결지에 모여 있던 1.5만의 선발대 및 블랙 와이번 무리였다.

그런데 이현욱이 그것들을 깡그리 쓸어버린 이상 2단계가 바로 시작될 예정이었다.

이 전쟁…… 이길 수는 있지만, 피해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는 이현욱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전쟁 준비는 정신없이 이어졌다.

남양주시에 있는 비밀 시설의 지하 벙커에 AMT 작전 사령부가 마련되었다.

그곳에서 AMT 고위 지휘관들과 각 길드 수장들이 모여서 작전 회의를 했다.

그리고 전국 각지의 AMT 병력이 은밀하게 서해 쪽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현욱은 그 의결 과정에 참석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미래 지식을 바탕으로 대비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는 블랙 오크가 상륙할 것으로 예상한 서해 도서 근처를 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긴’을 통해서 혹시 모를 변수를 샅샅이 살펴보는 중이었다.

이번 전쟁은 복잡한 작전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충돌로 마무리될 것이었다.

그때, 그의 마나 메신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3번이나 연락했는데, 인페르노는 움직이지 않겠답니다.

그렇게 말한 건 이교준 팀장이었다.

그는 한 비공정에 탄 채, 이현욱의 연락책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앞서 듣기로는, 우성문 실장은 향후 작전에 필요한 추가 화력을 물색하고 있는 듯했다.

이현욱이 선보인 막대한 화력이 하나 더 있다면, 전쟁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었다.

그 역할을 맡아줄 유일무이한 존재는 단연 부산의 구원자, 인페르노였다.

- ……이게, 지방의 길드들도 우선은 자기 지역에서 대기하겠다고 하니, 인페르노가 부산에 남아 있겠다고 말하는 것도 어쩌며 당연한 일입니다만…… 조금 고집스럽긴 하네요.

이현욱의 예상대로라면, 블랙 오크 군단은 반드시 서울에 인접한 서해 도서에 나타난다.

하지만 그 사실은 철저한 기밀로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즉, 블랙 오크가 침공한다면 한반도 3면 중 어디로 들어올지 모른다는 게 세간이 생각이었기에 인페르노가 당장은 부산에 남아 있겠다고 말하는 것도 꽤 합리적인 판단이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페르노는 부산을 떠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한다.’

이현욱의 서울의 구원자라면 인페르노는 부산의 구원자였다.

그리하여 오로지 부산에서만큼은 능력이 2배가 되는 특전이 있다.

'……부산 밖에 나갔다가, 크게 한 번 당한 적이 있었지, 아마?’

그 사건은 3년 전에 일어나서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예언자 암살 사건’이었다.

이현욱이 알기로는 인페르노와 예언자는 어릴 때부터 각별한 친구 사이였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 눈앞에서, 그것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으로 친구가 죽었으니 충격이 클 터였다.

그 이후부터 인페르노는 부산 밖에서 전투를 치르는 걸 극히 꺼린다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인페르노가 서해까지 와준다면 일이 더 쉬워지겠지만…….

'오히려 없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내가 공적을 독실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전쟁에 승리할 자신이 없었다면 감히 이런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었다.

- 아, 그리고 허리케인, 코도 코시로도 방금 입국했습니다. 이미 한 번 만나셨었죠?

"예, 좋은 인연이었죠.”

그리고 외국의 지원 병력도 어느새 하나둘 도착했다.

"어떻게, 외국인 플레이어들은 예정대로 전부 남해안 쪽으로 배치할 수 있겠습니까?”

- 저희도 그렇게 유도하고 있기는 한데, 이것들이 고집이 좀 셉니다.

"그래도 이 나라에 온 이상 한국 정부 쪽 통제를 따르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렇게 해야죠.”

- ……너무나 맞는 말씀이지만, 세계 랭킹에 들어가는 플레이어란 인간들이 어디 그렇게 쉽게 핸들링이 되어야 말이죠. 뭐, 적어도 서해 부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어떤 비밀스러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숨길 필요가 있었다.

그때였다.

우르르르——

어디선가 나지막이 울리는 천둥소리…….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수평선에서부터 웬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하늘은 구름 몇 점 없이 새파랗게 맑았다.

뭐, 해상의 기상변화가 이렇게 극단적인 건가 싶기도 하지만…….

저 검은 먹구름이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해수면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는 게 문제였다.

‘마치 검은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 같다.’

조금 더 가까워지자 알 수 있었다. 그건 구름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검은 연기 덩어리였다.

그것이, 하늘부터 해상까지 가득 채운 채, 이 땅을 집어삼킬 듯이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다.

"……이 팀장님, 시작된 거 같습니다.”

- 지금 저거…… 설마 그, 그겁니까?

이현욱의 말에, 이교준 팀장 역시 목격했는지 반문해왔다.

"예, 블랙 오크의 왕이…… 친히 군대를 이끌고 온 겁니다.”

저건 악마의 주술로 만들어낸 초대형의 공간 이동 스킬이다.

‘저게 지면에 닿는 순간, 공간 중첩이 일어난다. 그 안에서…… 군단이 쏟아져 나온다.’

이내, 그 검은 연기는 강화도에 내려앉으며 거대한 돔 형태의 방어막으로 변했다.

역시나 정복의 첫걸음으로 섬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것이었다.

"이 팀장님, 강화도 주민들 전부 다 내륙으로 대피했죠?”

- 예, 강화도뿐만 아니라 삼면의 섬 주민들은 전부 내륙으로 피신한 상태입니다.

“……좋습니다. 환영 팡파르는 중요한 순간에 터트릴 예정이니까, 관계자들 입단속 해주세요.”

이현욱은 그렇게 말하며 '후긴’을 통해서 그 검은 연기 속을 최대한 살폈다.

맨눈으로는 결코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연막이었지만, 후긴으로는 가능했다.

이미 ‘중첩 공간’이 형성되며 그 안에서부터 무언가 바글바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어디 보자, 블랙 와이번이 약 삼 백 마리 정도 되고…….'

이현욱이 꽤 많은 숫자를 줄였거늘, 배 이상이 되어 돌아왔다.

‘아, 그리고 누더기 함대까지 등장했군?’

누더기 함대란, 블랙 오크들의 조잡한 기술로 만들어진 비공정 부대였다.

그런데 그중에서 유독 생김새가 도드라지는 게 하나 보였다.

꽤 큰 크기에다가 결코 ‘누더기’라고 할 수 없는, 어딘가 잘 정비된 모양새였다.

‘잠깐만 저건…… 노움제 비공정 같은데?’

흡사 프리드웬과 같은, 아주 완벽한 모양새의 ‘아이템형 비공정’이었다.

하지만 그 크기는 프리드웬의 7~8배는 될 법한, 꽤 큼직한 녀석이었다.

그 순간…….

- (!)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아무래도 저 비공정을 목격하여 어떤 퀘스트가 발동한 듯했다.

[전용 퀘스트]

- 라퓨타의 계승자여 옛 번영을 되찾아라!

당신은 라퓨타의 잃어버린 ‘핵심 부품’ 중 하나를 목격했습니다.

그 물건이 지금 누구의 손에 있던, 진정한 주인은 당신입니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되찾아서 라퓨타의 본모습을 되찾으십시오!

* 보상 : 라퓨타 에드 온 ‘거신병 연구소’

이현욱은 오래전, 라퓨타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탈로스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먼 과거, 라퓨타가 정체불명의 적에 의해 공격을 받은 뒤, 라퓨타의 5개의 계파가 라퓨타를 구성하는 중요한 핵심 부품을 가지고 각기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여 칩거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라퓨타의 ‘파워 크래프트’ 기능을 해금하기 위해서는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니까 지금, 라퓨타의 잃어버린 부품 하나를 찾을 기회가 온 거다.’

그리고 보상의 ‘에드 온(add-on)’이란, 쉽게 말해서 ‘부속 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어서 거신병 연구소라면…… 우리 말로 하자면 로봇 공학 연구소 같은 거다.’

어떤 전쟁은 첨단 기술의 각축장이 되며 문명의 진보를 이루어낸다.

조금 다른 의미가 되겠지만, 이번 전쟁에 승리한다면…….

'……마법공학의 폭발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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