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 절대적인 화력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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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은 6천 피트 상공에 우뚝 선 채 블랙 오크의 ‘병력집결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곳에 모여 있는 수만 마리의 블랙 오크들이 마치 개미 군락을 건든 것처럼 요란스레 들끓고 있었다. 발을 뻗어서 내리밟으면, 한 번에 수백 마리가 짓이겨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
이현욱은 방금, 수백 마리의 블랙 오크를 단 일격에 날려버렸다.
저고도에서 떨어뜨린 ‘질량 병기’ 모글레이가 지면을 케이크처럼 으깨버렸고,
직후, 그 위에 바글바글 모여 있던 생명체들이 흙의 파도에 뒤섞이며 생매장되었다.
쿠구구구……
아직도 그 충격에 피어오른 모래들이 흩날리며 노이즈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놈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그 순간, 그의 눈앞에 웬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전쟁 퀘스트]
- 대전쟁의 시작, 종말인가 번영인가…….
전쟁, 당신은 그 대서사시의 첫 장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그에 따라서 피할 수 없는 폭풍에 휘말리게 됩니다.
다만, 명심하십시오! 패배는 곧 종말이며 승리는 곧 번영입니다.
* 보상 : 전쟁 ‘공적’에 따라서 차등 지급
+) 선제공격 특전 : 적진에서 모든 능력치 상승 (+50%), 전쟁 승리 시 추가 보상
‘이건…… 전쟁 이벤트의 참여 트리거가 작동한 거다.’
원래대로라면 블랙 오크 군단이 대한민국의 영토에 상륙하는 순간, 한반도 내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눈앞에 이러한 메시지가 떠올랐어야 한다. 그게 이 이벤트의 ‘정상 루트’였다.
하지만 이현욱은 선제공격이라는 ‘히든 루트’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선제공격 특전’이라는 특별한 혜택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음. 추가 보상이라…….'
애초에 이 어마어마한 전쟁 이벤트를 클리어할 시 어떤 보상일 있을지는 이현욱도 몰랐다. 전생에서도 오크 군단이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를 점령하여 전쟁이 일어나긴 났지만…….
‘……그때는 결국 재수복하는 데 실패했다.’
즉, 전쟁에서는 패배한 셈이었다. 그만큼 블랙 오크 왕국의 전력은 강대했다.
이후 국왕, 스토녹스를 암살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건 전쟁 이벤트와는 상관없는 성취였다.
‘그 어떤 국가도 블랙 오크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었지…….'
하지만 이번 전쟁은 시작부터 판도가 달랐다.
'지금 이 순간…… 승리, 그 첫 단추를 아주 제대로 끼운다.’
이현욱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오직, 하늘을 가득 메운 시커먼 먹구름만이 그의 시야에 걸렸다.
하지만 그는 그 너머의 무언가를 감지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한 발 남았다.’
그의 등장 직전, 연단과 마법 방어막을 부순 두 자루의 모글레이는 ‘레플리카’였다.
즉, 저것보다 2배 무거운 ‘원본’이 저궤도 상의 ‘워박스’에서 낙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현욱은 정신을 집중하여 아득히 먼 하늘을 향해 감각을 뻗어 나갔다.
‘희미하지만, 느껴진다. 거대한 큐브 형태의 금속 덩어리가…….'
무려 160km나 떨어져 있지만, 마나 전이를 막을만한 방해물이 없었고 그사이에 3대의 ‘마법 중계기’를 배치해두기까지 했기에, 그는 워박스와 ‘동기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때, 귓속으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칙— 마, 마스터 ! 와, 와이번들이 날아옵니다!
여상민이었다. 그는 지금 프리드웬을 조종 중이었다.
“……그래, 느꼈다.”
이현욱은 숨을 천천히 내쉬며…… 워박스 안, 모글레이를 구속 중인 ‘사슬’을 끊었다.
텅——!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저 창공에서 2t의 거검이 낙하를 시작했다.
불과 몇 초 만에 음속에 돌입, 고밀도 공기층을 통과하며 마찰열로 벼려진다.
그리고 지구에 가까워질수록 중력을 흡수하며 가공할만한 무게를 품는다.
이현욱은 트럭의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브레이크가 고장 나버린…… 이제는 이현욱도 멈출 수 없다.
가로막는 모든 걸 받아버린 뒤 저절로 멈추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케에에에——!
눈을 뜨니 발아래에서 가까워지는 괴성들, 수십 마리의 블랙 와이번이 근접해 있다.
드래곤 제외, 하늘에서만큼 적수가 없는 최상위 등급의 비행 몬스터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현욱이 보다 높은 하늘에 서 있고 ‘중력’이라는 개념이 유효한 이상.
피이이이이——
그에게는 쉽게 내리밟아 죽일 수 있는 한낱 벌레 떼로만 느껴졌다.
이내 그의 머리 위 먹구름의 한 면에 큼직한 구멍이 뚫린다.
그곳에서 튀어나온 한 줄기의 섬광이 직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이어진다.
퍼—버—버—버—버——!
충돌, 중력을 양껏 머금은 모글레이가 블랙 와이번 대형을 정면으로 들이받으며 꿰뚫는다.
절단, 그것의 추락 선상에 겹쳐 있었던 모든 것들이 양단되며 사방으로 튕겨 나간다.
- 와, 미친…….
마치 날아드는 나방 떼를 도검으로 내리그은 것처럼, 과하게 위력적이다.
- 블랙 와이번을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22)
- 블랙 와이번을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23)
- 블랙 와이번을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21)
'아주 쭉쭉 오르는군?’
그의 기억상 전쟁 이벤트의 공적 점수란 원래 이렇게 쉽게 올릴 수 있는 점수가 아니었다.
지금 여기에서 쌓은 점수만으로도 전쟁 이벤트 최대 기여도를 달성할 듯싶었다.
‘그래도 대형 몬스터인 와이번을 이렇게 쉽게 떨어뜨릴 수 있다니, 새삼스레 어이가 없군.’
자신이 행하고 있는 이 업적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그는 강해진 상태였다.
콰—아—아—앙——!
이어서, 모글레이가 땅에 내리박히며 진폭이 일어난다.
이현욱은 지상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아직, 한 발 더 있었다.
‘쇼크웨이브—!’
쿠—우—우—웅——!
지면 깊숙이 내리박힌 모글레이에서 가공할만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지진을 자아낸다.
이미 2차례의 충격으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지반이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저 멀리, 수십 층짜리 건물 한 채가 폭삭 주저앉으며 희뿌연 연무를 피워낸다.
그야말로, 징벌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이 공습이 하나의 코스요리라면, 3발의 모글레이 낙하는 전채요리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새, 이현욱의 양손에 2개의 무기가 들려 있었다.
왼손에는 ‘묠니르’ 오른손에는 ‘수다르사나’였다.
두 가지 모두 투척 시 ‘리터닝’이 가능한 전설 등급의 무기다.
- 수다르사나 사용으로 ‘마나’가 영구적으로 감소합니다. (-500)
이건 ‘수다르사나’의 오버 핸디캡이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마나 총량 영구 감소는 치명적인 피해였다.
‘하지만 나는 몇 시간 정도 마나 스톤을 삼키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이현욱은 먼저 왼손의 묠니르를 들어 올렸다.
파지지— 하고 그의 강력한 전류가 그의 몸을 휘감는다.
그 고압적인 감각을 이겨내며 손을 들어 올린다.
우르르르——!
이미 자욱하게 피어나 있던 먹구름 안에서 번개가 요동친다.
그리고 그가 왼팔을 휘두르는 순간, 수십 발의 번개가 뿌리 뽑히며 내리친다.
목표는 이리저리 흩어져버린 블랙 와이번 떼거리, 그것들을 등 위로 날아드는 낙뢰—
쩌—저—저—저—정——!
아주, 효과적이었다. 낙뢰에 휘말린 와이번들이 정신을 잃고 추락한다.
그것만으로는 전멸하지는 않겠지만, 귀찮은 모기떼를 물리친 셈이었다.
‘하지만, 물리치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서 말이지…….'
이어서 오른손의 수다르사나를 집어 던진다.
쇄—애—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2m 폭의 붉은 궤적이 그어지며 직선과 곡선 오간다. 그건 평범한 임펙트가 아니다. 차크라, 강력한 ‘마나 블레이드’로서 닿는 모든 걸 입자로 분해한다.
께에에에——!
목표는 낙뢰까지 피해낸 블랙 와이번, 그것들의 날개를 정확히 긋고 지나가는 원형의 칼날—
촤—자—자—자——!
그렇게 운이 좋게 살아남아 있던 마지막 11마리까지, 깔끔하게 떨어져 내린다.
- 블랙 와이번을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21)
- 블랙 와이번을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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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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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이에 55마리의 와이번이 살충제를 맞은 벌레 떼처럼 허망하게 추락해버렸다.
하늘은 다시금, 완벽하게 이현욱의 것이 되었다.
이어서 이현욱은 시선은 지상으로 옮겨 간다.
3개의 모글레이가 만들어낸 3개의 크레이터가 삼각형의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
‘플레어 윕—!’
이내 그 3개의 지점에서 6줄기의 붉은 채찍이 돋아났다.
그리고 미친 듯이 날뛰며 일대를 갈기갈기 찢어발긴다.
콰—과—과—과—과——!
그건 마치, 일순간 붉은 장미 3개가 피어났다가 지는 것처럼,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 블랙 오크 전사를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5)
- 블랙 오크 전사를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6)
- 블랙 오크 정예 전사를 처치하여 공적 포인트를 얻습니다. (+11)
.
.
.
- 거무튀튀한 놈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어서 칙칙했는데, 이제 좀 화사해진 것 같군그래?
이 목소리는 제3항마여단장, 최정철 소장이었다.
"예, 붉은색 물감을 더 부어주어야겠습니다.”
- 좋은 생각이야. 이제 나도 조금이나마 일조하면 되겠나?
"예! 최 장군님께서 한 수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정철은 지금 프리드웬의 램프도어 부근에 서 있었다.
그가 하늘을 향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 끄트머리에서 치솟은 붉은 광선, 그것이 멈춰 선 지점에 에너지가 모인다.
고—오—오—오—오——
그 공간의 온도가 급변하며 대류가 발생, 일대 돌풍이 몰아쳤다.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름 50m가 넘는 크기까지 자라났다.
‘세미 아마켓돈, 오랜만에 보는군.’
4차 웨이브 때, 철갑독충 떼거리를 일거에 쓸어버리고 청룡산을 짓이겼던 그 스킬이다.
‘그리고 그때보다 훨씬 더 농노가 짙다.’
아마도 할 수 있는 한 모든 마나를 끌어모아서 가장 강력한 한 방을 일구어냈을 것이었다.
"그럼 저도 일조하겠습니다.”
이현욱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눈을 감았다.
'워박스, 텔레포트—'
그 순간, 먹구름 안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내비치더니 이내 무언가 머리를 내민다.
고—오—오—오——
하늘의 먹구름을 무대의 커튼처럼 열고 등장한 건…… 거대한 정사각형의 큐브다.
‘미친, 건물 한 채를 통째로 띄운 것 같군…….'
이현욱, 그가 보기에도 심히 괴이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의 표면으로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마법회로가 빛을 발하며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흡사, 외계 문명의 우주선이 인류의 하늘에 나타난 것만 같은 경이한 장면이다.
‘이렇게 큰 워박스에 텔레포트 기능을 넣을 줄이야…… 이건 나도 예상 못 했다.’
이는 그레이 드워프들의 작품이었다.
그들은 비공정이나 초대형 병기처럼 거대한 오브젝트를 제작하는 능력이 특출난 만큼, 이 ‘워박스’라는 초대형의 명작을 탄생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는데, 텔레포트 기능도 그중 하나였다. 그리하여 저궤도 상에 있던 워박스를 단숨에 등 뒤로 소환할 수 있던 것이었다.
"자, 이제…… 모든 걸 쏟아부어서, 뒷정리를 깔끔하게 한다.”
1대의 워박스, 30대의 AD-2의 하단부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백색 빛이 발한다.
지상에서 올려다본다면, 흡사 하늘에 조명이 달려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일 터—
하지만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가는 쏟아지는 강철비에 휩쓸리고 말 거다.
쉬—쉬—쉬—쉬—쉬——!
총 1,355개의 ‘파이어 스피어’가 지상으로 자욱하게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이현욱의 지휘에 따라서 퍼지며 넓은 면적에 골고루 내리박힌다.
퍼—버—버—버—버——!
'폭파—'
그가 마나를 부여하자, 가장자리부터 붉은 섬광이 일어난다.
펑—펑—펑—펑—펑——
폭격기가 쏟아낸 융단 폭격, 그 표현 외에 달리 적합한 비유는 없었다.
- 이번에는 내 차례군그래!
이내 최대치까지 불어난 세미 아마겟돈이 지상을 향해 기울어지고 있다.
콰—아—아—아—아——!
그것이 지면에 닿는 순간, 온 세상이 주황빛으로 물든다.
- 이제 좀 볼만해졌군?
그렇게, 두 사람이 피워낸 붉은 색감들이 지상을 가득 메우고, 붉은 파도가 넘실거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회색빛이었던 땅이, 자글자글 끓어 오르며 검붉게 발광하고 있다.
한편, 눈앞에 공적 획득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줄줄이 떠 오른다.
이현욱은 이 자리에서 3,151마리의 블랙 오크와 121마리의 블랙 와이번을 처리했다.
여기에다가 최정철의 세미 아마겟돈에 의해 폭사한 숫자를 더한다면…….
'……못해도 4천 마리는 잡았을 거다.’
즉, 놈들 병력의 3분의 1을 한 자리에서 불태워버렸다.
‘하지만 여기에 계속 있을 수는 없다. 빨리 자리를 떠야 한다.’
이 공격이 유효한 건, 말 그대로 기습—적들이 방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종 보스 몬스터’가 이 자리에 없기 때문이었다.
오크 국왕 스토녹스…… 175레벨의 월드 보스 몬스터다.
‘곧 그놈이 등장할 거다.’
이현욱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서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최종 보스 몬스터라는 칭호답게, 미궁의 왕좌에 앉아서 모든 상황을 관망한다.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망가지고 있으니 직접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서쪽 하늘에서 웬 검은 연기가 밀려오고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격렬하게 일렁이며, 빌딩 마천루를 갈아버렸다.
‘젠장…….'
그 중심부에 붉은색 아우라를 온몸에 두른 블랙 오크 한 마리가 보였다.
그런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거늘,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기가 죽는 듯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밀려 왔다.
‘이건…… 피어(Fear)다.’
피어, 드래곤 같은 격이 다른 존재들이 내뿜는 근원의 공포다.
즉, 격이 다른 존재라는 뜻이었다.
샤아아아아——
이어서 어떤 이질적인 속삭임이, 귓가 바로 근처에 맴돈다.
- 주의! ‘에이션트 피어’에 의하여 모든 능력이 대폭 감소합니다. (-20%)
- 주의! 해당 지역에 <악마의 그림자>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 주의! <악마의 속삭임>에 의해 모든 방어력이 대폭 감소합니다! (-30%)
- 이거, 좋지않군…….
"젠장, 놈이 오는 겁니다.”
악마의 그림자, 그 검은 연기가 이리저리 뒤엉키며 어떤 모습을 조형해나간다.
그건…… 한 마리 드래곤이다. 그것이 입을 쩍 벌린 채 초고속으로 날아든다.
물론 진짜 드래곤이 아니라, 드래곤의 모습을 한 광범위한 공격 스킬이었다.
그게,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폭풍우처럼 들이닥친다!
'—막는다!’
이현욱은 서둘러서 AD-2 움직여서, 마치 벽돌담처럼 자신의 앞에 쌓아 올렸다.
콰다다다다——!
충돌의 순간, AD-2 18대가 사분오열되며 이현욱의 통제에서 벗어난다.
“—큭!"
그 뒤에 엄폐했던 이현욱은 뒤로 튕겨 나가 프리드웬의 하단부에 처박혔다. 온몸에 강체화를 둘렀음에도 악마의 속삭임 때문인지, 뼈 몇 군데가 으스러졌다.
- 이봐! 괜찮나?
"큭…… 예, 아직은 괜찮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 이제 슬슬 부대 복귀를 해야 할 것 같지 않나?
최정철 장군 역시 사태를 파악했는지 그렇게 소리쳤다.
"예!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보여주지 못한 게 몇 가지 있었다.
'아직 묠니르의 새로운 스킬과 수다르사나의 차크라 폭발을 못 썼는데.......'
그것까지 사용했다면, 몇천 마리를 더 죽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머뭇머뭇하다가는 주술에 잠식돼서 귀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현욱은 프리드웬의에서 세계수의 넝쿨을 꺼내어 ‘워박스’에 연결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상승시켜서, 램프 도어 안으로 들어갔다.
- 어어어…… 이거, 빨리 안 가면 자, 잡힐 것 같은데요?
여상민이 우는 소리를 낸다.
고오오오오——!
어느새 검은 연기가 거대한 짐승의 손이 되어 지척까지 와 있었다.
프리드웬을 통째로 잡아채어 으스러뜨리려 버릴 것이었다.
하지만, 이현욱이 더 빨랐다.
"긴급 복귀—”
그다음 순간, 먹구름 아래에 고고히 떠 있던 모든 것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거대한 짐승의 발톱이 되었던 악마의 그림자가, 허망하게 허공을 그었다.
" ......."
붉은 눈의 블랙 오크, 국왕 스토녹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불바다가 된 ‘병력집결지’를 내려다보았다.
***
"허허— 아슬아슬했군?”
최정철 장군이 손을 뻗어서 램프 도어 위에 엎어져 있던 이현욱을 일으켜 세웠다.
"이현욱……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느낌이 확연히 달라졌군그래?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부대 병사였는데, 이제는 아주 높으신 분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이현욱의 어깨를 툭 쳤다.
"하하…… 그런데 이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하겠지?”
그의 표정이 사뭇 어두워졌다.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곳에 모인 블랙 오크가 전부가 아닐 테니까요.”
상하이의 병력집결지, 그곳에 1만 5천 마리가 넘는 블랙 오크가 모였다.
‘그러나 그건 일종의 선발대다.’
방금의 공습으로 선발대를 완벽하게 짓이겨 놓았다. 그건 피할 수 없는 전쟁을 맞이하기 전, 훨씬 유리한 스타트가 될 테지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벌집을 건드린 셈이기도 했다.
‘곧장 본대가 움직일 테니…….'
그리고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이 땅이 전장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이현욱은 걱정되지는 않았다.
벌집을 건드렸고, 곧 막무가내로 날아들 벌을, 잡을 준비를 끝마쳤기 때문이다.
그때, 프리드웬이 오더 타워의 비공정 포트에 착륙했다.
머릿속으로 탈로스의 음성이 들어왔다.
「마스터, 상부 거주 지역 비공정 포트에 강철 함대의 공격대가 모여 있습니다!」
이현욱과 최정철은 상부 거주 지역으로 내려갔다.
그곳에 9대의 비공정과 12대의 군용 수송기가 대기 중이었는데, 그 앞에 그레이 드워프들과 비형랑팀이 모여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일명 ‘강철 함대’의 승무원들이었다.
“3번 비공정, 엔진 정비 끝났습니다!”
“11팀, 4번 비공정에 탑승한다!”
그런데 이현욱과 최정철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모두가 멈춰 서며 고개를 돌렸는데…….
우와아아——!
기다렸다는 듯, 열렬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정말 최고였습니다!”
"크— 정말 역사에 남을 대첩입니다!”
그들도 이현욱과 최정철의 완벽한 일격을 전해 들은 것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우성문 실장이 걸어 나왔다.
"최 장군님, 수고하셨습니다. 여전히 현역 같으시군요.”
"으하하— 우 실장님도 팔 걷어붙이면 한 가닥 하실 텐데요.”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눈 뒤, 이현욱에게 시선을 옮겼다.
"......."
이건…… 두 최고 지휘관이 이현욱의 말을 기다리는 듯한 어색한 광경이었다.
이현욱이 헛기침을 한뒤 입을 열었다.
"실장님, 말씀드렸던 건 준비됐습니까?”
이현욱의 물음에 우성문이 고개를 끄덕인다.
"강화도를 비롯한 서해의 섬에, 총 2개 사단급 병력을 배치했습니다.”
그러자 우성문의 뒤에 서 있던 이교준이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블랙 오크의 병력의 그 섬에 상륙할까요?”
이현욱은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확신이 묻어났다.
"제가 아는 정보로는 그렇습니다.”
이현욱은 라퓨타에 보관되어 있는 블랙 오크 ‘선조의 유물’에서 어떤 힌트를 보았다고 했다.
그건 물론 그럴듯하게 둘러댄 것이었고, 그 정보의 원천은 당연하게도 전생의 기억이었다.
‘내가 아는 한 블랙 오크의 침략은 언제나 섬에서 시작된다.’
그놈들의 침략 첫 단계는 어떤 ‘토템’을 이용해서, 침략지에 침식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버프를 주는 ‘황무지’ 지형으로 만들어서 전초 기지로 삼는다.
또한 ‘하나의 땅’을 완전히 침식했을 때 ‘정복자 군대’라는 강력한 버프 효과를 얻게 된다.
여기에서 하나의 땅은 '섬’ 혹은 ‘대륙’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섬을 정복하는 게 대륙보다 쉽다. 물론, 버프는 후자가 더 크겠지만 말이다.’
2차 웨이브 직후 상하이를 집어삼킬 때도 ‘충밍섬’을 스타팅포인트로 삼았다.
‘전생에, 우리나라를 침공했을 때도 제주도 먼저 공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라퓨타’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는바, 최대한 서울과 가까운 곳을 칠 거다.
즉, 놈들은 서해의 섬 어딘가에 첫발을 내디딜 것이었다.
‘아마도 악마의 그림자를 이용해서, 수천 마리가 일제히 강령할 거다.’
그 사기적인 스킬은, 블랙 오크 수백 마리를 ‘제물’로 삼아야지만 행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걸 사용할 경우 블랙 오크 군단의 상륙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그때, 이교준 팀장의 마나 메신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칙— 여기는 비형랑 제4팀, 서해 모든 섬의 공터, 산지, 해안가에 ‘파이어 스피어’와 ‘아이언 골렘의 코어’를 묻어두었다. 모든 매설 위치는 1급 보안 서버에 업로드하겠다. 이상—
“……말씀하셨던 지뢰 매설도 끝났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블랙 오크 군단의 상륙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