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 절대적인 화력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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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흐— 어때요? 완전 대박이죠?"
<워박스>의 테스트가 끝난 뒤, 강희설이 한껏 뿌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에이, 빨리 말해봐요! 솔직히 진짜 깜짝 놀랐죠?”
그래, 이 부분에서는 이현욱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감탄을 숨길 수 없었다.
"그래, 내가 본 것 중에 단연 최고…… 아니, 아마도 역사상 최고의 제조 아이템일 거다."
그 말에 강희설은 주먹을 불끈 지어 보였다.
"크— 역시 나는 재능충이었나 봐!”
이현욱은 몇 달 전부터 마법공학 발전을 위하여 거의 모든 걸 투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발전 속도가 이현욱의 기대보다 훨씬 빨랐다.
방금, 태양 마차의 코어로 만든 궤도투하장치 <워박스>를 테스트하며 확실하게 느꼈다.
'……벌써 이 정도에 도달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강정두와 강희설, 두 대장장이의 능력이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현욱이 아낌없이 양분을 주니까 그야말로 쑥쑥 자라고 있다.
거기에다가 ‘라퓨타’와 ‘그레이 드워프’ 종족이라는 시너지가 더해지자…….
‘조금 있으면 아주 라퓨타까지도 복제해낼 기세잖아이
그건 너무 앞서간 과장이지만, 이현욱은 지금 그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아저씨들, 그거 비싸 거니까 조심히 다뤄요!”
강희설의 외침이 닿은 곳에서, 대장장이들이 착륙한 <워박스>를 방수 천으로 덮고 있었다.
사실 저 거대한 기계장치를 움직이는 ‘태양 마차의 코어’는 영구 동력인지라, 계속해서 하늘에 띄워둘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토타입’인 만큼 나머지 부품이 상할 우려가 있었다.
'아무래도 큰 크기 비공정 한 대를 빼 와서, 저걸 싣고 다녀야겠군.’
무려 15㎥짜리 정육면체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꽤 큰 비공정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대장장이들이 준비한 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
강정두가 웬 철제 상자를 가져왔는데, 그 표면에 살벌한 경고 메시지가 붙어있었다.
"이 사장님, 말씀하셨던 그 ‘폭발형 금속 창’도 완성되었는데 보시겠습니까?”
- 폭발물 경고 (!)
"네, 지금 바로 시험해보죠.”
철컥—
그 안에는 약 50cm짜리 쇠 막대가 들어 있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파이어 스피어 (일반)
- 효과 : 마나를 불어넣을 시 ‘화염 폭발’을 일으킵니다.
"이 폭발 효과라는 게 사실상 일회용 아이템인지라, 일반 등급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일대가 ‘불의 성역’으로 변했고 ‘영원의 불의 탑’까지 더해지자 화염 마법 인첸트가 손쉬워졌다. 즉, 이런 형태의 ‘폭발형 금속 무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현욱 그걸 천천히 공중으로 띄운 뒤, 무기 시험장 삼고 있는 공터를 향해 내던졌다.
그게 일반적인 창처럼 날아가 박히는 순간—이현욱이 마나를 부여했다.
그러자 창대 전체가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일순간 노란빛으로 번뜩인다.
퍼—엉——!
흡사 유탄이 떨어진 것과 같은 폭발이 일어났다.
지금은 단 한 발이니까 그 파괴력이 그저 그래 보인다.
‘하지만 수백, 수천 발을 떨어뜨린다면…… 흔히 말하는 융단 포격이 된다.’
이현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런 걸 될 수 있는 한 많이 찍어내 주세요.”
"예, 현재로서는 하루에 50개 정도 생산이 가능할 듯싶습니다.”
"그리고 일손이 모자란다면, 과로하시지 마시고 직원을 더 고용하시고요.”
"예, 그렇게 하죠. 그거 말고, 혹시 더 지시하실 게 있으십니까?”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AD-1 한 대를 꺼내어 두 가지 아이템을 꺼내었다.
"아, 그리고…… 이 아이템에 이 오브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그중 하나는 다름 아닌 ‘묠니르’였다.
"허— 이, 이건! 전설 등급의 아이템 아닙니까?”
무려 전설 등급 무기의 출현에, 최고의 대장장이인 강정두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나머지 하나도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었는데, 그건…….
[아이템 정보]
- 이름 : 태양의 파편(전설)
- 효과 : 아이템에 ‘헬리오스의 권능’을 부여합니다.
“헉—!”
앞서서 모글레이에 ‘샐러맨더의 오브(영웅)’을 부여하여 막강한 스킬을 얻었다.
그런데 무려 전설 등급인 묠니르에, 전설 등급의 오브를 부여한다면…….
‘이건 어떤 괴물이 나올지 나도 잘 감이 안 온다.’
***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그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전쟁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폭풍우가 다가온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결국 휩쓸리고 마는 것처럼…….
그래서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근심을 품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건 단연 국가게이트대응전략실장 우성문일 것이었다.
그는 지금, 달리는 차 뒷좌석에서 서울의 도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수차례 무너질뻔한 위기를 이겨내고 찬란하게 우뚝 선 마천루들…….
저 빌딩 숲의 견고함에서 이 나라의 저력이 묻어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곧 큰 파도가 몰아칠 거다.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면 이 나라가 나룻배처럼 수몰될 거다.'
지금 이 순간, 상하이의 블랙 오크 왕국에서 블랙 오크의 군단이 집결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 계측된 블랙 오크의 숫자는…… 벌써 1만 마리가 넘었다.’
심지어 그 막대한 병력을 실어 나를 용도인 듯한 ‘와이번’의 숫자도 391마리에 이른다.
역사상 저렇게 많은 숫자의 몬스터가 한자리에 모인 적이 있었던가?
블랙 오크 왕국이 지난 ‘상하이 수복 전쟁’ 때보다 강성해졌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것들이 이 땅에 상륙한다면 대한민국은 제2의 식민 지배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한편, 이러한 사실은 웬만한 인공위성을 통해서 목격되며, 이미 세간에 알려진 상태였다.
- [속보] 상하이 오크 왕국 전쟁 준비 전황 포착(2보)
- 블랙 오크 왕국, 선전포고로부터 약 2달 만에 포착된 군사적 움직임 ‘왜 이제야?’
- 중국도 이기지 못한 블랙 오크 왕국과의 전쟁 ‘가시화’에 국민 불안 심화…… 대응책은?
- 게이트 대응 전문가들 “<전운 이벤트> 발생하지 않아, 우리가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
이 나라가 다시 한번 전쟁의 공포가 불어 닥치고 있었다.
‘이건 4차 웨이브 이상의 재앙이 될 거다. 가능한 한 모든 힘을 끌어모아야 한다.’
우성문은 이 소란이 생기기 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동맹국들과 연락을 유지하며 공동 대응을 요청했으며, 민간 길드 쪽에도 만일의 사태가 올 때 총력을 다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그들 모두가 전쟁이 터진다면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일단 말은 그렇게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나 같이 믿음이 가지 않았다.
"액면 상 동맹국이라고 하지만, 하나 같이 검은 속내를 품고 있으니, 원.......'
과거, 범국가적인 게이트 대응이라는 인류적 사명으로 인류가 한데 뭉쳤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 지옥 같은 시대에 완전히 적응한 인류는…… 다시금 이기적인 정치를 시작했다.
전쟁 발발 시 파병을 하겠다고 나선 모든 국가가 하나 같이 ‘라퓨타’를 언급했다.
쉽게 말해서, 파병의 대가로 라퓨타의 이용 권한을 얻어내려는 노골적인 속셈이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얄밉군.’
초월급 오브젝트인 라퓨타는 국제 정세를 뒤흔들만한 존재이니 탐나는 게 당연지사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아직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으며 전쟁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들끼리 모여서 ‘라퓨타 공동 운영’ 따위를 입에 올리며 논하는 꼴은…… 모욕적이었다.
즉, 동맹국의 힘을 빌리는 순간, 라퓨타를 볼모로 잡힐 수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 실제로 전쟁이 벌어져서 대한민국의 국력이 쇠약해진다면 훨씬 많은 것을 뜯어가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민간 길드는 막상 전쟁이 터진다면, 죄다 제 몸 사리기에 바쁠 테지…….'
4차 웨이브가 벌어졌을 때 이미 밑천이 다 드러난 사실이었다. 개인이 너무나 큰 힘을 가지게 되는 시대에는 연대감이 비약적으로 희미해진다. 이건 새로운 사회 문제이기도 했다.
우성문은 마지막 희망으로, 믿을 수 있는 강력한 플레이어들을 차례차례 만났다.
그중에서는 지난 1년간 한반도를 밟지 않았던, 이 나라의 랭킹 1위—이성윤도 있었다.
그가 지휘하는 ‘즈믄나래 공략1팀’이라면, 웬만한 AMT 사단 이상의 전력으로 평가된다.
그렇기에 그를 만난 날, 당연하게도 앞으로 다가올 전쟁에 함께해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음…… 실장님,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이 ‘퀘스트’를 중단할 수가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도대체 그 어떤 퀘스트가 조국의 존립보다 중요하겠느냐마는…….
우성문은 그런 이성윤의 무심한 태도를 비난할 수 없었다.
‘나도 알고 있다. 이성윤 일행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는 지난 3년 동안 세계 각지의 고위 게이트를 공략하며 어떤 퀘스트에 매진 중이었다.
그 이유는 거창하게도 ‘인류의 종말’이라는 최악의 ‘이벤트’를 막기 위함이었다.
"실장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 게임의 최종 이벤트는 결국 ‘종말’이 될 겁니다. 그리고 저희 팀은 지금, 그 <종말 시나리오> 중 하나의 단서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가 이어서 말하기를, 조금만 한눈을 팔더라도 그 퀘스트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했다.
"흠, 티타노마키아라……."
"예? 실장님, 뭐라고 하셨습니까?”
우성문이 중얼거리자, 앞자리 조수석에서 이교준 팀장이 고개를 돌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 거인들의 침공, 그게 언젠가 시작될 것이다.
그건 3년 전에 죽은 ‘예언자’ 플레이어의 마지막 예언이었다.
이성윤을 비롯한 몇몇 최상위 플레이어들은 그날을 막기 위해 남몰래 투쟁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 일어나기 전에, 이 나라는 블랙 오크 왕국에게 짓밟힐 상황이었다.
"하......."
우성문은 그답지 않게 조급함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력이 현저히 부족했다.
그때였다.
"실장님, 라퓨타 쪽에서 온 소식입니다. 이현욱이…… 드디어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우성문은 가슴 속 응어리 일부가 해소되는 듯했다.
마침내, 현시점에서 가장 믿을 수 있으며 가장 강력한 화력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가 지금, 실장님을 급히 찾고 있다고 합니다.”
"음, 왜지?”
"곧 다가올 전쟁에 관해서 말씀드릴 게 있다는 것 같습니다.”
우성문은 새삼스레 안도했다. 이현욱만큼은 역시나 그 전쟁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성문은 알게 모르게 기대를 품었다.
"이 팀장, 지금 바로 라퓨타로 간다.”
***
이현욱이 돌아온 시점부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종말을 전조처럼 하늘이 다소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건 황사나 미세먼지 같은, 익숙한 공해 현상이 아니었다.
4차 웨이브 당시 서울의 하늘이 보랏빛으로 변했던 것과 비슷했다.
- [속보] 한반도 전역의 하늘이 노랗게 물드는 현상, 전운 이벤트로 추정 (1보)
- 전운 이벤트의 시작…… 피할 수 없는 전쟁인가?
흔히 ‘전운(戰雲) 이벤트’라고 불리는 현상으로써 전쟁 이벤트 직전의 예고편인 셈이었다.
이때가 되면 모든 제조 계열 플레이어의 생산 능력이 향상되고 경험치 증가 이벤트가 시작된다. 이는 다가올 전쟁을 대비하라고, 시스템 자체가 종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국방부는 그 현상을 심각히 받아들여서 전 AMT 부대에 ‘방어준비태세’을 내렸다. 또한, 플레이어 동원령이 내려지며 민간 길드까지 모든 공략 활동을 중단하고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
아직 적들이 움직이지는 않았기에 국민 피난 명령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실상 대한민국의 모든 기능이 전면 중지되고 말았다.
서울, 거대한 도심이 또 한 번 침묵 속에 잠겼다.
그리고 지금, 그 빌딩 사이를 한 대의 헬리콥터가 가로지른다.
두두두두——
"이 팀장, 블랙 오크들, 지금 몇 마리나 모였지?”
그 헬리콥터 안, 우성문의 물음에 이교준 팀장이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 13,551
- 511
현 시각, 블랙 오크 병사가 13,551마리, 와이번이 511마리……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사진을 보시면, 놈들이 웬 ‘토템’들도 잔뜩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음, 그렇군? 이건 뭐지?”
"그건 단순히 종교적인 이유에서의 토템일 리는 없고, 주술이 담겨 있을 게 뻔합니다. 상하이 수복 전쟁 때도 블랙 오크들이 그런 토템을 설치하는 게 종종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저것들을 한반도에 내리박는 순간, 온갖 기이한 주문이 퍼져나갈 것이었다.
그런데 거슬리는 소식이 또 하나 날아들었다.
"저…… 실장님, 이것도 좀 보셔야겠습니다.”
이교준 팀장이 또 다른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웬 동영상이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지—
- 자,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이 남자는 중국 랭커인 류위안인데, 중국에서 유명한 인터넷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우성문이 이런 경박스러운 걸 왜 보여주냐는 표정으로 이교준을 바라보았다.
"큼, 그런데 그 영상 속 장소가…… 상하이의 블랙 오크 집결지입니다.”
그제야, 우성문은 눈을 크게 뜨고 영상 속 남자의 등 뒤 배경을 살폈다.
정말로 반쯤 무너진 빌딩들, 그 사이로 날아다니는 와이번이 보였다.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오크들의 괴성이 요란스럽게 들려오고 있기도 했다.
- 제가 왜 대체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는지, 모두 놀라셨겠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남자, 본인 말로는 자기는 오크 왕국의 초청을 받고 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곧 중국 공영 방송국도 도착해서 블랙 오크 쪽의 입장을 보도할 예정이라고도 했고요. 아직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지만…… 저기에 서 있는 걸 보면 허투루 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블랙 오크 왕국이 인류 사회의 미디어 관계자들을 초청했다는 뜻이었다.
- 여러분, 저기 보이시나요? 와…… 여기에 모여 있는 오크가 족히 십만 마리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곧, 블랙 오크 왕국의 주요 인사 중 한 명이 저 연단에 오른답니다! 으하하! 제가 볼 때 이거, 역대 최악의 이벤트가 벌어질 듯합니다. 솔직히…… 재밌긴 하겠죠?
"허, 참나……."
이는 여러모로 기가 막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전쟁을 앞두고 몬스터 측 입장이 인간의 미디어를 통해서 전해지다니…… 세상이 언제 이렇게 기괴하게 변해버렸단 말인가?
“……드디어 말세가 왔군.”
그로서는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때, 헬리콥터가 목적지인 라퓨타에 도착했다.
그들을 맞이한 건 거대한 청동 거인, 탈로스였다.
쿵— 쿵—
「(^_^) 어서 옵시오! 마스터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런 괴물이 손님을 맞이하게 하다니 …… 라퓨타 방문객은 소란을 피우지 못할 듯싶었다.
그들은 오더 타워로 안내를 받았고, 그곳에서 이현욱과 마주했다.
"우 실장님, 제가 찾아가려고 했는데 직접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현욱은 그렇게 말한 뒤, 고개를 돌려 창문 밖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빠릅니다. 전운 이벤트가 시작된 이상, 곧 전쟁이 시작되겠군요?”
그 물음에 이교준이 대답했다.
"위성 관측상 여전히 집결 행렬이 계속되는 걸 보건대, 최소한 나흘 정도의 시간은 있습니다.”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금속 펜 한 자루를 허공에 띄웠다.
"나흘이라……."
그는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놈들의 침략 작전은 이미 시작되었을 겁니다. 아니 꽤 오래전부터요.”
"첫 번째 공습 기억하십니까? 놈들이 폴리모프로 인간으로 둔갑해서 저를 암살하려고 했었죠. 제 기억으로는 그때, 어떤 기이한 주술을 통해서 다수의 오크가 소환되었습니다. 즉, 어떤 방식으로든, 이미 한반도 곳곳에 놈들이 침투해서…… 개전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아무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나라라고 할지라도 외국인의 밀항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거대 조직이 기이한 마법까지 쓰면서 침투하려고 한다면,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이 전쟁은…… 저쪽에서 유리한 수를 마음껏 둔 뒤에 시작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우성문도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흠…… 이 전쟁과 관련해서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는 그게 아닐 텐데요?”
이현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커피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 전쟁, 이미 피할수는 없고 적들의 상황이 훨씬 좋습니다. 이대로 싸우면 안 됩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죠…… 설사 이기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우리나라는 몰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역시 블랙 오크와 전쟁을 한 뒤 국력이 약화했다. 심지어 ‘공격’만 했음에도 말이다.
"예,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개전 전에 상황을 유리하게 바꿀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현욱의 말에, 우성문과 이교준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런 게 가능하기만 하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시도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전에 말씀드렸듯이 선제공격을 가하자는 겁니다.”
"예? 설마…… 마법 미사일, 그런 게 개발이 된 겁니까?”
그러나 그런 대화를 나눈 시점에서부터 몇 주 지나지 않았거늘, 예상외로 블랙 오크의 전쟁 준비가 훨씬 빨랐다. 현실적으로 미사일 같은 걸 새로이 개발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현욱이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그건 아닙니다.”
잠깐이나마 기대감을 품었던 우성문은 입맛을 다셨다.
그때, 이현욱이 고개를 내저으며 손아귀 위에서 볼펜을 빠르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쉭—쉭—
"하지만 병력집결지, 그곳에 모여 있는 것들을 깡그리 쓸어버릴 만한 압도적인 화력이 있습니다.”
자신감 있게, 강력한 어조로 말하는 이현욱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서해를 건너는 리스크를 감수한 뒤, 적의 주 병력에 유효타를 입힐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엄청난 병력을 쓸어버리려면 ‘아크메이지’ 최정철 장군이 10명 있더라도 불가능했다.
그리고 설사 10명 있더라도, 그놈들이 바보도 아니고 침투를 허용해줄 리가 없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던 마법 미사일이라는 것 대신에……."
이현욱은 그렇게 말하며, 머리 위까지 띄워 올린 볼펜에서 금속 통제력을 풀었다.
퐁—
자유낙하 하는 볼펜, 그 금속 덩어리가 스테인리스 잔 안으로 떨어지며 커피 사방으로 튄다.
“……제가, 놈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겠습니다.”
그가 바로 그 압도적인 화력, 그 자체였다.